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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75화 (1,375/1,404)

#1375화 침공 (4)

에센시아 제국 최대 규모의 헤르마늄 광산의 위치.

이건 현재 에센시아 제국의 황제와 기사단.

그리고 광산 일을 맡은 드워프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다.

예전에는 마왕 헤르게니아를 광산에 봉인시킨 대천사들도 알고 있겠거니 했는데.

전에 맥크라이 장로의 말을 들어보면.

드워프들이 헤르마늄 광산의 채굴량을 정확히 알게 된 건 마왕 헤르게니아가 봉인 당하고 한참 뒤의 일이라고 하니까.

아마 천사군도 이 광산에 그렇게까지 많은 헤르마늄이 매장된 걸 모르고 있는 듯 했다.

만약 그들이 알게 되었다면 지금까지 이 최대 규모의 헤르마늄 광산을 그냥 놔두었을 리가 없을 테니.

안 그래도 성마대전에 필요한 헤르마늄 광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판에 이렇게 풍부한 매장량을 가진 헤르마늄 광산을 그냥 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에센시아 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천사군이 양보했다는 건 더욱 말이 되지 않고.

정말 그들이 원했다면 이미 에센시아 제국을 밀어내고서라도 이 헤르마늄 광산을 차지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전에 마왕 헤르게니아를 대천사의 결계에서 빼 올 때 들켰더라면 대천사들이 돌아오면서 들켰을 수도 있겠지만.

대천사의 검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왔으니까.

한 마디로 대천사의 결계를 건들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천사군에게는 들킬 위험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 남은 건 황제와 드워프 정도.

그중 드워프들은 우리가 포섭한다고 보면.

황제가 직접 와서 손수 삽질할 건 아니니까.

무엇보다 이젠 헤르마늄 광산에 관심을 두는 것조차 힘들어질 것이다.

마왕군이 자기 앞마당에서 날뛰는데 곧 무너질 헤르마늄 광산까지 복구할 여력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이 헤르마늄 광산을 무너뜨리는 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고.

그걸 들키지 않게 외부의 일로 위장할 녀석들은.

바로 마왕군이다.

베인 녀석이 다소 놀란 눈치로 내게 물어보았다.

“헤르마늄 광산…… 말입니까?”

“어. 전에도 말했지만 에센시아 제국에 헤르마늄 광산이 있으면 앞으로 마왕군이 진격하는데 도움이 안 될 테니까.”

그리고는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이건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뭐 누가 하든 말만 맞추면 되는 거니까.

“마왕군이 암흑 지대를 완성하려면 베르탈륨이 필요할 테고. 그걸 천사군이 해제하려면 헤르마늄이 필요하잖아.”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을 무너뜨려야지 않겠어?”

내 말에 베인 녀석의 눈빛이 뜨겁게 번뜩였다.

“제게 헤르마늄 광산의 위치를 알려주신다는 거군요.”

“그래. 이번에 마왕군에 눈도장 확실하게 찍어봐.”

이미 베인 녀석이 에센시아 제국 협곡의 비밀 통로를 알아내 마왕군에 알려주었다.

거기다 타란 제국에서부터 베르탈륨 밀수를 해서 마왕군에 공급할 예정이었고.

여기에다가 추가로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의 위치까지 마왕군 수뇌부에 알려준다?

그 공로만 따지자면 이미 차고도 넘칠 만큼 쌓은 셈이다.

당장 눈앞에서 베인 녀석이 감격해서 눈빛을 번뜩이는 것만 봐도 뭐…….

“저게 이런 기회를 계속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최상급 마족 베인 테스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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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줄줄이 친밀도가 상승하는 걸 보면.

이번 일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는가 보다.

이 정도까지 공로를 쌓으면 녀석이 마왕 후보로 올라서는데 이번 일이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당장 헤르마늄의 공급이 막히게 되면 에센시아 제국은 마왕군이 암흑 지대를 늘려가는 걸 막아낼 수가 없게 된다.

마왕군을 싹 전멸시키거나 다시 협곡 너머로 밀어내지 않는 이상에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에센시아 제국에서 수도의 방어를 포기하고 모든 병력이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고.

아직 에센시아 제국으로 천사군을 비롯한 지원군이 오지 않는 상태에서는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무려 마왕이 넷이나 포함된 대군단과 평지에서 정면으로 붙어야 하니까.

안 그래도 아크 드래곤 때문에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도 힘든데 여기서 마왕군을 밀어낸다고 피해가 누적되면 아무리 에센시아 제국이 저력이 있다고 해도 그 뒤는 장담하기 힘들다.

“에센시아 제국의 본진은 지원군들이 도달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거다. 아직은 전력이 불완전하니까.”

“그럼 그 틈을 노리라는 거군요.”

“맞아. 그리고 아직 마왕군이 헤르마늄 광산의 위치를 모른다고 생각할 테니…….”

“헤르마늄 광산의 방어 병력이 얼마 없겠죠.”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기사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어설프게 갔다가는 오히려 당할 거다.”

“알겠습니다. 마왕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확실하게 헤르마늄 광산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음.

얘가 너무 나가려고 하네.

여기선 다시 한 번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아니. 너희의 역할은 헤르마늄 광산을 지키고 있는 기사단과 방어 병력을 전멸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헤르마늄 광산은 어떻게……?”

“점령한 뒤 광산 외곽에서 마왕군이 꾸준히 주둔하는 정도만. 그 뒤는 이쪽에서 알아서 하겠다.”

뭐 마왕군이 굳이 상성도 좋지 않은 헤르마늄 광산 안까지 들어와서 설치기까지 하겠냐만은.

그래도 혹시나 안쪽까지 들어와 드워프들이 입구를 붕괴하는 작업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거기다 마왕군 놈들이 확실히 무너뜨려 보겠다고 헤르마늄 광산을 통째로 무너뜨리면 정말 답도 없다.

그러면 정말 안 하니만 못한 삽질이 된다.

기껏 마왕군까지 힘들게 불러 들여놓고 일을 망칠 수는 없지.

“흠. 마왕님께서도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쪽 마왕님들을 비롯해 마왕군들이 헤르마늄 광산에서는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으니 들어가시려고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좋네.”

전에 마왕 헤르게니아도 힘을 억제당했으니까.

다른 마왕들도 마찬가지일 터.

베인 녀석 말대로 굳이 상성도 좋지 않은 광산에 들어간다고 설치지는 않을 듯 싶다.

“그럼 시기를 알려주시면 바로 마왕군을 투입할 수 있게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래. 조만간 알려줄 테니 대기하도록.”

그렇게 베인 녀석을 돌려보내고 난 뒤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마왕 서열 6위라…… 혹시 아는 녀석이야?”

마왕 헤르게니아가 봉인된 지 오래 되어 그 사이 마왕들 서열이 뒤집혔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바로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 몰라. 이름도 처음 들어봐.”

“흐음. 그건 좀 아쉽네.”

만약 마왕 헤르게니아가 알고 있는 녀석이라면 꽤 다루기 쉬웠을지도 모르겠는데.

아쉽게도 그쪽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번 원정에 꽤 공을 들인 것 같아. 서열 6위가 직접 올 정도면. 서열이 높아질수록 엉덩이가 무거워서 어지간한 일에는 잘 안 움직이거든.”

“그래?”

“응. 자기 세력에 있는 애들 부려먹지. 직접 움직이진 않아. 서열 6위면 군단장 정도 될 거니까.”

“그럼 자기 군단을 직접 끌고 왔다는 거네.”

“아마도?”

원래는 그냥 적당히 서열에서 밀리는 하위 마왕들 몇 정도만 꼬셔서 데리고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베인 녀석이 거물급 마왕을 데리고 온 셈이었다.

“너보다 서열이 높지?”

내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다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어차피 봉인당한 지 오래돼서 내 이전 서열은 의미가 없어.”

“뭐…… 녀석과 굳이 마주칠 일은 없을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려나?”

“흥. 마주친다 해도 상관없어. 자기 세력이 아닌 이상 다른 마왕들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못 하니까.”

“아. 마왕들은 천사들과 달리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맞아.”

확실히 마왕들이 그런 면에서는 자유롭기는 했다.

이전에 봤었던 마왕들도 굳이 서열로 명령을 내리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물론 서열을 아예 무시하거나 하진 못할 것이다.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건 그만큼 압박이 되는 일이라.

마왕 서열 6위라……

언제 한 번 볼 일이 있으려나?

***

그렇게 조금 기다리고 있자 곧 레오나 에센시아와 바그날 대장로, 맥크라이 장로가 같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에센시아 황제는 잘 만나고 왔습니까?”

“네. 이번 약혼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아무래도 신경 쓰이겠죠.”

생색내듯 보내놨던 레오나 에센시아 황녀가 거물을 물어왔으니 궁금해 할 수밖에.

슬쩍 그녀의 르아 카르테를 보면서 물어보았다.

“혹시 눈치챘던가요?”

“아뇨.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요.”

“뭐…… 그럴 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안다고 해도 못 건드렸을 거예요.”

정령왕의 힘을 가져다 쓰는 정령신의 무구를 보고도 욕심을 내지 않은 걸 보면 모른다고 봐야겠지.

그리고 이제는 안다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다.

레오나 에센시아의 무력 자체가 그때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테니.

무엇보다 현재 카샤스 황제와 그녀는 한 세트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에센시아 제국 황제라고 하더라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위치니까.

시선을 돌려 맥크라이 장로를 보며 물었다.

“혹시 오면서 설명은 들었습니까?”

그러자 맥크라이 장로가 짧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허. 이거 정말 어려운 분들만 모셔 왔군.”

맥크라이 장로가 말한 것은 레오나 에센시아와 자신의 스승인 바그날 대장로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가장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두 사람일 테지.

한 번 크게 한숨을 쉰 맥크라이 장로가 곧 내게 말을 꺼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에센시아 제국에 정말 마왕군이 침공했더군. 설마 이것도 자네가 한 일인가?”

그의 질문은 레오나 에센시아와 바그날 대장로 모두 궁금했던지 시선이 내게 몰렸다.

아마도 마왕군을 내가 직접 움직였다고 생각할 수 있으려나?

뭐 지금껏 옆에서 같이 다니던 레오나 에센시아야 그런 의심 자체를 하지 않겠지만.

드워프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면서 답했다.

“하하. 설마요. 마왕군이 어디 구멍가게도 아니고. 제가 움직이라고 한다고 그들이 제 뜻대로 움직이겠습니까.”

그러자 맥크라이 장로가 물어본 자신도 이게 얼마나 어이가 없는 질문이었다는 걸 잘 아는지 같이 웃어버렸다.

“허허. 내 괜한 질문을 한 모양이군. 역시 터무니없는 질문이었지.”

“아닙니다. 충분히 그런 오해를 할 법도 하겠죠. 진짜 마왕군이 침략했으니까요. 뭐 오해를 풀자면 우리 쪽 정보원이 미리 마왕군의 동태를 파악한 것도 있습니다.”

“흠. 그런가.”

그런 그들에게 슬쩍 말을 더 흘려주었다.

“이번에 마왕 서열 6위가 직접 자신의 군단을 끌고 왔다고 하더군요. 거기다 마왕 셋을 더 거느리고요.”

내 말에 바그날 대장로와 맥크라이 장로가 동시에 굳어버렸다.

아마 이런 정보는 그들이 알지 못할 테니.

그리고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걸 알려주었다.

“조만간 에센시아 제국 전역이 전쟁터가 될 겁니다. 수도 역시 무사하진 못할 테고요. 드워프들이라고 다를 것도 없겠죠.”

그 말을 끝으로 맥크라이 장로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이건 거래입니다. 드워프들의 안전과 미래를 약속드리는 의미로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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