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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66화 (1,366/1,404)

#1366화 밀수 (9)

마왕군을 상대로 밀수 장사를 하려면.

베르탈륨을 마왕군 내에 유통할 라인을 잡아야 했다.

그리고 그 첫 발걸음으로 마왕이 나온다는 건.

우리에게는 꽤 괜찮은 성과라고 보면 된다.

아마 베인 녀석이 생각보다 일처리를 잘한 듯 했다.

뭐 아직 그 마왕이라는 녀석을 만나보지 못했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예 시작도 해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상황이 나으니까.

사장님과의 이야기를 마친 뒤.

타란 제국 내 마련된 대공저에 가보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나와 있었다.

“대공저는 지낼 만해?”

내 물음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살짝 투정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심심한 것만 빼면?”

“흐음. 그런가?”

일부러 나가기 전에 다른 곳에서 사고 치지 말고 대공저에 있으라고 한 건데.

나를 보자마자 이리저리 몸을 푸는 걸 보면.

아마 심심해서 몸이 근질근질한 듯 했다.

그런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슬쩍 물어보았다.

“혹시 네가 다른 마왕과 만나게 되면 문제가 생기려나?”

이건 그녀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앞으로의 마왕군의 계획에 마왕 헤르게니아를 전면에 내세울 생각이기 때문에.

뭔가 문제가 생길만한 일이 있다면 지금 먼저 알아두는 게 좋았다.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

“갑자기 마왕은 왜?”

“아. 이번에 마왕군에 작업을 하려면 필요할 것 같아서.”

“흐응? 무슨 작업?”

그녀가 궁금한 듯 물어오자 대략적인 마왕군과의 밀수 과정에 대해 언질 해줬다.

어쩌면 다른 마왕과 직접 협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 일에 대한 계획을 모른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했고.

잠시 내 말을 들은 마왕 헤르게니아가 곧 흥미가 식었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애초에 마왕들이야 지들에게 이득 되면 누가 나온다고 해도 관심 없을 거야.”

“흐음. 같은 마왕급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마왕이 힘으로 밀어붙일 걱정을 하는 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만만해 보이면 그럴 수도 있을걸?”

“그러니까 네가 나서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흥. 장사는 너무 귀찮은걸.”

아무래도 마왕 헤르게니아는 이 귀찮은 일을 떠맡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성향상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이내 한 가지 떡밥을 꺼내놓았다.

“이번에 내가 타란 제국의 대공이 된 건 알지?”

“흐응? 인간들 작위 따위야 알 게 뭐야.”

마왕 헤르게니아가 말은 저렇게 해도 타란 제국의 대공 직위에 대한 힘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장 카샤스가 대공 시절에 마왕군을 상대로 얼마나 활약했는지…….

아니다.

그녀는 그간 헤르마늄 광산 내 봉인지에 봉인되어 있었으니 알기 어렵겠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공이 낮은 위치가 아니라는 건 잘 알 것이다.

“아무튼 대공이 되면서 내가 영지를 좀 크게 받았는데…….”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다시 떡밥을 던졌다.

“거기에 대륙 최대의 연구 시설을 만들 생각이거든.”

“흐응?”

큰 땅을 받았다는 말에도 관심이 없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연구 시설이라는 말에 잠시 귀를 쫑긋했다.

확실히 관심을 가진다.

장사 같은 건 그다지 관심 없지만.

연구 시설은 쉽게 넘기지 못한 탓이다.

마왕 헤르게니아의 성향상.

이건 분명히 먹힐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래서?”

“내가 또 시작하면 적당히 하는 게 없는 것 알지?”

그런 내 자신감 넘치는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사고 치는 급이 다르긴 해.”

마왕에게 사고 잘 친다고 인정받는 모습이 참 웃기긴 하네.

“그래서 이번에 좀 크게 사고 좀 쳐보려고.”

큰 사고를 친다는 건.

그만큼 큰 규모로 연구 시설을 만든다는 뜻이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걸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

“헤에…… 얼마나 크게 만들 생각인데?”

“대륙에서 최고 규모로. 그것도 천사군과 마왕군 통틀어서 가장 크게.”

솔직히 천사군과 마왕군에 얼마만큼의 연구 시설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알아본 적도 없고.

비밀에 싸여 있어서 바로 알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하지만 적어도 에센시아 제국의 그것보다는 크게 할 생각이 있으니까.

이 정도라면 마왕 헤르게니아를 실망시킬 정도는 아닐 터.

그리고 규모야 상황 봐가면서 더 키우면 그만이다.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눈빛을 반짝이면서 내게 물었다.

“그렇게 연구 시설에 투자 많이 할 거야?”

마왕 헤르게니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이 거대한 연구 시설을 전부 총괄할만한 적임자가 없…….”

슬쩍 딴짓을 하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면서 중얼거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재빠르게 위치를 옮겨 내 시선 안으로 돌아들었다.

이럴 땐 또 빠르다니까.

“정말 없어?”

“이번 연구 시설은 천사들의 마법과 마왕의 마법. 그리고 드워프에 용족의 기술까지 전부 써야 하니까. 그걸 전부 알고 있을 만한 적임자가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순간 마왕 헤르게니아가 빠르게 팔을 뻗어 덥석 내 손을 잡았다.

“뭘 멀리서 찾아?”

“왜? 관심 있어?”

차마 내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는 빤히 내 눈을 쳐다보는 걸 보면 어지간히 하고 싶은 듯 했다.

“아, 그런데 이번에 마왕군에게 베르탈륨 밀수를 하지 못하면 돈이 없어서 연구 시설은 나중으로 보류하려고…….”

“이씽…….”

이번에 내가 건네는 떡이 공짜가 아니라는 걸.

마왕 헤르게니아가 바로 눈치채버렸다.

결국 짧게 한숨을 쉰 마왕 헤르게니아가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하면 되잖아. 하면. 놀리기나 하고.”

왠지 기분이 상한 듯 보이자 손을 내저으면서 사실을 말해주었다.

“정말 돈이 없긴 해. 원래라면 타란 제국 황제에게 뜯어낼 생각이었는데…… 보다시피 여기가 이 꼴이라. 황제도 들어갈 돈이 적지 않거든.”

그러면서 대공저 바깥의 폐허가 된 풍경을 쳐다보았다.

타란 제국 수도는 어딜 쳐다보더라도 언제 복구가 될지 모를 정도로 엉망인 상황이었다.

마왕 헤르게니아도 주변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뭐 알겠어. 무조건 밀수를 해야 돈이 돈다는 거잖아.”

“그것도 많이. 그리고 그만큼 네 연구 시설에 투자도 많이 할 거다.”

“내 연구 시설이라고?”

“어, 애초에 널 염두에 두고 만드는 거라. 마왕인 너만큼 능력이 되는 녀석도 없어.”

“헤에. 너 좀 친다?”

“응?”

“아냐. 마음에 들었다고.”

그러더니 갑자기 전의를 불태우면서 말했다.

“그럼 그 천사 년 것보다 더 좋은 시설을 만들어 줘.”

“응?”

갑자기 왜 천사가 나오나 싶었는데.

이전에 분명 타란 제국 지하에 나타났던 대천사 더미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키메라를 만든 그 대천사 말이야?”

“응. 걔는 능력도 없는 게 천사들의 지원을 받아서. 잘난 척만 하고.”

아무래도 마왕 헤르게니아의 경쟁 상대쯤 되는 거려나?

아마도 그 대천사의 능력이 그녀의 말처럼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천사들이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능력 없는 이에게 연구 시설과 자금을 대어줄 리가 없을 테니까.

투덜거리는 마왕 헤르게니아를 빤히 보면서 물었다.

이건 그냥 순전히 추측이다.

“혹시 천사들의 부유 도시를 만드는데 그 대천사도 힘을 보탰어?”

내 물음에 마왕 헤르게니아의 몸이 그대로 움찔거렸다.

이건 딱히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저렇게 온몸으로 표현하는데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하지.

그리고 지금의 대답으로 확신이 들었다.

대천사의 능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걸.

그러니까 그 대천사가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면…….

적어도 우리 쪽도 그에 준하는 연구 시설을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준비해줘야.

그 대천사와 경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부유 도시와 싸울 수 있는 아크 드래곤을 다시 만들어 낸다든가 하는.

혹은 다른 형태로 뭔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터.

“같은 연구 시설을 갖춰주면 그 대천사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지?”

“없어도 내가 이기지만……! 있으면 더 좋겠지?”

연구 시설이 필요하다는 걸 어필하는 방법도 그녀답다.

그리고 확실히 그동안 별도의 연구 시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왕 헤르게니아가 보여주었던 능력들을 고려해보면.

이번 작업은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 생각되었다.

“뭐 나도 내 편이 다른 녀석들에게 밀리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네 연구 시설은 돈으로 확실하게 밀어줄 테니까. 절대 지면 안 된다?”

아예 대놓고 팍팍 밀어준다는 뜻을 피력하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잠시 멈칫했다가 두 손을 불끈 쥐면서 활활 전의를 불태웠다.

“너, 좋은 녀석이었구나?”

《 마왕 헤르게니아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마왕 헤르게니아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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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꽤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더 올라갈 것도 있나 싶기도 하네.

그만큼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번 제안에 만족했다는 뜻일 터다.

“그래서 뭐부터 하면 돼?”

“일단은 역시 베르탈륨 광석의 밀수부터. 마왕군의 자금을 끌어오려면 지금이 적기야.”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조금은 다른 제안을 해왔다.

“처음엔 베르탈륨 원석만 넘겨주고. 이후에는 무구를 직접 만들어서 팔아.”

“응?”

“어차피 마왕군이 쓸 군수품이 필요한 것 아니었어?”

“뭐 그렇긴 하지.”

“그럼 마왕군이 쓰는 규격으로 무구를 만들어서 넘겨주면 훨씬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을 거야.”

흐음.

이건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그냥 베르탈륨을 통째로 팔 생각만 했지.

마왕군에 무구를 만들어서 판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으니까.

아니.

애초에 할 수가 없었던 건.

마왕군의 구미에 맞는 무구를 만들 방법을 모른다고 해야 하나?

당연히 우리는 모르지만.

눈앞의 마왕 헤르게니아는 달랐다.

“마왕군이 쓰는 무구를 만들 수 있어?”

“당연한 것 아냐?”

“아. 너…… 그러고 보니 마왕이었지.”

그것도 마법 물품 제작 같은 분야에서는 마왕군 내에서 탑을 달리는 우수한 자원이었다.

그런 마왕 헤르게니아의 손을 거친 무구가 얼마나 뛰어날지는.

굳이 마왕군의 무구를 가져와서 비교해보지 않아도 뻔히 알 수 있지 않은가.

“정말 비싸게 팔 수 있겠네.”

당장 마왕군은 전장에 투입할 수 없는 베르탈륨 원석보다는.

완전히 만들어진 무구에 더 환장할 것이다.

그럼 당연하게도 들어간 베르탈륨의 양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쪽은 제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베르탈륨 원석을 그대로 파는 것과 병행하면 수입이 몇 배로 늘게 될 터.

“장사에는 아예 관심 없어 보이더니…….”

“이왕 팔 거면 비싸게 파는 게 좋잖아? 그만큼 연구 시설에 투자도 많이 할 수 있어.”

정말 바라는 게 있으니 최선의 결과를 돌려주네.

어쩌면 장사는 내가 아니라 마왕 헤르게니아가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수완이 좋았다.

그렇게 마왕 헤르게니아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사장님에게 마왕 섭외가 끝났다고 연락이 오자 그녀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 같이 마왕 한 번 만나러 가볼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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