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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58화 (1,358/1,404)

#1358화 밀수 (1)

무려 대륙에서 가장 큰 네 개의 광산 중에 하나를 통째로 삼켰다.

타란 제국이 멸망하지 않는 이상에서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도 안전하고.

이젠 대놓고 베르탈륨 광산을 돌려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과 달리 타란 제국 황제가 방해하는 일도 없을 테니까.

오히려 카샤스 황제는 더욱 베르탈륨 광산을 활발하게 돌려주길 바랄 것이다.

그만큼 타란 제국의 경제가 활성화될 테니.

당연히 그런 카샤스 황제와 나, 화련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그러자 화련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화련> 그런데 우리 사이에 지분 정리는 어떻게 할 거야?

고민하고 빼지도 않는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화련도 충분히 달아오른 듯 했다.

베르탈륨 광산을 제대로 굴리기만 하면.

진짜 금덩이가 쏟아지니까.

화련이 그동안 자신의 영지를 구축한다고 들어갔던 자금까지도 순식간에 복구가 가능할 것이다.

화련의 질문에는 미리 재중이 형과 말해둔 것이 있기에 바로 대답해주었다.

괜히 이리저리 밀고 당기기를 해봐야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주호> 이전과 똑같은 비율로. 어때요?

<화련> 흐음? 너무 양보하는 거 아냐?

<주호> 그렇긴 하죠.

그러자 화련 역시도 밀고 당기기를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

<화련> 딜. 그만한 조건으로 주는데 무조건 받아야지.

<주호> 흥정도 안 해봐요?

<화련> 하. 타란 제국에 내는 세금 면제만 해도 엄청난 수혜야. 세금을 안 낼 수 있으면 순수익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고. 그런 조건을 가지고 와서는 이전과 같은 비율로 하자는데 거절하는 멍청이가 어딨어?

확실히 카샤스 황제가 내게 준 세금 면제는 엄청난 혜택이었다.

그것도 영구적으로.

아마 이만한 조건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딱 하나.

통째로 다른 제국을 먹어버린다면 모를까.

그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은 절대 받아낼 수 없는 조건이다.

당장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만 해도 지분을 나누는 데다가 덧붙여 세금까지 내야 한다.

완전히 내 소유가 된 베르탈륨 광산하고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이런 상황에 이전과 같은 조건을 다니 화련이 덥석 문 거지.

<화련>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무르는 거 없다?

너무 조건이 좋으니 화련이 재차 확인을 했다.

<주호>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화련> 나야 좋지. 그런데 그만큼 상황이 나쁜 거야?

역시.

말하지 않아도 아네.

<주호> 네. 타란 제국이 잿더미가 되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싸게 먹혀요. 당장 베르탈륨 광산을 풀로 돌려도 부족할 겁니다.

<화련> 그럼 최선을 다해야겠네.

당연하겠지만 베르탈륨 광산을 최대로 돌리려면 화련 쪽의 인력을 최대로 갈아 넣어야 한다.

고급 NPC들도 있는 대로 죄다 가용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해본다면 초기에 들어갈 비용이 장난 아니다.

그리고 난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화련에게 지분을 듬뿍 쥐어준 건.

다 이유가 있으니까.

<주호> 아. 혹시 화련의 영지에서 헤르마늄까지 정제가 가능할까요?

<화련> 헤르마늄? 갑자기 웬 헤르마늄이야?

의아하다는 듯 되물어보는 화련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주호>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에서 나오는 헤르마늄들을 이쪽에서 가져와서 정제하려고요.

<화련> 너…… 헤르마늄 광산도 가지고 있었어?

있다.

그것도 에센시아 제국의 최대 규모의 헤르마늄 광산이지.

화련은 그걸 알 수 없는 게.

타란 제국에서만 활동했으니까.

에센시아 제국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잘 알지 못 한다.

설령 정보를 캐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해도.

헤르마늄 광산의 정확한 지분 관계까지는 알 수 없지.

<주호> 네. 에센시아 제국의 최대 헤르마늄 광산의 절반이 제 소유입니다.

<화련> 하…… 정말 할 말이 없네.

<주호> 바로 믿어요?

<화련> 그럼 네가 나하고 농담 따먹기나 하자고 말했겠어?

잠시 정리하는 듯 하던 화련이 내게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

<화련> 밀수겠네?

<주호> 뭐 아마도 그렇게 되겠죠.

<화련> 하. 미친놈. 이거 들키면 바로 에센시아 제국하고 전쟁이야.

그런 화련에게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주호> 돈 냄새…… 풀풀 나지 않아요?

헤르마늄 밀수.

그것도 관계가 적대에 가까운 에센시아 제국에서 타란 제국으로 밀수를 하는 일이었다.

거기다 무려 에센시아 제국에서 가장 큰 헤르마늄 광산에서 물량을 빼돌리는 일이기도 했고.

헤르마늄이 전무한 타란 제국에다가 헤르마늄으로 된 무구를 푼다?

이건 돈을 갈퀴로 쓸어 담는 것과 다름없었다.

돈 냄새라는 내 말에 화련이 바로 혀를 찼다.

<화련> 칫. 나한테 지분을 많이 줄 때부터 이상했었어.

<주호> 그래서 싫어요?

물론 이 밀수 작업은 위험부담이 어마어마하다.

화련 말대로 에센시아 제국에 들키는 순간.

바로 전쟁이니까.

무엇보다 화련의 영지가 바로 전쟁터가 되어 불타오를 것이다.

에센시아 제국에서 그냥 두고 보진 않을 테니까.

최악의 경우.

타란 제국이 이 일과는 관련 없다고 발을 뺄 것까지 고려해본다면.

화련이 그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간다는 뜻이다.

<화련> 하. 미치겠네. 갑자기 밀수라니. 그리고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이면 우리가 가진 베르탈륨 광산하고 동급이잖아. 채굴량의 반이라고 해도 양도 어마어마할 텐데 그걸 죄다 밀수한다고?

<주호> 아. 전부는 못 하죠. 보는 눈이 있는데. 그래도 양이 적진 않을 겁니다. 우리와 달리 그쪽은 광산이 꽤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거든요.

타란 제국의 베르탈륨 광산은 고대 마룡이 난동을 부리면서 이미 한 번 무너진 상태였다.

그걸 화련이 자금을 들이부어서 겨우 복구시켜놓은 상태였다.

반면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은 별다른 이상 없이 잘 돌아가는 중이다.

이쪽과는 사정이 다르지.

<주호> 흠. 그리고 밀수를 대놓고 해도. 당분간 에센시아 제국은 우리를 신경 쓸 여력도 없을 겁니다. 아마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걸요?

그러자 화련이 의심스럽다는 듯 내게 물어보았다.

<화련> 너. 나한테 뭐 말하지 않은 거 있지 않아?

눈치가 빠르다 못해 날카롭다.

이걸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결정을 내렸다.

확실한 보험 없이 화련을 설득하는 건 어렵다는 걸.

<주호> 네. 있죠.

바로 에센시아 제국의 협곡을 통해 마왕군이 밀려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

<주호> 조만간 에센시아 제국이 전쟁으로 불타오를 겁니다.

<화련> 으응? 설마 광산 하나 먹자고 전쟁이라도 걸 생각이야? 그리고 타란 제국에 그만한 여력은 없을 텐데?

<주호> 누가 우리가 싸운다고 했나요?

우리가 아니라는 말에 화련이 팽팽하게 머리를 굴리는 모양이었다.

잠시 기다리자 화련이 내게 물었다.

<화련> 제 3세력? 가장 유력한 건…… 마왕군이긴 한데…… 걔들이 에센시아 제국을 직접 치려면 베르마 제국을 뚫어야 해. 말이 안 되잖아.

거의 정답까지 갔네.

화련이 생각하기에도 지금 정세에서 마왕군 정도가 아니라면 에센시아 제국을 칠만한 세력이 없다.

그렇다고 천사군이 당장 에센시아 제국을 노릴 이유가 없기도 하고.

뭐 딱 하나 경우의 수가 있긴 하다.

천사군이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을 노릴 경우.

물론 이때는 천사군이 먼저 동맹을 깬다는 뜻이니까.

그동안 잘 유지해오던 성마대전의 최전선이 급격하게 무너져 내릴 터.

그 다음은 안 봐도 뻔하지.

높은 확률로 이전 성마대전의 결말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주호> 그거 말고요. 다른 방법으로. 마왕군이 에센시아 제국을 칠 수 있잖아요. 생각해보면 알 텐데…….

내 말에 잠시 대화가 끊겼다.

그러더니 꽤 놀란 말투로 화련이 말을 이었다.

<화련> 너, 설마 에센시아 제국 협곡. 그거 이용한 거야?

<주호> 역시 알고 있네요.

<화련> 그거 모르는 유저가 어디에 있어? 그런데 어떻게? 안다고 해도 마왕군을 직접 움직이지 못하면 없는 정보나 마찬가지야. 다른 유저들도 몰라서 가만히 두고 보는 게 아니라고. 마왕군과 끈이 없으면…… 아니. 잠깐. 너 설마……?

<주호> 네. 그 끈. 제가 좀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은 아니지만. 마왕군에 정보를 전할 정도는 되거든요.

<화련> 하…… 이젠 놀라기도 힘드네.

<주호> 뭐 전에도 마왕들하고 잘 어울렸잖아요. 크게 어렵진 않던데요?

<화련> 참나. 말이 쉽지. 여긴 성마대전인데. 당장 칼 맞아 죽지 않으면 다행이야. 다른 유저들은 시도조차 못 해볼걸?

<주호> 그러니 아무도 믿지 않는 거죠.

내가 마왕군을 움직였다고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해도.

그걸 믿어줄 리가 없다.

성마대전은 이전 시대와 다르니까.

서로 얼굴 마주치면 칼질부터 하는 시대다.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

무엇보다 마왕까지 움직여야 하는 일이라면.

확률이 제로에 가깝게 내려간다.

<화련> 잠깐. 그러면…… 네 말대로 마왕군과 에센시아 제국이 전쟁이 나면…….

<주호> 네. 에센시아 제국은 우리가 밀수를 하든. 나라 살림을 말아먹든 관심도 없을 겁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관심 둘 여력이 안 되겠죠.

<화련> 당장 쏟아지는 마왕군을 막아 내기 바쁠 테니까.

<주호> 그렇죠. 그리고 이만하면 화련의 질문에 답이 되었을까요?

<화련> 나쁘진 않네.

이건 아마도 허락이려나.

밀수가 엄청난 위험부담이 있는 일이지만.

그 위험을 대폭 줄여줄 방법이 있다면.

그때부터는 밀수로 인한 위험보다.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득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된다.

고민하던 화련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화련> 좋아. 다만 에센시아 제국에 마왕군이 침공하지 못하면. 바로 발 뺄 거야.

조건부인가.

뭐 이 정도 조건은 예상 범위 안이다.

충분히 받아들 수 있지.

<주호> 그럼 하는 겁니다?

<화련> 하아. 넌 어떻게 물어오는 일마다 정상적인 게 없어?

이건 한다는 뜻인가?

아님, 거절?

<주호> 아.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중간에 갈아엎더라도.

필요할 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답이 없다.

<화련> 그러니까. 그만한 양을 소화하려면 이쪽도 관련 설비를 더 갖춰야 한다고. 영지도 지금 이상으로 대폭 키워야 해.

<주호> 거절 아니었어요?

<화련> 누가 거절한데?

음.

앞의 투정은 그냥 한 번 해본 건가…….

<화련> 그리고 미쳤어? 이만한 돈벌이가 어딨다고 거절해?

<주호> 음. 이번엔 정말 위험할 수도 있어요. 애써 키운 화련의 영지가 잿더미가 될 수도…….

<화련> 하. 네가 그렇게 되도록 그냥 놔둘 리가 없잖아?

<주호> 하하…….

이런.

화련은 이미 내 의중을 거의 다 파악한 듯 했다.

뭐 화련의 말은 거의 정답에 가까웠다.

난 화련의 영지가 불타오르도록 두고 볼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화련> 그런데 헤르마늄 광석은 어떻게 빼돌리려고? 아무리 정신이 없다고 해도 에센시아 제국 녀석들이 죄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주호> 음. 그쪽에 제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화련> 누구?

<주호> 드워프 족. 그리고 그들이 헤르마늄 광산을 한 번 무너뜨릴 겁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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