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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57화 (1,357/1,404)

#1357화 재건 (16)

신의 성배를 빼돌리자는 말에 재중이 형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녀석…… 또 일을 키우네.”

“그래서 싫어요?”

싫냐고 물어보자 이번엔 아예 피식 웃어버렸다.

“그럴 리가. 사실 나도 궁금하긴 하거든. 그 신의 성배라는 거. 얼마나 대단하면 성마대전 후기에 마왕과 대천사들이 그렇게 치고받을 수 있었는지 말이야.”

실제로 성마대전 후반에 신의 성배를 두고 마왕군과 천사군의 대격전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마족들과 천사들이 갈려나간다.

처음에는 마왕들과 대천사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대리전을 하다가 안 된다 싶으니 직접 나서면서 전쟁이 더 커지기도 했고.

뭐 결과적으로 대천사들이 전쟁에 패해 밀려나긴 했는데.

문제는.

그 전쟁의 중심에 있던 신의 성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마왕들도 대천사들을 밀어내고 난 뒤에 신의 성배를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사라져버린 신의 성배를 찾는 건.

그들에게도 무리였다.

그리고 막상 전쟁에 이기고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자 마왕군에서 웃긴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마 내분이 일어났었죠?”

“맞아. 마왕들이 서로 신의 성배를 뒤로 빼돌린 것 아니냐고 난리가 났었지.”

만약 대천사들이 신의 성배를 빼돌렸다면.

절대 그 전쟁에서 마왕군에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신의 성배의 힘을 이용해서 반격을 했을 테니까.

그래서 마왕들은 대천사들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반대로.

마왕군 내부에서 신의 성배를 빼돌렸다는 의심이 지배적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그 주체는 다른 마왕들 중에 하나일 것이고.

그다음의 일을 잘 아는 재중이 형이 역시 입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때 마왕군이 반으로 쪼개지지.”

“네. 덕분에 천사군과 인간들이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죠.”

이건 유저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일화였다.

조금만 성마대전 역사를 훑기만 하면 나오는 이야기라.

그러니까 신의 성배는.

성마대전의 역사에서도 아주 중요한 분기를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누가 빼돌렸을까요?”

분명히 누군가는 신의 성배를 빼돌렸으니까 사라졌을 터.

마왕과 대천사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두 눈 부릅뜨고 신의 성배를 뺏길 리도 없고.

아…….

아니지.

빼돌리는 것을 전혀 몰랐으니 이미 바보인 셈인가.

“글쎄. 성마대전 역사에 언급되지 않는 부분까지는 우리도 전혀 모르니까.”

재중이 형 말이 틀리지 않는 게.

이미 이곳에 넘어오고부터 확인되지 않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꽤 고생을 했었다.

이를테면 숨겨진 전 타란 제국 황제와 카샤스 황제 사이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라던가.

레오나 에센시아가 르아 카르테를 가지게 되는 배경 역시 마찬가지.

미리 알았다면 대처하기 좋았을 텐데.

이번 신의 성배도.

분명히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잠시 생각하던 재중이 형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내게 말했다.

“아마 신의 성배를 구경해 보려면. 일정이 꽤 빡빡할 거야. 이미 이쪽에선 수레를 밀어놨으니까.”

“그렇죠.”

이베스와 로엔을 통해 천사군을 움직이도록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거기다 에센시아 제국 쪽은 베인을 보내서 전쟁이 일어나도록 안배를 했다.

동시에 마왕군까지 움직이게 된다면.

그에 반응해서 천사군들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제국들과 대륙의 왕국들도 마찬가지일 테고.

이제 성마대전은 한 치의 미래도 알 수 없게 흘러가게 될 터.

이 와중에 우린 베르마 제국과 요하스 성국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일을 너무 한꺼번에 벌린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바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만큼 대륙을 흔들어놓지 않으면 우리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라.

당장 천사군과 요하스 성국이 손을 잡고 남하하기라도 하면.

그리고 에센시아 제국이 동시에 압박이라도 걸어오는 순간.

타란 제국은 멸망에 가까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뒤가 어떻게 되던.

일단 최악은 피해야지.

뭐 이 와중에 신의 성배도 빼돌릴 수 있다면.

최고의 결과가 아닐까.

“슬슬 베르마 제국으로 갈 준비를 하죠.”

성마대전에서 신의 성배가 나타나는 장소는.

바로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베르마 제국의 앞마당이니까.

***

타란 제국성을 나오자 한참 수많은 NPC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피해 복구를 하는 중이었다.

거의 초토화된 제국 수도를 되돌리면서 꽤 많은 자원과 시간이 필요할 터.

일단 임시방편으로 시간은 제법 벌게 되겠지만.

문제는 역시 자원이다.

그중 가장 큰 건 역시 돈이지.

돈이 있어야 인력을 굴리고 새 자재를 사서 복구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카샤스 황제가 그만한 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카샤스 황제가 빨리 유저들을 받아들여야겠네요.”

“아아. 그렇지. 우리가 복구 자본을 댈 게 아니라면야.”

그때 갑자기 머리 위로 시스템 메시지가 생성되었다.

《 타란 제국 카샤스 황제가 타란 제국의 폐쇄령을 해제합니다. 》

《 유저들이 거점으로 등록할 수 있는 나라 목록에 타란 제국이 추가 됩니다. 》

《 이 시간 이후 타란 제국을 거점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

《 타란 제국을 거점으로 등록할 경우 기존 등록된 나라와의 관계가 해제됩니다. 》

《 타란 제국을 거점으로 등록할 시. 타란 제국 내 제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 타란 제국의 직위를 습득할 수 있게 변경됩니다. 》

.

.

시스템 메시지를 보더니 재중이 형이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카샤스 녀석. 일 처리 빠른데?”

“그러게요. 좀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 외네요.”

분명히 처음에 카샤스 황제가 말하기로 대신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타란 제국 자체가 워낙 폐쇄적인 나라다 보니 그 관점을 바꾸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카샤스 황제의 추진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의논하고 나오기 얼마나 지났다고 바로 처리해버리는 걸 보면.

“귀족들을 협박이라도 했나 봐요.”

“아니지. 어차피 새로 오른 황제에게 반기를 들 만한 녀석들이 없을 테니까.”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대 황제의 세력은 전쟁으로 죄다 죽어버렸으니. 지금 남은 건 장로회 녀석들이 대부분일 거다. 그 녀석들이야 처음부터 카샤스 황제를 밀었으니까.”

“남은 귀족들도 딱히 나쁠 건 없겠죠. 지금의 카샤스 황제가 더 강력하잖아요.”

카샤스가 황제가 되길 바란 이유 중에 하나도.

가장 강력한 용혈이기 때문이다.

그런 카샤스가 황제 자리에 올랐으니.

딱히 반발도 없을 터.

“새로운 정권 초기인데다가 황제의 첫 사업에 태클 거는 건 죽여 달라는 소리니까.”

재중이 형 말대로 그가 황제가 된 뒤 가장 먼저 추진하는 모험가들을 받아들이는 일을 공식적으로 반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일사천리로 일이 해결되자 채팅창이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 뭐야? 갑자기?

- 타란 제국이 열렸다고?

-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타란 제국에서 시작했지.

- 설마 새로 시작하는 사람만 선택할 수 있는 거야?

- 아닌 듯. 기존 다른 왕국에 있던 사람도 변경 가능하다는데?

- 그럼 무조건 타란 제국이지.

- 별 볼일 없는 왕국에서 커봐야 나중에 답 없어.

- 맞아. 사냥터 레벨부터가 다른데.

- 그럼 이제 용도 살 수 있나?

- 아마 그런 듯?

- 용 경매장 정보 보면 거기 나오는 용들 넘사벽임.

아마 바깥의 커뮤니티 쪽도 이번 타란 제국의 개방으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

어차피 후에 남들보다 더 성장하려면.

결국은 제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개방한 타란 제국은.

유저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뭐 다른 왕국을 완전히 먹어치운 녀석들이야 아까워서라도 붙어 있겠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그런 녀석들이 아니다.

당장 타란 제국의 재정을 넉넉하게 채워줄.

다수의 유저들이지.

그리고 난 단순히 유저들을 받아들이는 정도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형, 화련을 좀 더 쪼아야겠어요.”

내 말에 잠시 생각하던 재중이 형이 재밋다는 듯 미소 지었다.

“베르탈륨 광산 풀로 돌리게?”

“역시 바로 아시네요.”

“여기서 화련을 말하면 떠올릴 수 있는 건 그거뿐이잖아. 베르탈륨으로 된 무구들. 경매할 생각이지?”

“네. 화련의 영지는 베르탈륨 정제가 가능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화련이야 꽤 먼 미래를 보고 거금을 투자해 준비한 셈이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그 미래가 앞으로 다가와 버렸다.

그리고 이건.

화련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 화련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화련. 바빠요?

그러자 잠시 기다렸다가 연락이 들어왔다.

<화련> 빨리도 연락한다.

음…….

왠지 모르게 화가 난 듯 하다.

<주호> 새 황제와 처리할 문제가 산적해서요. 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어요.

<화련> 흥. 이제 대공 나리다 이거지?

<주호> 하하…….

내가 타란 제국의 대공이 된 건.

같은 타란 제국의 귀족인 화련이 제일 먼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화련> 용케 거기서 살아남았네.

거기다 타란 제국 수도에서 있었던 전투도 다 지켜본 듯 했다.

<주호> 키메라 말이죠?

<화련> 응. 솔직히 다 죽어버리는 줄 알았어. 성마대전이 이래 망하나 싶던데? 타란 제국 멸망하고 나면 나중에 연합군이 후퇴할 곳이 없어지는 거잖아.

화련 역시 성마대전의 역사를 잘 알고 있으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주호> 어떻게 역사를 지켜내긴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가 더 문제지만요.

그리고는 화련에게 간략하게 지금 타란 제국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었다.

물론 뺄 건 빼고.

에센시아 제국에 전쟁을 일으킬 예정이라던가.

신의 성배를 두고 마왕군과 천사군이 붙게 한다던지 하는 것들은.

이야기가 먼저 세어나가면 곤란하니까.

화련 정도라면 얼마든지 이 스토리를 꼬아버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게 돈이 되었든 다른 능력이 되었든.

<화련> 그래서 타란 제국을 유저들에게 개방했다고?

<주호> 네. 급한 대로 불은 꺼야죠.

그러자 화련이 바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화련> 타란 제국은 앉아서 떼돈 벌겠네.

역시 화련.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

<화련> 유저들에게 세금 뜯어먹을 생각으로 받아들인 거 아냐?

<주호> 모르는 게 없네요.

<화련> 흐응? 네가 단순히 그것 때문에 나한테 급하게 연락할 리는 없을 테고…… 어차피 세금이야 타란 황제에게 가잖아.

그러더니 화련이 내 속뜻을 알아챘는지 바로 말을 이었다.

<화련> 당장 베르탈륨 광산을 굴려야 하는 구나?

<주호>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네요. 맞아요. 유저들을 더 확실히 끌어들일 무기가 필요해요.

<화련> 무슨 말인진 잘 알았어. 그런데 지금처럼 굴려서는 우리도 돈 안 되는 건 마찬가지야. 어차피 돌려봐야 남는 게 얼마 없거든. 지분도 낮고. 황제가 다 떼 갈 건데.

돈 안 되는 일은 하기 싫다는 뜻을 확실하게 피력했다.

뭐 화련이 말하는 돈이 안 되는 일도.

일반 유저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이 되겠지만.

화련이 여기서 만족할 리가 없다.

<주호> 그거라면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사실 카샤스 황제에게 베르탈륨 광산의 모든 지분을 받았어요. 거기 지분 100프로에요.

<화련> 정말?

화색하며 반기는 화련에게 한 가지 사실을 더 붙여줬다.

<주호> 그리고 타란 제국에 내는 세금. 앞으로 영구 면제입니다. 제가 대공으로 있는 한. 대공령에 할당되거든요.

<화련> 하. 미쳤네.

아마 화련에게는 지금 하늘에서 돈이 비처럼 막 쏟아져 내리는 환상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주호> 그러니 타란 제국 한 번 같이 살려보자고요. 타란 제국이 있어야 이 돈벌이도 할 수 있으니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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