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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54화 (1,354/1,404)

#1354화 재건 (13)

이제 타란 제국의 재건은 카샤스 황제에게만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나 역시 여기에 걸린 게 많으니까.

그러니 짜낼 수 있는 건 전부 짜내서.

어떻게든 타란 제국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내 의견에 잠시 고민을 하던 카샤스 황제가 이내 허락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모험가들을 타란 제국에 받아들이도록 하지.”

“예상보다 허락이 빠르네?”

“이쪽도 힘든 건 마찬가지니까. 당장 병력 개편을 처리하지 않으면 제국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야.”

어떻게 보면 카샤스 황제가 가장 처리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내가 대신 정리해준 셈이었다.

그런 카샤스 황제를 보면서 한 가지 의견을 더 내놓았다.

“그리고 이번에 들어오는 모험가들. 내 밑으로 넣어줘.”

“대공령 관할로?”

“아니. 꼭 대공령으로 넣지 않아도 상관없어. 다만 그들을 필요할 때 성마대전에 데리고 갈 수 있게만 해주면 돼.”

“파견 병력에 넣어달라는 소린가?”

“맞아. 어차피 기존 타란 제국의 기사단은 뺄 수 없잖아?”

“그렇긴 하지.”

다시 생각에 잠긴 카샤스 황제가 곧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것만 해주면 되나?”

“일단은.”

이해의 일치.

카샤스 황제는 공백이 될 병력을 모험가로 때울 수 있게 되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빈손으로 성마대전에 참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우리 팀과 최강 길드나 우리 쪽 연합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긴 한데.

그것만으로는 병력이 한참 부족하다.

성마대전에 죽으려고 가는 게 아니라면야…….

소수 병력으로 파견 가는 건 거의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너도 대규모 병력이 파견 나가야 그나마 체면 치례는 할 거 아냐.”

내 말에 카샤스 황제가 딱히 부정하거나 하지 않았다.

이게 틀린 말이 아니니까.

카샤스 황제가 직접 자신의 기사단을 끌고 나선다면 소수로 가든 말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그가 빠지는 이상.

이쪽도 쪽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만큼 부족한 병력을.

전부 유저들로 채울 생각이다.

“그런데 모험가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성마대전에 나가려고 할까? 중간에 이탈하는 녀석들이 많을 텐데?”

카샤스 황제가 걱정하는 건.

모험가들의 원 국가가 타란 제국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만큼 명령을 따를 확률도 줄어들 테고.

정말 심하면 진영을 이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카샤스 황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모험가들은 절대 그러지 못할 거야.”

오히려 타란 제국 소속으로 간다면.

유저들이 먼저 성마대전에 참가하겠다고 달려들 것이다.

“음. 모르겠군.”

“간단해. 그냥 넌 명령만 내리면. 알아서 해결 될 거야.”

카샤스 황제가 내리는 명령은 곧 퀘스트가 된다.

그리고 성마대전에 참가하는 미션은 거의 메인급 퀘스트가 될 테고.

이건 결코 유저들이 외면할 수 없는 미션이지.

하지 않는 순간.

바로 뒤쳐진다.

“네 덕분에 급한 불은 그럭저럭 해결되겠군.”

“그래.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지금 대공의 위치라고는 하나.

타란 제국의 내정에까지 일일이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아이샤 타란에게 거의 다 위임할 생각일 테니.

굳이 부딪혀봐야 득 될 일도 없고.

딱 지금처럼 필요한 부분만 얻어내면 된다.

“아, 그리고 한 녀석을 좀 찾아줘야겠어.”

뜬금없이 사람을 찾아달라고 하니 카샤스 황제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누굴 말하는 거지?”

“마엘리타.”

이전의 성마대전에서 대천사가 되는.

미래의 괴물이 될 재목이다.

솔직히 키메라가 등장하면서 키메라에게 먹혀버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때 분명히 들었다.

마엘리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른다고.

최상급 천사 쉬에르와 에멘스가 마엘리타를 처리하지 못하고 놓쳤다는 걸 보면.

분명히 어딘가에 있긴 할 거다.

그것도 타란 제국 내에.

제물의 결계가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중간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마왕 헤르게니아가 분명 눈치챘을 텐데.

그녀가 찾지 못한다면.

어딘가의 봉인이나 특수한 장치에 숨어있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고.

결국 일일이 인력을 써서 눈으로 수색하는 수밖에 없다.

타란 제국의 수도 전역을 수색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이는 눈앞에 카샤스 황제밖에 없으니까.

굳이 이 시점에 물어보자 카샤스 황제의 눈빛이 달라졌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겠지?”

“어. 너도 제물의 결계를 만든 녀석 낯짝은 보고 싶을 거 아냐.”

어떻게 보면 타란 제국을 반쯤 망하게 만든 장본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카샤스 황제가 찾아내서 당장 죽여 버려도 할 말이 없다.

그와 같이 행동했던 천사들인 쉬에르와 에멘스는 이미 사라지고 없으니까.

책임을 묻자면 마엘리타 뿐이지.

“그렇군. 그런데 내가 그 녀석을 찾아내서 죽여 버리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정말 죽일 거냐?”

내가 빤히 카샤스 황제를 쳐다보자 결국 그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이미 벌어진 일. 그 천사 하나 잡아 족친다고 해결되진 않아.”

그리고는 날 보면서 물었다.

“쓸 데가 있으니 굳이 찾으려는 것 아닌가?”

“어. 맞아. 그 녀석. 대천사가 될 재목을 지니고 있어.”

이건 사실대로 풀어놔야 한다.

혹여 카샤스 황제가 마엘리타를 찾아내서 분풀이 삼아 죽여 버릴 경우도 배제할 수가 없으니까.

그럴 확률이 낮긴 해도.

이런 건 확실히 해두는 게 좋다.

실수하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다.

그러자 카샤스 황제의 눈빛이 확연히 바뀌었다.

“대천사라고?”

“어. 우리 쪽에 대천사 급 아군이 하나 있는 건 나쁘지 않잖아?”

“흠. 좀 믿기 힘들지만…… 너라면 알아볼 수도 있겠군.”

카샤스 황제는 내가 키메라와의 싸움에서 그랜드 크로스를 쓰는 걸 몇 번이나 봤다.

대천사 전용 최종기를 마구잡이로 써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내가 하는 말이라면 꽤 신빙성이 있어 진다.

“그런데 그 미래의 대천사가 될 녀석이 우리 쪽에 설 것이라는 확신이 있나?”

“아. 그건 걱정하지 마. 걔. 천사들하고 별로 안 친해.”

사실 안 친한 정도가 아니라.

이를 바득 갈고 있을 확률이 높지.

무엇보다 이제 마엘리타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다.

원래 키메라의 제물이 되어 사라졌어야 하는 마엘리타가 아직 멀쩡히 살아 있으니까.

특히 타란 제국에서 키메라 실험을 했던 그 대천사에게는.

마엘리타는 반드시 죽어야 하는 존재였다.

자신의 치부를 전부 알고 있는 녀석이라.

만약 마엘리타가 천사군에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반드시 마엘리타를 죽이기 위해 그 대천사가 나설 것이다.

슬쩍 그런 이야기를 흘리자 카샤스 황제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거군.”

“뭐 그렇지. 그러니까 일단 찾아내기만 해.”

곧 카샤스 황제가 날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혹시…… 그 대천사가 될 녀석을 검으로 쓸 생각이냐?”

“천사군을 칠 무기 말이야?”

카샤스 황제 입장에서는 천사군.

특히 제물의 결계와 키메라를 풀어놓은 대천사는 원수나 다름없었다.

만약 천사군들 전체가 개입되어 있다면.

그들에게도 죄를 묻고도 남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천사군을 내분시킬 수 있는 무기 정도는 되겠지. 꼭 그게 아니더라도 직접 그 키메라를 만든 대천사를 칠 수도 있을 테고.”

마엘리타가 그럴 의지가 있다면.

대천사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밀어줄 생각이다.

“성마대전에서 가진 패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엄연히 따지자면 천사군은.

아군이라고 보긴 애매하다.

그렇다고 적이라고 하긴 또 이상하고.

그러니까 그들을 언제라도 흔들 수 있는 패 정도는 쥐고 있어야 한다.

대천사가 될 마엘리타.

최상급 천사 이베스와 로엔.

이 정도면 밑 작업으로는 나쁘지 않다.

거기다 마왕군 쪽은 베인 녀석을 심어놨고.

이러면 양쪽 모두 한 다리씩 걸친 상태지.

내 말에 카샤스 황제가 크게 웃어버렸다.

“어쩌면 네가 더 이 자리 어울릴지도 모르겠군.”

“줘도 안 해.”

사실 주면 무조건 한다.

제국을 통째로 먹을 수 있는데 마다할 녀석은 없지.

하지만 타란 제국은 용혈이 없으면 지배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쉽지만 대공까지만 먹으면 돼.

그리고 대륙에 먹을 수 있는 제국이 꼭 타란 제국만 있는 게 아니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 곳이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요하스 성국은 침략할 가능성이 있나?”

에센시아 제국은 일단 베인 녀석을 보내 해결책을 내놓았다.

마왕을 위시한 마왕군이 협곡을 넘어오면 그쪽은 일단 개판이 될 터.

우리 쪽에 눈 돌릴 여력이 아예 없어진다.

베르마 제국 역시 마찬가지.

이쪽에서 병력 지원을 가야 할 판국에 굳이 타란 제국까지 남하한다?

그건 또 그것대로 미친 짓이라.

만약 내가 베르마 제국의 황제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다.

마왕군에게 본진을 내어주고 타란 제국을 얻어봐야 남는 건 없다.

그보다는 요하스 성국이 걸렸다.

이쪽은 그 어떤 제한에도 걸리지 않으니까.

요하스 성국을 언급하자 카샤스 황제의 표정이 굳어졌다.

“음. 요하스 성국이라…….”

성마대전의 역사를 보긴 했지만.

그 국가만큼 앞뒤를 모를 국가가 없었다.

차라리 아예 폐쇄적인 타란 제국이 더 알기 좋다고 해야 하나.

“너도 알다시피 요하스 성국은 다른 제국들과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들의 뿌리는…….”

“천사들이지.”

내가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대답하자 만족스럽다는 듯 카샤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사군은 공식적으로는 대륙의 국가들을 침략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만약 그랬다면 그 어떤 국가들도 천사군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다.”

저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 타란 제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대천사라는 놈이 키메라 실험까지 해대는 판이라.

“뭐 공식적으로는 맞는 말이겠지. 남의 제국에서 설치는 것만 빼면.”

내 말에 카샤스 황제가 역시 이를 갈아 보였다.

그런 카샤스 황제에게 말을 이었다.

“그 녀석들.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우회해서 움직일 수 있어. 가령 예를 들면 자신들의 힘을 받은 제3 자를 이용해서 나라를 차지한 뒤에 지시만 하면 되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타란 제국의 내전을 돕겠다고 참가한 국가들 중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천사들의 힘을 빌린 상태였다.

왕국들에 그들의 입김이 상당히 들어간 것도 무시할 수 없고.

“요하스 성국이 직접 움직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타란 제국을 노릴 수 있어.”

어떻게 보면 왕국들의 대표로 왔던 최상급 천사 이베스와 로엔 역시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에센시아 제국만큼 견제해야 하는 곳은.

바로 요하스 성국이다.

우리가 아는 걸 카샤스 황제가 모를 리가 없다.

카샤스 황제도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을 터.

하지만 지금은 거기까지 대책을 세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알면서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랄까.

카샤스 황제가 짧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당장은 방법이 없군.”

그런 카샤스 황제에게 입가에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이건 내게 한 번 맡겨 볼래?”

“음? 괜찮은 방법이 있나?”

“뭐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천사군 녀석들이 다른데 신경을 못 쓰게 만들면 되니까.”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절대 물지 않고 버틸 수 없는 먹이를 던져줄 생각이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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