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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51화 (1,351/1,404)

#1351화 재건 (10)

에센시아 제국의 시선을 타란 제국에서 완전히 떨어뜨리려면 그만큼 다른 곳에 신경 쓰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아예 이 쪽 방향은 쳐다보지도 못하게끔.

당장 우리 주변에서 그만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건 지금에서는 마왕군 정도 밖에 없었다.

그런 마왕군을 적절하게 움직이려면 중간에 일을 잘해주는 녀석이 필요했고.

베인 녀석은 완벽에 가깝게 그 조건에 부합했다.

거기다 마왕이 될 수 있다는 적절한 먹이를 던져주면.

지금처럼 의도한 것 이상으로 열심히 일을 하는 결과까지 줄 수 있었고.

《 최상급 마족 베인 테스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최상급 마족 베인 테스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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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도 베인 녀석이 충분히 만족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이제 전 바쁘게 움직여야겠습니다. 에센시아 제국으로 돌아갔다가 바로 마왕군에 연락을 넣으려면 꽤 시간이 부족하겠군요.”

두 눈에 마왕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베인 녀석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그동안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마왕이 되는 길을 내가 제시해주었으니 당연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런 베인 녀석에게 한 가지를 더 올려놓았다.

아예 판을 다 깔아주고 챙겨 먹으라고 숟가락까지 올려주는데 이 정도만 얻어내고 끝내기에는 저울의 추가 너무 기운다.

“마왕군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해.”

“정보라면 어떤……?”

“네 위치에서 모을 수 있는 모든 정보라면 어떨까?”

“흠…….”

베인 테스가 비록 마왕군에서 밀려 에센시아 제국에 파견 나온 녀석이라고는 하나.

녀석이 가진 직위 특성상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차고 넘칠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핵심적인 정보까지는 알 수 없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1군단장인 마왕 데칸…… 에 대한 정보도 포함입니까?”

베인 녀석의 말에 순간 이채가 띠였다.

재중이 형 역시도 마찬가지.

<불멸> 저 녀석. 호칭이 바뀌었네.

<주호> 네. 전에는 분명 님을 붙였는데 지금은 안 그러네요.

본인이 의도하고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의도하고 했다면 이미 저 녀석의 마음속에 마왕 데칸은 더 이상 상급자가 아니다.

이건 우리가 먹인 먹이가 그만큼 잘 먹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건 위험하면 굳이 하지 않아도 돼. 괜히 군단장을 건드리다가 될 일도 말아먹을 수 있으니까.”

“음…… 알겠습니다. 최대한 조심해서 캐보겠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일단 시도는 해보겠다는 건가.

“무리는 하지 마. 쓸데없이 눈치라도 채면 곤란해.”

쓸모 있는 패가 중간에 갈려 나가는 건 아직은 이르다.

적어도 우리가 의도한 대로 상황이 흘러간 뒤라면 또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

얼핏 자신을 걱정하는 것 같이 비치는 모양새에 베인 녀석이 다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에센시아 제국 기사단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베인 녀석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재 에센시아 제국 기사단은 레오나 에센시아를 호위하는 명목으로 타란 제국에 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기사단을 전부 데려가기라도 하면 모양새가 굉장히 이상해지게 된다.

레오나 에센시아가 제국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지금 그녀를 돌려보내는 건 안 된다.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에센시아 제국 전체가 불구덩이가 될 테니까.

특히 수도는 더할 것이다.

그 와중에 레오나 에센시아가 제국을 지키겠다고 전면에 나서기라도 하면 더 골치가 아파진다.

그때 옆에서 재중이 형이 슬쩍 말을 꺼냈다.

“기사단 전체가 돌아가는 건 안 돼.”

“역시 그렇죠?”

“어, 그리고 레오나 에센시아가 타란 제국에 남아있어야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바로 못 움직인다.”

“딱히 황제가 그녀를 걱정하진 않을 텐데요?”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에센시아 제국 황제는 레오나 에센시아가 죽든 말든 크게 신경 쓸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황녀가 새 타란 제국 황제와 혼담이 오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순간 벙찐 표정으로 재중이 형을 쳐다보았다.

옆에 있던 베인 테스 역시도 마찬가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들었을 때.

반응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지금이 딱 그런 경우였다.

재중이 형의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없어 다시 물어보았다.

“설마, 지금 레오나 에센시아와 카샤스 황제를 결혼이라도 시키겠다는 건가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 하면서 능글맞게 웃어 보였다.

“둘이 서로 마음이 있지 않았나?”

“뭐…… 아예 아닌 건 아닌 것 같지만요. 그래도 갑자기 혼담이라니. 황족끼리의 일을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 건…….”

“그러니까. 임시방편이라는 거지.”

임시방편이라는 재중이 형의 말에 몸이 움찔했다.

그리고는 머릿속이 팽팽하게 돌아갔다.

그렇게 생각이 닿은 건…….

“시간을 벌자는 겁니까?”

“어. 저 베인 녀석이 아무리 빨리 마왕군에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해. 이미 타란 제국의 상황은 에센시아 제국에 흘러 들어갔을 텐데. 마왕군을 움직이려면 한세월이니까.”

확실히 재중이 형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베인 녀석이 바로 돌아가서 마왕군의 진격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마왕군에서도 바로 에센시아 제국으로 진격하지는 않을 테니까.

중간에 마왕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시간까지 고려해본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비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재중이 형은 그 시간을 벌자는 뜻이었다.

바로 카샤스 황제와 레오나 에센시아의 혼담을 미끼로.

“에센시아 제국에서 타란 제국을 공격하기에는 모양새가 이상해지겠네요.”

“어. 그리고 잘하면 타란 제국 자체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판국에 굳이 병력을 일으켜서 공격하려고 할까? 어차피 레오나 에센시아는 제국 황제에게는 버리는 패였어. 그런 황녀가 덥석 타란 제국의 새 황제를 꼬셔온다?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있을까?”

“확실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네요.”

아니.

이건 백 프로 먹힌다.

재중이 형 말대로 그냥 가만히 놔두면 얻을 수 있는 타란 제국을.

굳이 병력까지 써가면서.

그것도 제압하는데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 상태로 전쟁을 하는 것도 그렇다.

아무리 타란 제국이 힘이 빠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숨겨둔 저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에센시아 제국 황제 역시도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전쟁에 임해야 한다.

그런 리스크를 아예 제로로 만들어주는 패.

이건 절대로 나쁘지 않다.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베인 녀석을 슬쩍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 녀석은 그래…… 혼담을 위한 전령 정도면 좋겠네. 에센시아 제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명분으로는 꽤 괜찮겠지.”

“아. 그럼 전혀 의심하지 않겠네요. 레오나 에센시아를 남겨두고 가더라도.”

“그래. 어차피 혼담이 오가는 상대를 카샤스 황제가 호위를 대충 붙이지도 않을 테고.”

그 말을 하더니 재중이 형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을 이었다.

“만약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문제가 생겨도 어차피 에센시아 제국 황제는 두 손을 들면서 환영할 거다.”

“타란 제국을 칠 빌미가 되니까요?”

“그래. 그 녀석. 아주 신나서 타란 제국에 쳐들어올걸?”

에센시아 제국 황제의 성향을 고려해보면.

분명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레오나 에센시아는 황제에게 있으면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라.

아마 중간에 선물을 남겨주었다고 더 좋아할지도.

재중이 형과의 이야기를 마친 뒤 베인 녀석을 보면서 말했다.

“다 들었지?”

“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겠지?”

“알겠습니다. 황제와 황녀의 혼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알리겠습니다.”

“좋아.”

곧 베인 녀석이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의 휘하의 부하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 자리에 우리 팀들이 다가왔고.

방금 재중이 형과 했던 이야기를 해주자 모두의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먼저 챠밍이 놀란 듯 되물었다.

“혼담요?”

“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옆에서 전사 형은 못 말리겠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와, 어질어질하네.”

“하하…… 그러게요.”

이쁜소녀는 정말 궁금한지 물어보았다.

“진짜 하는 거예요?”

“아니. 위장이지. 우리도 재건할만한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때 막내별이 의외의 말을 했다.

“그런데 정말 두 사람이 한다고 하면요?”

“어…… 글쎄요?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요.”

솔직히 이번엔 좀 당황했다.

말을 꺼냈는데 진짜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에요.”

재중이 형을 쳐다보자 재중이 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하고 싶다면 해줘야지 뭘 어째?”

“음. 그렇게 쉽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만약 정말 카샤스 황제와 레오나 에센시아가 혼인이라도 하게 되면.

성마대전의 역사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아니지.

이미 너무 많이 바뀌어서 더 바뀐다고 해도 딱히 상관이 없으려나?

***

얼마 지나지 않아 부상을 회복한 레오나 에센시아와 라첼이 타란 제국성으로 되돌아왔다.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이네요.”

레오나 에센시아 같은 경우에는 크게 다쳐 보이는 곳이 없었다.

키메라를 상대로 저 정도만 다친 게 기적에 가까웠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녀가 들고 있는 르아 카르테의 검신 전체에 푸른 기운이 맴도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기운들이 레오나 에센시아의 주변을 돌면서 그나마 있던 상처들마저 죄다 회복시켜주고 있었다.

심지어 압도적인 존재감이 숨김없이 뻗어 나오는 걸 보면.

우리가 알던 그 어떤 존재와도 달랐다.

“아, 조금 생소하죠?”

“좀 그렇긴 하네요.”

“그러니까…… 지금 르아 카르테에 머물고 있는 건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에요.”

역시 정령왕이었나.

이만한 존재감을 내뿜는 건 아마 마왕이나 대천사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르아 카르테에 깃들어 안에 들어가 있으니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거지.

만약 본체로 나왔다면 위압감부터가 확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옆에 있는 라첼은 꽤 많이 다친 듯 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걸 보면.

“라첼은 괜찮은 건가요?”

“네. 엘라임이 목숨에 지장은 없다고 하네요.”

그렇게 레오나 에센시아의 르아 카르테에 깃든 물의 기운이 라첼의 주변도 맴돌면서 상처를 꾸준히 회복시켜주었다.

회복 속도가 어지간한 고위 회복 스킬 뺨치는 수준이라…….

오히려 그보다 훨씬 상회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떻게?”

“정령왕이 르아 카르테에 깃들었는지 물어보는 거죠?”

“뭐 그렇죠.”

잠시 나를 쳐다보던 레오나 에센시아가 비밀은 없다는 듯 바로 답해주었다.

“키메라를 상대할 때 갑자기 물의 정령왕이 말을 걸어주었어요. 그 뒤는 보는 그대로예요.”

음.

여기서 성마대전 최강 영웅의 사기성이 튀어나오는구나 싶었다.

가만히 놔둬도.

어차피 성장할 영웅은 성장한다는 걸까.

정령족의 혈통에.

르아 카르테의 조합.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야 뭐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커주니 고마운 편이었다.

사실 어떻게 키워야 하나 막막하던 차라.

곧 나를 빤히 쳐다보던 레오나 에센시아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주호 왕자의 르아 카르테에도 정령이 있었죠?”

“그렇죠.”

“엘라임이 궁금해해서요.”

금속의 정령왕.

유일무이한 존재라 꽤나 생소할 것이다.

“나중에 인사라도 시켜주죠 뭐.”

이쪽에서 반길지는 의문이지만.

딱히 다른 정령들을 좋아하는 모습은 아니라서 말이지.

“아. 그보다는 더 중요한 일이 있어요.”

“네?”

물의 정령왕이 깃든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내 말에 궁금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레오나 에센시아를 빤히 마주 보면서 말을 꺼냈다.

“카샤스 황제와 혼인 좀 하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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