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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38화 (1,338/1,404)

#1338화 키메라 (14)

확률적으로 봤을 때.

카샤스 대공이 우리 중에서는 테이밍 확률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 카샤스 대공에게 기회를 몰아주는 게 맞다.

상황이 넉넉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봤겠지만.

마왕 헤르게니아가 힘으로 키메라를 멀리 날려버리자 바로 카샤스 대공이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에게 달려갔다.

키메라 입장에서는 우리가 왜 이렇게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뭐 테이밍이라는 시스템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든 우리를 막으려고 노력했겠지만.

지금 눈치를 보니 키메라는 테이밍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아니면 이성적인 판단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고.

물론 테이밍 시스템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고대 마룡에게 접근하는 카샤스 대공을 곱게 두고 보진 않았다.

“카하악!!”

자신이 흡수해야 할 존재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고대 마룡에게는 위협이 될 테니까 바로 반응이 왔다.

키메라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고대 마룡에게 달려가는 카샤스 대공을 막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 앞을 마왕 헤르게니아가 막아섰다.

“직접 싸우는 건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마왕 헤르게니아의 두 손을 감싸고 있는 베르탈륨을 압축해서 만든 타리스만이 진하게 자주빛을 내뿜었다.

곧 그녀 주변으로 수많은 마법진이 생성되며 화려한 공격마법들이 키메라를 향해 폭사되었다.

그간 본 적이 없는 각종 원소 마법들이 연이어 마왕 헤르게니아의 손을 떠나 키메라에게 날아가자 키메라가 잔뜩 인상을 썼다.

그리고는 자신 역시 주변으로 검은 용암들을 생성해 날아오는 원소 마법들을 하나둘 쳐내기 시작했다.

중간에서 수많은 마법들과 검은 용암이 맞부딪히면서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콰아아앙!!

쿠아아앙!!

마치 어느 쪽이 더 원거리 공격에 능한지 경쟁이라도 하듯 마력을 뽑아올려 계속해 마법들을 쓰자 일대가 마법 폭발의 후폭풍으로 쓸려나갔다.

재중이 형이 마왕 헤르게니아를 쓸만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꽤 잘 싸우잖아?”

“쟤도 마왕이니까요.”

옆에서 맨날 가볍게 농담 따먹기만 해서 그렇지.

마왕이라는 존재는 마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들 중 하나였다.

그건 성마대전 전체를 통틀어서도 마찬가지다.

천계, 인간계에서 대적할 존재 자체가 거의 없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힘을 숨기지 않고 작정하고 나서자 그동안 마음껏 날뛰던 키메라 역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내 쪽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뚫고 넘어올 거다. 긴장 풀지 마.”

“네. 알고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계속해서 검은 용암을 쏟아내던 키메라가 마력 승부만으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순간 쏘아내던 검은 용암을 전부 걷어 들였다.

갑자기 상대 쪽에서 공격을 포기하자 마왕 헤르게니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당연히 키메라가 고대 마룡을 포기할 리는 없었다.

그렇다는 건 다른 방법을 시도할 거라는 건데.

케미라의 등 뒤로 용의 날개와 천사 날개가 동시에 펼쳐지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바로 초고속 기동을 써서 빠르게 신형을 움직였다.

“하. 지금 속도 경쟁으로 해보자는 거야?”

곧 마왕 헤르게니아 역시 몸에서 검게 피어오르는 마력을 뿜어냈다.

그러자 아주 이전에 봤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입고 있는 플레이트처럼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하나의 갑옷이 소환되어 완전히 신체를 감쌌다.

아마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에 있는 전투 형태 변형과 같은 거려나…….

마왕 헤르게니아의 뒤쪽으로 검은 날개가 뻗어 나오자 자주색의 빛무리가 눈부시게 뿜어 나왔고 곧 마왕 헤르게니아 역시 초가속을 시전했다.

그러더니 옆으로 빠져나가던 키메라를 똑같은 속도로 따라잡았다.

“카학?!”

설마 자신처럼 초고속 기동을 할 줄을 몰랐는지 다소 방심하고 있던 키메라가 급히 몸을 돌렸지만 이미 마왕 헤르게니아의 두 손에 있는 타르스만들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그대로 키메라의 면상을 후려쳤다.

콰아앙!!

“케에엑!”

곧 용의 형태를 한 키메라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지면서 저 멀리 튕겨져 나갔다.

역시 마왕은 마왕이려나.

분명 근접전에 약하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거지.

실제로 보니 그 전투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서로 초가속을 건 상태로 격돌하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키메라를 후려친 한쪽 주먹을 다른 손으로 꽉 쥐고는 아프다는 듯 투덜거렸다.

“에이씨. 아프네.”

음.

역시 저 모습을 보니 근접전은 안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

곧 저 멀리 튕겨 나간 키메라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면서 어깨를 손으로 툭툭 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구겨진 얼굴을 한 번 흔들자 곧 원상 복구되어 버렸고.

“괴물은 괴물이네. 회복력이 아주 좋아.”

그런 키메라를 마치 하나의 실험체를 보는 것마냥 욕심 있게 쳐다보는 마왕 헤르게니아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전과 달리 키메라가 쉽게 달려들진 못했다.

지금의 한 방으로 이쪽에도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걸 확실히 알았을 테니까.

키메라도 쉽게는 접근하진 못할 터.

그렇게 마왕 헤르게니아가 시간을 벌어주자 카샤스 대공이 고대 마룡에 다가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슬쩍 쳐다보자 카샤스 대공이 용신검을 바닥에 꽂아두고 고대 마룡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고대 마룡은 그런 카샤스 대공을 대놓고 공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럴 여력이 없거나.

혹은 카샤스 대공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을지도.

그리고 전에 내가 고대 마룡과 협력을 이끌어 낸 전력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고대 마룡 입장에서는 우리가 적이 아닌 우군 쪽에 가까울 테니.

굳이 카샤스 대공을 공격할 이유가 없을 터.

과정이야 어쨌든 저건 충분히 긍정적인 상황이었다.

여기서 시간을 조금만 더 벌어주면.

정말 카샤스 대공이 테이밍에 성공할지도 모르겠다.

재중이 형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잘되가네.”

“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겠죠.”

그 뒤의 선택은 모르겠지만.

보통 테이밍을 걸면 조건이 완벽하지 않을 때는 몬스터가 발광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닌 듯 했다.

무엇보다 당장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고대 마룡은 키메라에게 죽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 회복하지도 못할 정도로 피해를 입은 것도 크고.

거기다 제물의 결계로 인해 계속해서 키메라에게 체력을 빼앗기는 중이었다.

“고대 마룡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야.”

“역시 그렇겠죠.”

카샤스 대공을 보낸 것도.

그런 계산이 한몫하고 있었다.

고대 마룡이 가장 약한 이 타이밍.

이때가 아니라면.

절대 테이밍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키메라도 계속해서 카샤스 대공이 고대 마룡에 붙어 무언가를 하고 있자 인상을 구겼다.

앞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선은 계속 고대 마룡 쪽으로 가고 있으니.

“칫. 저 녀석.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그 순간.

갑자기 키메라의 신형이 확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바로 정면이 아닌 뒤쪽으로 돌면서 초고속 기동으로 날아갔다.

“블링크야!”

단순히 속도전으로는 마왕 헤르게니아를 뚫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키메라가 블링크를 써서 아예 한 번에 마왕 헤르게니아의 뒤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마왕 헤르게니아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로 빠지기 위한 판단이라면.

확실히 저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때 중간에 전사 형이 나타나 타이탄 라지 쉴드를 앞세워 빠르게 키메라를 몸으로 차징했다.

콰왕!!

마치 처음부터 그쯤에 키메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이라도 한 것마냥 완벽한 타이밍에.

그렇게 몸 전체를 대쉬해 차징하자 키메라가 다시 한 번 형편없이 튕겨나가며 바닥에 몸을 구르며 날아갔다.

“카학!”

“여긴 못 지나가! 새끼야!”

바로 달려와서는 재중이 형이 전사 형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이스. 차징!”

“이 정도는 기본이죠.”

나 역시 물어보았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그럴 것 같더라.”

이건 순수한 감이려나?

아니면 경험이 축척되어 본능적으로 움직인 모양이었다.

둘 다 대단한 거다.

순간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는데 혼자 눈치채서 움직였으니.

“가서 막아. 이쪽은 걱정 말고.”

“네. 고생해요.”

그리고는 곧장 날아간 키메라를 향해 달려나갔다.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면.

결국 붙어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방금과 같은 블링크를 쓰지 못할 테니까.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인지 같이 달려들었고.

마왕 헤르게니아는 짜증난다는 듯 역시 우리 옆으로 달리면서 말했다.

“이번엔 안 놓쳐.”

그대로 초가속을 쓰더니 키메라가 쓰러진 곳을 타리스만으로 내려치니 화들짝 놀란 키메라가 날개를 펼쳐서 뒤로 빠져나갔다.

쿠아앙!!

그걸 나와 재중이 형이 따라붙어서 좌우로 갈라지고는 검과 창을 휘둘러댔다.

그러자 키메라가 인상을 구기면서 두 팔로 내 르아 카르테와 고대 마룡의 창을 동시에 쳐냈다.

“카하악!!”

이미 몇 번 붙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 무기가 녀석에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재중이 형보다는 내 쪽의 대천사의 검을 더 신경 쓰는 듯 했다.

한 번 신체 반이 날아간 전력이 있으니까.

그렇게 정면은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리고 양 사이드는 나와 재중이 형이 지원해주자 키메라도 손발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었다.

단순 전력만 보면 전에 카샤스 대공이 있을 때보다도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여기에 추가로.

“이야압!!”

연신 뒤로 빠지는 키메라의 뒤쪽에서 갑자기 거대한 빛의 전력을 머금은 배틀 해머가 크게 휘둘러지면서 키메라의 등짝을 강하게 후려쳤다.

콰아앙!!

“키에엑!!”

그러자 은신 상태가 풀리면서 배틀 해머를 크게 스윙한 이쁜소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은신 망토를 써서 숨어 접근한 건가?

아마도 딱 이 한 번을 위해 그동안 계속 숨어서 기회를 노린 듯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잘 통하지 않던 빛의 배틀 해머가 온전히 힘을 발휘하면서 키메라의 몸을 강하게 터트려버렸다.

마치 심판이라도 하듯이.

“아! 상성!”

이건 원래라면 거의 통하지 않았겠지만.

키메라가 고대 마룡의 힘을 흡수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긴 듯 했다.

고대 마룡은 빛 속성과는 반대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이쁜소녀의 공격도 속성상 잘 먹힌다는 뜻이 된다.

덕분에 강력한 전력이 키메라의 몸을 타고 흐르자 키메라 역시도 경적이 걸리는 듯 바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앞으로 튕겨 나온 키메라의 얼굴을 마왕 헤르게니아가 다시 한 번 거칠게 후려쳤다.

콰앙!

콰아앙!!

뜻하지 않게 자세가 한 번 무너지니 키메라도 속수무책이었다.

카운터로 제대로 얻어맞은 키메라의 머리가 들썩거리면서 위로 튕겨 올라갔고.

그 사이 나와 재중이 형이 달려들어 키메라의 옆구리에 각자의 무기를 빠르게 박아 넣었다.

푸욱!!

푸하악!!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신호했다.

“갈겨!”

“네!”

【 그랜드 크로스! 】

역시 재중이 형도 같이 스킬을 시전했다.

【 드래곤 버스터! 】

그것도 아예 둘 다 무기를 상대의 몸에 박아 넣고 쓰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아아악!!

파아아앗!!

둘 다 일자형 방출 스킬이라.

방향만 잘 정하면.

아예 겹치게 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랜드 크로스와 드래곤 버스터가 동시에 키메라의 몸 안에서 폭발했다.

“키에에에엑!!”

쿠우웅!!

콰아아앙!!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고통에 찬 키메라의 외침이 두 스킬의 폭발음에 묻혀버렸다.

이대로 키메라가 죽어주면 베스트지만.

아쉽게도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울리지 않았으니까.

그걸 본 재중이 형도 혀를 찼다.

“이 새끼 진짜 질기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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