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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37화 (1,337/1,404)

#1337화 키메라 (13)

우리가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그건 바로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키메라에게 죽는 것이다.

여기서 단순히 고대 마룡이 힘을 흡수당하는 정도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지만.

아예 죽어버리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급하게 달려가서 키메라를 막으려고 했던 것도 고대 마룡이 절대 죽으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전에 그랬던가?

키메라에게 고대 마룡이 죽는 순간.

거의 마신급의 무언가가 될 거라고.

만약 거기까지 상황이 번지면 답이 안 없다.

안 그래도 열세인데 여기서 키메라가 더 강해지면 상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딱 하나뿐.

전멸.

그러니까 적어도 여기서는 고대 마룡이 죽으면 안 된다.

“테이밍을 하자고?”

“네.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솔직히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의 테이밍이 가능할지는 확실하게 단언하기 힘들었다.

이제껏 유저가 저만한 힘을 가진 존재를 테이밍했다는 전례도 없긴 하고.

무엇보다 우린 고대 마룡 테이밍에 맞는 조건 자체를 모른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여러 번 테이밍을 해볼 만한 여유 자체가 없었다.

“어렵겠죠?”

“그래도 해야지. 안 그러면 여기서 다 죽어.”

재중이 형도 지금 이 자리에서 고대 마룡을 어떻게든 살려내지 않는다면 전멸로 이어진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가 키메라 대신 고대 마룡을 죽여 버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건 돌아가는 방법일 뿐.

절대 정답은 아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고대 마룡이 죽는 순간 제물의 결계로 인해 키메라는 강해진다.

뭐 키메라에게 직접 죽는 것보다는 상황이 낫겠지만.

최악을 피해 가는 정도겠지.

“방법은?”

“어떻게든 해봐야죠.”

그 어떻게든에 걸어볼 만한 건

지금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 정도일까.

그리고 관련이 있는 무언가를 쥐고 있는 건…….

슬쩍 시선을 내려 한 가지 물건을 쳐다보았다.

“고대 마룡의 창. 그거, 가능할까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자신이 들고 있는 고대 마룡의 창을 내려다보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숨겨진 옵션들 말이냐?”

“네.”

아직 재중이 형의 고대 마룡의 창은 일부 옵션들이 봉인 상태였다.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옵션들.

그게 만약의 사태에 기대를 걸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다.

“글쎄. 복권 긁는 심정인데.”

재중이 형이 피식 웃더니 알겠다는 듯 고대 마룡의 창을 흔들어 보였다.

이건 말 그대로 복권이다.

끝에 뭐가 나올지 모르는 복권.

꽝이 나온다면 뭐 답이 없는 거고.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저쪽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재중이 형이 지금 바라보는 쪽은 바로 카샤스 대공이 있는 곳이었다.

“카샤스 대공…….”

평소보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긴 하지만.

확실히 카샤스 대공 역시 가능성이 있긴 했다.

아니.

성마대전의 역사만 따지고 보면 오히려 카샤스 대공 쪽이 훨씬 높은 확률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로 성마대전에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를 테이밍해서 등장하는 영웅이기도 했고.

“그렇긴 하네요.”

현재 용신검을 든 카샤스 대공은.

이전 성마대전 시대의 능력을 어느 정도까지는 따라잡았을 것이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가능성으로만 치면 이쪽이 조금 더 낫다.

“주인이 누가 되든 상관없는 거죠.”

“그래. 일단은 살아야지.”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용신검 아스카론도 그렇고.

정령신의 검 르아 카르테도 그랬다.

결국은 성마대전의 역사처럼.

원래의 주인을 찾아간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고대 마룡 역시도 카샤스 대공이 결국 주인이 될 확률이 높았다.

만약 키메라 같은 변수가 없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몇 번이라도 시도를 해봤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니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쪽에 배팅할 수밖에.

“해보죠.”

바로 카샤스 대공 쪽으로 달려갔다.

“음?”

키메라를 상대하는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내가 자신에게 달려오자 카샤스 대공이 의아한 듯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네 힘을 좀 빌려야겠어.”

카샤스 대공 옆에는 챠밍과 막내별이 이미 붙어서 회복 스킬들을 걸어주고 있는 중이었다.

자폭 스킬을 너무 가까이서 맞아 우리 중 가장 상태가 안 좋기도 했고.

솔직히 이 상태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다시 전의를 불태우면서 용신검을 들어 올렸다.

“용신화는 길어도 몇 분밖에 유지하지 못 한다. 그 안에 끝내야 해.”

역시 예상했던 대로 카샤스 대공의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아니. 넌 싸우지 마.”

“뭐?”

당장 앞에서 싸워야 할 것처럼 나서려다가 싸우지 말라는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당황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으니까.

최후의 결전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싸우지 말라니.

슬쩍 카샤스 대공이 들고 있는 용신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내가 들고 있을 때는 전혀 반응이 없었지만.

이전에 분명 카샤스 대공이 말했었다.

용신화에 대해서 용신검이 알려줬었다고.

“녀석에게 혹시 고대 마룡을 테이밍 할 수 있는지 물어봐.”

에고가 있는.

몇 안 되는 무구 중에 하나.

그리고 지금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얻을 방법은.

저 용신검 뿐이었다.

테이밍이라는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놀란 눈빛을 하다가 이내 정신을 집중하며 눈을 감았다.

저런 방식으로 연결되는 거려나.

시선을 돌려 키메라와 고대 마룡이 있는 쪽을 보자 아예 키메라가 고대 마룡에 빨대를 꽂고 고대 마룡의 힘을 흡수하는 중이었다.

혹여라도 우리가 방해를 하면 바로 죽여 버리겠다는 듯 시선을 우리에게 고정한 것도 잊지 않았고.

이성도 없는 놈이.

저런 건 또 확실하다니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을 방해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유일하니 당연한 거려나.

당장 고대 마룡도 남은 체력이 있으니 바로 죽진 않을 것이다.

그 체력이 모두 깎이기 전에 카샤스 대공이 방법을 찾아내길 바랄 수밖에.

잠시 기다리는 동안 전사 형이 내게 다가왔다.

우리가 키메라에게 달려들지 못하는 만큼.

키메라 역시 고대 마룡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전사 형이 내게 물어보았다.

“저대로 그냥 둘 거야?”

“아뇨. 어떻게든 방해해야죠.”

하지만 그건 카샤스 대공이 답을 찾은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어차피 남은 기회는 한 번뿐.

한 번 칼을 빼면 무조건 결론을 내야 한다.

“최대한 체력을 회복해요. 마지막일 거예요.”

“오케이.”

마왕 헤르게니아 역시도 살짝 인상을 구기면서 내게 다가왔다.

“저놈 점점 강해지는 중이야. 어쩔 거야?”

왜 가만히 놔두냐는 식으로 물어보자 슬쩍 시선을 돌려 카샤스 대공을 바라보았다.

“히든 카드를 써보려고.”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카샤스 대공을 빤히 쳐다보았다.

“흐응…… 영 기대가 안 되네.”

뭐 그녀의 판단으로는 이해가 안 되긴 할 것이다.

카샤스 대공이 키메라를 상대로 잘 싸우긴 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압도한 적은 없으니까.

거기다 지금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더 약해진 상태였다.

용신화를 제대로 유지할 상황도 안 되고.

그런 카샤스 대공을 보며 히든 카드라고 하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슬쩍 테이밍에 대해서 말해주자 놀랐는지 마왕 헤르게니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게 가능해?”

아마 이것도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될 테지.

“아무리 용신검이 신급 무구라고 해도. 상대는 고대 마룡이야. 마계에서도 재앙이라고 불린다고.”

솔직히 성마대전 시대에 카샤스 대공이 어떤 식으로 테이밍을 했는지는 우리도 전혀 모른다.

그냥 같은 조건을 최대한 맞춰놓고 기대를 하는 방법밖에는.

“그 고대 마룡이 지금은 거의 죽어가는 중이지.”

“차라리 죽으려고 할걸?”

“뭐 길고 짧은 건 해봐야 해.”

마왕 헤르게니아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방법이 없으니까. 나도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진 않아.”

그러더니 날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뭘 도와주면 돼?”

“이 녀석에게 시간을 벌어줘야지.”

“흐응. 그런 거라면야.”

곧 마왕 헤르게니아가 천사 상태를 확 풀어버렸다.

그러자 빛의 기운이 확 줄어들더니 바로 마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두 최상급 천사들이 보고 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내 시선을 아는지 마왕 헤르게니아가 미소 지었다.

“힘 아껴 가면서 상대할만한 녀석은 아니잖아?”

“뭐 그렇긴 하지.”

위장 상태에서 마왕 헤르게니아가 낼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가면을 완전히 벗어버렸고.

원래 마왕이 가진 힘을 고스란히 끌어 올렸다.

천사들은 깜짝 놀라 내 쪽을 쳐다봤다.

갑자기 마왕이 튀어나오니 저 녀석들도 놀랄 수밖에.

아무리 눈이 없다 해도 마왕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마왕?”

“이게 무슨…….”

이베스와 로엔이 당황한 듯 날 쳐다보자 한 마디로 일축해버렸다.

“여기서 죽기 싫으면 알아서 입 다물어.”

그러자 두 천사 녀석이 마왕과 키메라 쪽을 연신 번갈아 쳐다보면서 침을 삼켰다.

곧 둘 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따질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 했다.

뭐 여차하면 나중에 저 두 녀석은 죽여서라도 입을 막아야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용신검과 대화가 끝났는지 카샤스 대공이 눈을 떴다.

우리 모두의 시선이 카샤스 대공의 입으로 향했다.

지금 나오는 말이.

답이 될지.

아니면…….

“시도는 해볼 수 있다.”

“그래?”

“장담할 순 없지만.”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식으로 말했다.

“뭐가 그래?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모든 희망을 걸어야 하는 판에 카샤스 대공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다지 확신이 없었으니까.

카샤스 대공이 짧게 한숨을 쉬면서 답했다.

“고대 마룡에 접근할 시간이 필요하다. 키메라의 방해를 받지 않을.”

“시간만 벌어주면 되는 거야?”

마왕 헤르게니아의 물음에 카샤스 대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답 나왔네.”

곧 시선을 돌려 날 쳐다봤다.

“가자. 더 끌면 그 기회도 없을 거야.”

그녀의 말대로 지금 고대 마룡의 상태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바로 우리 팀을 끌어모았다.

“다들 시선을 좀 끌어주세요.”

어렴풋이 우리 대화를 들었는지 전사 형이 전의를 불태우면서 앞으로 나섰다.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챠밍과 막내별도 자리를 잡고 스킬들을 준비했다.

두 최상급 천사들도 마왕 헤르게니아를 흘깃거리다가 결국 검을 들고 섰고.

나와 재중이 형도 무기를 꺼내 앞으로 나섰다.

“가자.”

제일 앞에서 전사 형이 달려나가 키메라의 검은 용암들을 타이탄 라지 쉴드로 막아냈고.

그 뒤로 나르샤 누나의 화살 세례가 바로 뒤따라 키메라의 시선을 분산 시켰다.

연이어 좌측에서 달려나간 이쁜소녀가 뇌전이 걸린 배틀 해머로 거칠게 키메라를 내려찍자 키메라가 한 팔을 들어 올려 가볍게 공격을 막아냈다.

반대편에서는 재중이 형의 고대 마룡의 창을 질러 키메라의 팔을 가르고 지나갔지만 바로 복구되었다.

나 역시 르아 카르테와 대천사의 검을 휘둘러 키메라의 시선을 뺏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한 손을 뻗어 키메라의 날개를 확 잡아채더니 그대로 녀석을 저 멀리로 던져버렸다.

“카악?!”

설마 자신을 힘으로 멀리 날려버릴 줄은 몰랐는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이쪽도 뭐 일단은 마왕이니까.

그렇게 키메라가 떨어지자 바로 카샤스 대공을 보면서 외쳤다.

“빨리 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지은이 : 란델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181-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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