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5화 키메라 (11)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전에 말해주었듯이.
키메라라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생물을 잡기 위해서는 녀석의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핵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바로 재중이 형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형은 가슴을 쳐요. 전 머리 쪽을 노릴게요.”
“오케이.”
그리고 카샤스 대공 쪽을 보며 손가락으로 내 복부 쪽을 가리키다가 키메라 쪽을 주시했다.
바로 알아들었는지 카샤스 대공 역시 고개를 끄덕였고.
키메라의 핵이 있을 만한 가장 가능성 있는 부위는 머리, 혹은 가슴.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복부가 유력한 후보였다.
키메라 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노려지기 쉬운 팔이나 다리 같은 쪽에 중요한 핵을 둘리는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팔과 다리가 공격당해 그 핵이 몸에서 떨어진다면 키메라는 그냥 죽음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핵은 공격당하기 어려운 머리, 가슴, 복부 셋 중 하나일 게 뻔했다.
마침 우리 숫자 역시도 셋.
내가 머리를 노리고 재중이 형이 가슴.
카샤스 대공이 복부를 노린다면.
적어도 셋 중 한 명은 반드시 핵을 공격할 수 있을 터.
그럼 저 키메라를 잡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사 형이 키메라의 광선 공격을 확실히 막아낸 뒤.
잠시 틈이 생긴 틈을 타 재중이 형이 바로 키메라 녀석의 가슴을 고대 마룡의 창으로 관통시켰다.
그리고 카샤스 대공 역시도 용신검으로 키메라의 복부를 용신검의 검신을 가득 찔러 넣었고.
마지막으로 내가 달려들어 르아 카르테로 키메라 녀석의 머리를.
대천사의 검으로 키메라의 목을 찍어 내렸다.
처음엔 둘 다 머리를 노리려고 했는데.
녀석의 목 역시도 충분히 핵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목표를 바꾸었다.
이러면 다소 위력이 분산되긴 하겠지만.
지금의 목표는 키메라 녀석의 핵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라.
그렇게 동시에 셋이서 키메라의 핵이 있을 유력 후보 부위에 공격을 찔러 넣는 순간.
키메라가 온몸을 비틀면서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질러댔다.
“키아아아악!!”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자신의 몸에 공격을 허용한 일이 없었을 테니.
키메라도 극심한 고통을 버텨야 할 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공격으로 핵이 공격당했다면.
고통이고 뭐고 바로 녀석을 죽일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지 카샤스 대공이 혼신의 힘을 다해 황금빛 오러를 뿜어내며 용신검을 찔러 넣었다.
“됐나?”
그런데 재중이 형이 고대 마룡의 창을 키메라 녀석의 가슴 안으로 가득 밀어 넣으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더니 표정을 살짝 구겼다.
“…… 아냐.”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을까.
나 역시도 키메라의 머리와 목에 르아 카르테, 대천사의 검을 찔러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이 찝찝함은?
분명히 키메라 녀석의 핵이 있을 만한 부위에 모두 공격을 찔러 넣었는데?
이러면 적어도 셋 중 한 명 정도는 핵에 근접했어야 했다.
최소한 근처라도 찔렀다면 키메라가 벌써 무너졌어야 정상이고.
하지만 키메라의 신체가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죽음의 빛으로 변하거나 네임드의 사망시 나오는 시스템 메시지 역시도 나오지 않았고.
그렇다는 말은.
지금 우리의 판단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부터 잘못됐다는 뜻이었다.
그때 재중이 형이 먼저 이상을 느꼈는지 고대 마룡의 창을 키메라의 심장이 있는 가슴에서 거칠게 뽑아내면서 뒤로 튕기듯 빠져나갔다.
“전부 뒤로 빠져!”
그러자 나 역시도 르아 카르테와 대천사의 검을 뽑으면서 뒤로 발을 박찼다.
아마 설명할 시간도 부족하니까 바로 빠지라고 했겠지.
카샤스 대공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그 순간.
키메라 녀석의 경직이 풀렸는지 두 팔을 변형시키더니 카샤스 대공의 용신검을 빠르게 붙들었다.
자신의 손이 용신검의 날카로운 검날에 잘려나가듯 말 듯 아무 상관하지 않고.
어차피 키메라는 신체 재생을 할 수 있으니 저런 식으로 붙잡아도 아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카샤스 대공은 용신검이 붙들리자 바로 오러를 세차게 내뿜으면서 키메라에게서 용신검을 빼내기 위해 노력했다.
젠장.
재중이 형이 바로 빠지라고 했으면 빠져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키메라가 용신검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아 카샤스 대공이 전혀 후퇴하지 못하고 그대로 붙잡혀버렸다.
최악의 경우 용신검을 놓고 빠지면 되겠지만.
지금의 카샤스 대공이 용신검을 놓기는 힘들 테니.
바로 인상을 구기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르아 카르테와 대천사의 검을 집어넣고는 하나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고대 마룡의 창 카브레시아.
비록 복제된 녀석이지만.
곧장 고대 마룡의 창을 내질러서 카샤스 대공의 용신검을 붙들고 있는 키메라의 두 팔에 거칠게 찔러 넣었다.
푸욱!!
【 드래곤 버스터! 】
이 스킬의 위력 자체는 본품에 비해서 형편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급하게 쓸 한 방 정도는 돼.
화아아악!!
푸아악!!
그 순간 드래곤 버스터가 터지면서 키메라의 두 팔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동시에 복사된 고대 마룡의 창 역시도 내구도를 다하면서 그 자리에서 전부 바스라져 버렸고.
“뭐해? 튀어!”
나 역시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바로 몸을 날렸다.
키메라 녀석의 팔을 날려주었으니 카샤스 대공 역시 알아서 빠져나오겠지.
【 이중 가속! 】
【 엑셀레이션! 】
카샤스 대공을 빼낸다고 빠져나오는 게 너무 늦어서인지 바로 이중 가속과 엑셀레이션까지 걸자 겨우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지나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눈이 부신 빛이 터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이건 흡사…….
대천사의 검으로 쓰는 그랜드 크로스의 그런 빛과 거의 유사한 빛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키메라가 대천사의 검을 가지고 있었나?
아니다.
만약 키메라 녀석이 대천사의 검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진작부터 전투에 썼을 터.
그리고 마왕 헤르게니아의 말에 따르면 대천사의 검 자체가 가지기 힘들었다.
설마하니 키메라를 만든 대천사 녀석이 상징인 대천사의 검을 고작 자신이 만든 생명체에게 줄 리도 만무하고.
결과적으로 키메라가 대천사의 검을 가질 확률은 제로에 수렴한다.
그런데 지금의 이 빛은 뭐지?
혹시 몰라 르아 카르테와 대천사의 검을 다시 꺼냈다.
만약 이게 정말 그랜드 크로스와 비슷한 계열의 스킬이라면.
그냥 조금 멀어지는 방법으로는 절대 피하지 못한다.
그렇게 뒤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키메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천사 날개를 하늘 위로 활짝 펼쳐 올리고 그 사이로 뭔가의 빛을 잔뜩 뿜어내는 광경이.
그 순간.
저 멀리서 마왕 헤르게니아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내게 외쳤다.
“저 새끼 미쳤어!? 여기서 자기 희생 주문을……!!”
“뭐?!”
알아듣지 못해서 잠시 멈칫하는 순간.
다시 마왕 헤르게니아의 거친 외침이 들려왔다.
“천사 계열 자폭 스킬이라고! 당장 피해!!”
그렇게 외치는 마왕 헤르게니아 역시도 이미 챠밍과 막내별을 양손에 잡고는 이곳에서 최대한 거리를 벌리면서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 이쁜소녀도 미친 듯이 외곽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고.
최상급 천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변한 상태로 천사 날개를 펼치더니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천사 녀석들은 확실히 아는 거다.
저 자폭 스킬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러니 저렇게 화들짝 놀라 도망가지.
당장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걱정할 틈이 없었다.
워낙 저 키메라 녀석과 가까이 있었던 탓에.
거기다 카샤스 대공을 빼낸다고 시간을 중간에 너무 지체해 버렸다.
이미 저만큼 달려나간 재중이 형이 고함을 질렀다.
“빨리 나와!”
“가고 있어요!”
시선을 돌려 카샤스 대공을 보니 카샤스 대공 역시 용신화 상태로 용의 날개를 펼쳐 날개 사이로 황금빛을 세차게 뿜어내면서 가속을 걸어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아마도 엑셀레이션과 비슷한 계열의 초가속 같은데.
어떻게든 빠져나올 수 있으려나……?
그렇게 엑셀레이션으로 최대한 몸을 빼내는 순간.
【 새크리파이스! 】
뒤쪽에서 다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천지를 뒤집는 태양빛 마냥.
어마어마한 광량이 터지면서 등 뒤가 타오르는 것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만큼 거리를 벌렸는데도?
이 정도 열기라고?
만약 조금만 빠져나오는 게 늦었다면.
저 엄청난 빛의 향연 속에 파묻혀 바로 통구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지금의 저 자기 희생 주문의 위력은.
미쳐있었다.
쿠아아아!!
화아아악!!
심지어 점점 그 후폭발이 더 거세지면서 그 빛이 사방을 집어삼키며 퍼져 나왔고.
뒤늦게 나 역시도 그 범위 안에 들어가 버렸다.
온몸이 타버릴 것 같은 빛의 열기에 대천사의 날개가 찢어지듯 사그라졌고.
마왕의 풀 플레이트 역시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강렬한 빛의 폭발에 몸이 튕겨져 나가면서 거칠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렇게 한참을 튕겨 나가고도 힘이 해소되지 못해 바닥을 계속 쓸면서 정신없이 몸이 튀어 나갔다.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에 붉은 경고가 수도 없이 올라왔다.
【 신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어 체력이 급격히 하락합니다! 】
【 신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어 체력이 급격히 하락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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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천사의 가호가 심각한 피해에 저항합니다! 】
【 용사 전용 오러가 심각한 피해에 저항합니다! 】
【 올펠 풀 플레이트가 심각한 피해에 저항합니다! 】
.
.
얼마나 피해가 심한지 현재 내게 걸려 있는 모든 가호와 방어 스킬들이 동시에 깨어나듯 몸을 보호했다.
그러자 급격하게 깎여 내려가던 체력이 겨우 바닥 근처에서 멈춰 섰다.
지속적으로 물약이 계속 소모되고 있다는 걸 고려해본다면.
물약이 없었다면 지금쯤 바닥에 누웠을지도 모르겠다.
젠장.
무슨 희생 주문 스킬이…….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위력에 범위까지 놀라는 것도 잠시.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우면서 몸의 상태를 바라봤다.
갑옷이 반쯤 부서져 나가버린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에 대천사의 가호가 깨져서인지 빛의 날개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하……
이렇게 피해를 심하게 입어보기는 또 처음이네.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와 대천사의 가호를 쓰면서 이만큼 체력이 내려간 것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당최 이 정도의 피해량이라면.
어느 수준의 스킬이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솔직히 용신이 와서 후드려 팼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완전 미친 스킬이잖아……”
마왕 헤르게니아가 자기 희생 주문이라고 했었던가.
그렇다는 말은 아마도 키메라 녀석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 삼아 이 자기 희생 스킬을 썼다는 뜻일 텐데…….
바로 감각을 돌려 우리 팀이 무사한지부터 확인했다.
빛의 폭발 범위가 워낙 넓어서 시선으로는 찾기 힘들기도 했고.
그렇게 얼마나 찾았을까.
그나마 다행인가.
적어도 우리 팀 중에 죽은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대부분 폭발 범위를 벗어날 만큼 멀리 떨어진 덕분에.
이건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고마움을 표해야겠네.
만약 경고해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몰살당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왜 시스템 메시지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