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34화 (1,334/1,404)

#1334화 키메라 (10)

마왕 헤르게니아의 중력 마법.

리버스 그래비티.

전사 형의 마왕의 결계.

다크 배틀 필드.

두 스킬의 조합은 초고속 기동을 써서 날아다니던 키메라의 움직임 대부분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었다.

그 와중에 우리 역시도 그런 스킬의 영향을 받아 움직임이 느려지긴 했지만.

오히려 다 같이 느려지는 편이 우리에게는 훨씬 이득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키메라가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점이다.

겨우 고생해서 키메라 녀석을 두들겨 패도 결국 하늘로 날아가 버리면 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이야기가 달라졌다.

녀석이 날지 못하니까.

사방을 포위당하자 키메라가 천사 날개를 펼치면서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곧장 무거운 중력의 힘이 작용하면서 키메라의 몸을 내리눌러버렸다.

거기다 전사 형의 다크 배틀 필드 역시 키메라의 천사 날개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주었다.

빛의 속성과 완전히 역상성의 필드가 펼쳐져 있어 그런지 키메라의 날개가 끝없이 연기를 내며 불타올랐다.

“키아악!!”

어떻게 보면 마왕 헤르게니아와 전사 형의 스킬은.

지금의 키메라에게 있어 천적과도 같은 효과를 내었다.

키메라 녀석의 특성 자체를 봉인해버리는 것과 같으니까.

그것도 동시에 시너지를 내기까지 했고.

어쩔 수 없이 키메라가 후방으로 빠지려고 하자 다시 내가 달라붙어 녀석의 진로를 막아섰다.

이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절대 뚫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키메라가 두 팔을 오벨리스크 검으로 변형시켜 내게 휘둘렀지만.

나 역시도 르아 카르테와 대천사의 검으로 녀석의 검들을 그대로 받아쳤다.

키이익!!

카아앙!!

그리고 연속해서 휘두르는 키메라 녀석의 공격을 수차례 받아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공격속도 역시 현저히 느려졌어.

전엔 부담스러울 정도의 공격 속도라 눈으로 따라가는 게 버거울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뭐 나 역시도 공속이 느려진 건 맞지만.

다소 느리게 따라붙더라도 언제든지 키메라의 공격을 되받아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어차피 다 느려진 마당이라.

이미 더 빠른 속도에서도 익숙해져 이 정도 수준의 공방은 충분히 버틸 만 했다.

당연히 전사 형 역시도 그런 효과를 제대로 받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이득을 보는 중이다.

기존에 키메라의 초고속 기동에 대응을 하기 힘들었던 전사 형이 지금은 정면에서 굳건하게 버텨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정면의 밸런스가 잡히자 좌우로 재중이 형과 카샤스 대공이 공격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고대 마룡의 창과 용신검이 좌우에서 엇박자로 키메라에게 날아들자 키메라 역시 정신없이 그 공격들을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카아앙!!

콰드득!!

고대 마룡의 창 카브레시아.

용신검 아스카론.

둘 다 오벨리스크 검을 등급에서 누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들이었다.

이어진 몇 번의 공방에서 오벨리스크 검날이 계속해서 갈려나가는 것만 봐도 그건 확실했다.

충격으로 오벨리스크 검날이 나간 만큼 곧바로 복구되긴 했지만.

저것도 전부 모아두었던 마력으로 끌어내서 채워 넣는 셈이라.

특히 두 무기 모두 키메라와 속성에서 역상성이거나 혹은 동 속성을 가진 무기들이었다.

고대 마룡의 창 같은 경우는 마속성에 용속성.

용신검은 아마도 빛속성에 용속성일 테고.

그러다 보니 속성에서도 절대 밀릴 리가 없었다.

거기다 그 무기들을 가진 사람들인.

하나 같이 괴물들이라...

한쪽은 최강의 프로게이머에.

다른 한쪽은 성마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영웅 중에 한 명이었다.

창과 검을 다루는 전투 능력은.

이미 키메라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정밀했다.

지금까지야 초고속 기동과 빠른 공속으로 억지로 내리 누른 느낌이 강했다면.

속도가 서로 동등한 위치까지 내려오자 그 격차가 더욱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촤아악!!

화르륵!!

카가가각!!

어느 순간부터 재중이 형의 고대 마룡 창날이 키메라의 오벨리스크 검의 방어를 뚫고 팔과 어깨, 다리 할 것 없이 계속 유효타를 남겼다.

그 상처에서는 역상성으로 인해서 타오르듯 오벨리스크가 터져나가기도 했고.

그렇게 한꺼번에 워낙 많은 부위가 당해서인지 곧 키메라가 피칠갑으로 변해버렸다.

이에 질세라 카샤스 대공의 용신검 역시 키메라의 오벨리스크 검날을 쳐올리며 키메라의 허리를 크게 베어냈다.

재중이 형의 현란한 공격들에 시선을 너무 많이 뺏겨서인지 키메라가 카샤스 대공의 공격을 빠르게 반응하지 못 한 것도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콰가각!!

파아악!!

동시에 키메라의 허리 바깥의 용비늘이 깨져 비산하더니 용신검에 피부가 갈라지면서 바로 피분수가 일어났다.

재중이 형이 완벽하게 창끝의 거리를 재면서 키메라를 잘근잘근 썰어간다면.

카샤스 대공은 아예 힘과 역동작을 통해 우직하게 키메라의 방어를 깨버렸다.

솔직히 둘 중에 하나만 상대해도 대응하기 힘들 텐데.

지금은 한 팔씩 따로 막고 있는 중이라...

키메라의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한쪽을 포기하고 다른 쪽만 막았다가는 그대로 몸이 절단되어 버릴 테니 그럴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키메라가 정면의 전사 형에게 다시 달려들었지만.

“여기가 더 쉬워 보이냐?”

하지만 키메라의 그런 노력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카가가강!!

키기긱!!

키메라가 혼신의 힘을 다해 오벨리스크 검들로 연신 전사 형의 타이탄 라지 쉴드 위를 두들겼지만.

전사 형이 방패를 키메라의 공격 방향에 따라 적절하게 기울이며 그런 키메라의 공격들을 전부 막아내거나 흘러내었다.

너무 공격에만 치중하다 자세가 무너지자 아예 전사 형이 마왕의 검 발뭉을 하단으로 강하게 휘둘러 키메라의 다리를 쳐내기까지 했다.

카가강!!

그러자 순간 자세가 무너지면서 키메라가 한쪽 무릎을 꿇고 비틀거렸다.

지금까지 라지 쉴드로 막기만 해서 반격 당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건가...

사실 전사 형이 상대적으로 방어 능력이 출중한 건 맞지만.

단순히 방어만 해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건 절대 아니었다.

“나도 한 방은 있다고.”

그렇게 자세가 무너진 키메라에게는 바로 재중이 형의 창과 카샤스 대공의 검이 날아와 응징했다.

뒤를 너무 내어주었는지 키메라의 두 천사 날개가 동시에 둘의 공격에 갈려나가면서 절반쯤 끊겨버렸다.

카가각!!

촤아악!!

이번 공격은 녀석에게도 꽤 피해가 컸는지 키메라에게서 고통스런 비명이 터져 나왔다.

“키에에엑!!”

다시 둘의 공격이 떨어지자 키메라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바닥을 구르면서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해냈고 아무것도 없는 곳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 바닥도 구를 줄 아네.”

지금껏 고고하게 두 다리로만 다른 존재들을 내려다보던 키메라 녀석이 처음으로 바닥을 구른 셈이라.

이건 녀석 입장에서도 그만큼 급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주 잠깐이기는 해도.

키메라 녀석이 바닥을 구를 줄은 생각도 못했던 우리가 녀석을 놓치는 순간.

기회라는 듯 바로 발을 박차면서 한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정확하게는.

이 일대에 지금의 중력 마법을 걸고 있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서 있는 방향으로.

“카하악!!”

아마도 키메라 녀석은 리버스 그래비티를 쓰는 마왕 헤르게니아만 어떻게 할 수 있다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키메라 녀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우리가 괜히 그쪽을 비워놨을까.

“히아압!!”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 섬광 같이 대쉬한 한 인영이.

황금빛의 뇌전이 도는 거대한 해머를 휘둘러 빠져나가던 키메라의 머리를 그대로 후려쳐버렸다.

콰아앙!!

콰지직!!

마치 목이 부러지는 것 같은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튀어나가던 키메라가 실 끊어진 연처럼 다시 우리 쪽으로 튕겨 돌아왔다.

그리고 이쁜소녀가 온몸을 비틀어 날린 풀 스윙의 힘을 이기지 못해 팽이처럼 빙글거리면서 돌더니 곧 자세를 잡아 착지해냈다.

“어딜 감히!!”

그 광경을 본 전사 형이 환하게 웃더니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사장님! 나이스 샷!”

확실히 이쁜소녀의 이번 공격은 백 점짜리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달려들던 타이밍.

해머의 궤적.

걸린 파워.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공격이었으니까.

거기다 다른 사람들을 지켜내는 역할까지 확실하게 수행해냈다.

다시 튕겨 들어와 우리 쪽에서 뒹굴던 키메라가 악을 쓰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키아악!!”

저런 반응은 당연한 거려나.

뭐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순간 엎어져 있던 키메라의 두 팔이 다른 형태로 변형되는 모습이 보였다.

정확하게는 자신을 처박은 이쁜소녀를 향해서.

“저건...!”

그때 전사 형이 바로 키메라와 이쁜소녀 사이로 달려들어 타이탄 라지 쉴드와 발뭉을 교차로 세우면서 앞을 막아섰다.

“다들 숙여!”

그러자 키메라의 변형된 팔에서 일전에 타란 제국 황제를 공격했던 브레스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응축된 붉고 하얀 기운 두 발이 강렬한 스파크를 내며 마치 레이저가 쏘아지듯 뿜어져 나갔다.

쿠우우우!!

단 한 방에 타란 제국 황제를 무력화 시켰던 바로 그 광선 공격.

천사의 힘과 오벨리스크의 힘을 동시에 쓰듯.

두 속성을 모두 가진 광선 공격은 곧 전사 형의 타이탄 라지 쉴드를 덮쳤다.

그런데 그 순간.

전사 형이 그 키메라의 광선 공격을 흘리듯이 타이탄 라지 쉴드를 아주 비스듬히 세우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광선 공격이 전사 형의 타이탄 라지 쉴드 표면을 타고 흐르더니 중간에 꺾이기라도 하는 것 마냥 곧 위로 솟구쳐 올랐다.

으득!

비록 꺾였다지만 그 충격을 몸으로 받아내는 전사 형이 잔뜩 구겨진 얼굴로 악을 썼다.

“으아아!!”

그 와중에도 시선은 여전히 빛이 터지는 정면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온몸이 부들거리는 상황 속에서도 한참을 버텨내자 키메라가 쏜 광선 공격이 저 멀리 하늘로 완전히 튕겨져 나갔다.

“카악?!”

당연히 자신의 공격이 통할 것이라 여겼던 키메라가 이번만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타란 제국 황제 때만 봐도 방금의 섬광 공격은 저런 식으로 막힐만한 공격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우리 역시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키메라의 저 공격을 저런 식으로 막아낼 거라는 우리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쁜소녀도 벙벙한 표정으로 전사 형의 등을 쳐다봤고.

곧 전사 형이 입가에서 피를 주르륵 흘리면서도 키메라를 노려보면서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휴우! 새끼. 진짜 쎄네.”

이건.

괴물 같은 공격을.

진짜 괴물 같은 방어 기술로 막아낸 셈이었다.

아마도 전사 형이 아니면 저런 식으로 라지 쉴드를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려 키메라의 최종 기술과 같은 스킬을 단독으로 막아낸 셈이라.

정확하게는 흘려낸 거려나.

재중이 형이 그런 전사 형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친 놈. 진짜 잘 막네.”

그러더니 그대로 달려 나가 키메라의 가슴에 고대 마룡의 창을 구겨넣었다.

푸우욱!

카샤스 대공 역시도 마찬가지.

큰 기술을 쓰고 잠시나마 멈칫한 순간이 키메라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걸 놓칠 사람들이 아니고.

콰드득!!

용신검도 동시에 파고들었고.

나 역시도 르아 카르테와 대천사의 검을 녀석의 머리에 박아넣었다.

“이제 좀 죽어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