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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33화 (1,333/1,404)

#1333화 키메라 (9)

마왕 헤르게니아가 쓴 리버스 그래비티는 단순히 공중에 있는 적을 지상으로 추락시키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훨씬 강한, 무언가의 마력으로 억지로 상대를 잡아채 바닥에 내리꽂는다는 느낌이었다.

만약 단순히 비행 능력을 잃는 정도였다면 키메라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을 터.

하지만 마왕 헤르게니아가 준비한 이 마법은 이탈하는 일 자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건 고대 마룡도 마찬가지.

다만 고대 마룡은 그 와중에 전혀 다른 판단을 했다.

어차피 떨어질 거라면.

적 바로 위에 떨어진다라는.

자신의 육중한 거체를 적극 활용하는, 유저들을 상회할 정도로 똑똑한 판단이었다.

거기다 마왕 헤르게니아의 리버스 그래비티로 인해 추락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고대 마룡은 거대한 날개를 펼쳐 지상을 향해 추가로 가속을 붙였다.

안 그래도 떨어지는 속도가 가파른데 여기에 힘을 더 하려는지 지상을 향해 더욱 가속을 붙이는 판단은 우리가 경악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 마냥 대기를 가르며 키메라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고대 마룡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심지어 고대 마룡의 노림수는 여기서 끝나지도 않았다.

재빠르게 자신의 주변으로 마법진을 만들어내면서 키메라를 향해 검은 용암의 포화를 쏟아부었다.

동시에 그 위로 브레스까지 쏘아내었고.

콰아아아!!

쿠아아!!

퍼퍼펑!!

콰아아앙!!

이왕 할 거라면.

여기서 줄 수 있는 피해는 다 준다 이건가?

단순히 자신의 추락으로 인한 피해 정도로는 아쉽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짧은 시간에 준비한 스킬들이라 평소보다 다소 위력이 약해 보였지만.

키메라가 추락에 대비하지 못하게 하는 데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고대 마룡이 브레스와 검은 용암들을 자신의 머리 위로 내리붓자 방어형 오벨리스크를 급하게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면서 공격을 힘겹게 막아냈다.

“키아악!!”

방어형 오벨리스크로 머리 위를 방어한다는 건.

그만큼 추락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동일했다.

원래는 지상을 향해 방어형 오벨리스크를 써야 했던 키메라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아마도 고대 마룡은 여기까지 노린 듯 했다.

키메라가 추락에 대해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게.

결국 키메라 바로 위로 떨어져 내린 고대 마룡의 거대한 신체가 지상과 부딪히면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동시에 브레스와 검은 용암까지 복합적으로 터지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우리를 덮쳤다.

“크윽!!”

“까악!!”

쿠구궁!!

콰아아앙!!

다들 전사 형의 타이탄 라지 쉴드 뒤로 바싹 달라붙어서 어떻게든 그 후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카샤스 대공은 전사 형의 등을 같이 받치면서 이를 악물었고.

챠밍과 막내별은 방어가 가능한 마법을 주변에 펼쳐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막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뚝뚝 깎여나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면에서 전사 형이 대미지 경감 스킬을 써주는데도 이 정도라니.

만약 저 후폭풍을 직접 몸으로 맞았으면 꽤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얼마나 버텼을까.

전사 형이 모두에게 외쳤다.

“다들 괜찮아?”

정면을 보니 바닥에 박혀 버티 내면서, 우리에게 온 피해를 막아내 준 전사 형의 타이탄 라지 쉴드가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살았어요.”

모두 괜찮다는 듯 신호를 보내자 전사 형도 한시름 놓은 듯 말했다.

“휴. 이거 장난 아니네. 체력이 바닥날 뻔했어.”

엄살이 아닌 듯 챠밍과 막내별이 전사 형에게 계속 힐을 들이부었다.

떨어진 체력을 빨리 끌어 올려주자 전사 형이 엄지를 들어 올렸고.

마왕 헤르게니아 쪽을 쳐다보자, 여전히 리버스 그래비티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다른 행동이 불가능해 보였다.

“계속 쓸 수 있어?”

“아직은. 그래도 오래는 못 버틸 거야.”

무려 마왕의 마력으로도 오래 쓰지 못한다는 건가.

“저런 녀석들을 동시에 붙잡으려면. 마력 소모가 심해.”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 마룡과 키메라를 동시에 지상에 붙들어놓으려면.

확실히 이쪽도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지금 그녀가 붙들고 있는 건 저 둘만이 아니었다.

낑낑대면서 겨우 몸을 들어올린 이쁜소녀가 말했다.

“몸이 너무 무거워요.”

막내별도 마찬가지.

“바닥에 몸이 붙은 기분…….”

챠밍이 날 쳐다보면서 역시 말을 이었다.

“우린 못 움직일 것 같아요.”

“그래?”

이건 비단 그녀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르샤 누나 역시도 발이 무거운지 조금 움직여 보고는 살짝 인상을 썼다.

“이동속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는걸?”

애초에 제자리에서도 어떻게든 싸울 수 있는 마법 계열과 달리 민첩으로 먹고사는 이속 계열은 이 상황이 치명적일 수 있었다.

당연히 나나 재중이 형 역시도 발이 무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어깨 위에 무거운 쇳덩이 수백 개를 올려놓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자 모두가 마왕 헤르게니아 쪽을 돌아보았다.

리버스 그래비티.

정말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이었다.

그 억제력만 따지고 보면 마왕의 결계가 그냥 하위 호환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물론 중력에 집중된 스킬이라는 걸 고려해보면 마왕의 결계와 결이 많이 다르긴 했다.

마왕의 결계 자체가 암흑 속성이 주력이니까.

따지고 보면 아예 다른 스킬이긴 했다.

슬쩍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이대로 싸울 수 있을까요?”

내 물음에 잠시 몸을 움직여 보더니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상대도 느려지긴 마찬가지잖아.”

그 말에 나 역시 긍정을 표했다.

“서로 다 느려진 거라면…… 해볼 만하죠.”

확실히 이렇게 죄다 억제되는 조건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키메라가 초고속 기동으로 날아오르거나 우리 후방을 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우리 쪽에는 용신화가 된 카샤스 대공이 있기도 했고.

이젠 어디로 튀든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을 터.

정면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시선을 돌리자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레이터가 형성되어 있었다.

고대 마룡만한 덩치가 가속까지 붙여서 떨어졌으니 대지가 멀쩡할 리가 있나.

그리고 그 중앙, 비산하는 흙 폭풍 속에 고대 마룡의 거대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락으로 인한 피해가 고대 마룡도 적지 않을 터.

물론 키메라가 더 피해를 많이 보긴 했겠지만.

이쪽도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비록 전에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훌륭한 조력자였다.

나중이라면 몰라도.

아직은 녀석을 살려둘 필요가 있었다.

“고대 마룡부터 살리죠.”

고대 마룡을 살리자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두 최상급 천사 녀석들은 아닌 듯 싶지만.

이베스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이번 기회에 같이 죽여 버린다면…….”

로엔도 마찬가지.

“지금처럼 재앙을 죽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만.”

아마 천사들 입장에서는 고대 마룡은 최악의 적에 가까울 것이다.

극상성의 네임드 몬스터니까.

그것도 재앙이라고 불리는.

옆에서 막내별이 두 천사를 보고는 웅얼거렸다.

“낄끼빠빠.”

“네?”

“그런 게 있어요. 눈치 없기는.”

두 천사들이 의아해하자 한심하다는 듯 녀석들에게 말해주었다.

“낄 데 안 낄 데 구분하라고. 여기서 너네 먼저 죽여줘?”

“…… 음.”

“아닙니다.”

천사들의 입장이 이해 되지 않는 건 아니나.

지금 고대 마룡은 우리에게 최강의 조력자다.

“너네가 여기서 살아서 나가면. 고대 마룡 덕이니까 나중에 절이라도 하라고.”

그 말을 남기고는 그대로 크레이터 중앙으로 뛰어갔다.

아니.

이건 거의 걸어가는 수준이었다.

재중이 형과 카샤스 대공, 전사 형 역시도 내 뒤를 따라 걸었고.

전사 형의 이속이 너무 처지긴 했으나 당장 죄다 느려진 판이라 아예 못 따라올 정도는 아닌 듯 했다.

카샤스 대공이 바로 내게 물었다.

“키메라는?”

“고대 마룡의 신체. 저 아래에 깔려 있겠지.”

“흠. 당장 공격하기 어렵겠군.”

감각을 풀어서 살펴보자 확실히 키메라로 생각되는 녀석이 저 아래에 깔려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순간.

내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재중이 형의 시선 역시도 나를 따라 돌아갔고.

거기서 뭔가를 발견한 듯 혀를 찼다.

“하…… 이놈 봐라? 그 와중에 튀었어?”

“네. 또 신체를 떼어내고 튀었네요.”

“저게 무슨 도마뱀도 아니고.”

“그러게요.”

그나마 상황이 좋은 건.

그렇게 신체를 분리하고 도망간 키메라 녀석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거기다 일대에 마왕 헤르게니아의 리버스 그래비티가 펼쳐져 있어 키메라도 멀리 튀지는 못한 모양이었고.

“키아아앆!!”

키메라의 신체 중 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타거나 폭발에 녹아내린 데다가 다리 한 쪽과 팔 한 쪽은 이미 내어준 상태였다.

“고대 마룡의 노림수가 제대로 통한 모양이네.”

오벨리스크로 방어를 했다면 저렇게 당하진 않았을 텐데.

아마 시간이 좀 있다면 어떻게든 신체를 복구할 테지만.

뒤늦게 다가온 전사 형이 발뭉을 들어 스킬을 시전했다.

【 다크 배틀 필드! 】

그러자 리버스 그래비티에 이어 다크 배틀 필드까지 펼쳐졌고.

역상성인 마왕의 결계 스킬이 일대에 걸리자 키메라의 신체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카아악!”

짜증 가득한 얼굴이라.

그만큼 녀석에게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곧장 녀석이 두 천사 날개를 펼치고 앞으로 달려들자 전사 형이 타이탄 라지 쉴드를 들어서 녀석의 공격을 막아냈다.

카앙!

“흐흐. 이제 막을 만하잖아?”

스킬들이 키메라를 이중으로 내리누르는 덕에 전사 형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해진 듯 했다.

거기다 뒤쪽에서 수십 개의 파공음이 들리면서, 무언가가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휘이잉!!

퍼퍼퍽!!

푸아악!!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나르샤 누나의 보이지 않는 화살들이 갑자기 나타나 키메라의 신체 곳곳을 뚫고 들어갔다.

“카아악!!”

평소 같으면 키메라 녀석이 초고속 기동으로 몸을 내빼거나 혹은 오벨리스크를 써서 방어했을 텐데.

지금은 그 두 가지가 모두 되지 않았다.

초고속 기동은 리버스 그래비티와 다크 배틀 필드에 눌려서 쓰지 못하고.

녀석의 몸을 감싸고 있던 오벨리스크는 고대 마룡의 공격을 막다가 꽤 많은 부분을 손실한 모양이니까.

그리고 그 틈을 나르샤 누나는 아주 집요하게 노렸다.

방어가 가장 허술해 보이는 부위로만 계속 화살이 날아오자 키메라가 다시 괴성을 질렀다.

곧 재중이 형과 카샤스 대공이 고대 마룡의 창과 용신검을 각자 쥐어 들고 키메라의 양옆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사이드에서 포지션을 잡고는 둘 다 연신 키메라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순간 녀석이 뒤로 빠지려고 하자 나 역시 뒤로 돌아가서 녀석의 후방을 쳤다.

카아앙!!

키이익!!

사방을 모두 우리가 점하고 있는 상황.

“키아악!!”

도망갈 곳이 없어진 키메라를 보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어딜 도망가. 여기가 네 무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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