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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28화 (1,328/1,404)

#1328화 키메라 (4)

“키아아악!!”

카샤스 대공의 거대한 대검이 키메라의 몸을 관통하는 것도 모자라 대지에 뿌리까지 박혀 완전히 키메라 녀석을 묶어두었다.

아마 처음부터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최상급 천사들만으로는 절대 키메라를 묶어둘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그러한 판단은 최선의 결과를 가져왔다.

아주 잠시지만.

키메라가 한자리에 구속되어 전혀 움직이지 못했으니까.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우리가 아니다.

“모두! 쏟아부어요!”

그 순간.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던 광역 은신장이 녹아내리듯 사라지며 모두가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각자의 무기를 키메라에게 겨누고 풀 차징한 상태로.

제일 먼저 전사 형이 발뭉을 앞으로 내밀었다.

【 다크 배틀 필드! 】

그 순간 전사 형 주변으로 원형의 파장이 퍼져 나가 강렬한 검은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일대를 전부 어둠으로 잠식해 갔다.

발뭉에도 좋은 공격 스킬이 내장되어 있긴 한데.

전사 형은 일단 키메라를 묶어두는데 더 포인트를 준 듯 했다.

여기서 키메라가 도망이라도 가면 안 되니까.

곧 다크 배틀 필드에 묶인 키메라가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질렀다.

“카하악!!”

키메라 녀석의 몸 전체가 타오르는 것 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몸이 검은 기운에 구속되어 가는 모습까지도.

그 모습을 본 연이어 챠밍이 아이셔스 스태프를 위로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 데몬 글래시어! 】

현 최강의 광역 마법.

마왕 아이셔스의 어둠이 섞인 빙하 돌풍이 키메라의 주변을 압착하듯이 할퀴며 얼려 들어갔다.

지금 데몬 글래시어의 효과는 겨우 천사 날개를 펼치면서 어떻게든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던 키메라에게는 그야말로 천적과 같은 재앙이었다.

천사 날개가 그대로 얼어붙으면서 그 움직임을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어떤 스킬을 맞든 우습게 넘겨 버렸던 키메라가.

갑자기 온몸을 비틀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케에에엑!!”

키메라 녀석을 자세히 보니 데몬 글래시어의 빙하 폭풍이 닿는 모든 부위가 녹아내리듯이 뭉개지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심지어 뼈가 보일 정도로 신체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은 우리조차 예상할 수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광역 스킬을 날렸던 챠밍도 마찬가지였다.

“어……?”

막상 본인이 쏴놓고도 너무 효과가 좋아 보이자 더 당황한 모습이랄까.

그때 재중이 형이 잘 알겠다는 듯 말했다.

“완전 극상성이잖아. 데몬 글래시어는 마왕 서열 2위의 스킬이고. 지금 저놈은 몸의 절반에 천사가 섞인 놈이니까.”

“아…… 정말 그러네요.”

챠밍도 충분히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전에 내가 그랜드 크로스를 쓰면서 아쉬워했던 점과 일맥상통했다.

키메라는 천사 계열의 몬스터인데.

정작 그랜드 크로스는 빛 계열의 최상위 스킬이라.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지금 챠밍의 저 데몬 글래시어는.

저 스킬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효과를 듬뿍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

그 최대치보다 역상성으로 인한 추가 효과로 인해 몇 배는 위력이 뻥튀기 되어 키메라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사 형의 데몬 배틀 필드 역시 마찬가지.

역상성이다 보니 더욱 그 억제 효과가 좋았다.

그러자 재중이 형이 고대 마룡의 창 카브레시아를 들고는 기대가 된다는 듯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마 계열 스킬인데. 얼마나 버티나 한 번 볼까?”

전에는 키메라가 경직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재중이 형의 스킬을 먹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현재 키메라 녀석의 몸에 박혀 있는 카샤스 대공의 대검에서 퍼져 나오는 붉은 오러가 계속 스파크를 일으키며 키메라가 자신의 스킬을 쓰지 못하도록 계속 방해하는 중이었다.

만약 저 대검이 박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미 녀석이 전처럼 도망갔을지도 모르지.

여기에 전사 형의 스킬과 챠밍의 스킬이 동시에 누르고 얼려버리니 키메라 녀석이 더욱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럼 간다.”

【 드래곤 버스터! 】

고대 마룡의 창 최종기.

그건 다른 말로.

이 스킬이 마 속성 중에서도 극에 달한 스킬이라는 뜻이었다.

애초에 고대 마룡 자체가 마 속성이라.

무엇보다.

이 드래곤 버스터는.

챠밍의 광역 스킬처럼 광범위한 스킬이 아니라.

일자로 집중된 스킬이었다.

맞추기가 어려울 뿐이지.

일단 맞추기만 하면.

그 위력 면에서는 드래곤 버스터 쪽이 월등히 앞선다.

곧 재중이 형의 손을 떠난 용의 형상을 한 마력들이 거칠게 대지를 할퀴면서 정면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녹여버리며 쏘아졌다.

그리고 그 경로의 끝에 키메라 녀석이 있었다.

지금도 악을 쓰면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챠밍의 데몬 글래시어가 키메라 녀석의 사지와 천사 날개를 얼려버리면서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어놓았다.

드래곤 버스터가 작렬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이지.

그렇게 드래곤 버스터의 뭉쳐진 마력이 키메라를 덮치는 순간.

키메라의 몸이 폭탄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터져나가기를 반복했다.

콰과과광!!

퍼퍼펑!!

곧 키메라에게서 미친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크에에엑!!”

아무리 키메라가 오벨리스크의 마력과 용의 신체, 천사의 마력으로 방어를 두텁게 한다고 해도.

드래곤 버스트의 용 속성 자체가 용의 신체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상쇄해 버린다.

오벨리스크의 마력 역시도 용의 마력이기도 하고.

거기다 천사의 마력은 아예 역상성이라.

어떻게 보면 우리가 보유한 스킬들 중에.

키메라에게 가장 강력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건.

재중이 형의 저 스킬이 아닐까.

“휘유!!”

워낙 효과가 좋다 보니 옆에서 전사 형이 휘파람을 불며 신난다는 듯 만세를 불렀다.

이어 이쁜소녀이 쏘아낸 천 속성과 뇌 속성이 섞인 뇌전이 떨어져 내렸지만.

아쉽게도 이쪽은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나르샤 누나의 활 역시도 빛 계열의 스킬이다 보니 역시 마찬가지였고.

“아쉽다아!”

다들 크게 터트리는데 그러지 못하자 이쁜 소녀가 정말 아쉬운지 우는 소리를 했지만 우리는 괜찮다는 듯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이쁜 소녀에게 말했다.

“나중에 암흑 속성으로 좋은 거 구해줄게.”

그러자 이쁜 소녀가 표정을 풀면서 미소 지었다.

“헤헷.”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천사들이 우리 편일 거라는 생각은.

이미 한참 전에 날려버린 터라.

그러니까 앞으로 천사들을 상대하려면.

암흑 속성의 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꼭 저 키메라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천사들을 상대할 일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때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암흑 속성 무기는 계속 조달해놓아야 했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다.

우리 옆에는 그에 능통한 인물이 있으니.

마왕 헤르게니아.

적어도 그쪽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앞서 있었다.

뭐 꼭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성마대전 시대에 어떤 마왕과 마족들이 활동하는지는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다.

전력만 충분히 갖춰진다면.

충분히 원하는 물건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암흑 속성의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지금 눈앞에 있는 키메라 같은 녀석들 역시 잡을 수 있어야 했다.

카샤스 대공의 고유 스킬.

그리고 전사 형과 챠밍, 재중이 형의 암흑 속성 스킬을 고스란히 맞은 키메라는 이미 넝마가 된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저 녀석이 쉽게 죽어줄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스킬 몇 방 맞았다고 죽었을 것 같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을 테니까.

곧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하늘 한가운데가 일렁이면서 무언가가 스르륵하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브레시아……”

그리고 녀석의 주변으로 백여 개가 넘어가는 마법진이 붉게 달아오르며 한꺼번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저게 고대 마룡의 풀 차징인가…….

솔직히 고대 마룡이 작정하고 풀 차징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녀석이 떴다 하면 사방에서 용족들이 날아 가서 방해를 하는 탓에 저런 식으로 풀 차징하는 경우는 내가 기억하는 선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상대방의 공격을 전부 흡수해서 한 번에 날리는 그 브레스 정도가 있겠지만.

그 스킬은 상대방이 그만큼 공격을 해줘야 시전 가능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공격을 몰아줄 방법이 없으니까.

곧 저 스킬은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자체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스킬이라는 뜻이었다.

그것도 마지막 페이즈에 넘어가 있어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는 상태로.

하늘 위로 대기 전체가 울리는 것 같은 파장을 뿜어내면서 곧 고대 마룡의 가슴 가운데가 붉게 달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전사 형이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

“저거…… 드래곤 하트인가?”

“네.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외부에서 보일 정도로 저렇게 달아오르는 건 처음 보는데.”

“저도요.”

“얼마나 마력을 끌어모았으면 저런 변화가 있는 건지.”

전사 형 말대로.

저것 역시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다른 말로.

지금 고대 마룡은 자신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마력을 쓴다는 뜻이었다.

“휴. 여기서 반드시 끝내겠다는 건가?”

그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 마룡 입장에서도 지금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일 터다.

이미 자신의 체력이 너무 많이 떨어진 상황에.

키메라는 그 체력이 넘쳐나는 상태라.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지금.

확실히 끝낼 수 있을 때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여기까지 전해졌다.

곧 고대 마룡 주변에 돌던 마법진 전체에서 검은 용암들이 지상의 키메라를 향해 폭격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백여 발이 넘는 검은 용암이 쏟아지는 건 그 자체로도 장관이었다.

무엇보다 그 검은 용암이 평소에 보던 형태가 아니라.

그 주변으로 붉은 스파크가 잔뜩 일어나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

저 상태는 곧 위력이 훨씬 올라갔다고 봐야겠지.

그리고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고대 마룡의 거대한 신체까지 전부 달아오르면서 역시 스파크를 내더니 그 모든 스파크가 고대 마룡의 정면을 향해 몰려들더니 지상을 향해 폭사되었다.

“브레스……!”

콰아아아!!

쿠아아아아!!!

그 모든 공격들이 키메라가 있는 지상에 닿자마자 마치 핵폭발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그 폭발에 따른 섬광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다.

동시에 지진이 나며 땅 전체가 뒤집히듯 출렁거렸고.

이어 후폭풍과 뇌전, 폭발이 연이어 지상을 불태우고 들끓게 만들었다.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강렬한 빛을 동반한 브레스와 검은 용암들의 폭격은 이미 한계점을 넘은 위력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저 한 방에 키메라가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을 내는 스킬들의 향연에 우리 모두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전사 형이 감탄하면서 외쳤다.

“이거 잘하면 한 방에 잡는 거 아냐?”

상상 이상의 위력이라…….

확실히 저 광경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한데.

아쉽게도 내 감각은 아니었다.

곧 저 엄청난 폭발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면서 몸을 일으키는 게 느껴졌다.

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저 녀석. 아직 안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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