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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09화 (1,309/1,404)

#1309화 위장 (12)

타란 제국 황제는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의 전투 때문에 우리 쪽으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마치 우리를 언제라도 처리할 수 있다는 것 마냥.

지금 녀석에게 1순위는 고대 마룡을 어떻게 사냥하는가다.

어차피 여기서 우리를 죽여 봐야 타란 제국 황제에게는 그냥 모아둔 힘을 낭비하는 일이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전투는 피할 요량이었다.

그 증거로 최상급 천사들로 주변을 경계하면서 우리의 접근 자체를 차단했다.

만약 우리가 먼저 타란 제국 황제와 고대 마룡의 전투에 끼어들게 되면.

저 최상급 천사들이 앞을 막아설 터.

뭐 굳이 저들이 막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타란 제국 황제와 고대 마룡의 전투에 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들이 지금 뿜어내는 전력은.

일반적인 전투를 월등히 상회하고 있었으니까.

아마 최상급 천사라고 하더라도 저 사이에 끼어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릴 것이다.

전사 형이 타란 제국 황제와 고대 마룡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놀란 눈빛으로 감상을 말했다.

“황제가 괴물이 됐는데? 설마 저 고대 마룡과 비등하게 싸울 수 있을 줄이야.”

전사 형 말대로 타란 제국 황제는 고대 마룡과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파워 면에서는 타란 제국 황제가 앞서는 듯한 인상까지 주었다.

고대 마룡의 검은 용암은 피해를 주지 못 하는 반면.

타란 제국 황제의 공격들은 계속해서 피해를 누적시키는 중이었다.

당장 고대 마룡의 비늘들이 깨어져 나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왕국군들을 상대로 강력함을 자랑하던 저 비늘들이 저렇게 깎여나가더니.

타란 제국 황제가 연신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치 검은 기운이 채찍처럼 뻗어 나가듯 고대 마룡의 비늘을 후려쳤고.

그만큼 고대 마룡의 비늘이 깨져나갔다.

지금 타란 제국 황제의 저 공격들이 얼마나 강력하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타란 제국 수도에 있던 NPC들의 힘을 대부분 흡수한 데다가.

죽어나간 왕국군과 유저들.

그리고 카샤스 대공군과 타란 제국군의 전투에서 죽은 전력까지 모두 합친 것이.

지금의 타란 제국 황제의 힘이었다.

심지어 거기엔 고대 마룡의 힘까지도 포함하고 있었고.

재중이 형이 타란 제국 황제의 공격을 지켜보고는 말했다.

“저 공격. 오러 수준은 아득히 넘어섰네.”

“네. 보통의 오러로는 고대 마룡의 비늘을 저렇게 깨진 못하니까요.”

“그리고 리치도 엄청나게 길어. 오러 이상의 공격을 저만한 길이로 뿜어내려면 대체 얼마나 강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데?”

재중이 형의 평가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러를 저런 식으로 긴 거리로 운용하면 얼마 가지 못해 마력이 고갈될 것이다.

거기다 저만한 위력을 내려면 소모되는 마력이 넘사벽으로 올라갈 테고.

어지간한 마력으로는 시도 조차 못하는 공격을.

지금 타란 제국 황제는 팔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쉽게 보여 주고 있었다.

마치 마력이 전혀 모자라지 않는다는 듯 아주 편안하게.

전투를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이어서 말했다.

“워낙 리치가 길다 보니 상대적으로 키로아가 느린 점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어.”

“네. 그래 보여요.”

타란 제국 황제가 강해진 건 확실하지만.

그가 타고 있는 용.

키로아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만큼 고대 마룡에 비해 기동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고.

하지만 그런 단점을.

타란 제국 황제의 저 공격으로 모두 커버하는 중이었다.

기동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신이 공격을 더 뻗어내 어떻게든 맞춰버리는 되는 일이라.

고대 마룡도 지금은 꽤 당황스럽지 않을까.

자신의 모든 공격이 타란 제국 황제의 반격에 막히는데.

황제의 공격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으니까.

카아아악!!

타란 제국 황제에게 연신 두들겨 맞자 결국 고대 마룡이 분노에 찬 괴성을 질러댔다.

“흐음. 고대 마룡이 슬슬 자존심이 상하는가 본데?”

지금은 고대 마룡이 항상 두들겨 패다가 반대로 두들겨 맞는 딱 그런 그림이었다.

언제라도 쉽게 제압 가능한 녀석이 자신을 두들겨 패고 있으니 얼마나 열 받을까 싶기도 하고.

심지어 지금은 페이즈가 넘어간 상태의 고대 마룡인데도 불구하고.

타란 제국 황제에게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전투에 지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란 눈빛으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카샤스 대공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최강의 용혈로 불리는 그조차도.

지금은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나중에 성마대전을 거쳐 가장 강한 상태가 되어 있다면 또 모를까.

지금은 타란 제국 황제가 카샤스 대공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할 것이다.

“강하군.”

“그래. 지금의 황제는 강해.”

마왕 헤르게니아의 말에 따르면.

거의 마왕의 끝자락에 있는 녀석과 맞먹을 수도 있다고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앞으로 일어날 성마대전을 통틀어 가장 강할 수도 있는 상대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는 셈이었다.

재중이 형도 그것을 잘 아는지 내게 말했다.

“저건 시작부터 끝판왕이려나?”

“그런 셈이죠.”

아크 드래곤의 침공 때도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만한 녀석들이 서로 맞붙고 있는 중이라.

뭐 고대 마룡이 다소 약해졌다는 점이 다르긴 해도.

그럼에도 괴물들이 싸우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자 두 괴물들의 전투는 타란 제국 황제의 승리로 점쳐지는 분위기였다.

고대 마룡에게 다른 수가 있지 않다면.

그때 최상급 천사들 중 마엘리타라는 녀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우리는 올려다보는 중이고.

반대로 최상급 천사들은 아래로 내려다봤기 때문에 시선이 마주친 셈이었다.

그러자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에 품에서 대천사의 검을 살짝 꺼내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엘리타 녀석의 눈빛이 확연하게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최상급 천사들도 알아본 것을 저 녀석이 모를 리는 없다고 생각해서 꺼내봤는데.

역시나 확실히 알아봤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하는 순간.

마엘리타가 당황한 듯 내 쪽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해야 하나?

저 녀석은 아마 지금 이 시점에.

대천사가 이 장소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을 테니까.

확실히 성마대전의 역사만 보면.

이즈음에는 마왕이나 대천사가 개입하는 시점이 아니었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

본격적으로 양쪽 군대가 맞붙으면 그때야 한둘씩 설렁설렁 튀어나온다.

등장 시기가 안 맞아도 한참 안 맞지.

그 순간.

녀석이 시선을 돌려 내 옆에 있는 다른 최상급 천사인 이베스와 로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마 같은 최상급 천사라 바로 확인이 가능한 듯 했고.

그러자 더욱 확신이 선 듯 했다.

만약 나 혼자서 있다가 대천사의 검을 보여 주었다면.

어쩌면 가짜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잘못 봤다고 착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하지만.

지금 내 옆에 대기 중인 두 최상급 천사들의 존재가.

그런 착각을 할 수 없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내 옆에 최상급 천사 둘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내가 대천사일 확률이 높다는 거니까.

재중이 형도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

“저 녀석. 아주 눈에 지진이 났네.”

“그러게요.”

어쩌면 지금 날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고.

물론 최상급 천사인 그가 대천사를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베스의 말에 따르면.

마엘리타가 대천사 바로 아래의 무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그게 대천사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었다.

등급이라는 게 괜히 나눠져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의 마엘리타는.

강력한 우군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타란 제국 황제라는.

자신이 만든 제물의 결계로 키워낸 괴물을 말이지.

과연 마엘리타가 어떤 선택을 할 건지 궁금하긴 하네.

만약 날 자신을 잡으러 온 대천사라고 판단했다면.

타란 제국 황제에게 말해서 나를 상대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아예 이곳을 이탈할 수도 있으려나?

자신이 벌인 일을 알고 있는 대천사가 단독으로 이곳에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당장 내 옆에만 최상급 천사가 둘이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천사들을 이끌고 왔을지는 녀석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마엘리타가 주변의 다른 최상급 천사들과 눈빛을 교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다른 두 최상급 천사인 쉬에르와 에멘스의 시선이 내 쪽에 와서 꽂혀 들었다.

당황한 눈빛이 가득한 표정으로.

녀석들도 마찬가지로 설마 이곳에 대천사가 와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을 테니.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베스와 로엔이 내 옆으로 붙으면서 물었다.

“녀석들을 칩니까?”

당장 내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두 최상급 천사들이 휘하의 천사들이 이끌고 저 녀석들을 칠 것이다.

타란 제국 황제와 고대 마룡의 전투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일단은 이 녀석들에게는 대천사의 명령이 최우선이니까.

“아니. 일단 기다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이 녀석들도 최대한 조심하는 듯 했다.

그때 마엘리타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동시에 내 귓가에 녀석의 말이 들려왔다.

- 대천사님이십니까?

그러자 내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어차피 내 쪽에서는 천사들이 사용하는 전언을 이용할 방법은 없었다.

따로 스킬이 있지 않는 이상에야.

그래서 단순히 고개만 끄덕였지만.

대천사라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오히려 그 때문에 녀석은 더욱 굳게 믿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표정을 굳힌 마엘리타 녀석이 할 수 없다는 듯 자리를 이탈해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게 전언을 전해 왔다.

- 따로 뵙고 싶습니다.

일단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건가.

아마도 이건 내가 데려온 천사군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험을 걸고 싶진 않은 듯 했다.

그렇다고 잡혀가고 싶은 생각도 없는 듯 했고.

“녀석이 따라오라는데?”

그러자 보고 있던 이베스와 로엔이 내 옆으로 붙었다.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따로 보자는데 우르르 끌고 가면 도망치지 않을까?”

일단 대화할 여지가 있는데.

이 두 녀석을 끌고 가면 분명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어쩌면 바로 튈 수도 있고.

“음. 그럼 저희는 가까이서 대기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 옆에 다가왔다.

“난 보좌관이라며?”

그 말에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하면 마왕 헤르게니아는 도움이 된다.

최상급 천사가 날뛰어 봐야 마왕보다는 아래라.

“그래. 가자.”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문제 생기면…….”

“우리도 근처에서 대기할 거니까 가봐.”

“네. 그럼 가볼게요.”

그대로 마왕 헤르게니아를 데리고 마엘리타가 멀리 내려선 장소에 다가가자 녀석의 시선이 내 옆으로 꽂혔다.

“이쪽은 내 보좌관이다.”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특유의 천사의 기운을 내뿜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 역시 최상급 천사 수준이니까.

마엘리타 녀석도 이 정도는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한 표정으로 잠시 나를 쳐다보던 녀석이 결국 입을 열었다.

“혹시 저를 잡기 위해 오신 겁니까?”

제물의 결계를 이만큼 써댄 상황이라.

당연히 자신을 잡기 위해 왔다고 판단한 듯 했다.

그런 녀석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을 꺼냈다.

“맞아. 널 잡으러 온 게.”

그 순간 마엘리타의 전신에서 강력한 빛과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말을 듣는 순간.

녀석의 두 눈이 당황한 듯 크게 흔들렸다.

“정확하게는 널 스카웃하러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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