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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306화 (1,306/1,404)

#1306화 위장 (9)

미래의 대천사가 될 예정인.

당장 제물의 결계를 쓸 정도로 야심가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다음에 만나게 되면 적으로 칼을 겨눠야 할 수도 있었다

일단 지금은 마엘리타가 타란 제국 황제를 도와주고 있으니.

카샤스 대공 진영에 있는 나와는 적대관계라고 봐야겠지.

하지만 이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관계가 달라진다.

대천사와 최상급 천사.

일종의 상하관계라고 해야 하나?

물론 녀석이 날 대천사로 인정할지는 확실치 않았다.

따로 앉혀놓고 설득할 시간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으니까.

그래서 다른 천사 녀석들을 써먹어 보기로 했다.

마엘리타에게 만나자고 전하라는 말에 천사 녀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장 적으로 죽여야 할 상대인 마엘리타와의 자리를 만들라고 했으니.

곧 정신을 차린 천사 녀석이 다시 내 진의를 물어보았다.

“혹시 마엘리타를 포섭하실 생각이십니까?”

“뭐 그건 내가 알아서 하고. 넌 그냥 연락만 하면 돼.”

“만약 마엘리타가 거부한다면 어떻게 합니까?”

“흐음…….”

녀석이 감찰원의 대천사라는 신분이 어떤 것인지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도 대천사와의 만남을 거부한다라…….

그건 마엘리타 녀석도 이젠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일 테니.

이쪽에서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거절한다면 기회를 준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했음에도 거절한다면 어떻게 합니까?”

“그땐 다른 방법을 써야겠지. 죽여도 좋고.”

감찰원의 대천사가 기회를 준다는데도 걷어 찬다라.

그렇게 싫다는 녀석 억지로 끌고 와봐야 어차피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이때는 깔끔하게 죽여 버리는 편이 낫겠지.

녀석이 후에 대천사가 될 재목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우리와 다른 노선을 타는 녀석이라면.

그냥 처음부터 싹을 잘라버리는 편이 나았다.

괜히 나중에 대천사가 되어 일을 방해하는 것보다는.

내 명령이 떨어지자 곧 천사가 타란 제국성을 향해 달려나갔다.

옆에서 재중이 형이 그 천사의 뒷모습을 보다가 내게 물었다.

“마엘리타를 써먹어 보려고?”

“네.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잖아요.”

“하긴. 앞으로 대천사가 될지도 모르는 녀석인데. 지금 잡아두면 꽤 쓸 만해지겠지.”

당연히 그러려면 타란 제국 황제와는 떨어뜨려 놔야 한다.

과연 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도를 안 해보는 것보다는 낫다.

다시 재중이 형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녀석은 아주 신났네.”

“그러게요.”

현재 하늘로 날아오른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물 만나 고기처럼 신나게 날아다니며 지상을 향해 폭격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지상에 있던 왕국군들의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이었고.

그만큼 붉은 기운이 되어 타란 제국성을 향해 일제히 옮겨갔다.

“황제가 아주 좋아하겠네.”

확실히 지금 고대 마룡의 힘이 약해졌을 뿐 아니라.

왕국군들이 죽어서 힘을 보태주는 중이라.

타란 제국 황제 입장에서는 두 손을 들고 반길 일이었다.

거기다 곧 타란 제국군과 카샤스 대공군이 정면으로 충돌할 예정이라.

앞으로 발생 될 사망자들의 힘까지 합치면 꽤 볼만해질 것이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흐음. 그건 나도 모르지.”

“그냥 기다리는 것밖에는 수가 없겠네요.”

타란 제국 황제가 고대 마룡을 상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분명 바깥으로 나올 것이다.

날아다니는 고대 마룡과 왕국군의 전투를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둘이 싸우게 하려고 정말 별 짓을 다하네.”

재중이 형도 그렇게 말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손도 대지 않고 코 푸는 셈이라.

저번에 아크 드래곤을 잡을 때 그 고생을 했던 걸 감안하면.

이번에는 정말 남의 힘만을 빌려서 일을 진행하니 훨씬 수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국군들 중 병사들은 절반이 넘게 죽어 나갔고.

하늘로 날아올랐던 유저들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서서히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이쁜소녀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내게 말했다.

“오빠. 쟤들 다 도망가요.”

“정말 그러네.”

유저들 입장에서는 죽더라도 고대 마룡을 잡을 수만 있으면 무조건 남는 장사라 끝까지 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페이즈가 넘어간 고대 마룡의 움직임은 녀석들이 어떻게 하든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일단 붙기라도 해야 싸워볼 텐데.

압도적인 기동력으로 공중을 제압한데다가 원거리에서는 검은 용암을 끊임없이 날려댔다.

겨우 달라붙는 녀석들은 붉게 달아오른 비늘들에 닿아 바로 불타올랐다.

적어도 지금의 고대 마룡을 상대하려면.

그에 맞는 기동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솔직히 실피드로도 상대가 될지는…….

전사 형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감탄했다.

“하. 저 모습이 지금 약해진 상태라는 거지?”

“아마 그렇겠네요.”

제물의 결계로 인해 상당히 힘을 뺏긴 상태인데도.

유저와 왕국군 정도는 가볍게 상대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저것보다 더 강력하다는 뜻이기도 했고.

“괜히 성마대전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네.”

그리고는 왕국군들을 보고는 혀를 차며 말했다.

“저쪽은 조만간 전멸하겠고.”

솔직히 유저들이 조금 더 분발했으면 타란 제국 황제를 끌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쉽게는 되지 않는 듯 했다.

“쟤들로 발을 묶는 건 이제 한계일 것 같다.”

“네. 확실히 그렇게 보이네요.”

어차피 고대 마룡이 날아오른 순간부터 잡아두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음. 합류해야겠죠.”

“카샤스 대공군에?”

“네. 여기서 할 일은 끝났으니까요.”

어디로 튈지 몰랐던 유저들은 지금 왕국군을 잃은 데다가 고대 마룡에게 쫓겨 다니며 학살당하는 중이었다.

앞으로 귀찮게 할 변수는 사라졌다는 거고.

“돌아가죠.”

***

곧 우리 팀과 함께 타란 제국성 쪽으로 이동하자 그곳에서는 이미 한바탕 크게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타란 제국성 안으로 들어가려는 카샤스 대공군과 이를 막으려는 타란 제국군이 성벽을 하나 두고 거칠게 맞붙었다.

하늘 위에는 양 측의 용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고.

동시에 비공정들은 서로를 향해 거세게 함포들을 뿜어내는 중이었다.

성벽에서는 그런 비공정들과 용들을 격추하기 위해 방어포가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연이어 포를 쏴댔다.

전사 형이 그 모습을 보더니 바로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이번에는 제대로 내전이네.”

아마 저게 양쪽 군대가 정면으로 붙는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전투일 것이다.

어차피 이 전투에 지는 쪽이 타란 제국을 내어놓게 될 테니까.

양 쪽 다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전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타란 제국 황제는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카샤스 대공 역시 아직은 지켜보기만 하는 중이었고.

뒤에 포진해 있던 카샤스 대공의 병력에 다가가자 나를 알아보고는 기사들이 바로 길을 열어주었다.

곧 카샤스 대공이 날 보고는 말을 꺼냈다.

“갔던 일은?”

“그럭저럭. 절반 정도만 성공. 고대 마룡이 생각 이상이더라고.”

타란 제국 황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패로도 실패였고.

고대 마룡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는 정도가 조그만 소득이랄까.

“그럼 왕국군은?”

“전멸. 뭐 좀 살아남긴 했겠지만. 크게 도움은 안 될 거야.”

“그런가…….”

카샤스 대공 입장에서는 씁쓸한 결과일 수도 있었다.

중간에 지들 맘대로 이탈하더니 고대 마룡에게 싹 죽어버렸으니까.

당장 타란 제국성을 함락하기 위한 병력이 줄어든 것과 다름없었다.

“어차피 걔들은 처음부터 목적이 달랐어. 붙잡아놨으면 어떤 식으로는 귀찮게 했을 거다.”

“없는 편이 나았다는 거군.”

“내부의 삽질이 더 무서운 법이니까.”

그리고는 전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야 지금 왔기에 아직은 상황을 잘 모른다.

“어떻게 될 것 같아?”

“음. 솔직히 말하면 아무래도 불리하겠지.”

“전력이 부족해?”

“그런 것도 있지만. 공성 측이 더 많은 피해를 보니까.”

“역시 그런가.”

타란 제국군이 원래도 숫자가 많으면 편인데.

거기다 수성을 하면서 성벽을 두고 지키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우리가 용이나 비공정이 우세해서 밀어붙이는 중이지.

단순히 숫자 싸움을 했으면 공성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밀렸을 것이다.

“내가 나서면 당장 전세를 뒤집을 수 있겠지만…….”

“그건 안 돼.”

카샤스 대공을 비롯해 이쪽의 고급 인력들이 나서는 순간.

분명히 승기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정작 필요할 때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넌 마지막에 쓸 수 있는 패니까.”

“계속 지켜보라는 건가?”

“그래. 그리고 그렇게 멀진 않았어.”

당장 여기서 죽어 나가는 병력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 모든 죽음은 타란 제국 황제에게 가서 힘이 되고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적당히 싸우다 퇴각해.”

“뭐?”

순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카샤스 대공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음. 정확하게는. 우리 말고 다른 녀석이 싸워줄 예정이라.”

“우리에게 남은 병력은 없는…….”

아마 카샤스 대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공성을 하다가 병력을 빼는 것도 모자라 대신 싸워줄 존재가 있다는 것이.

“혹시 천사들을 말하는 건가?”

카샤스 대공도 이번에 천사들이 개입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분명히 천사들의 군대라면.

충분히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내가 그들의 군대를 휘두를 수 있는 대천사였다면 말이지.

“아니. 걔들은 안 와.”

현재 이곳에 온 건 겨우 최상급 천사 둘과 그 휘하의 몇 천사들뿐이었다.

그들이 이끌고 왔던 왕국군은 이미 싹 날아갔고.

“그럼?”

“잘 생각해봐.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카샤스 대공이 정말 어이없다는 듯 내게 물었다.

“설마…… 그게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는 아니겠지?”

“빙고.”

역시 똑똑하다니까.

전혀 연관성 없는 존재를 이어붙일 수 있다는 게 지능이 높다는 증거였다.

“말도 안 되는…….”

“아니. 말이 돼.”

지금부터 말이 되게 만들 생각이라.

“고대 마룡이 제물의 결계 안에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

“알아. 그런데 과연 고대 마룡도 바보는 아니라서.”

“무슨 뜻이지?”

“지금 이 제물의 결계를 만든 존재들을 고대 마룡이 언제까지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

자신이 결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둔 존재가 있다는 걸 상위 네임드인 고대 마룡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아마 지금쯤 눈치챘을지도 모르고.

그런데 이상한 점은.

타란 제국 수도가 넓다고는 해도.

고대 마룡에게는 그렇게 넓다고 볼 순 없었다.

한참을 떨어진 광산까지 날아오는 녀석인데.

고작 타란 제국 수도 안 제국성에 있는 황제를 못 찾는다?

애초에 이건 말이 안 되지.

그렇다는 건.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고대 마룡의 시선을 속이고 있다는 뜻이 된다.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바로 물어보았다.

“어때? 뭔가 이상한 게 있어?”

그러자 그녀가 타란 제국성을 살펴보고는 곧장 대답해주었다.

“맞아. 있어. 존재감을 흐리게 만드는 천사의 마법진이.”

“혹시 없앨 수 있어?”

“날 뭘로 보는 거야?”

마왕이지.

그것도 이런 쪽에 능통한.

곧 마왕 헤르게니아가 땅에 손을 짚더니 그대로 마력을 뿜어내 그 마법진을 파훼시켜버렸다.

동시에 저 멀리 하늘 너머로 우렁찬 굉음이 들려왔다.

이제 발견했나?

그대로 카샤스 대공을 쳐다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황제가 안 튀어나오면. 튀어나오게 만들어 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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