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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68화 (1,268/1,404)

#1268화 먹고 먹히는 싸움 (12)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12번 베르탈륨 광산에 떴다는 소식은 곧 유저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마지막으로 고대 마룡이 타란 제국 수도를 공격했다고 알고 있었던 대부분의 유저들은 이 소식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 마룡이 굳이 베르탈륨 광산에 올 이유가 없었으니까.

단순히 이동 경로에 걸려서 지나쳐 갔다면 그나마 이해라도 할 수 있지.

이건 눈 깜짝할 사이에 12번 베르탈륨 광산에 도착해 곧장 광산 자체를 녹여버렸으니.

이해할 수 없는 고대 마룡의 이동 경로는 많은 유저들에게 혼선을 주었다.

카하아악!!

폐허가 된 베르탈륨 광산 위에 선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이번에도 허탕을 쳤다는 걸 아는지 분노에 찬 피어를 터트렸다.

“저놈 화 많이 났네.”

그러자 챠밍이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나 같아도 화날 것 같은데…….”

챠밍 말대로 누가 봐도 화가 날만한 상황이었다.

멀리서 고대 마룡을 지켜보던 챠밍이 조금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다음에는 안 오면 어떻게 해요?”

“아냐. 녀석은 조금의 가능성만 있어도 무조건 와.”

무려 신급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다.

고대 마룡은 아무리 허탕을 치더라도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물론 녀석도 돌대가리가 아닌 이상 언젠가는 다른 방법을 쓰겠지만.

지금 당장은 내 흔적을 쫓아다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테니.

“이용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지.”

이런 패를 다시 쥐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대 마룡을 써먹을 수 있을 때.

그것도 막대한 이득을 남길 방법이 있는 지금.

계속해서 굴려야 한다.

곧 챠밍이 내게 물었다.

“이제 돌아갈 거예요?”

“응. 여기서 할 일은 끝났어.”

고대 마룡을 피해 멀리 도망간 카샤스 대공령의 병력들과 그 반대편으로 멀리 떨어진 타란 제국의 병력들을 바라보았다.

둘 다 고대 마룡이 베르탈륨 광산을 박살내서 할 일이 없어진 상태라고 해야 하나.

한쪽은 베르탈륨 광산을 차지했어야 했고.

다른 한쪽은 지켜야 했는데.

지금은 그 목적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고대 마룡 쪽을 계속 쳐다보자 챠밍이 내게 물었다.

“저 둘은 싸울 것 같아요?”

“아. 남은 애들?”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딱히 지금 여기서 붙을 이유도 없을 테고. 굳이 싸우려고 할까?”

카샤스 대공령에 붙은 왕국은 지금쯤 퀘스트가 완료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반대로 타란 제국군에 붙은 오르가 왕국은 퀘스트 실패로 떴을 것이다.

베르탈륨 광산을 지켜야 하는 임무인데.

그게 날아갔으니.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쨌든 저 두 세력의 퀘스트는 강제로 끝난 셈이었다.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없지.

물론 남아서 당장 고대 마룡을 잡으려고 한다면 시도야 해볼 수 있겠지만.

타란 제국군의 공중 함대조차도 상대가 안 되는 마당에.

고작 왕국 하나 분량의 병력과 용기사 몇을 가지고는 그냥 바위에 계란 치기나 마찬가지였다.

그 대장이라고 불린 녀석도 그걸 잘 알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졌던 거고.

그때 챠밍이 계속 궁금했는지 내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아까 쫓아온다고 한 건 누구였어요?”

“아…… 상대 왕국에 은신 감지 스킬을 쓰지 않고 찾을 수 있는 놈이 있더라고.”

“정말요?”

챠밍이 저렇게 놀란 눈을 하는 이유는.

현재 이게 가능한 건 나와 재중이 형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RTP가 일정 이하면.

애초에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아니.

그냥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 자체도 인식하지 못한다.

“뭐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하지는 못하는데. 방향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하지는 않네요.”

“응. 그래도 두 번이나 그런 걸 보면. 우연은 아니야.”

한 번은 그냥 스치듯 지나간 우연일 수도 있는데.

두 번은 절대 아니었다.

내 말에 챠밍이 뭔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오르가 왕국이 어떻게 카샤스 대공 쪽의 병력을 저렇게 밀었는지 알 것 같네요.”

챠밍의 확신 섞인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에 괴물 하나가 섞여 있으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야.”

오르가 왕국의 영웅 버프에 레벨링을 밀어주는데다가.

왕국의 특수 아이템들까지도 한 녀석에게 몰빵해주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특히 그 모든 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하기에 따라서 정말 괴물 같은 녀석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될까요?”

“으음. 아직은 모르겠어. 그런데 일단은 적대 세력에 들어가 있으니까. 지켜는 봐야겠지.”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저런 녀석들이 더 있을 확률이 존재한다는 거다.

이번처럼 왕국의 모든 지원을 다 밀어준다면…….

“지금은 고대 마룡을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려나…….”

만약 고대 마룡이 아니었으면 일이 많이 어긋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샤스 대공령의 병력들과 타란 제국군이 모두 퇴각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도 가자.”

“네.”

곧 챠밍의 텔레포트로 카샤스 대공령으로 돌아가자 전사 형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 했다.

“고생했다.”

“뭐 딱히 한 것도 없는데요.”

정말 한 게 없긴 했다.

고대 마룡을 배달한 일 밖에는.

“네 덕분에 골칫거리는 하나 사라졌어.”

그런 전사 형의 말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하나…… 인가요?”

왠지 저런 상황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사 형에게 물어보자 전사 형이 좀 난감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사실 몇 군데 더 있긴 해.”

“역시 그런가요.”

“응? 뭐야? 다 안다는 듯한 그 표정은.”

“아. 사실은요…….”

그리고 챠밍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우리 팀들에게 해주었더니 다들 다소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재중이 형은 당연히 흥미롭다는 표정이었고.

“오르가 왕국이라고 했나?”

“네. 혹시 한 판 붙어볼 생각이라면…….”

“적대 세력이니까 나중에 붙을 수 있겠지.”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지금은 더 급한 게 있으니까. 전사. 보여줘.”

곧 전사 형이 내게 상황판을 쫙 펼쳐서 보여주었다.

거기엔 타란 제국 내의 지도 위에 양측의 세력의 분포도가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 타란 제국군이 이기는 쪽은 빨간색.

그리고 카샤스 대공령은 파란색이었다.

문제는 빨간색이 파란색에 비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랄까.

다른 말로.

카샤스 대공령의 병력이 베르탈륨 광산 쟁탈전에서 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전사 형이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아무래도 네가 좀 많이 돌아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열세네요.”

“어. 예상치보다 타란 제국군이 훨씬 더 강해. 병력의 질만 따지면 카샤스 대공령이 훨씬 나은데 말이야.”

“수에서 밀린다 이거죠?”

“그런 거지. 거기다 네가 갔었던 곳 같이 왕국의 세력이 예상을 웃돌 때도 있고.”

우리 팀 모두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런 모두를 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죠. 몇 번 더 돌면 되나요?”

그러자 전사 형이 기다렸다는 듯이 몇 개의 포인트를 더 집어 주었다.

“3번. 5번. 15번. 17번. 19번. 여기는 너무 밀렸어. 추가적인 도움이 없으면 절대 못 뚫을 거야.”

추가적인 도움이라…….

그때 생각나는 게 있어서 전사 형에게 물어보았다.

“12번 베르탈륨 광산에 투입했던 왕국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건 어때요? 어차피 할 일이 없잖아요.”

무너진 베르탈륨 광산을 접수하는 건 일부만 가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저 세력을 그대로 놀리게 되는 일인데.

이건 인력 낭비지.

내 말에 전사 형이 일리가 있다는 듯 답했다.

“바로 수정할게. 카샤스 대공에게 새로운 퀘스트를 주라고 하면 흔쾌히 허락할 거다.”

“네. 퀘스트가 없으면 유저들이 안 움직일 거예요.”

옆에서 듣고 있던 나르샤 누나가 전사 형에게 한 가지를 덧붙였다.

“그 오르가 왕국 녀석들은? 걔들도 할 게 없어졌을 텐데? 똑같이 다른 곳에 투입하지 않을까?”

“아. 확실히 그렇네. 그럼 거기까지 변수로 둬야 하나…….”

그리고 전사 형이 날 쳐다보고는 말했다.

“보다시피 네가 박살내는 베르탈륨 광산에 투입된 병력들이 점점 다른 광산에 붙을 거야. 아직 전투 중인 곳 말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앞으로 어떤 상황이 될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조그만 세력이 점점 불어나서.

하나로 크게 뭉치는.

딱 그런 그림이다.

“음…… 그럼 곧 엄청난 대군으로 바뀌겠네요.”

공격이나 방어 퀘스트에 실패한 왕국의 병력들이 다른 베르탈륨 광산으로 가서 붙을 경우.

점점 그 규모가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대해질 테고.

“지금처럼 단순히 두 개 왕국의 전투가 아닌 전면전으로 바뀔 수도 있어.”

“판이 점점 커진다는 거죠.”

“어쩌면 타란 제국의 본진이 움직이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해.”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요.”

어디까지나 양측 유저들의 대리전 성격이 강한 쟁탈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본진의 병력까지 끌고 오면?

그야말로 한 번 제대로 붙자는 뜻과 다름없었다.

본진의 세력이 오는 순간.

더 이상은 대리전이 아니게 될 테니까.

“타란 제국 황제가 뭘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겠지.”

“그건 일단 지켜보죠.”

적어도 우리가 타란 제국을 탈털 털어 먹기 전까지는.

타란 제국 황제가 움직이면 안 된다.

그 녀석이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뒤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일 테니.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거나.

“알려준 곳은 처리하고 올게요.”

다시 챠밍과 텔레포트를 해서 3번 베르탈륨 광산으로 도착했다.

“미리 다 저장해놓길 잘했어요.”

“응. 네 덕분에 일이 편하네.”

챠밍이 아니었으면 일일이 날아다녔어야 할 텐데.

그럼 분명히 누군가의 눈에는 들어갔을 것이다.

우리가 작업하러 다닌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도 있고.

챠밍도 비슷한 걸 걱정하는지 내게 물었다.

“이렇게 계속 고대 마룡이 나타나면 의심할 것 같아요.”

“유저들이 바보는 아니니까. 아마도 연관성을 찾으려고 하겠지.”

“고대 마룡이 어디만 공격하는지 말이죠?”

챠밍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이 상황은 많이 이상했다.

고대 마룡이 갑자기 나타나는데.

그게 베르탈륨 광산인 것까지는 의심하지 않겠지만.

타란 제국군이 거의 다 이겨가는 전장에만 나타난다?

늦든 빠르든.

누군가는 반드시 이 사실을 포착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고대 마룡을 우리가 이용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아챌 거예요.”

“그래. 그 다음에는 의심을 하겠지. 이미 누군가에게 테이밍이 된 게 아닌가 하고.”

그럼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떠오르게 된다.

카샤스 대공.

과거 성마대전 때 한 번 테이밍한 전력이 있으니.

그리고 이걸 모르는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때가 되면 꽤 재밌어지겠네.”

그리고는 바로 은신을 해서 베르탈륨 광산에 침투했다.

곧 고대 마룡이 약속이나 한 듯 3번 베르탈륨 광산을 폭격했고 왕국들은 고대 마룡을 상대하는 걸 포기하고 흩어졌다.

또 다시 광산 쟁탈전을 망쳐놓은 뒤.

다른 네 곳의 광산도 똑같이 뒤집어 놓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로써 타란 제국으로 들어가는 베르탈륨 광석의 공급은 완전히 끊어졌고.

그런 상태가 계속 지속되자.

결국 타란 제국 수도에 남아 있던 모든 광석들이 씨가 말라버렸다.

고대 마룡을 수시로 보내서 소모하게 했으니까.

곧 화련에게서 연락이 왔다.

<화련> 광석 보급 요청이 들어왔어. 어떻게 할 거야?

그러자 바로 화련에게 답했다.

<주호> 그럼 돈 많은 귀족들. 전부 모아주세요. 제대로 뽑아먹어 보죠.

이젠 수확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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