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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67화 (1,267/1,404)

#1267화 먹고 먹히는 싸움 (11)

베르탈륨 광산 쟁탈전은 카샤스 대공령과 타란 제국군의 싸움 같지만 실상 그 전쟁을 치르고 있는 건 각 왕국에 속한 유저들이었다.

당연히 그 왕국들마다 전력 차이는 천차만별이었고.

특히 왕국을 차지한 유저들의 전력은 대부분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 상대 전력과 완벽한 균형을 잡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느 베르탈륨 광산은 카샤스 대공령 쪽이 이기고 있고.

또 다른 광산은 타란 제국군이 이기는.

완전 반대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나마 상황이 괜찮은 곳은 둘 다 균형이 딱 떨어져 밀리지도 밀지도 못하고 교착 상태에 멈춰 있었다.

이런 곳이야 우리가 손댈 필요가 없이 계속 서로 전력만 갉아먹으며 알아서 싸우겠지만.

시선을 돌려 광산을 둘러싼 전투가 한참 끝나가고 있는 장소를 빤히 바라보았다.

광산을 수비하는 병력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오히려 공격을 건 왕국이 반대로 계속 바깥으로 밀려나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챠밍이 궁금한지 물어보았다.

“공격하는 쪽이 전혀 힘을 못 쓰네요?”

“응. 그래 보이지?”

베르탈륨 광산 부근은 완전히 요새화 되어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그저 광석을 빨리 캐서 옮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방어 시설이라고 해봐야 약간의 성벽에 주변을 둘러싼 산악 지형의 구조 정도가 전부랄까.

이건 공성전처럼 수비군이 방어 시설의 도움을 그다지 받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통상 같은 전력으로 붙으면 광산을 낀 수비쪽이 우세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카샤스 대공령 쪽의 유저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방어를 전혀 뚫지 못하고 오히려 밀려 버린다라…….

심지어 지금은 수비군이 바깥으로 나와 공격 온 왕국의 유저들을 죽이러 다니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저긴 어디 왕국이에요?”

“잠시만. 전사 형한테 물어볼게.”

<주호> 전사 형. 12번 베르탈륨 광산 수비군이 어느 왕국이에요?

<방패전사> 거기? 오르가 왕국. 왜? 많이 벌어졌어?

<주호> 네. 이쪽은 아예 게임이 안 되는데요? 지금 수비군이 광산 바깥으로 나와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어요.

<방패전사> 흐음…… 솔직히 그쪽은 우리 쪽이 이겼어야 말이 되거든.

<주호> 그래요?

<방패전사> 조사한 전력비로는 무조건. 아슬아슬하게 이기긴 해도 분명히 이긴다는 쪽이었는데…… 까보니 완전 다르네.

<주호> 혹시 오르가 왕국을 차지한 연합이 어딘지 알아요?

아무리 그래도 왕국을 길드 단독으로 먹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방패전사> 매서커 연합. 신생 연합인데. 사실 정보가 많이 없어서 전력을 평균 이상으로 잡아놓고 짰거든.

<주호> 흐음. 신생인데 굉장히 강하네요. 혹시 오르가 왕국이 원래 강했어요?

<방패전사> 아니. 그렇게까지는 강하진 않아. 일반적인 왕국의 중간 정도?

<주호> 그렇다는 건. 오르가 왕국에 속한 연합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뜻이겠네요.

몇 가지 의심이 가는 건 있었다.

그 왕국에 속한 영웅 버프를 빨리 취득해서 몇 명에게 레벨을 몰아줬을 확률.

용사 버프 윗줄인 영웅 버프라면 짧은 시간 내에 폭발적으로 레벨을 올리는 게 가능할 테니까.

특히 왕국을 차지하고 난 뒤에는 그 작업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주호> 영웅 버프 아니면 오르가 왕국에 있는 특수 아이템이겠네요.

<방패전사> 급이 높은 아이템 말이지?

영웅 버프는 어차피 다른 왕국을 차지한 유저들 역시 적용 받는 상황이었다.

그럼 역시 아이템의 차이라고 볼 수밖에.

아니면 정말 연합에 속한 유저들이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강해야 말이 된다.

<방패전사> 이것들 어디서 마왕의 창고라도 털었나?

<주호> 설마요.

전사 형이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사실 우리가 그렇게 마왕의 창고를 털어온 셈이라.

<주호> 그런데 우리 말고 마왕과 우호를 맺고 있는 녀석들이 있었어요?

<방패전사> 난 농담으로 한 소린데?

<주호>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

<방패전사> 아니. 내가 알기로는 없어. 마왕이 유저들을 다 죽이면 죽였지.

<주호> 하긴 그렇죠.

마왕 헤르게니아는 내가 같은 마왕급이라고 여기고 있기에.

그리고 자신을 오랜 봉인에서 풀어준 아군 같은 존재라 우호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전의 다른 마왕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마왕은 유저들을 보자마자 죽여 버린다.

애초에 기본 성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유저가 어떻게 해볼 여지는 없다고 봐야지.

<주호> 뭐 어찌됐든 균형을 잡긴 해야겠네요.

이대로 오르가 왕국이 12번 베르탈륨 광산을 온전히 지켜내면.

그때부터는 타란 제국 수도로 베르탈륨 광석을 보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화련이 열심히 캐서 팔아봐야 제 값을 받지 못한다.

정확하게는 뻥튀기한 가격에 말이지.

경쟁자가 생기게 되니까.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가 없다.

이건 오직 독점만이 살 길.

그걸 위해서는.

<주호> 오르가 왕국의 세력을 좀 줄여놓을게요.

<방패전사> 오케이.

그렇게 용신의 파편을 꺼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란 제국 수도를 공격하던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먼 거리를 헤치고 12번 베르탈륨 광산 근처까지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아주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뿌리면서 오네.

“잠시 다녀올게.”

이걸 제대로 하려면.

12번 베르탈륨 광산 근처까지는 들어가야 한다.

“조심해요. 누군가 은신을 푸는 디버프를 걸 수도 있으니까.”

“그럼 바로 튀어야지.”

바로 하이딩 망토를 걸쳐 입고 12번 베르탈륨 광산 부근으로 가자 양측이 정신없이 치고 박는 광경이 보였다.

정확하게는 카샤스 대공령의 병력이 쫓겨나는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들더니 그대로 검을 내려쳤다.

주의를 한다고 감각을 계속 펼치고 있던 상황이라 그 전에 몸을 빼내었고.

접촉이 없었기에 은신이 풀리진 않았지만.

솔직히 좀 놀라긴 했다.

이렇게 다른 전투들의 소리 때문에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정확히 내가 있던 장소로 검을 내려쳤으니까.

“아닌가……?”

허공으로 검을 내려쳤던 녀석이 검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자 이상하다는 듯이 검을 휘둘러 허공을 다시 베어보였다.

눈매가 날카로워 느껴져 쉽게 포기할 인상은 아니었다.

몇 번을 더 베어보더니 자꾸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분명히 뭔가 있었는데…….”

흐음.

이 녀석.

굉장히 감이 좋다.

아니.

감이 좋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RTP가 일정 수준 이상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니까.

녀석 덕분에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곧 그 뒤로 다른 녀석이 나타나서 말했다.

“대장. 이쪽은 정리 됐습니다.”

“시간 끌지 말고 싹 밀어. 기세를 잡았을 때 몰살 시킨다. 아이템 전부 수거해서 애들한테 뿌리고.”

“예. 대장.”

“그런데 하이딩 디텍트 마법 할 수 있어?”

“네. 이래 보여도 저 마법삽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입에 쓴 웃음을 지었다.

움직이지 않아 찾을 순 없지만.

아무래도 내가 은신을 하고 있다는 걸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곧 마법사 녀석이 은신 탐지 마법을 쓰자 자세를 낮춰서 은신 마법의 파장을 그대로 흘려냈다.

“대장. 아무 것도 안 걸리는데요?”

“……하. 진짜 감이 다 죽었나.”

“신기하네. 대장이 실수도 해요? 그 뭐냐. 절대 감각인가 그런 거 아니었어요?”

절대 감각이라…….

아마도 마법사 녀석이 말하는 건.

RTP를 끌어올렸을 때의 그런 현상을 말하는 거려나?

눈앞의 녀석이 어느 수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능력이 일반인의 수준을 월등히 상회하는 건 확실해 보였다.

아니면 아까처럼 은신되어 있는 자를 잡아내는 건 불가능하니까.

곧 녀석과 마법사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자 다시 이동해 광산의 입구 근처까지 다가갔다.

그리곤 점점 고대 마룡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져 용신의 파편을 인벤으로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사라진 위치가 광산의 입구니까 고대 마룡은 분명히 여기까지는 와볼 것이다.

그럼 우르르 몰려 있는 오르가 왕국 병력을 발견할 테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바깥으로 빠져나오자 이젠 누구 할 것 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고대 마룡……!”

“저게 대체 왜 여기에?”

“지금 타란 제국 수도에 있던 것 아니었어?”

“뭘 멍하게 보고 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이 오르가 왕국 녀석들에게는 꽤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분명히 타란 제국에서 퀘스트를 받아 12번 베르탈륨 광산을 지키는 건 맞지만.

그 퀘스트 안에 고대 마룡을 막으라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진 않을 테니까.

당연히 고대 마룡을 막아낸다고 해도 보상이고 뭐고 없다.

물론 잡으면 고대 마룡이라는 보상이 있긴 할 테지만.

그건 잡았을 때 이야기고.

카샤스 대공령에 속한 왕국을 막는 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대 마룡은 애초에 그 성격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고대 마룡이 이곳을 박살 내는 걸 막지 못한다면.

퀘스트가 망한다는 건 확실했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린다는 게 아마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빠져나가는 중에 아까의 마법사와 대장이라고 불리던 녀석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보였다.

“대장. 어떻게 합니까?”

결정을 내려달라는 물음에 대장 녀석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하늘만 쳐다봤다.

“아! 대장! 빠지려면 빨리 빠져야 합니다. 고대 마룡은 아직 못 잡아요.”

“후. 되는 일이 없군.”

대장 녀석이 한껏 인상을 쓰더니 마법사에게 명령했다.

“전 병력 빠르게 철수시켜. 여기서 개죽음 당할 순 없다. 아직 성마대전은 기니까.”

“넵! 잽싸게 튀라고 하겠습니다. 아. 그런데 타란 제국군의 용기사들은요?”

“우리가 그것들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우릴 장기 말로 쓰려던 것들이니까.”

으음.

생각보다 훨씬 지금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데?

그리고 상황에 대한 대처도 나쁘지 않았다.

괜히 고대 마룡과 싸운다고 전력을 깎아 먹는 수는 피했다.

어디서 저런 녀석이 나온 걸까…….

재중이 형이 보면 인재니 뭐니 하면서 잡으려고 할 텐데.

캬아아악!!

고대 마룡 특유의 피어 소리가 강하게 들려오는 걸 보면 정말 완전히 다가온 듯 했다.

바로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뛰쳐나가려는데 그 순간.

뒤쪽에서 강한 파공음을 내며 무언가가 내게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검…… 인가?

쳐낼까 잠시 고민했지만.

바로 회피를 해 옆으로 빠지면서 뒤를 돌아보자 이전의 그 대장 녀석이 다른 검을 들고 내 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참 귀찮은 녀석이네.

그리고 이걸로 확실해졌다.

재중이 형만은 못 해도.

저 녀석 역시도 RTP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다는 것을.

딱히 잡혀줄 생각은 없는지라 바로 가속을 하면서 달려나가자 곧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이 도저히 못 따라간다고 생각했는지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거의 민첩 올인 스탯을 속도전으로 따라잡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지.

궁금해서 한 번쯤 싸워보고 싶긴 한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아쉬운 생각을 접었다.

여기서 정체를 드러내는 건.

여러 가지로 귀찮아지는 일이 될 테니까.

그렇게 챠밍이 기다리는 곳까지 가서 은신을 풀자 챠밍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렇게 뒤를 쳐다봐요?”

“아. 혹시나 따라오나 해서.”

“고대 마룡요?”

“아니. 그놈 말고.”

그렇게 12번 베르탈륨 광산 위에 내려앉은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강렬한 피어를 내뿜으며 곧 검은 용암으로 광산 자체를 박살내 버리는 데는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왕국군을 밀어 넣어서도 탈환하는 게 불가능했던 광산이.

너무 쉽게 밀려버리자 한편으론 시원하기까지 했다.

여기는 일단락 된 것 같고.

바로 전사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전사 형. 12번 베르탈륨 광산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와서 접수하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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