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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63화 (1,263/1,404)

#1263화 먹고 먹히는 싸움 (7)

카샤스 대공의 비선을 이용해서 타란 제국 수도에 퍼트린 소문의 효과는 즉각적이진 않았지만.

점차 NPC들의 입을 타고 수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 카샤스 대공 쪽에서 베르탈륨 광산을 노린다고 하던데?

- 이번에 대군을 파견한다고 하나봐.

- 배신자 같으니라고!

- 그래도 전쟁 영웅인데…….

- 하지만 지금은 반역자 아닌가.

이미 타란 제국 내에서 카샤스 대공의 평가는 저런 식으로 떨어져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역자인 카샤스 대공이 베르탈륨 광산을 노린다는 소식이 수도성까지 들어갔고.

타란 제국 황제의 최측근까지 소식이 도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곧 타란 제국에서도 베르탈륨 광산을 지키기 위한 병력을 대거 파견한다는 소식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파견 병력은.

다름 아닌.

이번에 타란 제국에 협력하기로 한 각 왕국의 유저들이었다.

게시판을 둘러보던 중 유저들이 올린 게시글을 쭉 읽어보고는 그대로 덮으면서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예상했던 대로네요.”

“그러게. 이놈의 황제는 예상을 벗어나질 않냐.”

“황제는 이번에 타란 제국에 들어온 왕국들을 그다지 믿지 않을 테니까요.”

타란 제국 황제는 굉장히 오만하면서도 의심이 많은 황제였다.

거기다 고대 마룡을 찾으려 우리를 이용하며 뒤통수치려 했던 것만 봐도 그 성향은 잘 알 수 있었다.

나중에는 아이샤 황녀까지도 제물로 써서 죽이려 했었고.

자신에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주변 인물들을 이용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게 바로 타란 제국 황제다.

그런 황제가 과연 타란 제국의 내전에 들어온 다른 왕국을 덥석 믿고 일을 맡긴다?

아니다.

오히려 이용해 먹으면 이용해 먹었지.

타란 제국에 붙은 왕국의 유저들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잘 알게 될 것이다.

황제가 절대 녹록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때마침 써먹기 좋은 병력도 있겠다. 시험도 할 겸 우르르 내보내겠군.”

“자신은 절대 손해 보는 일이 없죠.”

어차피 타란 제국 황제는 퀘스트 형식으로 유저들에게 미션을 내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걸 해내야 유저들도 다음으로 갈 수 있을 테고.

타란 제국을 엎어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당장은 타란 제국 황제의 뜻에 따라야 한다.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카샤스 대공도 같은 일을 할 거니까.”

타란 제국에서 왕국의 유저들을 내세우는 만큼이나.

우리 역시도 같은 방법으로 유저들을 동원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전에 참여한 양측의 유저들은.

그야말로 우리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된다.

설마 우리가 타란 제국 황제와 카샤스 대공을 쥐고 움직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테니.

뿌우!!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 바깥에서는 대규모의 병력이 출발하는 출정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카샤스 대공의 군사처럼 보였지만.

실상 저 안에는 죄다 다른 왕국의 유저들과 NPC들도 진을 치고 있었다.

별채의 높은 곳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이쁜소녀가 신난다는 듯 외쳤다.

“와~! 유저들 엄청 많아요.”

근래에 이 정도로 밀집한 유저들을 보는 일은 잘 없었으니.

챠밍, 나르샤 누나, 막내별 역시도 그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각기 다른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미 우리에게 설명을 들어서 저들이 왜 몰려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곧 막내별이 내게 물어보았다.

“우린 이제 뭐하면 되나요?”

“으음…… 구경요?”

단순히 구경하라는 말에 막내별이 살짝 벙찐 표정을 짓긴 했지만 바로 웃어넘겼다.

“정말 못 말리겠네요.”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잖아요.”

그리고 마냥 구경만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균형이 어긋나는 곳은 바로잡아 줘야겠죠.”

양쪽 전력이 함께 궤멸되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으로 너무 추가 기울어져서는 곤란했다.

그러니까 밀리는 쪽을 지원해서 균형을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베르탈륨 광산은 전부 다 못 쓰게 해야 한다.

“직접 싸우려고요?”

막내별이 궁금한 듯 물어보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기껏 뒤에서 작전을 다 짜놨는데 직접 나섰다가는 의심 사기 딱 좋아요.”

지금 별채 위에서 내려다보고만 있는 것도.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어서였다.

설마 우리가 카샤스 대공을 이용해서 자기들을 내몰고 있다는 걸 눈치챌만한 녀석들이 있을까 싶긴 한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어딜 가나 눈치 빠른 녀석들은 존재하니까.

특히 껄끄러운 녀석들도 몇몇 있기도 하고.

아마 우리가 모습을 드러내면.

전신 같은 녀석은 분명 눈치를 챌 것이다.

판을 읽은 능력은 재중이 형 못지않을 테니.

고개를 돌려서 전사 형을 보며 물었다.

“전신하고 다른 프로 팀 길드들은 어디로 붙었어요?”

내 물음에 양 세력에 붙은 길드들을 분류하던 전사 형이 바로 알려주었다.

“원래라면 이쪽에 붙을 예정이었다는데. 타란 제국 황제에게 붙은 것 같아. 적어도 이쪽 목록에는 없다.”

“그런가요.”

어쩐지 쭉 살펴봐도 없더라니.

타란 제국 황제에게 붙었으면 이쪽에 있을 리가 없었다.

전사 형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전신 녀석이 고대 마룡을 잡을 생각이라는 건 알겠는데 말이야…….”

확실히 고대 마룡을 잡으려면 타란 제국의 힘을 빌려서 잡는 게 베스트이긴 하다.

거기다 고대 마룡은 지금 타란 제국 수도에만 계속 출몰하고 있는 중이니.

“타란 제국에 붙은 녀석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으로 붙었겠죠?”

“어. 아무래도 타란 제국 쪽이 여기 진영보다야 월등히 세력이 크기도 하고. 겉으로 보기엔 아직은 타란 제국이 우월하지.”

“그래도 성마대전 역사를 알면 카샤스 대공이 이긴다는 걸 알 텐데요.”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바로 이것이었다.

카샤스 대공이 다음 대 타란 제국 황제가 된다는 건 이미 서버의 모든 유저가 알고 있었다.

그러자 오히려 전사 형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때야 카샤스 대공에게 고대 마룡을 소유하고 있었을 때잖아.”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요?”

“그렇지. 거기다 이미 고대 마룡이 얼마나 강한지 봤으니까. 카샤스 대공의 소문이 너무 과대평가 됐다고 여길 수도 있다고.”

“으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 용신검이 없는 것도 문제야. 그거 카샤스 대공의 상징적인 무기인데. 정작 지금은 타란 제국 황제가 가지고 있잖아.”

“이번 내전에서 카샤스 대공이 진다고 생각하는 거군요.”

내 말에 전사 형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에 모인 유저들 중 대부분은 성마대전의 역사를 믿는 녀석들이고…….”

“반대로 타란 제국에 붙은 녀석들은 아니라는 거겠네요.”

“역사가 바뀌어도 이미 너무 많이 바뀌었으니까. 자기들이 힘을 보태면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할 걸?”

왜 저렇게 타란 제국에 많은 왕국이 붙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아. 그리고 만약 전신 같은 녀석이 고대 마룡을 손에 넣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 말에 순간 몸이 움찔했다.

이거 생각보다 판을 크게 보고 움직이는 건가?

“설마…… 전신이 차기 황제라도 노리려는 건가요?”

“아니면 굳이 뭐하러 거기까지 굴러 들어가서 개고생할까.”

전사 형과 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 녀석이라면 충분히 할 법한 생각이겠지.”

“여기까지 왔다면 제국의 황제 정도는 먹어줘야 한다는 소리로 들리네요.”

“맞아. 여기에 고대 마룡도 손에 넣으면 더 좋고. 어쩌면 용신검도 노리고 있으려나? 최소한으로 쳐도 대공 정도는 얻어갈 생각일 거다.”

최소 대공이라…….

그러려면 내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아마 전신이 보기에는 지금의 타란 제국이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여겼을 테고.

이번 내전에서 1위를 하면 용신검은 보상으로 따라 온다.

그럼 고대 마룡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터.

순서가 반대가 되어도 상관없겠지만.

이게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뭐 미친 척하고 타란 제국 황제의 목을 따는 방법도 있는데…….

이건 미친 짓에 가깝다.

내가 아는 전신이라면 절대 이런 식으로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무리수에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

“혹시 전신이 용신검으로 고대 마룡을 잡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데.

그러자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니라면 다른 방법이 있는 거겠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재중이 형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건 녀석만이 아닐 걸?”

그러면서 별채 바깥에 우글우글한 유저들을 쳐다보았다.

“저기에도 그런 녀석들이 넘칠 거다.”

“다들 야망이 넘치네요.”

“야망이야 클수록 좋지.”

“그럼 그 야망…… 우리가 잘 써 먹어주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각 왕국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병력이 썰물 빠지듯이 일제히 카샤스 대공령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저들은 이제부터 미리 알려준 베르탈륨 광산을 탈환하기 위해 갈라져 움직일 것이다.

반대로 지금쯤 타란 제국의 수도에서도 유저들이 나서기 시작했을 터.

“이제 한 번 지켜보죠.”

* * * * *

현재 타란 제국의 영토 내에 제대로 채굴이 되어 쓸 수 있는 베르탈륨 광산은 스무 개에 달한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광산은 지금 비상이 걸려있었다.

“곧 카샤스의 군사가 온다!”

“모두 전투 준비!”

“절대 살려 보내지 마라!”

이미 완전히 무장 된 병력들이 광산을 둘러싼 외벽과 참호에 숨어서 대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들 중에는 타란 제국의 NPC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왕국의 NPC들과 유저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 광산으로 몰려오는 녀석들 역시도 마찬가지.

타란 제국이 아닌.

전혀 다른 왕국의 깃발을 달고 있는 군대가 성큼성큼 광산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공격 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전부 다 쏴!”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일어난 유저들과 NPC들이 들고 있던 활을 대각으로 올리면서 일제히 화살들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쐐애애액!!

하늘을 뒤덮는 수도 없이 많은 화살이 동시에 접근하던 군대에 떨어지자 카샤스 대공령의 부대들이 부산스럽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이쪽 역시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상대 적진에서 공격이 쏘아지자마자 좌우로 크게 흩어져버렸다.

“어……?”

“피해?”

“뭘 보고 있어?! 광역기 날려!”

그러자 광산에서부터 다시 마법사 유저들이 미리 준비해놓았던 광역기를 일제히 앞으로 쏘아냈다.

불구덩이부터 해서 얼음, 뇌전을 비롯한 각종 광역기가 터져 정면 일대를 들쑤셔 놓았다.

“방어포 쏴!!”

무려 베르탈륨 광석을 연료로 쓰는 방어포를 대기 시켜놓고 있었다.

한 대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고려해본다면.

이런 외전 광산에 배치해놓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것이다.

사실 이건 타란 제국의 수도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 방어포를 굳이 이 먼 곳까지 끌고 와 배치했다는 건.

여기로 공격이 올 거라는 걸 확신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니.

쿠와아앙!!

방어포가 연신 불을 뿜으면서 강렬한 불꽃을 뿜어내자 정면의 크게 폭발하면서 일대의 땅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곳이 베르탈륨 광산이다 보니 원료로 쓸 광석이 부족할 일은 없을 터.

“계속해서 들이부어!”

시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방어포를 쏘아낼 수 있었다.

원래의 주둔 방어군에 왕국의 NPC들까지 협력하는 상황이라 어지간해서는 절대 뚫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우우웅!!

갑자기 저 하늘 위로 몇 대의 비공정이 떠올랐고 곧 베르탈륨 광산 위로 날아오더니 이내 그들 역시 똑같은 방어포를 꺼내 쏘아대기 시작했다.

“저저…… 미친 것들이……!”

“피해!!”

카샤스 대공령의 병력들은 아예 비공정에 방어포를 달아서 하늘에서부터 지상으로 폭격을 해버렸다.

이건 카샤스 대공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콰아아앙!!

쿠아앙!!

그렇게 광산의 외벽이 몇 곳 무너져 내리자 아까 전 포격을 피해 좌우로 펼쳐져 있던 왕국 유저들이 크게 고함을 외치며 전진했다.

“지금이야! 쳐!”

“가자아!!”

“단숨에 함락시킨다!!”

그렇게 본격적인 개싸움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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