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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59화 (1,259/1,404)

#1259화 먹고 먹히는 싸움 (3)

만약 이 알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전에 알았더라도.

베르탈륨 광석이 부족해서 하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넘치는 게 베르탈륨 광석이니까.

나와 챠밍이 바닥에 탈탈 털어놓은 베르탈륨 광석의 산을 지켜보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꾸역꾸역 계속 나오네. 혹시 여기서 더 있는 거야?”

“아니. 이제 끝.”

금속의 정령이 먹어치운 창고 두 개 분량을 치면 더 있다고도 하겠지만.

이쪽은 이미 소화 흡수가 끝나버려서 말이지.

전사 형도 놀란 듯이 베르탈륨 광석들을 보다가 한 마디 했다.

“타란 제국 황제가 알면 바로 칼침 놓으러 오겠는데?”

“아. 그거. 사실 마족인 척하고 와서 전혀 모를 거예요.”

그리고 마족인 것마냥 연기하고 온 것까지 말해주자 전사 형이 배를 잡고 웃어버렸다.

“와. 진짜 대단하다. 그 상황에서 그게 떠오르냐. 지금 타란 제국 애들 엉뚱한 마족 욕만 하고 있겠네.”

“그러니까 이건 아예 모르죠.”

마족이 털어갔다고 하면 되찾을 생각조차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마족을 찾아낼 수도 없고.

밑에 애들만 죽어라 깨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다.

당장 고대 마룡과 싸워야 하는 판에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으려나?

슬쩍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이거 얘가 혼자 다 흡수할 수 있는 것 맞아?”

아무리 봐도 베르탈륨 광석의 양이 너무 많았다.

이 알이 잠재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흡수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을 텐데.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해주었다.

“많이 흡수하면 이 알의 잠재력이 그만큼 높은 거니까 좋아해야 할 거야.”

“그런 거냐.”

“응. 적게 흡수하면 반대로 잠재력이 그 정도밖엔 안 된다는 거니까.”

“안 좋은 거네.”

내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베르탈륨 광석을 다 흡수할 수 있으면?”

“최소한 네 실피드 이상. 이걸 다 흡수하고도 잠재력을 채울 양이 부족하다는 뜻이거든.”

“어떻게든 다 흡수하길 빌어야겠네.”

곧장 알을 베르탈륨 광석 사이에 넣어두고 내 손바닥을 살짝 그어 피를 내어주었다.

그러자 알에서 내 피를 싹 흡수하더니 어느새 흔적도 없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 된 건가?”

“응.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 텐데.”

혈통이 좋은 만큼 기대는 하겠지만.

만약 아니라고 하더라도 매번 실피드를 빌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최대한 좋은 녀석이 나오길 빌 수밖에.

“그럼 기다리는 동안 상황 좀 보고 오죠.”

접속을 못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기에 카샤스 대공의 준비 상황도 봐야 했다.

그리고 지금 유저들이 고대 마룡에게 몰려간 것까지도.

바로 전사 형에게 말했다.

“고대 마룡 쪽은 상황이 바뀌면 바로 알려주세요.”

“어. BJ들이 계속 찍어대고 있으니까. 이쪽은 확인하기 편해.”

나르샤 누나에게도 말을 꺼냈다.

“타란 제국으로 지원하는 유저들 상황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카샤스 대공령으로 온 유저들도 있지만.

반대로 타란 제국에 붙은 유저들도 많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해야 이쪽도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응. 알았어. 길드마다 진행 경로가 있으니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챠밍하고 이쁜소녀, 막내별에게도 두 사람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는 재중이 형과 함께 별채를 나섰다.

“형하고 같이 카샤스 대공 좀 만나고 올게요.”

그렇게 카샤스 대공의 집무실로 가자 기다렸다는 듯 카샤스 대공이 우리를 반겼다.

“빌려준 실피드 돌려주러 왔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아이샤 황녀와 레오나 에센시아가 각자 바쁘게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내전으로 인한 서류들인 듯했다.

물론 카샤스 대공도 비슷하게 바빠 보였다.

“흠. 일단 나가서 이야기 할까?”

그런 카샤스 대공이 반색하면서 나가려고 하자 바로 아이샤 황녀가 일침을 가했다.

“그 서류들 다 결재 못하고 나가면 다시 들어올 생각하지 마.”

순간 카샤스 대공이 얼음이라도 된 듯 일어나다 말고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하…… 보다시피 좀 바쁘군.”

그때 아이샤 황녀가 일어나더니 내게 고개를 숙였다.

“고대 마룡을 카샤스 대공령에서 쫓아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아. 저도 살아야 하니까요.”

내 말에 아이샤 황녀가 그저 미소만 지어 보였다.

일단 감사 인사라 이건가.

그리고는 카샤스 대공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쟤 좀 데리고 가도……?”

“그건 안 돼요. 안 그래도 자꾸 나가려고 해서.”

이건 또 단호하네.

보아하니 몇 번 탈출할 생각이었나 보다.

고개를 돌려 카샤스 대공을 보며 물었다.

“넌 몸으로 싸우는 게 맞지 않냐?”

“흠. 내전이 이렇게 결재할 서류가 많은지 알았으면 하지도 않았어.”

내전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서류한테 진 모습 같았다.

“전쟁 물자 준비부터 비축 물자 관리. 지휘관과 병사들 인력 배치. 내성 방어 시설 점검. 용기시단 배치 등 할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들어보니 저 세 사람이 이 카샤스 대공령의 모든 전쟁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듯했다.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지휘관이 할 일은 굉장히 많다.

특히 카샤스 대공은 그 정점에 있다.

그야말로 마지막 책임자.

그탓에 당장 전쟁 나가서 몸으로 때워야 하는 카샤스 대공이 이렇게 묶여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모험자들이 대거 들어와서 더 서류가 늘어났어. 그들이 소비하고 풀어대는 물자들도 상당하니까.”

아마 유저들이겠지.

그러다 카샤스 대공이 골치 아프다는 듯 말했다.

“그들 중 일부는 다른 왕국의 작위도 가지고 있어서 문제야.”

“작위?”

“에일 왕국. 헤멘 왕국. 로엔 왕국. 르바탄 공국…… 대륙 곳곳 있는 왕국들에서 지원 왔더군.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소식이 간 거지?”

그거야.

게시판에 글 한 번 올리면 끝이다.

솔직히 소식을 아는 것보다 여기까지 오는 게 더 힘들다.

“작위를 가지고 있으면 우대를 해줘야 하나?”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보통 타란 제국은 폐쇄적이라서 그다지 다른 왕국들의 눈치를 보진 않겠지만…….”

“지금은 전시지. 그것도 내전 중.”

카샤스 대공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로서는 그들에게 적당한 지원을 해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게 퀘스트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일 것이다.

일단 그들 모두 내전에 참가하러 온 타국의 지원병이니까.

아마 그 내용이 모두 서류화 되고 있는 중인 듯했다.

그들이 여기서 기여도를 쌓고, 또 그 기여도가 높으면 미리 약속되어 있던 작위가 나가게 된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카샤스 대공이 이 내전을 이겨야겠지.

그런 카샤스 대공에게 한 마디 해주었다.

“걔들 죄다 지금 날아갔어.”

그러자 카샤스 대공이 알고 있다는 듯 답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들 바깥으로 나가더군.”

그리고는 날 빤히 바라보았다.

이유를 묻는 거겠지.

난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고.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답해주었다.

“걔들 지금 고대 마룡 잡으러 갔어.”

“뭐?”

내가 내던진 말에 레오나 에센시아와 아이샤 황녀 모두 놀란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카샤스 대공이 어이없다는 듯 내게 물었다.

“고대 마룡을? 지금 고대 마룡은 타란 제국에 가 있지 않나?”

“어, 맞아. 내가 타란 제국에 고대 마룡을 던져두고 왔거든. 그런데 그것도 지금은 아니지.”

“그럼?”

“대략 이곳과 타란 제국 수도 사이쯤 되는 곳에 고대 마룡이 있다.”

이 소식은 처음 듣는지 카샤스 대공은 당장이라도 나갈 것처럼 채비를 했다.

아이샤 황녀에게 다시 제지당했지만.

“앉아요.”

풀썩.

“너도 참.”

“하하…….”

곧 카샤스 대공이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그럼 혹시 고대 마룡이 패퇴한 건가?”

“그건 아니고.”

“아니면 벌써 타란 제국이 함락된 거냐?”

“그것도 아냐.”

일단 베르탈륨 광석을 빼 온 것은 말하진 않았다.

그럼 설명할 게 너무 많아지니까.

딱히 말해주지 않아도 상관없기도 하고.

둘 다 아니라니 카샤스 대공이 혼란을 느끼는 듯했다.

“고대 마룡이 얌전히 물러날 리가 없을 텐데.”

너무 정직하게 말해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풀어줘야겠지.

“고대 마룡이 피해를 입어서 잠깐 빠졌는데 그걸 안 모험자들이 고대 마룡을 사냥하기 위해 나선 모양이다.”

내 설명에 카샤스 대공이 다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 죽으려고 간 건가?”

아마도 우리가 없는 사이 카샤스 대공은 이곳에 도착한 유저들의 수준을 알아봤을 것이다.

거기서 나온 결론은.

바로 저것이다.

다 죽으러 갔냐는 말.

유저들의 수준이 고대 마룡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원래 한 대 맞아봐야 정신을 차려.”

“한 대라도 맞으면 죽을 텐데?”

“뭐 다 죽진 않겠지.”

일단 맛만 보여주는 거다.

“아. 일단 그쪽은 좀 처맞다 보면 알아서 들어올 테니까 신경 끄고.”

“그럼?”

“조만간 네게 접근하는 모험자들이 있을 거야. 네 말대로 작위를 가진 녀석들 말이지.”

아마 카샤스 대공에게 접근하려면.

최소 왕국의 공작급.

혹은 이미 왕국을 먹어버렸다면 그 왕국의 왕족이 되어 왔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나 같이.

왕족이라고 하면 일단은 타국에서 먹어주니까.

“흠. 안 그래도 이미 접근해온 녀석들이 있었다. 에일 왕국의 왕족이라더군.”

그러자 옆에 있던 재중이 형의 눈빛이 빛났다.

<불멸> 에일 왕국은 벌써 먹힌 모양이다.

<주호> 엄청 빠르네요.

<불멸> 그쪽은 큰 연합이 들어갔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정말 빠른데?

<주호> 이미 성마대전 역사를 다 알고 있잖아요. 왕국 뒤집는 건 일도 아니었을 거예요.

<불멸> 유저들이 벌써 왕족이라…… 시작부터 빡세겠군.

재중이 형과 이에 대해 대화해본 적 있었다.

어쩌면 왕국 몇 곳은 먹혔을 수도 있다고.

그리고 지금 그게 확실히 드러났다.

<불멸> 에일 왕국 말고도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곳이 더 있을 거야.

<주호> 네. 전사 형에게 알아보라고 부탁해 놓을게요.

<불멸> 아니. 굳이 안 해도 알아서 카샤스 대공에게 찾아오겠지.

<주호> 왕족 작위를 내세워서요?

<불멸> 그래. 내전인 지금이 카샤스 대공에게 접근하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니까.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다. 내가 그들이라면 말이지.

평소 같으면 카샤스 대공이 타국의 왕족이라고 해도 만나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사실 그들 위에 군림할 정도의 영웅인지라.

격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상황이 이렇지 않았다면 카샤스 대공도 굳이 만나주지 않았을 터.

<주호> 가만히 있어도 와서 알려주겠네요.

<불멸> 어. 그동안 발톱을 숨기도 있던 녀석들도 밖으로 튀어나오겠지. 에일 왕국처럼 말이야.

바로 카샤스 대공에게 물어보았다.

“에일 왕국이 뭘 요구했지?”

그러자 카샤스 대공이 살짝 표정을 구기면서 답했다.

“대공 위를 달라더군. 내가 제국의 황제가 되었을 때. 그럼 에일 왕국의 모든 병력을 지원해서 황제가 되게 해주겠다고.”

그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불멸> 대공이라…… 이 녀석들. 꽤 재밌게 나오는데?

<주호>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대공은?

대공위는.

원래 퀘스트 보상에 없었다.

공작이 최고였고.

에일 왕국 녀석들은 그걸 내어달라고 한 셈이었다.

어떻게 보면 과하다고 느껴지는 보상.

아마도 녀석들도 알고 있지 않을까.

흐음.

속셈을 모르니.

그걸 알아내려면…….

이쪽에서도 한 발 걸칠 수밖에 없나.

그리고는 바로 카샤스 대공에게 말했다.

“들어줘.”

“뭐?”

“대신. 그 녀석들 좀 빡세게 굴려 봐. 과연 어떤 의도로 접근한 건지 봐야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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