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46화 (1,246/1,404)

#1246화 타란 제국 내전 (2)

처음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타란 제국으로 향한 유저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다만.

그런 관심이 바로 타란 제국행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마도 간이라도 보는 듯 서로 눈치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도 잠시였다.

어느 게임 게시판에서 유명 길드 중에 하나가 타란 제국으로 향하는 영상을 올린 뒤.

오래 지나지 않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거대 길드들이 하나둘 타란 제국행을 선언하고는 바쁘게 자신들의 비공정에 올라탔으니까.

이런 거대 길드들의 움직임은 조금이라도 타란 제국에 관심이 있었던 유저들의 마음에 불을 붙여 놓았다.

대륙 각지에서 유저들이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과.

용신검의 값어치를 저울질해 보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결정이 났다.

아마 나 같았어도 용신검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꼭 용신검이 아니라고 해도.

이번 타란 제국 내전에 걸린 상품은 상당했다.

그중 일정 부분만 취할 수 있어도.

이번 길드들의 원정은 충분히 해볼 만한 일정이 된다.

그런 판단들과 경쟁심은.

곧 거대한 러시가 되어.

서버 내의 모든 이들의 시선을 타란 제국으로 몰리게 만들었다.

전혀 관심이 없었던 유저들마저 관심을 가지게 할 만큼이나.

그 상황을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다들 꽁지에 불이 붙었네. 하던 일 다 내버려두고 날아오는 걸 보면 말이야.”

자신들의 움직임을 숨기려고 해도.

서버 내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길드라면 대부분 그들의 움직임이 잡히는 편이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몇 백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일이라.

특히 거대 연합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 강했다.

이들에게 붙은 눈들이 더 많으니까.

서로 견제하는 연합들도 있었고.

이번 타란 제국행은 숨기려고 해도 절대 숨길 수가 없었다.

전사 형이 몇몇 거대 연합들과 길드들의 움직임을 정리해보고는 말해주었다.

“현재 왕국들을 먹으려고 작업 중이던 거대 연합들까지도 다 움직인 것 같습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재중이 형은 꽤 흥미롭다는 듯 말했지만.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간 공을 들인 왕국을 뒤로하고 이 원정에 몸을 실었다는 뜻이 되니까.

그만큼 그들이 이 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도 된다.

“무려 용신검이 걸린 내전 아닙니까. 이걸 물지 않으면 거대 연합이 아니겠죠.”

“그렇다고 전부 빼오진 않았을 거 아냐?”

재중이 형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

아무리 용신검이라고 해도.

어차피 1등 상품은 하나뿐이었다.

확실히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왕국을 완전히 포기하고 움직이는 건 다소 무리가 있었다.

재중이 형의 물음에 전사 형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습니다. 기반이 될 왕국을 먹는 일을 아예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작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나선 듯합니다.”

“그럼 어설픈 애들을 보내진 않았겠네.”

“그런 셈이죠. 용신검을 얻을 수 있다면 좋고. 아니라고 해도 타란 제국에 한 발 걸칠 수도 있을 겁니다. 거의 각 연합의 최정예니까요.”

“호오. 양쪽 다 먹어 보겠다? 욕심이 과한데?”

“네. 하지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일 겁니다. 어느 것 하나 놓치긴 어려운 시기죠. 성마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동안 쌓아 둔 걸로 버텨야 하니까요.”

“그렇긴 해. 괜히 왕국을 먹으려고 저리 애쓰는 게 아니니까.”

기반이 되는 왕국.

이건 앞으로 성마대전을 버틸 수 있는 좋은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러니 각 연합에서 기를 쓰고 왕국을 먹으려고 하는 중이었고.

물론 각지에서 나는 아이템들도 중요하긴 한데.

결국 성마대전은 대륙 간의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전쟁에서 왕국 같은 거점이 없는 건.

그냥 이 전쟁, 저 전쟁 끌려다니며 소모품으로 갈려 나가다가 끝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

왕국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그만큼 컸다.

그런데 지금.

무려 타란 제국이라는 매물이 갑자기 유저들 앞에 튀어나와 버렸다.

전사 형 역시도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타란 제국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왕국을 소홀히 할 만큼의 메리트가 있죠.”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같은 의견을 표시했다.

“타란 제국에서 내건 상위 작위들이면 제국 내에서도 자리 잡을 수 있으니. 오히려 그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놓여진 거겠지.”

“거기다 잘 하면 둘 다 차지할 수도 있겠죠.”

“왕국을 먹어 놓고. 제국에는 발을 걸친다라……. 나쁘지 않겠네.”

확실히 거대 연합들 입장에서는 절대 나쁘지 않는 선택지였다.

시작점인 왕국들이야 어떻게든 작업이 가능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제국에는 진출조차 못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이번 기회는.

그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저렇게 대륙 각지에서.

굳이 이 멀디먼 타란 제국까지 러시를 하고 있는 중이고.

재중이 형이 전사 형이 정리해 준 연합들의 목록을 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다시 웃음을 지었다.

“이거, 반가운 얼굴들도 꽤 보겠는데?”

슬쩍 재중이 형이 본 목록들을 보니 나 역시 잘 알고 있는 연합과 길드들이었다.

“타란 제국도 먹으려고 작정했나 보네요.”

“큭. 그러게. 이 기회를 놓치면 감이 다 죽은 거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하던 중 저 먼 하늘 너머로 불길이 터져 올라오는 광경이 보였다.

높디높은 산맥 꼭대기까지 폭발이 보이는 걸 보면.

제대로 시작된 듯했다.

그리고 연이어 대기를 울리는 폭발음과 딛고 있는 땅 위가 울렁이면서 진동이 전해져왔다.

어지간한 폭발로는 이 먼 거리에서 이 정도 충격이 오긴 힘들었다.

챠밍이 그 모습을 보더니 살짝 굳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드디어 도착했나 봐요.”

“아. 올 때가 됐긴 했어.”

나와 챠밍이 이야기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였다.

지금 저 폭발은 아마 카브레시아가 타란 제국의 수도에서 난장판을 피우며 일으키고 있는 폭발일 테고.

그런 충격의 여파가 고스란히 이 먼 곳까지 전달되고 있었다.

다시 폭발에 땅이 울리는 것을 느끼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타란 제국 황제가 꽤 고생하겠는데?”

저 상황을 보고도 이렇게 태평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타란 제국을 빠져나온 지 꽤 됐기 때문이었다.

현재 양옆으로 카샤스 대공의 주력 세력들이 긴 행렬을 만들어 줄지어 함께 걸어가는 중이었고.

어떻게 보면 패잔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냥 철수한 거라 딱히 피해가 있지도 않았다.

굳이 빠져나가는 우리를 타란 제국에 주둔해 있던 방어 병력들이 뒤쫓지도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타란 제국의 수도를 수호하는 일이었으니까.

우리가 도망치는 상황에서 그들이 수도를 비워두고 더 이상 추적할 이유가 없었다.

가뜩이나 주력 병력을 타란 제국 황제가 몰고 나간 상황에서.

만약 수도를 비워놓고 나왔다가 다른 공격이라도 받으면 답이 없으니.

덕분에 우린 편안하게 빠져나왔고.

시선 한쪽의 시스템 메시지에는 아직 내전 퀘스트에 불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카샤스 대공이 죽거나 포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란 제국 내전은 여전히 유효했다.

혹여나 타란 제국 황제가 저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에게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이 내전 퀘스트는 그대로 종료되어 버릴 것이다.

조건이 그러하니까.

어차피 타란 제국 황제가 없으면 자동으로 카샤스 대공이나 아이샤 황녀가 황위를 가지게 된다.

전사 형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그냥 황제가 저기서 죽어주면 제일 편하지 싶다.”

“그래도 쉽게 죽진 않을걸요?”

비록 카샤스 대공이 빠졌다고는 하나.

타란 제국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무너질 정도의 제국은 절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지금 전투가 일어난 지 상당히 지났는데도 여전히 내전 시스템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고개를 돌려 나르샤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상황 확인 좀 할 수 있어요?”

“응. 잠시만.”

그러더니 나르샤 누나가 카샤스 대공의 용기사단의 용을 한 마리 빌려 타더니 곧장 하늘로 올라갔다.

우리 중에 정찰 능력은 나르샤 누나가 최강이니.

<나르샤> 생각보다 훨씬 잘 버티네.

<주호> 역시 그런가요.

<나르샤> 응. 타란 제국 수도에 걸려 있는 방어 시스템이 검은 용암을 계속 막아내는 중이야. 뚫으려면 한참 걸리겠어.

분명 예전에 에센시아 제국도 비슷한 방어 시스템이 존재했었다.

타란 제국도 그런 방어 시스템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르샤> 용들이 날아다니며 계속 방해하니까 고대 마룡도 꽤 성가신가 봐.

그때 우리에게도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타란 제국 수도 방어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

방어전.

예상했듯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침략하자 유저인 우리들에게는 방어전 메시지가 떴다.

카샤스 대공 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보상은 타란 제국 황제가 주는 쪽으로 되어 있는 걸 보면.

참여한다고 해도 딱히 상관은 없을 듯했다.

하지만 이걸 참여하게 되면 카샤스 대공과의 연합이 깨져 버릴 테니 고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아마 유저들이 이곳에 도착하게 된다면.

내전과 방어전이 동시에 뜨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개판인 상황이지.

이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저들의 진영 자체가 바뀌어버리게 될 터였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재중이 형 옆으로 가서는 말했다.

“방어전은 문제가 되겠죠?”

“그렇겠지.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냐.”

그러고는 재중이 형이 카샤스 대공 쪽을 쳐다보았다.

“카샤스 대공에게 고대 마룡 토벌 퀘스트를 추가로 내려달라고 해.”

“알았어요.”

확실히 카샤스 대공이 고대 마룡에 관련된 퀘스트를 내어주면 방어전과 대치를 하게 된다.

둘 다 고대 마룡을 잡는 퀘스트지만.

진영만 바뀌는 문제라.

“알겠지만. 보상을 찐하게. 괜히 아끼면 유저들 다 넘어간다.”

웃으면서 말하는 재중이 형을 보며 마주 웃으면서 그대로 카샤스 대공에게 가서 전달하자 곧장 관련 토벌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이로써 퀘스트빨로는 절대 밀리지 않게 되었다.

똑같은 내전에 방어전 퀘스트.

반면 이쪽은 보상이 타란 제국 황제가 내건 것보다 훨씬 후했다.

어차피 타란 제국 황제는 유저들에게 그다지 뭔가를 내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을 테니까.

형식적인 보상 정도?

그 성향이 그대로 퀘스트에 반영되어 있었다.

반대로 카샤스 대공은 우리의 영향을 받아 유저들이 혹할 만한 것들만 골라서 내놓았고.

이러면 답은 뻔하다.

머리에 총을 맞지 않고서야 타란 제국에 붙는 일은 없다고 봐야겠지.

뭐 일부는 타란 제국에 붙을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느 정도 수도에서 떨어진 뒤 미리 준비된 비공정으로 산맥을 넘어 한참을 더 이동하다가 너른 평야가 나왔고 곧 아이샤 황녀가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대공령에 도착했어요.”

이곳은 카샤스 대공의 고유 영지.

그것도 무려 타란 제국 전체의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거대한 영지였다.

그리고 이 영지의 존재가 카샤스 대공이 찐부자인 이유이기도 했다.

카샤스 대공이 믿는 구석도 없이 내전을 일으킬 정도로 바보도 아니고.

이 정도는 되어야 비벼볼 만하지.

그렇게 대공령에 도착한 뒤 내전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되었고.

재중이 형이 내게 와서는 하나의 아이템을 건넸다.

“이게 용신의 파편이다.”

용신의 파편을 넘겨받는 순간.

갑자기 내 인벤 속의 아이템 중 몇 개가 동시에 이 용신의 파편에 반응을 보이면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흐음?

이거…….

생각 왼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