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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45화 (1,245/1,404)

#1245화 타란 제국 내전 (1)

게시판에 한 가지 게시글이 올라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버가 발칵 뒤집혔다.

그 게시글의 내용 자체가 지금 시점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일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 오늘 올라온 게시글 봤냐?

- ㅇㅇ. 대박. 타란 제국 내전이라며.

- 미친 거 아님? 무슨 벌써 내전이야. 그것도 제국에서.

- 원래라면 타란 제국 지금은 조용해야 하잖아.

- 그러니까 내 말이.

현 시점에서 각 왕국에서는 유저들이 개입해서 난장판이 된 곳이 많긴 했지만.

그럼에도 제국까지는 유저들이 진출하지 못해서 아직은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런 제국 중 하나인.

그것도 가장 베일에 싸여 있었던 타란 제국에서 내전이 일어났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카샤스 대공이 타란 제국을 뒤엎는 건.

지금보다 한참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일어나는 일이었다.

서버의 유저들 대다수가 그걸 인지하고 있었고.

한마디로 이건.

중간에 유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절대 바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원 역사대로였으면 타란 제국에서 내전이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답은 뻔하지.

- 하. 어떤 놈이 벌써 타란 제국까지 가서 뒤집어 놓은 거야?

- 그러게. 누구는 아직까지 왕국에서 노는데…….

- 근데 내전 일으킬 정도면 대체 타란 제국에서 얼마나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거지?

- 맞네. 어지간한 작위로는 시도도 못 해보잖아.

- 돈도 엄청 들지 않나?

- 말도 마라. 우리 길드는 왕국 좀 먹어 보겠다고 다들 전 재산 꼬라박았다. 이거 못 먹음 우리 파산임. 왕국이 이런데 제국? 타란 제국이면 못 해도 수백 들어갈걸?

- 하. 제국에서 내전 시도할 수 있는 그 재력이 부럽다……

그런데 몇몇 유저들이 발견한 건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 아냐. 게시글 잘 봐봐. 이거 타란 제국 자체에서 나온 이벤트임.

- 정말 그러네?

분명 누군가 개입했다는 심적인 정황은 있긴 한데.

게시글 자체는 타란 제국에서 직접 나온 퀘스트였다.

아직까진 아무리 유저가 날고뛴다고 해도.

타란 제국의 퀘스트까지 건들 순 없으니까.

대부분은 놀라움과 더불어 감탄이 이어졌지만.

반면 꽤 다수의 유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는 편이었다.

- 야. 그런데 괜히 내전 참가하다가 죽으면 망하는 거 아님?

- 그러게. 기회도 한 번뿐인데.

- 요즘 몸 사리는 애들 많더라. 상위 길드도 지들끼리는 절대 안 싸우잖아.

- 한 번 죽으면 탈락이니까 아직은 조심스럽지.

- 타란 제국 내전에 죽음을 감수하고 참가할 이유가 있음?

- 모르겠네. 보상이 엄청나다면 또 모를까.

게시글을 읽는 유저들의 대다수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반응이기도 했고.

죽으면 다시 살아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어차피 성마대전에서 한 번 죽으면 끝이라.

굳이 모험을 걸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타란 제국 내전에 유저들을 끌어들이려면.

그들을 유혹할 만한 보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보상도 함께 걸었다.

누구나 혹할 수밖에 없는.

- 야야. 뒤에 타란 제국 내전 보상 올라왔다.

- 어? 이거…… 미친 거 아님? 정말 이 보상 맞아?

- 장난 아닌데? 작위부터 화려하다.

- 공작에 후작, 백작 자리가 대체 몇 개야?

- 아예 유저들로 타란 제국을 다 채우려는 건가?

- 용기사단도 있다. 타란 제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용에 전용 장비까지 다 준다고?

- 베르탈륨도 준데. 이거 지금 부르는 게 값인데.

- 기여도에 따라서 황실 창고 이용권도 준단다.

- 황실 창고 물건이면 최소 성마대전에서 통하는 네임드급 템인데……. 미쳤다.

- 독점 거래권까지 푼다는데?

- 와. 진짜 이게 다 얼마냐.

- 퍼주고 망하려고 작정한 건가?

하나씩 쪼개놓고 봐도 놀라운데.

그걸 통째로 다 퍼준다고 하니 유저들이 놀랄 수밖에.

그것도 내전에 참여하는 중요 NPC 중 하나인 카샤스 대공이 직접 부여하는 퀘스트였다.

- 카샤스 대공이 주는 퀘스트면 뻥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다 몇몇 유저들이 마지막 보상을 보고는 놀라서 다시 글을 올렸다.

- 미친. 마지막 보상 봐라.

- 뭔데 그래?

- 와. 이거 진짜임?

- 용신검. 아스카론……!

- 돌았네.

- 진짜?

- 이거 카샤스 대공 전용 무기 아님?

- 대박!

-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이번 내전 기여도 1위한테 준단다.

이전까지 올라온 보상은.

그냥 좀 어떻게 한 번 참여나 해볼까 싶을만한 보상들이었다면.

용신검 아스카론은 아예 차원이 달랐다.

이검 자체가.

성마대전의 역사나 마찬가지인 물건이라.

그것도 성마대전 통틀어 손가락에 꼽는.

최강의 영웅 중 하나인.

카샤스 대공의 전용 무기였다.

쓰기에 따라 마왕급의 NPC도 잡을 수 있는.

성마대전에 잘 모르는 유저들도.

용신검 아스카론은 무조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마대전에서 가장 얻기 힘든.

어쩌면 이 성마대전을 통틀어 얻을 수 있는 무구 중에.

가장 강력한.

최종 무구 중 하나이기도 했고.

이 용신검은.

얻을 수만 있다면.

죽어서 탈락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을 정도의 그런 물건이었다.

아이템 값?

그냥 부르는 게 값이지.

연합이나 길드원 전부를 희생시켜서라도.

마지막에 어떻게든 얻을 수만 있다면.

무조건 고를 외쳐야 하는 물건이었다.

그런 용신검 아스카론이 풀린다는 내용은.

안 그래도 열렬적인 반응을 보였던 타란 제국 내전 게시글이 이젠 아예 폭파되기 일보직전까지 가 버렸다.

조회수가 끝도 없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타 정보 사이트에도 동일한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잠시 여기저기 살펴본 전사 형이 곧 만족스럽다는 듯 크게 웃음을 보였다.

“이거, 반응이 폭발적인데요?

그러자 나르샤 누나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무려 용신검이라고. 사람들이 성마대전에서 끝까지 버티려는 이유가 먼데. 바로 이런 용신검 같은 끝판왕 무기를 얻으려고 하는 거잖아.”

그때 옆에 있던 이쁜소녀가 다소 걱정스러운 듯 말을 꺼냈다.

“나르샤 언니.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예요? 용신검.”

이쁜소녀가 걱정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용신검을 보상으로 걸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 그 용신검을 가진 자가 누구인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걱정이었다.

그러자 나르샤 누나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빤히 바라보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기여도 1위. 누가 할 것 같아?”

“아! 맞다.”

이쁜소녀 역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이해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오빠가 무조건 1등이겠죠?”

그랬다가 뭐가 생각났는지 바로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거 완전 사긴데…….”

그 모습에 나르샤 누나는 손가락을 흔들며 전혀 아니라는 듯 답해 주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전부 카샤스 대공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원래 그런 물건이니까. 그리고 용신검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호응도 있지 않았을 거야.”

“그렇긴 해요.”

타란 제국의 작위나 다른 보상들 역시도 엄청난 보상이긴 했다.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얻을 수 있는 보상들 선에서는.

그것만 해도 차고 넘치긴 하겠지만.

그래도 시선을 끌기엔 용신검만 한 게 없었다.

“그런데 다른 보상들은 어떻게 주는 거예요?”

이쁜소녀가 해맑은 미소와 함께 물어봤는데 순간 나르샤 누나도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지 난감한 눈빛으로 전사 형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전사 형이 바로 설명해 주었다.

마치 장난기 많은 소년처럼.

“그걸 카샤스 대공이 전부 자기가 주려면 아무리 재산이 많더라도 바로 파산일걸?”

“그럼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멀리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방향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내전에서 이기면 다 뺏어서 주면 돼. 그게 작위든 아이템이든.”

“아……! 맞다.”

그러자 이쁜소녀도 이해했다는 듯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전사 형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원래 그럴 생각으로 보상 조건에 놓은 거니까.

내전에서 죽어 나갈 귀족들의 작위를 유저들에게 주면 그만인 데다가.

각종 이권을 지니고 있던 귀족들의 재산 역시 몰수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카샤스 대공은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고 보상을 해줄 수 있다.

뭐 어떻게 보면 타란 제국의 재산을 퍼서 주는 셈이긴 한데.

어차피 내전에서 지면 빈털터리로 밀려나는 판이라.

재중이 형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일단 미끼는 뿌려 놨지만. 타란 제국에 유저들이 도착하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거야. 지금 당장 출발해도 거리가 있는 만큼.”

다들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유저들은 각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각자의 욕심에 의해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서.

혹은 왕국도 포함되어 있고.

어떤 이들은 아예 성마대전의 최전선에 가까운 곳으로 가기도 했을 테고.

그런 그들이 타란 제국으로 모이려면 아무리 빨라도 며칠은 걸릴 것이다.

“아마 다들 도착할 때쯤 되면 쑥대밭이 된 타란 제국을 구경할지도 모르겠는데.”

재중이 형 말대로 지금은 카샤스 대공의 세력이 이기고 있다고 하나.

곧 타란 제국 황제의 병력이 모두 돌아올 예정이었다.

거기다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까지 따라올 테고.

황제야 어찌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고대 마룡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용신의 파편을 손에 넣긴 했지만.

이걸로 녀석을 끝낼 수 있을 진 미지수니까.

솔직히 아직 사용법도 모른다.

그냥 고대 마룡이 이걸 원하니 그걸 막는 게 최우선이었고.

그때 챠밍이 내게 물어보았다.

“오빠. 카브레시아는 알리지 않을 생각인가요?”

“흐음. 글쎄에.”

챠밍이 말하는 바는 유저들에게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의 존재를 알리는가였다.

타란 제국 내전까지는 뭐 어떻게 해볼 만하겠지만.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이곳에 있다고 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찾아올지도 모르겠고.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불리는 녀석이라.

곧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난 딱히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니까.”

능청스러운 내 말에 챠밍이 할 수 없다는 듯 살짝 한숨을 쉬고는 답했다.

“심술쟁이 같아요.”

“뭐 오면 다들 알아서 확인하겠지. 아마 그때가 되면 방어전 같은 걸로 뜨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오히려 더 좋아하지 않으려나? 무려 고대 마룡이잖아.”

그 방어전을 해야 할 타란 제국이 과연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어쩌면 고대 마룡이 공격해오는 와중에 내전을 일으켰다고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저들은 내전이 우선인지 고대 마룡이 우선인지 알 수가 없을 테니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생각을 정리하곤 모두를 보면서 말을 꺼냈다.

“자. 여기서 볼일은 끝났으니 다들 튀죠.”

어차피 용신의 파편을 먼저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란 제국을 방문한 것이었다.

굳이 불바다가 될 곳에 남아 있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같이 죽을 게 아니라면 말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카샤스 대공이 아이샤 황녀와 함께 다가오자 말했다.

“카샤스. 이제 타란 제국은 버린다. 전부 철수해. 그리고 뒤처리는…… 타란 제국 황제가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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