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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41화 (1,241/1,404)
  • #1241화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 (7)

    지금 우리의 상대는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

    등급으로 치면 네임드 중에서도 극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런 녀석을 상대로 과연 어정쩡한 공격이 먹히기나 할까?

    아니.

    일정 이하의 대미지는 그냥 고대 마룡 녀석에게 간지러운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애초에 자체 방어력에서 다 씹히는 수준일 테니.

    네임드의 어마어마한 방어력와 넘치는 체력을 고려해 본다면.

    눈곱만큼 피해를 주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고대 마룡에게 제대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우리에게 있는 나쁘지 않은 패 중에 하나.

    그건 바로.

    마왕 헤르게니아의 공격력이다.

    일단 그녀가 몸으로 치고받는 근접 전투형은 아니라고 할지언정.

    그녀 역시 마왕이었다.

    최소한 유저들에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본적인 공격력은 아득히 넘어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전투형이 아니라도 원거리 공격까지 약할 거라는 생각은 맞지도 않고.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은데.

    마왕 헤르게니아 같은 경우는.

    딱 그런 케이스에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마법형에 가까운.

    원거리 공격이 더 강한 케이스겠지.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뒤.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말했다.

    “한 방 더 가능해?”

    “아니. 방금 공격으로 다 쏟아부었어. 다음 공격은 좀 기다려야 해.”

    아마 저건 쿨타임이 필요한 공격인 듯했다.

    하긴.

    마왕이라고 할지라도 저런 강렬한 공격을 연속으로 계속 쏟아낸다면 그것도 무서운 일이라.

    어차피 공격이 안 된다면 고대 마룡에 달라붙어 날아다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이라 바로 외곽으로 떨어져 나왔다.

    괜히 발광하는 고대 마룡 근처에 있다가 피해를 보면 본전도 못 찾는다.

    완전히 공격권에서 벗어나 마왕 헤르게니아를 쳐다보니 그녀의 주변으로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몇 개의 기구가 떠다니며 그녀를 맴도는 게 보였다.

    “그건……?”

    궁금해서 물어보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해주었다.

    방금의 검은 창 마법이 잘 먹혀서 기분이 괜찮아 보이기도 했고.

    “아, 이거? 마력 보조 아티팩트.”

    자세히 보니 마왕 헤르게니아의 주변을 도는 원형체 말고도 그녀의 로브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빛들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이쪽도 뭔가의 아티팩트 같은데…….

    둘 다 평범해 보이지는 않네.

    아마 이것들은 마왕 헤르게니아가 말한.

    잘 준비된 마법사의 기준이 되는 물건일지도.

    나중에 챠밍에게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하나?

    꽤 쓸모가 있어 보이는데 말이지.

    챠밍도 저 마왕 헤르게니아의 물건에 관심을 보내는 걸 보면.

    그리고 방금 그녀의 공격은 이 아티팩트들의 힘을 써서 시전한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 시점에 저것들을 꺼낼 이유가 없었으니까.

    “언제 다시 공격할 수 있어?”

    “대략 1분. 아티팩트에 소모된 마력을 다시 채우려면 그 정도 걸려.”

    고대 마룡의 단단한 방어 체계를 한 번에 부술 정도의 위력을 가진 광역기를 1분에 한 번이라…….

    나쁘지 않다.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예상했던 답을 해주었다.

    “원래는 이렇게 빨리 못 쓰는데. 얘들이 도와주는 거지.”

    역시 그랬나.

    스킬의 쿨타임을 줄이거나.

    혹은 방대한 마력을 보조하는 형식의 아티팩트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과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슬쩍 챠밍을 쳐다보자 그녀도 내게 눈을 맞추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건 필요하긴 하겠네.

    카아아아!!

    그때 한 방 얻어맞은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가 격한 분노를 토하면서 강한 하울링을 내더니 곧 매서운 눈매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쟤 눈 돌아갔잖아?”

    “그러게.”

    마왕 헤르게니아의 평가에 나 역시 동의했다.

    봉인지에서 봉인이 풀려 나와서 이렇게까지 강력한 공격을 맞아본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걸 잘 알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이번에 마주한 고대 마룡의 신체에는 거의 피해가 없었으니까.

    대체 타란 제국 황제는 그 많은 병력으로 뭘 한 건지 모르겠네.

    그래도 그만큼의 병력이 있었으면 고대 마룡에게 생채기라도 낼 만도 한 데 말이지…….

    고대 마룡을 놓친 것도 그렇다.

    포위망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도 뻥 뚫리는 것 자체가 녀석에게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당한 건지 잘 보여 주었다.

    그때 뭔가의 생각이 머리를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일부러?

    아냐.

    굳이 포위망을 풀고 고대 마룡을 풀어줄 리가…….

    만약 그게 아니면.

    고대 마룡이 곧장 타란 제국으로 날아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가?

    이쪽은 또 아닌데.

    역시 그냥 역부족이었나?

    그러기에는 또 너무 쉽게 뚫렸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는 동안 다시 고대 마룡이 피해를 복구하면서 신체 전체를 은신 상태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살짝 눈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저거 그냥 두면 또 사라질 거야.”

    아마 마왕 헤르게니아에게도 저건 꽤 성가신 능력일 것이다.

    “넌 볼 수 없어?”

    “흥. 마왕을 뭘로 보는 거야? 그리고 볼 순 있는데. 그러려면 다른 능력들을 제한해야 해.”

    일단 볼 수는 있다는 거네.

    여차하면 감각을 풀어버리고 그녀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지금은 외곽으로 빠져서 다소 느슨하게 하고 있지만.

    이런 감각을 계속 유지하는 건 꽤 부담이 되는 일이라.

    “완전히 해제할 수 있는 마법은?”

    “저런 상위 개체에게 먹히진 않을 걸?”

    챠밍을 보자 그녀도 맞다는 듯 동의했다.

    “어지간한 마법은 아예 먹히지 않을 거예요.”

    “역시 그런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타란 제국 황제도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중간에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데 붙잡을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르겠고.

    그때 다시 한 번 쿨타임이 되자 고대 마룡에게 파고들어서 한 방 먹이고는 그대로 빠져나왔다.

    크아아아!!

    방어는 챠밍.

    공격은 마왕 헤르게니아.

    회피기동은 내 쪽에서.

    각자 할 일을 나눠서 분담하자 효율적으로 바퀴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이런 식으로는 시간을 끌 수 있을 뿐.

    고대 마룡을 죽인다거나 할 수는 없었다.

    전체적인 딜량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려나.

    저 녀석의 압도적인 전체 체력을 고려해 본다면.

    체력 회복량도 상상을 초월할 터.

    한 방 맞더라도 어지간한 피해는 다시 복구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 증거로 마왕 헤르게니아가 광역기로 뚫어버린 뱃가죽에서 흐르던 피도 어느새 다 멈추고 비늘까지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왕 헤르게니아도 그걸 잘 아는지 내게 말했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 못 죽일걸? 금방 복구하잖아.”

    답답해하는 그녀에게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역시 그렇겠지?”

    마음 같아서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공격하고 싶긴 한데.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꼭 녀석을 죽이지 않더라도.

    여기서 녀석을 붙잡아두면서 시간을 끄는 일이었다.

    그런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건 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적어도 고대 마룡 녀석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돌아가고 있진 않으니까.

    지금도 오직 실피드를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검은 용암을 뿌려댈 뿐이었다.

    과연 얼마나 잡아둘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때 갑자기 내 감각에 뭔가가 걸려드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내 미소가 궁금했던지 마왕 헤르게니아가 물어보았다.

    “왜? 뭐야? 그 이상한 웃음은.”

    챠밍도 궁금했던지 날 빤히 쳐다보았고.

    “아. 생각지도 못한 손님들이 오네.”

    아니.

    생각은 했었는데.

    설마 이쪽으로 올 줄을 생각을 못 했다고 해야 하나?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도 시선을 돌려 저 멀리 하늘을 쳐다보았다.

    “안 보이는데…….”

    그러다 저 멀리서 뭔가가 잔뜩 구름을 헤치고 나타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어마어마한 숫자의 녀석들이.

    “야. 저거?”

    “어. 이제 도착한 모양이네.”

    챠밍도 이제 모습이 보이는지 외쳤다.

    “타란 제국의 병력들이네요.”

    비공정 다수와 그들을 호위하듯 날아다니는 수많은 용들.

    그리고 그 사이로 익히 아는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로아.”

    타란 제국 황제의 전용 드래곤.

    “이제 겨우 쫓아온 건가.”

    생각대로라면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는 은신 능력을 써서 저들을 포위를 뿌리쳤을 것이다.

    아무리 고대 마룡이라고 할지라도 저 정도의 군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쓸어버릴 순 없을 테니.

    그보다는 타란 제국으로 가서 용신의 흔적을 차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 뒤를 바싹 뒤쫓아 왔던 건 시간적으로도 맞지 않고.

    그렇게 떨어뜨리고 왔던 타란 제국의 병력들이 우리가 고대 마룡을 여기서 잡아두는 동안 겨우 따라붙은 듯했다.

    흐음.

    어찌 하다 보니 쟤들에게 도움을 준 것 같기도 한데…….

    반대로 타란 제국 황제 입장에서도 고대 마룡을 붙잖아 둔 우리가 고마울 수도 있었다.

    자신들보다 먼저 고대 마룡이 타란 제국에 도착했다면.

    지금쯤 타란 제국은 고대 마룡에 의해 완전히 불바다가 되어 있었을 테니까.

    목적은 전혀 다르지만.

    결과만 따지면 일단 타란 제국에게는 우리 쪽이 영웅인 셈이었다.

    그렇게 계속 우리에게 접근하는 타란 제국 함대를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좀 이용해 먹어야겠는데?”

    “네?”

    챠밍이 의아한 듯 쳐다보자 시선을 돌려 고대 마룡을 쳐다봤다.

    우리에게 계속 공격을 허용해서 머리끝까지 열이 받아 있는 상태였다.

    “어차피 고대 마룡은 잡아야 하잖아.”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타란 제국 병력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체력을 깎으려면 쟤들보다 좋은 녀석들이 있을까?”

    그러자 챠밍이 알겠다는 듯 환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서로 치고받게 하자는 거죠?”

    “그럼.”

    화력이 부족해?

    그렇다면.

    그 부족한 화력을 다른 곳에서 끌어오면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그 화력을 제공해줄 상대들은.

    저기 멀리서 열심히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기도 하고.

    만약 고대 마룡이 우리를 따라오지 않는다면 또 모를까.

    지금은 공격을 계속 맞아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이 상태로 우리가 타란 제국 함대로 들어간다면?

    우리 대화를 들은 마왕 헤르게니아가 감탄 아닌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와. 너 진짜 마왕이 따로 없네.”

    “음…… 그거 칭찬이지?”

    곧장 실피드를 몰아 타란 제국 함대 쪽으로 날아가자 고대 마룡 역시도 거대한 날개짓을 했다.

    녀석이 은신 상태였지만 내 감각에는 확실히 느껴진다.

    바로 우리 뒤를 바싹 따라 붙는 것이.

    이 녀석은.

    절대 우릴 두고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타란 제국 함대로 붙자 전방의 용기사들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실피드잖아?”

    “카샤스 대공님인가?

    “아냐. 잘 봐. 다른 사람이야.”

    “저건…… 누구지?”

    원래 실피드에 타고 있어야 할 카샤스 대공 대신 내가 있자 모두가 혼란에 빠진 듯했다.

    그래.

    지금 많이 떠들어라.

    곧 그 관심도 확 사라질 테니.

    정확히는 관심 가질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대로 타란 제국 함대 사이로 들어가자 용기사들의 용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우리를 경계하듯 포위를 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닐 텐데…….”

    내 혼잣말에 용기사들이 의아해하자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빠르게 실피드를 상승시켰다.

    그러자 저 멀리 허공에서 검은 용암이 수도 없이 생성되어 내가 있던 자리를 향해 쏘아져 날아왔다.

    콰아아!!

    그리고 그 검은 용암들의 포화는 타란 제국 함대의 용기사들을 그대로 쓸어버렸다.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다!!”

    어디 그럼.

    우리 대신 잘 상대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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