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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40화 (1,240/1,404)

#1240화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 (6)

침몰하고 있는 배에서 버티면.

결국은 전부 죽는다.

지금 그 침몰하는 배는 바로 실피드였고.

이건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의 문제일 뿐.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실피드의 체력이 다하거나 혹은 큰 피해를 입어 경직이라도 당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추락할 것이다.

카샤스 대공의 조종 실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면.

다른 대처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실피드를 넘기라는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의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당연히 옆에 있는 아이샤 황녀는 꽤나 놀란 눈치였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여기서 놀라지 않은 건 재중이 형 정도일까.

재중이 형이 날 빤히 쳐다보고는 말했다.

“따로 흩어지자는 거냐?”

“네.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실피드는 분명히 추락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느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카샤스 대공이었다.

직접 실피드를 몰고 있는데다가.

전장에 참가해 본 경험이 누구보다 많이 있으니까.

실피드로는 추격을 따돌리는 게 역부족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저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를 상대로 말이지.

바로 카샤스 대공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물어보았다.

“처음 타는 실피드를 조종할 수 있겠나?”

따로 답을 하지 않고 곧장 본론으로 가는 걸 보면 카샤스 대공도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었던 듯했다.

정확하게는.

실피드를 조정해서 저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느냐는 거겠지.

“어. 충분히 할 수 있어.”

내겐 전장의 지배자인 카샤스 대공이나 꾸준히 훈련을 해온 재중이 형 같은 높은 수준의 조정 실력까진 갖추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그것이었다.

우수한 조종 실력이 아니라.

“다만. 여기 있는 모두를 태우고는 불가능해.”

현재 실피드에는 우리 팀을 비롯한 마왕 헤르게니아와 레오나 에센시아, 아이샤 황녀까지 올라타 있었다.

실피드가 탑승자의 무게에 구애받을 수준의 탈것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가벼운 편이 속도를 끌어올리기엔 나을 것이다.

회피 기동까지 고려해 본다면 더 그럴 테고.

조금이라도 탑승자를 줄여서 실피드를 더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잘못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보험 정도는 들어놔야지.”

솔직히 당장 실피드를 내가 조정한다고 해서 저 고대 마룡을 확실히 따돌릴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저 그 가능성이 지금보다야 좀 더 높아진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그 조금의 가능성에도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그 목숨을 거는 건 최대한 적을수록 좋을 테고.

반대로 일이 잘못되었을 때.

뒷일을 해결해 줄 보험이 필요했다.

“어차피 저 녀석이 노리는 건. 네 실피드뿐이야.”

정확히는 이 부근에서 고대 마룡 녀석에게 제일 거슬리는 존재라고 해야 할까.

당장 실피드만 추락시키면.

자신을 위협할 만한 존재가 싹 사라진다.

인력의 분배.

실피드의 무게 등을 고려한다면.

여기서 갈라지는 게 맞다.

바로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형이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타란 제국까지 가주세요.”

“나까지?”

“네. 둘 다 같이 있는 건 지금은 손해일 테니까요.”

내 말에 잠시 생각한 재중이 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네가 시선을 끄는 동안 먼저 가서 용신의 흔적을 빼돌리라는 소리로 들리네.”

역시.

말하지 않아도 곧장 알아듣는다니까.

나 역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그리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타란 제국 황제의 키로아가 보이지 않는 이상은…….”

“먼저 도착하는 쪽이 임자다 이거겠지.”

“그렇죠.”

지금 타란 제국 황제보다야 우리가 꽤나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키로아가 당장 전력으로 쫓아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보다 빠르긴 어렵다.

거기다 만약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에게 격추라도 당했었다면 더 쫓아오기 힘들 테고.

여기서 인력을 나눠서 어떻게든 타란 제국으로 보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용신의 흔적을 먼저 빼돌릴만한 가능성 말이지.

“좋아. 그럼 누굴 남길 생각이지?”

재중이 형이 시선을 돌려 우리 팀과 같이 온 사람들을 한 번씩 쳐다보면서 물어보자 내 시선이 딱 몇 사람에게 가서 멈추었다.

“일단…… 챠밍은 남아야 해요.”

내 말에 챠밍이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실피드에 들어오는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 무조건 있어야 하거든요.”

“오케이. 그럼 챠밍하고. 또 누구? 무게를 줄여야 하니 너무 많이 남길 순 없어.”

재중이 형 역시도 실피드의 무게를 줄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최대한 재중이 형 쪽으로 많은 인원을 넘겨주어야 했다.

다들 내게 시선을 집중하자 모두를 쳐다봤다가 한쪽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헤르게니아도 남고.”

“에? 내가?”

“어. 너도 남아야지.”

자신을 고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잠시 눈을 깜빡였지만 곧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카샤스 대공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쪽은 일단 마왕이니까.

신경 쓰이는 사람들이 전부 빠지면.

그녀가 제대로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정체 때문에 숨기고 있던 마왕의 능력들을 말이지.

챠밍.

그리고 마왕 헤르게니아.

이 둘의 조합이라면.

내가 몇 번 실수하더라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르샤 누나도 고려하긴 했지만…….

“나르샤 누나는 재중이 형 쪽의 눈이 되어주어야 해요.”

내 설명에 나르샤 누나가 괜찮다는 듯 답했다.

“알았어. 거슬릴 만한 적들을 잘 피해서 가라는 거지?”

“네. 시야가 제일 넓으니까요.”

나르샤 누나라면 적들이 멀리서 붙기 전에 경로를 틀어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근접전이 강한 전사 형과 이쁜소녀는 당연히 재중이 형이 쪽으로 보내야 했다.

설명해 주자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피해 가는 것도 문제지만. 도착하고 나서가 더 문제일 거예요.”

내 말에 전사 형이 눈을 찌푸리면서 답했다.

“타란 제국에서 방해할 거라는 거겠지?”

“네. 도착하자마자 바로 전투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둘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줘야 할 거예요.”

그러면서 시선을 돌려 아이샤 황녀를 쳐다보았다.

아이샤 황녀가 우리 중 유일하게 용신의 흔적을 빼올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녀를 호위하는 역할도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어차피 실피드는 공중전을 해야 하니.

여기 남아 있는 건 의미가 없었다.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 마찬가지.

공격력이 강한 카샤스 대공과 함께 타란 제국의 방해 병력을 뚫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막내별은 그런 그들을 보조해야 하니 당연히 보내야 했고.

실피드의 회복은 아쉽지만.

챠밍과 마왕 헤르게니아가 어떻게든 처리해야겠지.

결정이 나자 재중이 형이 바로 손뼉을 쳤다.

“자자. 이제 움직입시다.”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가르가 주니어를 옆으로 불러내 빠르게 사람들을 이동시켰다.

하나둘 옮겨 탄 뒤.

마지막으로 카샤스 대공이 내게 실피드의 제어권을 넘겨주었다.

《 카샤스 대공이 실피드의 소유권을 유저 주호 님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

그러자 바로 허락했다.

설마 타란 제국 최고의 탈것인 실피드를 이렇게 얻을 거라고는 예상하진 못했지만.

어차피 나중에 되돌려주어야 하니 딱히 감흥은 없었다.

실피드가 탈것으로 등록되자마자 곧장 감각을 최대한으로 개방시켰다.

그 순간.

주변으로 날아오는 모든 검은 용암들의 궤적이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완전히 감각 속에 걸려들었다.

좋아.

감각 상태는 나쁘지 않다.

“나중에 보죠.”

“그래. 조심해라.”

재중이 형의 가르가 주니어가 옆으로 빠져나갔고.

옮겨 탄 모두가 점점 작은 점으로 변하여 시야에서 멀어지자 실피드를 그대로 위로 상승시켰다.

만약 고대 마룡 녀석이 가르가 주니어를 쫓아간다면 골치 아프겠지만…….

예상했던 대로 녀석의 검은 용암들은 가르가 주니어가 아닌 위로 상승한 실피드에게 집중되어 다시 쏘아졌다.

“둘 다 꽉 잡아!”

챠밍과 마왕 헤르게니아가 실피드의 등에 바싹 붙자 그대로 실피드를 반전시키면서 곡예를 하듯 검은 용암들을 돌파하며 피해냈다.

뒤에서 날아오는 걸 보지도 않고 이런 곡예가 가능한 것은.

이미 이 일대의 검은 용암의 궤적들을 전부 파악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의외의 상황이 생기지 않는 이상에야.

피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피드가 가벼워진 것도 한몫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은신을 하고 있는.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의 이동이.

내게는 제대로 느껴졌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감각들이 지금 어디쯤 녀석이 날아다니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었으니까.

검은 용암이 허공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아닌.

시작점부터 파악이 되니 피하는 것도 당연히 더 수월해졌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이야. 잘 피하네. 아까 카샤스 대공하고 완전히 다른데?”

막내별을 쉽게 보낸 건.

어느 정도 자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왕 헤르게니아 말대로 완전히 다 피하는 건 어려웠다.

워낙 검은 용암이 빠르고 숫자가 많았으니까.

“챠밍! 좌측 45도! 30도! 먼저 커버!”

“알았어요!”

내가 막지 못할 만한 궤적으로 날아오는 건 바로 챠밍에게 알려 주자 대처가 더 빨라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주었다.

콰지직!!

그러자 여유가 생긴 챠밍도 얼음 방벽을 비스듬히 세워서 검은 용암을 흘려내는 재주까지 보여 주었다.

“잘하는데?”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게 있으니까요.”

그동안 나나 전사 형이 방어를 하면서 저런 식으로 검이나 방패로 비껴 막는 걸 많이 봐서 그런지 챠밍도 따라 해본 듯했다.

지금은 그게 꽤 도움이 되는 중이었고.

마왕 헤르게니아가 흘리듯 말했다.

“이렇게 할 거면 아까부터 도와주지 그랬어?”

그 말에 내 쪽에서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이걸 오래 유지는 못 하거든.”

지금 실피드가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광범위한 허공에 죄다 감각을 뿌려댄다고 감각들이 터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감각의 처리 속도가 이전보다 몇 배는 올라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걸 쉽게.

오래 할 만한 짓은 절대 아니라는 거지.

아까 전부터 이런 식으로 감각을 남용했으면 분명히 지금쯤은 퍼져 버렸을 것이다.

비행하면서 압도적인 밀도의 감각을 퍼트리는 건.

내 쪽에서도 모험에 가까운 짓이니까.

고대 마룡에 비해 스펙이 낮은 실피드를 가지고 녀석을 맞상대하려면 현재는 이게 최선이었다.

그러니까 할 수 있을 때.

최대한으로 피해를 준다.

어차피 방어는 챠밍이 충분히 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공격을 해야지.

바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더 녀석에게 붙을 거야.”

“에? 진짜?”

“어. 너 명색이 마왕인데 원거리 공격 정도는 있겠지?”

“이게 마왕을 뭘로 보고. 당연히 가능하지.”

“좋아. 그럼 간다!”

이젠 아예 실피드를 검은 용암들 사이를 헤쳐 나가듯이 조정해 최단 거리로 고대 마룡에게 가깝게 날아갔다.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검은 용암에 직격당하는 코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돌파하는 걸 지켜보더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감탄하기 시작했다.

“와! 이 미친놈.”

마치 이게 가능하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려나.

그렇게 모든 검은 용암을 피해 고대 마룡의 거대한 동체 아래쪽까지 파고든 순간.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외쳤다.

“지금!”

그때 갑자기 마왕 헤르게니아의 주변으로 길게 생성된 수많은 흑빛의 창들이 강렬한 검은 스파크를 뿜어내면서 일제히 고대 마룡의 배를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쐐애애액!!

흑빛의 마법 창들이 고대 마룡의 방어막과 비늘들을 그대로 찢어버리면서 박혀 들었다.

콰드드득!!

동시에 고대 마룡이 거칠게 몸을 비틀어 대면서 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카야아아악!!

바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소리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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