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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35화 (1,235/1,404)

#1235화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 (1)

쿠구구궁!!

고대 마룡이 봉인에서 풀려남에 따라 봉인지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봉인이 완전히 풀린 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재중이 형이 얼음 결계를 유지하고 있던 챠밍과 소모되는 마력을 보조하던 내게 말했다.

“둘 다 수고했다. 이제 그만해도 돼.”

그러자 챠밍이 아이셔스 스태프를 중심으로 퍼져 있던 얼음 결계를 걷어 들였다.

“안 그래도 남은 마력이 아슬아슬했어요.”

타란 제국의 영웅들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얼음 결계에 들어가는 마력이 많아짐에 따라 우리 역시 마력을 쥐어짜야 했다.

특히 내 인벤에 있던 베르탈륨 광석들이 말이지.

남은 잔량을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겨우 몇 개 남았나…….

“휴. 조금만 더 시간이 길었으면 베르탈륨 광석이 먼저 바닥났을 거예요.”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소모되어 사라진 베르탈륨 광석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했다.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아마 차 몇 대 값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마 효율만 따지면.

이보다 나쁜 방법도 거의 없지 않을까.

전사 형이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내 등을 쳤다.

“수고했다.”

“형도 수고하셨어요.”

“나야 한 게 있나.”

혹시나 챠밍의 얼음 결계가 풀리면 전사 형이 나서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거기까지 가는 일은 없었다.

“어디 봉인도 풀렸겠다.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데?”

“뭐…… 쉽진 않겠죠. 우리나 저들이나.”

내 말에 전사 형이 얼음 결계 너머의 타란 제국 병력들을 쳐다보았다.

“일단 잠깐은 눌러 놓아야겠네.”

그러더니 전사 형이 발뭉을 땅에 찍으면서 마왕의 결계를 시전했다.

곧 얼음 결계가 풀려 달려들려던 모든 타란 제국의 병력들이 그 자리에서 발이 묶여 버렸다.

“윽! 이건……!”

“뭐 해! 당장 잡아!”

“젠장! 움직일 수가 없어!”

그리고 곧 풀려버린 얼음 결계 너머로 완전히 개방된 봉인지의 중심이 모습을 드러내자 타란 제국의 병력들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봉인이 없어졌어!”

“저 미친 녀석들이 정말 봉인을 풀어버린 건가.”

“고대 마룡이 풀려난다!”

웅성웅성.

막상 챠밍의 얼음 결계가 풀렸음에도 저들의 시선이 우리가 아닌 온통 봉인지의 중심으로 몰려 버렸다.

전사 형이 마왕의 결계로 저들을 묶어 놓은 동안 머리가 차갑게 식어버린 듯했다.

하긴.

당장 고대 마룡이 깨어나는 판국에 우리를 신경 쓰고 있을 정신이 있을까.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보자 용마족과 타란 제국 황제 역시 한 차례 크게 격돌하더니 서로 거리를 벌리고 멀리 떨어졌다.

챠밍의 얼음 결계가 풀린 순간.

이쪽의 이변을 저들도 눈치챈 듯했다.

용마족은 아예 타란 제국 황제를 무시한 채로 시선을 확실히 돌리고 있었다.

원래 저 용마족의 임무는 이곳의 봉인을 지키는 것일 터.

그런데 생각해 보면 왜 녀석이 고대 마룡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지 않았지?

아마 모르긴 해도 저 용마족이 챠밍의 얼음 결계를 두들기기 시작했으면 베르탈륨 광석을 아무리 들이붓는다고 해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챠밍의 얼음 결계가 우수하다고 해도.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결계로는 한 점에 모아지는 응집된 용마포를 막아내긴 힘들었을 테니까.

아예 광산 자체를 그대로 뚫어 버리는 수준인데 말이지.

재중이 형 역시도 같은 말을 했다.

“저 녀석이 나섰으면 곤란했을 거야.”

“그러게요. 왜 방해를 안 했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타란 제국 황제를 상대하고 있었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려고 했다면 어떻게든 가능했을 것이다.

그때 전사 형이 조금은 다른 추측을 꺼냈다.

“저 용마족 녀석. 사실 처음부터 이 봉인을 지키려던 게 아니었다면 어떨까요?”

재중이 형이 그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가능성은 있긴 한데…… 뭔가 중간에 빠진 것 같긴 해.”

그런 둘의 대화를 듣는 그 순간.

뭔가 머리를 휙 하고 지나가는 일들이 있었다.

하나는.

용마족 녀석이 유독 아이샤 황녀를 신경 쓰던 모양새.

또 하나는.

아마 우리에게 자격이 없다고 했던 것.

그건 다른 말로 하면.

만약에 자격이 있다 가정했을 시.

용마족이 그대로 우리를 보내 주었을 확률이 있단 뜻이었다.

굳이 우리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그냥 봉인지에 들어갈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나.

“형. 전사 형 말이 맞는 것 같은데요?”

그러고는 방금 생각난 것들을 빠르게 설명해 주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용마족 녀석의 원래 목적은 우리 예상과는 완전 반대였겠군.”

“네. 애초에 고대 마룡의 봉인지에 접근하는 걸 막는 게 목표가 아니라.”

“봉인을 풀어 줄 누군가를 기다렸다 이거겠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시선을 돌려 아이샤 황녀와 카샤스 대공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완전히 봉인을 풀어낸 두 사람을.

“그리고 저 둘이 그 누군가겠군.”

“네. 정확히는 아이샤 황녀겠죠.”

“그래. 떠올려보면 처음부터 아이샤 황녀는 한 번도 공격하지 않았어.”

“거기다 타란 제국 황제가 아이샤 황녀를 공격하니까 용마족이 와서 그 황제를 공격했잖아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때에는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굳이 우리를 두고 타란 제국 황제를 먼저 공격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봉인에 보다 가까운 우리를 공격하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지.

그런데 현 상황을 이해한다면.

용마족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해야만 했던 일이지 않았을까.

그건 유일하게 봉인을 제어할 수 있는 아이샤 황녀를 보호하는 일.

대놓고 타란 제국 황제부터 공격한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야 아이샤 황녀를 황제에게서 떨어뜨려놓을 수 있었을 테니.

지금까지 용마족에게 가장 위협적인 건.

그 아이샤 황녀를 공격한.

타란 제국 황제였다.

그걸 모두 듣고 나자 전사 형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와. 그냥 처음부터 아이샤 황녀를 데리고 왔으면 이 고생 안 했겠는데요?”

그런 전사 형의 말에 우리 역시 웃을 뿐이었고.

전사 형 말대로.

애초에 용마족이 우리를 적대하거나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때 전사 형과 같이 정면에 있던 이쁜소녀가 의외의 말을 했다.

“그럼 이제 용마족이 우리 편이 되는 거예요?”

저 용마족이 같은 편이 된다고?

지금까지는 절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긴 한데…….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재중이 형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목적이 같아서 맺은 일시적인 동맹 수준이지, 당장 같은 편은 무리야.”

그러자 이쁜소녀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아쉽다아……. 쟤 정말 센데.”

솔직히 이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용마족 수준의 괴물이 우리 편에 선다면.

타란 제국의 전력에 비해 그간의 부족했던 부분을 거의 다 채울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고개를 돌려 타란 제국 황제와 용마족을 다시 쳐다보는데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황제가 용신검을 쓰지 않은 건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혀 다른 무기를 들고 있는 걸 봐서는.

용신검 자체를 용마족의 싸움에서 쓰지 않은 듯했다.

처음의 격돌을 제외하고는.

아이샤 황녀의 용혈을 머금어서 더 강해진 상태라 용마족을 누르기 위해 썼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때 재중이 형이 알겠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봉인을 풀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테니까. 용신검의 힘을 아껴뒀을걸?”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의미에서라면 용신검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용마족과 떨어진 타란 제국 황제가 이쪽을 의식했는지 다시 용신검을 꺼내드는 걸 보면 말이지.

“아끼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그러게.”

그때 아이샤 황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외쳤다.

“봉인지가 무너질 거예요.”

“네?”

“이 봉인지는 고대 마룡을 유배하기 위한 장소이지. 고대 마룡이 활동할 적합할 정도로 넓진 않으니까요.”

“시간이 얼마나…….”

“길어 봐야 5분. 아니. 그보다도 짧을 거예요.”

아이샤 황녀의 외침은 우리뿐만 아니라 타란 제국 병력들에게도 전달되었다.

타란 제국 황제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무너진다니…….”

“여기 있으면 다 죽는 거 아냐?”

“빨리 나가야…….”

이곳이 무너진다는 건.

곧 베르탈륨 광산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무리 타란 제국 황제에게 충성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기서 무너지는 광산 더미에 깔려죽으면 그건 개죽음이나 마찬가지다.

곧 타란 제국 황제가 우리 쪽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이를 바득 갈면서 외쳤다.

“일단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뭐 황제라고 무너지는 광산에서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건 우리도 똑같았다.

당장 우리 팀은 귀환으로 어떻게 나간다고 해도.

카샤스 대공과 다른 사람들은 무리거든.

“싸우지 말고 얌전히 나가죠.”

그러자 아이샤 황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타란 제국 황제와 더불어 빠르게 광산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는 카샤스 대공이 아이샤 황녀를 등에 업었다.

“어차피 저들도 싸울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달릴 수 있어? 피를 꽤 쓴 것 같은데.”

“이 정도는 괜찮다.”

혈색이 하얀 걸 보면 그다지 안 괜찮아 보이긴 한데.

그때 재중이 형이 옆으로 다가가더니 말했다.

“뒤쳐지면 곤란합니다.”

“음…….”

“일단 넘겨주시죠.”

곧 할 수 없다는 듯 카샤스 대공이 아이샤 황녀를 재중이 형에게 넘겨주었다.

“신세 좀 지지.”

그렇게 재중이 형이 먼저 달리기 시작했고 우리 팀과 마왕 헤르게니아, 레오나 에센시아가 연이어 봉인지를 뒤로하고 달려 올라갔다.

쿠구구궁!!

“아주 불안불안하네요.”

딛고 있는 땅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출렁거리자 다들 있는 힘껏 발을 박차면서 올라갔고.

앞서 용마포가 광산 천장을 뚫어놓은 장소에 도착했다.

“전부 타라!”

어느새 카샤스 대공이 실피드를 불러냈고 모두 올라타자 바로 하늘로 떠올랐다.

아마 타란 제국의 병력들은 이미 각자의 탈것들을 타고 저 하늘 너머로 사라진 듯했다.

동시에 베르탈륨 광산 전체가 위에서부터 무게를 이기지 차례대로 못하고 붕괴하는 모습이 보였다.

쿠르르릉!!

콰르르르!!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무너질 것이라 예정이라도 되어 있다는 듯 무서운 속도로 무너졌고.

사방에서 광석 더미들이 터져 나오며 시야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 폭발력에 밀려나온 광석들 중 몇 개가 실피드의 동체를 치면서 실피드가 크게 비명을 질렀다.

키아아악!!

“꽉 잡아라!!”

상황이 급해지자 더욱 상승 속도를 올린 실피드의 깃털을 강하게 잡고 겨우 버텨내자 곧 무너지는 광산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완전히 베르탈륨 광산을 벗어나 하늘로 떠오르자 전사 형이 안도의 숨을 쉬었다.

“와. 좀만 늦었으면 생으로 묻힐 뻔했네.”

“그러게요.”

정말 간만의 차로 벗어난 셈인가.

만약 용마족이 뚫어놓은 저 구덩이가 없었으면 정말 그렇게 됐을지도.

하지만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재중이 형이 사방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아주 대놓고 준비 중이군.”

올라오자마자 타란 제국의 병력과 비공정들이 우리를 사방에서 감싸는 형국이었다.

거기다.

캬아아아악!!

하늘을 전부 진동시키는 거대한 울음이 아래쪽에서부터 매섭게 치고 올라왔다.

그걸 들은 재중이 형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밑에도 있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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