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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30화 (1,230/1,404)

#1230화 깨어나는 마룡 (8)

용마족을 앞에 두고도 타란 제국 황제가 계속 여유를 부려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그 황제의 여유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풀썩!

타란 제국 황제는 전투력만으로는 카샤스 대공과 거의 맞먹을 수준으로 강했다.

그런 황제의 공격을 아이샤 황녀가 막거나 피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타란 제국 황제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바로 고개를 돌려 아이샤 황녀에게 경고를 했지만.

이미 아이샤 황녀의 배를 뚫고 나온 용신검의 검신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옆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들끓으며 카샤스 대공의 신형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는 다시 나타난 곳은 카베스 황제의 바로 옆이였다.

“카베스!!”

곧장 카샤스 대공의 대검이 머리 위에서부터 거칠게 일자로 떨어져 내렸는데.

그 움직임을 사전에 눈치 챈 모양인지 타란 제국 황제가 아이샤 황녀의 어깨를 잡고는 카샤스 대공이 대검을 내려치는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카샤스 대공이 억지로 자신의 대검을 비틀어 옆으로 꺾어버렸다.

목표를 잃어버린 대검의 검신이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내려가 찍히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베스 황제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흘리면서 말했다.

“어리숙한 놈 같으니라고.”

설마 아이샤 황녀의 몸을 방패 삼아 자신의 공격을 막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 했기에 분노를 가득 실었던 공격으로 인해 카샤스 대공의 자세가 완전히 무너졌고.

곧 카베스 황제의 손에서 맹렬한 검은 빛 기운이 맺히더니 카샤스 대공의 명치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콰아앙!!

그리고 마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마냥 그 공격을 맞은 카샤스 대공이 형편없이 저 멀리 튕겨져 나갔다.

원래라면 저런 식으로 눈에 뻔히 보이는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겠지만.

워낙 급한 상황에서 자세를 수정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얻어맞은 감도 없잖아 있었다.

폭발에 튕겨나가던 카샤스 대공이 바닥에 대검을 강하게 내려찍더니 겨우 자세를 유지했다.

쿨럭!!

하지만 이미 피해를 상당히 본 듯 피를 확 쏟아낸 카샤스 대공의 안색이 하얗게 죽어 있었다.

재중이 형이 살짝 눈썹을 구기면서 말했다.

“카샤스 대공이 방심했네.”

“어쩔 수 없었잖아요.”

나 같아도 눈앞에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바로 뛰어들 텐데.

그것도 용신검이 이전에 무슨 기능을 하는지 우리와 아이샤 황녀에게 들어 잘 알고 있었던 카샤스 대공이 가만히 있을 수가 있을까.

재중이 형이 입가에 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저 황제 녀석. 용신검이 뭐하는 물건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모양인데?”

그런 재중이 형의 추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몰랐다면 아이샤 황녀부터 공격했을 리가 없겠죠.”

사실 전투력만 따지고 보면 아이샤 황녀는 우리 쪽 사람들 중에 가장 경계 대상이 아니라고 봐야 했다.

실질적으로 타란 제국의 병력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인물이 아니기도 하고.

물론 회복 능력 같은 경우 거슬릴 수도 있긴 해도.

그보다 더 경계를 해야 하는 인물들이 많은데 바로 노린 건 이유가 딱 하나 뿐이다.

바로 용신검의 기능 중에 하나인.

고대 마룡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용신검으로 그게 가능하게 하려면.

딱 하나의 방법밖에 없었다.

강력한 제물.

여기서 유력한 후보는 딱 셋.

타란 제국 황제.

카샤스 대공.

아이샤 황녀.

카베스 황제가 본인을 제물로 삼을 리는 없으니까 남은 건 둘.

그중 카샤스 대공을 노리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신과 거의 동급인 영웅을 상대로 수월하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아이샤 황녀라면 이야기 완전히 달라진다.

보다 수월하게.

상대적으로 전투 능력이 낮은 상대인 아이샤 황녀를 노리면 카베스 황제가 간단히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아직은 죽지 않았지만.

저대로 두면.

반드시 죽는다.

그것도 용신검의 제물로 말이지.

재중이 형이 용신검에 배가 뚫려 힘없이 축 쳐져 있는 아이샤 황녀의 신형을 보면서 말했다.

“일단 아이샤 황녀부터 어떻게 하자. 저대로 두면 죽어 버릴 거야.”

“네.”

성마대전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NPC라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저렇게 타란 제국 황제에게 잡혀 있는 것만 해도 이미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대놓고 아이샤 황녀를 방패로 삼은 카베스 황제에게 과연 유효한 피해를 줄 수 있을까?

“떼어놓을 수 있겠어요?”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현재 여기서 카베스 황제와 싸워볼만한 사람은 나와 재중이 형.

그리고 레오나 에센시아 정도가 전부였다.

마왕 헤르게니아도 있긴 하지만.

이쪽은 진짜 최후의 보류로 남겨놔야 하는 상황이라.

“가자.”

“네.”

이쁜소녀와 전사 형에게는 따로 전달했다.

<주호> 둘은 챠밍하고 막내별을 지켜요. 카베스 황제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요.

<방패전사> 알았다.

<이쁜소녀>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둘 다 강력한 중갑들을 입고 있으니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버틸 수 있을 터.

챠밍과 막내별은 이런 대인전은 다소 취약한 상황이니 이건 어쩔 수 없었다.

곧바로 재중이 형이 고대 마룡의 창 카브레시아를 들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나 역시 르아 카르테와 테르타로스를 들고 빠르게 달려나갔고.

나와 재중이 형이 양옆으로 갈라지면서 카베스 황제를 돌자 녀석이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로가슈 왕자와 공작인가.”

일부러 타란 제국 황제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계속 돌았지만.

녀석에게서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한쪽 면은 아이샤 황녀의 몸으로 완전히 막혀 있었고.

반대편은 카베스 황제가 빤히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라.

<주호> 쉽지 않겠어요.

<불멸> 계속 틈을 찾아 봐야지.

제일 문제는 우리가 카베스 황제의 주변을 돌면 그만큼 녀석도 몸을 비틀어 움직였고.

그 반동으로 아이샤 황녀의 입가에서 붉은 피가 가득 토해졌다.

우욱!!

동시에 용신검에 뚫린 배에서도 피가 꿀렁거리며 터져 나왔다.

젠장.

이런 식으로 하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데.

우리가 많이 돌면 돌수록.

아이샤 황녀의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재중이 형도 그걸 잘 아는지 황제 주위를 도는 속도를 계속 줄여나갔다.

그러더니 곧 둘 다 거의 멈춘 것마냥 제자리에 서버렸다.

이렇게 돌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기에.

오히려 아이샤 황녀의 목숨만 줄어든다.

나와 재중이 형이 두 손을 들었다는 듯 접근하지 않자 카베스 황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주 바보들은 아니군.”

타란 제국 황제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화가 날 법도 했지만.

도발에 넘어가는 일은 없었다.

아쉽지만 지금 좋은 패는 녀석이 쥐고 있으니까.

할 수 없다는 듯 재중이 형이 한숨을 쉬었다.

<불멸> 카샤스 대공이 회복하기 전까지 시간이라도 벌자. 카샤스 대공이 가세하게 되면 타란 제국 황제도 저렇게 버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면서 아직 회복을 하지 못한 카샤스 대공 쪽을 곁눈질 했다.

막내별과 챠밍이 눈치껏 빠르게 회복을 시켜주고 있긴 한데.

너무 큰 피해를 봤기에 경직이 풀리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곧장 타란 제국 황제를 보면서 말을 걸었다.

“아이샤 황녀를 용신검의 제물로 삼을 생각인가?”

애초에 상황이 좋았다면 또 모를까.

변화된 지금 환경에서 카베스 황제는 딱히 우리와 함께 고대 마룡을 잡으려는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아마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저 용신검 때문이겠지.

굳이 나와 우리 팀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고대 마룡을 차지할 수 있다면.

지원 같은 것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다.

용의 맹세 같은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

조건 자체가 달라진 상태에서 적용될지도 의문이었고.

그리고 이미 카샤스 대공이 언급했듯.

서로 칼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용의 심장이 멀쩡했다.

그 말은 곧 지금 상황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뜻이 된다.

내 질문에 카베스 황제가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호오. 그건 아이샤에게 들은 거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이전과 달리 계속 반말로 나가자 카베스 황제가 살짝 눈썹을 구겼다.

“말이 짧군.”

서로 칼질하는 관계인데 그런 걸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어차피 나 역시 왕자 신분이기도 하고.

서로 예의 차리기엔 너무 멀리 왔지.

“꼬우면 너도 하고.”

어차피 이미 카샤스 대공을 밀기로 한 이상.

더 이상 타란 제국 황제에게 굽힐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아니라고 해봐야 나중에 타란 제국 황제가 봐줄 일도 없을 테니까.

“일을 좀 맡겨놓았더니 건방을 떠는군.”

타란 제국 황제가 말한 일은.

고대 마룡까지 닿을 수 있게 안전하게 길을 닦아놓는 일이었다.

어디에 봉인지가 있고.

중간에 몬스터들까지 정리해 주면 더 좋은.

뭐 지금에야 중간에 용마족이 끼면서 개판이 되어버리긴 했는데.

“어차피 살려줄 것도 아니지 않나?”

내 너스레에 카베스 황제가 크게 웃음 지었다.

지금 저 웃음으로 봐선.

정말 일이 끝나면 우릴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주호> 슬쩍 찔러 봤는데 맞나 봐요.

<불멸>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죽이겠다는 거겠지.

확실히 타란 제국 황제 입장에서 보면 나와 재중이 형을 포함한 우리 팀은 사냥개에 가까운 입장이었다.

<주호> 이래서 전 황제들이 싫어요.

에센시아 제국 황제도 그렇고.

지금 저 타란 제국 황제도 똑같았다.

이용해 먹고 버리려는 생각은.

그리고 이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타란 제국 황제의 뜻대로 성공할 것이다.

용신검으로 고대 마룡을 테이밍하려는 의도가.

빤히 타란 제국 황제를 보던 재중이 형이 말을 꺼냈다.

<불멸> 저걸 보니 이전 성마대전 시대에서도 카베스 황제가 아이샤 황녀를 죽였겠는데?

이전까지는 추측만 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정황상.

카베스 황제가 아이샤 황녀를 죽였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지금 하는 꼴을 보면 말이지.

그때 했던 걸.

지금은 조금 더 일찍 한 것뿐이다.

<불멸> 그리고 타란 제국 황제는 아마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거야.

<주호> 아이샤 황녀를 제물로 쓰는 방법요?

<불멸> 어. 지금껏 아이샤 황녀를 죽이지 않고 기다렸던 건…….

<주호> 고대 마룡의 봉인지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불멸> 그래. 그러니까 저 녀석이 이렇게 급하게 전 부대를 끌고 날아온 것도 설명되는 거지.

<주호> 애초에 우리가 고대 마룡을 찾아내기만을 기다렸다는 거네요.

처음부터 단순히 타란 제국의 전력이 모자라 우리를 찾은 게 아니라.

고대 마룡을 손쉽게 찾아내기 위해서라면.

그간 했던 제안들이 다 이해가 된다.

어차피 해줄 생각이 없었던 제안이라.

크게 질러주기만 해도 되니까.

<주호> 하. 카베스 황제 손 위에서 놀아났는데요?

<불멸> 아쉽게도 그런 셈이지.

하지만.

그런 타란 제국 황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딱 하나.

절대로 녀석이 생각할 수 없는.

카베스 황제를 빤히 쳐다보자 재중이 형 역시 시선을 맞추었다.

입가에 미소를 살짝 보이면서.

<불멸> 저 녀석은 알까? 지금 저 놈이 들고 있는 저 용신검이…….

그리고 나 역시 환하게 웃음 지었다.

<주호> 짝퉁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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