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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29화 (1,229/1,404)

#1229화 깨어나는 마룡 (7)

과거 시대의 성마대전에서 타란 제국의 최후의 황제는 지금의 카샤스 대공이었다.

지금 여기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고 있는 저 황제가 아니라.

그러니까 원래대로의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죽어야 하는 건 카샤스 대공이 아니라 지금의 제국 황제가 된다.

그게 꼭 여기서 죽으라는 법은 없기는 해도.

결과만 같으면 어쨌든 똑같은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닐까.

꽤 역사가 당겨지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이전 시대의 카샤스 대공은 분명히 타란 제국을 잘 이끌어 냈고.

아마 이번에 같은 상황이 된다고 해도 분명히 잘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아이샤 황녀의 존재.

분명 이전 세대에는 죽었어야 하는 그녀가 남아 있다는 점 정도랄까.

물론 이게 카샤스 대공에게 마이너스가 된다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도움이 되면 됐지.

이왕이면.

타란 제국의 제사장인 아이샤 타란이 살아있는 상태가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용신검으로 황제를 죽이면 어떻냐는 내 질문에 카샤스 대공이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대답했다.

“황제를 죽이라니. 반역이라도 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군.”

반역이라…….

중간에 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카베스 황제는 죽고 황제는 바뀐다.

그런 원 역사를 절대 알 리가 없는 카샤스 대공의 저 주저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타란 제국 황제가 죽는 것과.

반역을 하는 건 모양새가 완전 다르니까.

전통성 문제도 있을 테고.

옆에 있던 아이샤 황녀는 놀랐다고 보기에는 표정이 상당히 달라보였다.

이건 흡사…….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도의 표정이려나?

굳은 표정의 아이샤 황녀가 내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흐음. 그런가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인가.

하지만 아이샤 황녀 역시도 원 역사를 모르기는 매한가지였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분명.

그녀는 죽는다.

그것도 아주 높은 확률로.

우리 같은 유저들이 개입하면서 현 성마대전 역사가 꽤 많이 틀어지긴 했으나.

아직 큰 줄기에서는 변화가 없을 터.

재중이 형이 옆에서 말을 꺼냈다.

<불멸> 곧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알고 나면 저렇게 말할 수 있으려나?

<주호> 어차피 말해줘도 믿지 않을 거예요.

믿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막혀서 인지를 못할 확률이 높았다.

대놓고 미래 역사를 언급하는 건.

거의 다 막힌다고 봐야지.

결국 다른 방법으로 카샤스 대공이나 그녀를 설득해야 한다는 건데.

아쉽게도 지금은 그렇게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좀 더 제국 황제가 잡고 있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용마족이 도착했어요.”

그러면서 바로 르아 카르테와 테르타로스를 꺼내들었다.

녀석이 달려들면 결국은 싸울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

그리고 여기선 용마족을 잡아야 고대 마룡을 레이드하든 테이밍하든 할 테니까.

그렇게 우리가 있는 사원까지 빠르게 날아와 도착한 용마족이 마치 품평이라도 하는 것마냥 우리들에게 일일이 시선을 주었다.

정확하게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 확신을 못하지만.

바로 달려들지 않고 쳐다보고 있는 걸 봐선 그럴 것 같았다.

재중이 형도 고대 마룡의 창 카브레시아를 꺼내들고는 옆에 섰다.

“뭐하는 거지?”

“탐색인가요?”

“글쎄. 탐색이야 전에 다 했을 테고.”

솔직히 오자마자 바로 공격해올지 알았는데.

지금의 대치는 우리도 좀 의외인 상황이었다.

“혹시 뒤에 황제가 병력을 몰고 와서 상황을 살피는 걸까요?”

“확실히 그건 일리가 있네.”

단순히 우리와 싸워서 끝날 문제였다면 용마족은 바로 공격부터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추가로 뒤에 다른 병력들이 오는 상황이라…….

용마족 입장에서는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앞뒤로 포위를 당하는 상황이 된다.

밖에서처럼 하늘로 날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

그 생각을 하자 바로 다른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용마족이 꽤 불리해지겠네요.”

재중이 형 역시도 같은 생각인 듯 바로 대답했다.

“여기서는 못 나니까?”

“그렇죠.”

날 수 있는 용마족은 솔직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여긴 그런 용마족의 이점을 상당수 버려야 하는 환경이었다.

잘하면 해볼 만하려나…….

제국 황제도 용마족을 앞에 두고 칼을 들이밀진 않을 테니.

양쪽에서 포위해서 싸우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늦게 출발했던 황제 쪽 병력들도 황제를 선두로 해서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뭐 여기선 황제도 키로아 같은 전용 용을 꺼내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라 전력이 깎이겠지만.

용마족보다는 덜할 테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겠는데.

곧 우리와 대치중인 용마족을 발견한 황제 쪽에서 언성이 튀어나왔다.

“감히 황제 폐하를 두고 먼저……!”

뒤에 하는 말은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뒤통수 쳤다 뭐 그런 말이겠지.

누군지 확인해 보니 아까 전에 공중전을 했던 후작 중에 한 명이었다.

이름은 뭐…….

딱히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기억에 없는 걸 보면 딱히 유명해지는 NPC는 아닌 듯했다.

“그만.”

오히려 타란 제국 황제가 손을 들어서 그런 후작을 말렸다.

“하오나…….”

“됐다고 했는데?”

순간 타란 제국 황제에게서 강렬한 압력이 쏟아지면서 주변 공기를 바로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후작이 반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어 버렸다.

역시…….

저 황제도 성마대전의 영웅들 목록에서는 꽤 상위에 있을 존재였다.

결코 쉽게 볼 녀석은 아니라는 거다.

현 상황에서만 따져보면 거의 카샤스 대공과 동급이라고 봐야겠지.

기록에도 남지 않게 죽어나갈 영웅 말단인 녀석하고는 게임 자체가 안 된다.

타란 제국 황제를 근접해서 호위하는 공작 둘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녀석들이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아무래도 저 공작 둘은 좀 특별한가 싶은데…….

딱히 황제의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고.

그렇다는 건 저 둘 역시 상당히 강한 영웅이라는 뜻이었다.

슬쩍 전사 형을 보면서 물어 보았다.

<주호> 저 공작들 어떤 녀석들이에요?

<방패전사> 음. 에센시아 제국으로 치면 미래의 라첼 공작이나 레오나 에센시아 같은 녀석들이야. 그보다는 약하긴 해도. 분명한 건.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거다.

그런 전사 형의 말에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

절망의 기사보다 좀 약한 녀석이 둘 정도라…….

물론 비교 자체를 하기에는 시간대도 다르고 하지만.

어쨌든 타란 제국을 대표하는 영웅들이라는 건 확실했다.

마왕 헤르게니아도 흥미롭다는 듯 그런 타란 제국 황제와 공작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쟤들 생각보다 강한데?”

“역시 그런가?”

타란 제국 황제야 뭐 영웅들에서도 상위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 두 공작도 마왕 헤르게니아가 강하다고 할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지?”

“정확하게는 싸우는 걸 봐야 알겠지만. 기운만 보면 말단 마왕하고도 싸울 수 있겠어.”

“……생각 이상이네.”

그녀가 말해 주니까 확실히 기준이 섰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타란 제국 황제는 상위 마왕급.

또 다른 두 공작은 거의 마왕에 발을 걸치고 있는 수준이라는 거다.

고개를 돌려 우리 팀 쪽을 바라보았다.

타란 제국 황제는 카샤스 대공이 어떻게 해본다고 치면.

나와 재중이 형, 우리 팀이 공작 중에 하나 정도는 상대할 수 있으려나?

레오나 에센시아는 아직 부족한데.

마왕 헤르게니아가 도와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단순히 저 셋만 처리한다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제국 황제가 끌고 온 다른 병력들을 고려해보면.

여기서 단순히 싸우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변수는 딱 하나.

용마족.

지금 타란 제국 황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건 바로 저 용마족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미 밖에서 수도 없이 많은 병력을 잃은 상황에다가 용마족이 얼마나 강력한지 눈으로 직접 확인했을 테니.

마냥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되겠지.

타란 제국 황제가 우리 쪽을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특히 카샤스 대공 쪽을 보면서.

“계약하고는 많이 다른 상황이군.”

그러자 카샤스 대공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그래서 용혈의 심장이 부서졌습니까?”

지금은 계약을 어긴 게 아니라는 걸.

카샤스 대공이 대놓고 언급했다.

확실히 우리가 먼저 고대 마룡에 접근하긴 했어도.

아직까지는 용의 맹세가 유효하다는 뜻이었다.

“그렇군. 아직 계약은 유효하지.”

여기서는 타란 제국 황제도 할 말이 없는지 그냥 넘어가버렸다.

그러더니 시선을 돌려 고대 마룡의 사원 쪽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그것도 우리가 본 것과 같은 광경을 보고는 눈에 이채를 띠며.

“똑같군.”

똑같다는 말은 사원의 형태가 타란 제국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뜻일 것이다.

곧 다시 시선을 돌려 아이샤 황녀 쪽을 쳐다보았다.

“결국 제사장은 카샤스 대공에게 붙기로 한 건가?”

그 말에 움찔했던 아이샤 황녀가 다소 슬프다는 눈빛을 하면서 카베스 황제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를 보고는 카베스 황제가 살짝 혀를 차며 말했다.

“결국 혈육이 먼저인건가.”

뭔가 답할 것도 같았지만.

아이샤 황녀는 딱히 대답을 해주진 않았다.

확실한 답을 주진 않아도.

이 정도면 거의 답을 해준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카베스 황제도 더 이상은 묻지 않았고.

결국 시선을 거두고는 타란 제국과 똑같은 형태의 사원 쪽을 보면서 입가에는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 드디어 내 손에 넣을 수 있겠군.”

이미 타란 제국 황제는 카브레시아를 손에 넣은 것마냥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음.

저 용마족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저 여유는 상당히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불멸> 저 녀석. 너무 여유 있는 것 아냐?

<주호> 그러게요. 용마족을 상대하려면 쉽지 않을 텐데...

<불멸> 우리가 모르는 뭔가 다른 패가 있는 건가.

재중이 형도 그것까지는 알 수 없다는 듯 빤히 타란 제국 황제를 쳐다봤다.

보아하니 전사 형도 아는 게 없는 듯 했고.

무언가 알고 있었다면 바로 알려주었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여기서 뭔가 변수가 될 만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뜻이 된다.

그것도 지금 상황을 확 뒤집을만한.

타란 제국 황제가 곧 생각을 굳혔는지 주변에 바로 명령을 내렸다.

“저 용마족을 잡아라.”

그러자 황제 옆에 있던 두 공작과 다른 영웅들이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곧 용마족과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이곳의 지형은 용마족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았다.

다만 용마족을 그들만으로 잡을 수 있다고는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용마족이 이길 테니까.

그럼에도 타란 제국 황제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입가에 짓고 있는 저 미소만 해도 그렇고.

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때.

타란 제국 황제의 시선이 내 쪽으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우리 뒤편에 있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듯한.

딱 그런 맹수의 눈빛.

그걸 보자마자 소름이 돋으면서 나도 모르게 외쳤다.

“아이샤 황녀! 피해!”

“네?”

그 순간.

타란 제국 황제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바로 아이샤 황녀의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푸욱!!

거칠게 아이샤 황녀의 하얀 로브를 찢고 나오는 용신검에는.

붉은 피의 줄기가 검신을 타고 그대로 흘러내렸다.

젠장.

저 녀석이 노리던 게 이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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