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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28화 (1,228/1,404)

#1228화 깨어나는 마룡 (6)

고대 마룡이 봉인되어 있는 사원으로 발을 옮기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로 경고가 들어왔다.

딱히 강제성이 있는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부터 했다.

만약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곳에서 끝을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도 발을 빼자 바로 경고 메시지가 해제되면서 탈출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여차하면 튀는 건 가능하다는 거겠고.

고개를 돌려 아이샤 황녀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아이샤 황녀님. 이곳 사원의 봉인을 푸는 방법. 알고 계시죠?”

내 물음에 순간 아이샤 황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이내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솔직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찔러본 건데.

이게 정답일 줄이야.

아이샤 황녀도 그렇고.

이곳 사원도 그렇고 뭔가 연결고리가 존재했다.

딱히 아이샤 황녀는 알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했고.

“용마족이 오기 전에 고대 마룡을 봉인에서 풀어야 합니다.”

내 제안에 아이샤 황녀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그리고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제가 봉인을 풀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고대 마룡을 제어하지는 못해요.”

굳이 고대 마룡을 깨울 필요가 있나 하는 뉘앙스랄까.

만약 일이 잘못되어 고대 마룡이 날뛰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고스란히 타란 제국의 피해로 이어지게 될 테니.

아이샤 황녀의 저런 우려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일이 좀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는 건 또 의미가 없는 일이라.

타란 제국 황제가 용마족의 발목을 잡아 준 덕분에 무혈입성을 한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다시 용마족을 잡고 들어와야 하는데 이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앞서 봤다시피 용마족 자체가 감당이 안 될 수준이라.

카샤스 대공도 나를 만류했다.

“저 용마족에 고대 마룡까지 봉인에서 풀리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둘 다 상대할 자신은 없군.”

일단 봉인지에 들어오긴 했지만 카샤스 대공도 이게 꽤 무리수라는 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원래라면 용마족 같은 건 계획에 없었어야 했고.

타란 제국의 지원을 받아 고대 마룡을 상대하고 있었어야 하니까.

고대 마룡에 용마족까지.

이건 솔직히 우리도 무리다.

성마대전에 나오는 괴물급을 하나만 상대해도 어려운데 말이지.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 들어온 건 또 아니었다.

바로 아이샤 황녀의 존재.

용마족이 이상할 정도로 그녀를 신경 쓰던 모습이 계속 머리에 떠올랐다.

우리는 봉인지에 들어가면 딱히 상관없지만.

반대로 그녀는 주의해야 하는 이유.

그건 아이샤 황녀가 확실히 고대 마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말이지.

믿는 구석은 따로 있다고 해야 하나?

아이샤 황녀를 빤히 바라보고는 물었다.

“아이샤 황녀는 고대 마룡을 제어할 방법이 있지 않나요?”

내 물음에 그녀가 다시 움찔했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말을 꺼냈다.

<불멸> 쟤 확실히 뭔가 있네.

<주호> 네. 5층에서 용마족이 계속 주시하는 것도 그렇고. 분명히 뭔가 있다고 생각해서 찔러봤는데. 바로 걸리네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걸리는 점.

고대 마룡의 봉인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들어와서 확인한 광경을 보고는 거의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봤던 타란 제국의 용신제에서 봤던 사원의 모습과.

지금 이곳의 사원의 모습이 너무 닮아 있다.

그렇다는 건 역시 아이샤 황녀가 이곳 역시 알고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뜻이 된다.

카샤스 대공은 모르더라도.

타란 제국의 제사장인 그녀라면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

사원이 여기에 지어진 이유 외에.

고대 마룡 카브레시아의 봉인에 숨겨진 내용까지도.

내 질문에 대답이 없던 아이샤 황녀가 잠시 깊은 한숨을 쉬고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방법이 없진 않아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이샤 황녀는 알고 있다.

문제는.

방법이 없지 않다는 말의 의미랄까.

“방법이 있는데…… 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네. 고대 마룡의 봉인을 푸는 것까지는 제가 할 수 있지만. 그 고대 마룡을 제어하려면 하나의 물건이 필요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건이 있었다.

그리고 이건 우리 팀 모두 마찬가지였다.

권력의 끝에 있는 제사장인 아이샤 황녀가 타란 제국 내에서도 구하기 힘든.

몇 안 되는 물건 중에 하나.

지금 상황에 그와 관련된 물건은 딱 하나 뿐이기도 하고.

우리 팀이 모두 입을 모아 한 가지 물건을 말했다.

“용신검!”

“아스카론!”

이 답이 틀리지 않았는지 아이샤 황녀가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용신검 아스카론. 고대 마룡을 제어하려면 최소한 그것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녀가 말하는 것들 중 이상한 점이 있었다.

용신검이 있는 게 최소한이라고?

“최소라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내 물음에 아이샤 황녀가 눈빛을 강하게 빛내면서 말했다.

“용신검. 그것도 강력한 제물을 바친 상태의 용신검이 필요해요.”

“강력한 제물이라면 어느 정도의 제물을 말하는 거죠?”

“그냥 보통 제물로는 안 돼요. 최소한…….”

아이샤 황녀의 뒷말을 기다리면서 다들 그녀에게 신경을 집중했다.

그녀의 말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잠시 뜸을 들인 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아마 용혈을 강하게 타고 난 황족의 혈통 정도는 되어야 할 거예요.”

“아마라는 말은 추측이죠?”

“네. 그 정도로 강력한 피를 필요로 해요.”

재중이 형이 미묘한 웃음과 함께 내게 말했다.

“이건 거의 용신을 불러내는 수준 아냐?”

“그러게요.”

강력한 황족의 혈통이라고 하면 현재 타란 제국에서도 딱 세 명뿐이다.

타란 제국 황제.

카샤스 대공.

그리고 아이샤 황녀.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 셋 중에 하나를 희생해야 고대 마룡이 제어가 된다는 뜻인데…….

순간 챠밍이 슬쩍 내 옆으로 오더니 말했다.

<챠밍> 오빠. 성마대전 시대에…… 분명 카샤스 대공이 고대 마룡을 테이밍 했다고 했죠?

<주호> 그랬지.

<챠밍> 그럼 아마도 카샤스 대공이 용신검을 써서 테이밍을 했을 테고요. 그런 용신검을 썼다는 건…….

챠밍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눈을 맞추었다.

<주호> 저 셋 중. 누군가가 희생되었다는 뜻이겠지.

<챠밍> 네. 하지만 그게 타란 제국 황제일지 아이샤 황녀일지는 모르겠어요.

카샤스 대공은 일단 아니니까.

나머지 둘 중에 하나라고 보면…….

잠시 고민을 하다가 챠밍에게 물어보았다.

<주호> 혹시 지금 타란 제국 황제가 정확히 언제 죽었는지 알고 있어?

이전에 생각했던 가능성 중에 하나.

카샤스 대공이 타란 제국 황제를 죽이고 황위를 얻었을 거라는.

그런데 그게 아니라 타란 제국 황제를 용신검의 제물로 썼다면?

만약 이 가정이 틀리다면.

카샤스 대공이 아이샤 황녀를 제물로 썼다는 뜻이 되는데…….

지금 보여주는 둘의 관계로 미루어 보아서는 이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간 지켜본 카샤스 대공의 성정으로 봐서는.

타란 제국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아이샤 황녀를 제물로 삼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할 테니까.

물론 성마대전 시대의 상황이 급박해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 또 모를까.

<챠밍> 전사 오빠라면 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

<주호> 아. 그럼 잠시.

바로 전사 형에게 말했다.

<주호> 전사 형. 타란 제국 황제. 정확히 언제 죽어요?

<방패전사> 응? 그거 기록에 없을 걸? 내 기억에 없으니까 확실히 없을 거야.

기록에 없다라.

무려 타란 제국의 황제가 죽었는데 기록에 없다는 건.

후에 그 기록을 지워 없애버렸다는 뜻이 되겠지.

어차피 멸망하는 제국에서 기록을 찾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이러면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거려나.

솔직히 용신검을 믿고 들어온 점도 있었는데.

지금 아이샤 황녀의 말만 들어보면 미완성된 상태의 용신검 정도로는 고대 마룡을 제어하지 못하는 듯했다.

바로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주호> 형.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해야겠는데요?

<불멸> 아아. 당장 고대 마룡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굳이 깨울 필요는 없겠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자신이 들고 있던 고대 마룡의 창을 내려다보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미완성된 무기는 저것도 마찬가지라.

남은 옵션이 전부 보였다면 가능성이 대폭 올라갔을 텐데.

<불멸> 아. 그리고 이 녀석. 이름이 새로 바뀌었다.

<주호> 네?

<불멸> 아까 전에 아이샤 황녀의 설명을 듣고 나니까 바뀌네.

확인해 보자 확실히 명칭이 바뀌어져 있었다.

원래는.

『 +0 고대 마룡의 창 (?) 』

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명칭이 변했다.

『 +0 카브레시아 (전설) 』

고유 명칭이 있는 무구.

그것도 좀 전에 들었던 아이샤 황녀의 설명에 나온 고대 마룡의 이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등급이 전설이라는 건.

내가 지닌 무기들과도 동급이라는 뜻이 될 테고.

<주호> 혹시나 했는데 정말 이쪽 무기였네요.

<불멸> 그래. 잘하면 이걸로 해결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저 멀리 뒤쪽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불멸> 그럴 여유까지는 주지 않을 모양이네.

그리고 내 시선 역시도 재중이 형과 똑같이 옮겨갔다.

<주호> 오네요.

타란 제국 황제에게 던져 주고 온 용마족이 고대 마룡의 봉인지를 일자로 주파하면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왕 헤르게니아와 카샤스 대공 역시도 똑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 마찬가지.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어둠 저 너머로 강력한 파공음을 내면서 날아오는 용마족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때.

내 감각에 또 다른 뭔가가 잡혀들기 시작했다.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손님이 용마족만 있는 게 아니네요.”

내 말뜻을 바로 알아들은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황제냐?”

“네. 아주 영웅들을 줄줄이 달고 내려왔네요.”

예상했던 대로 타란 제국 황제 역시도 고대 마룡의 봉인지로 들어왔다.

그것도 전투력이 좋은 녀석들을 죄다 끌고서.

아마 아까 용마족과 공중전으로 싸웠던 그 영웅들일 테지.

과연 지상 전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황제라는 말에 아이샤 황녀가 표정을 굳혔다.

아무래도 이쪽은 황제가 좀 부담되겠지.

지금 우리가 먼저 고대 마룡을 차지하기 위해 봉인지로 들어온 모양새가 되니까.

중립에 가까운 제사장이 카샤스 대공에게 완전히 붙은 상황이기도 하고.

뭐 어차피 그걸 모를 황제도 아니니 이건 딱히 상관없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심코 아이샤 황녀에게 시선을 주고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아이샤 황녀와 카샤스 대공에게는 꽤나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혹시 용신검으로 황제를 죽이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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