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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24화 (1,224/1,404)

#1224화 깨어나는 마룡 (2)

처음에는 잘못 본 건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그리고 화련 쪽에서도 바로 연락이 왔다.

<화련> 저게 다 뭐야? 갑자기 숫자가 왜 저렇게 늘어났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화련 쪽에서 보내주는 영상들이었다.

당연히 먼저 상황을 확인했을 테고.

<주호> 아무래도 단순히 베르탈륨 광산 안에서만 적용되는 특성이 아닌 모양이에요.

<화련> 특성?

<주호> 네. 저 용마족, 광산 지하에서 봤듯이 용기사들을 언데드로 만드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화련> 나도 보긴 했는데…… 그렇다고 저렇게 다수를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거야? 저게 지금 밸런스가 맞는 거냐고.

<주호> 저도 그게 의문이긴 해요.

화련의 말대로 지금 베르탈륨 광산 구덩이에서 날아오르는 언데드 용들과 용기사들의 숫자를 살펴보면.

절대 그 수가 적지 않았다.

대충 봐도 아까 전에 용마족에게 죽어서 떨어진 숫자와 거의 맞먹는 숫자라고 해야 하나?

그때 옆에 있던 재중이 형이 뭔가를 파악했는지 내게 말했다.

“너무 많은데? 아무리 상위 네임드라고 해도 저거 감당할 마력이 되나?”

재중이 형 역시도 의문인지 이상함을 표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역시 너무 많죠?”

“그래. 저 정도 숫자면 좀 전에 베르탈륨 광산으로 떨어진 숫자와 거의 똑같아.”

내가 파악한 만큼 재중이 형도 똑같이 판단했다.

그때 옆에 있던 챠밍이 의견을 꺼냈다.

“혹시 일정 구역 안에서만 적용되는 소환진이나 마법진 같은 거라면 어때요?”

“마법진이라고?”

나와 재중이 형 둘 다 챠밍을 바라보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만약 설치형 마법진이라면 지속적으로 마력이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정말 그런 방식이라면 꼭 용마족 자신의 마력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필요한 유지 마력을 충당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재중이 형도 일리가 있다는 듯 대답했다.

“확실히. 다른 곳이 아닌 이곳 베르탈륨 광산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날 바라보며 물었다.

“이곳에 가장 풍부한 게 뭐지?”

곧 옆의 벽 쪽을 쳐다보자 이쁜소녀가 바로 알겠다는 듯 외쳤다.

“베르탈륨 광석이요!”

우수한 학생을 본다는 듯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지. 만약 다른 장소였다면 절대 저런 식으로 마력진을 유지하진 못 해. 하지만 이곳 베르탈륨 광산이면 마력을 대체할 베르탈륨 광석은 충분하니까.”

그러자 우리 팀 모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재중이 형 말대로 이곳 베르탈륨 광산의 광석이라면 소환 마법진의 마력이 얼마나 들어가더라도 충분히 유지가 될 것이다.

이제 문제는 그 마법진이 어디에 있느냐인데…….

혹시나 싶어서 한구석에 떨어져 우리를 보고 있는 마왕 헤르게니아 쪽을 바라보았다.

“혹시 소환진 마법진이 어디 있는지 알아?”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잠시 집중하는지 눈을 감았다가 이내 눈을 뜨고는 말했다.

“공짜로?”

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마왕이었지.

옆에서 도움을 준다고 해서 그게 무한대로 도움을 준다는 뜻은 아니었다.

“뭐가 필요한데?”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미묘한 웃음을 보이면서 내게 말했다.

“그 소환진 마법진. 내가 연구해보고 싶어.”

저 대답은.

마왕 헤르게니아가 소환 마법진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알고 있네?”

“이렇게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데 모르면 마왕도 아니야.”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마왕 헤르게니아는 그런 마력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쉬워지는데?

당장 저 소환 마법진을 부수거나 멈추기만 해도…….

그때 말을 꺼내려다 잠시 멈칫했다.

흐음...

갑자기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들.

이걸 우리가 굳이 건드릴 필요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막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왜 알려달라면서 말이 없어? 필요 없나 봐?”

내가 순간 말을 멈추고 가만히 있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상한 놈을 본다는 듯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미안. 좀 뭔가 생각한다고.”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흐음.”

내가 다음 말을 머뭇거리자 재중이 형을 비롯한 우리 팀들 모두가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무슨 말이 나올지 꽤 궁금해하는 눈치로.

“아. 그게요. 잠시 자리 좀 이동하죠.”

그러면서 슬쩍 카샤스 대공과 아이샤 황녀를 봤다가 타란 제국의 용기사단장들이 모여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레오나 에센시아와 에센시아 제국 기사단 역시 마찬가지였고.

내 시선을 느낀 카샤스 대공이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저들을 다 물리면 되는 건가?”

“그래 주면 고맙고.”

아무래도 지금 할 말들은 꽤 민감한 이야기라서.

굳이 앞으로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타란 제국의 용기사단장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순 없었다.

곧 카샤스 대공이 용기사단장들을 보면서 고개를 까딱거렸다.

“위층으로 다 올라가.”

그러자 용기사단장들이 일제히 그들의 용기사들을 이끌고 4층으로 이동했다.

딱히 불만 같은 건 없어 보였다.

사실 카샤스 대공이 아니었으면 저들 중 상당수가 이미 죽어 나갔을 테니.

레오나 에센시아에게도 눈짓하자 그녀 역시 자신의 기사단을 위로 올려 보냈다.

그렇게 모든 기사단들이 자리를 비우자 정말 핵심 인력들만 이곳에 남게 되었다.

각 국가의 수장들만 말이지.

카샤스 대공이 날 빤히 보면서 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들까지 다 보낸 거냐.”

“아. 지금부터 하려는 말은 민감한 이야기라…… 특히 네 쪽에선 더 그렇고.”

“나 말이냐?”

“정확하게는 아이샤 황녀도 포함이지.”

자신이 언급되자 아이샤 황녀가 궁금하다는 듯 내게 시선을 보냈다.

“음. 그러니까. 아까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지금 저 용마족이 만들어 둔, 아니 정확하게는 이곳 베르탈륨 광산 어딘가에 있을 소환 마법진을 없애 버리면 지금의 상황은 끝날 겁니다.”

그러자 아이샤 황녀가 이해했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가 뭔가가 떠오른지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단순히 지금 소환 마법진을 부술 생각이었다면…… 저들을 전부 물리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4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슬쩍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 내게 말했다.

<불멸> 쟤 눈치 빠른데?

<주호> 그렇죠?

바로 재중이 형이 말을 이었다.

<불멸> 너 아직 소환 마법진. 부술 생각이 없는 거잖아.

<주호> 역시 형은 알고 있었네요.

이건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게 말했던.

자신이 그 소환 마법진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말에서 갑자기 생각난 것이었다.

마법진을 연구하려면 일단 부수진 않아야 할 텐데.

부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든 생각.

굳이 지금?

이 좋은 상황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샤 황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네. 정확해요. 전 소환 마법진을 부수진 않을 겁니다.”

내 결정에 카샤스 대공이 의아함을 표했고.

아이샤 황녀는 약간 놀란 듯했다.

그리고 레오나 에센시아는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말을 아꼈다.

아이샤 황녀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 밖에서 한참 타란 제국군과 용마족. 그리고 언데드 용기사단들이 붙고 있잖아요.”

아이샤 황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마도 지금처럼 용마족이 활약한다면 곧 용마족의 전력이 훨씬 더 올라갈 거예요.”

이건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현재 용마족이 초고속 기동으로 타란 제국군들의 용과 용기사들을 떨어뜨리면.

그들이 고스란히 용마족의 언데드 군대가 되어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전투로 투입되겠지.

다른 말로.

이대로 가만히 시간을 지난다면.

용마족의 군세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과 같았다.

타란 제국에서 뭔가 수를 내지 않는 이상에야.

이제야 아이샤 황녀도 이해했는지 내게 말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마냥 좋아보이진 않았다.

“설마 이대로 타란 제국의 힘을 깎아내리겠다는 건가요?”

아이샤 황녀가 우려의 표정을 담아 말하자 내 쪽에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정확히는 타란 제국 황제의 힘이겠죠. 알다시피 지금 저 위에서 싸우고 있는 군대는 전부 황제의 군대잖아요.”

개중에 장로회의 군세도 있을 테지만.

거기까지 신경 써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그리고 카샤스 대공의 군대는 애초에 이곳에 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한마디로 지금 싸우다가 피해를 보는 것 자체가.

타란 제국 황제의 힘을 깎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아이샤 황녀가 허공으로 시선을 올려보다가 다시 내게 시선을 내리면서 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들 역시 타란 제국의 제국민인데…….”

아이샤 황녀가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은 역시 지금과 같은 이유였다.

주인이야 어쨌든 타란 제국의 군대가 죽어 나가는 일이니까.

아이샤 황녀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상황인 건 맞다.

그때 카샤스 대공이 손을 들어서 아이샤 황녀의 말을 멈춰 세웠다.

“언제까지 두고 볼 생각이지?”

역시 카샤스 대공인가.

당장은 타란 제국군이 죽어 나가겠지만.

크고 멀리 바라보면 결국 카샤스 대공의 세력이 강해지는 결과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판단이 서자.

정확하게는 앞으로 얼마나 피해가 늘어날 때까지 지켜볼 것인가를 물어보는 중이었다.

“대공은 어떻게 생각하는데?”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건 카샤스 대공에게 선택권을 넘겨줘도 문제가 없는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카샤스 대공이 원하는 수준까지 타란 제국 황제의 세력을 깎아 버리는 게 앞으로는 위해서도 좋을 테고.

무엇보다 저 둘이 지금의 일을 묵인한다는 뜻도 된다.

굳이 타란 제국 용기사단을 위로 올려 보낸 것도.

지금의 일이 새어 나가면 골치 아프니까.

그러니까 결국.

이 일은 여기서 우리끼리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카샤스 대공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내게 말했다.

“타란 제국 황제가 직접 나설 때까지는 그냥 둬도 괜찮겠지.”

그 말에 아이샤 황녀가 바로 그를 저지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피해가 날…….”

곧 카샤스 대공이 아이샤 황녀를 강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러자 아이샤 황녀도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무래도 이런 군사적인 결정에선 카샤스 대공이 아이샤 황녀를 앞서는 듯했다.

둘의 다른 입장 차이가 있긴 했지만.

결국 카샤스 대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보고 있던 레오나 에센시아는 타란 제국의 일이라 딱히 관여하지는 않았다.

그럴 권한도 없었고.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와. 너 진짜 마왕보다 더하잖아? 적들로 적을 죽이려고 하다니.”

“칭찬…… 맞겠지?”

“그럼.”

마왕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게 딱히 달갑진 않지만.

그녀가 보기에도 충분히 마왕스러웠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결정이 나자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었다.

당장 소환 마법진을 부수거나 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장소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여차하면 원하는 순간에 정리를 할 수 있을 테니.

바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소환 마법진이 어디에 있지?”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한쪽 발을 들었다가 바닥에 찍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 더 바닥을 툭툭 차자 내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내 우려 섞인 표정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응. 이곳 지하에 있어. 그것도 아주 강력한 기운이 있는 곳에 말이야.”

“설마…….”

그게 마룡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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