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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14화 (1,214/1,404)

#1214화 용 수호자 (6)

딱히 퀘스트라고 시스템 메시지에 뜨진 않았지만.

이건 일종의 미션이라고 보면 될 듯 했다.

용기사단을 최대한 죽이지 않고 일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물론 그러려면 이 녀석들의 수준을 확실히 알 필요가 있었다.

우리를 뒤따라 베르탈륨 광산으로 들어온 용기사단 중 그들의 단장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마 이들로만 한정하면.

대략 에센시아 기사단의 기사단장과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되려나?

레오나 에센시아 뒤에 따라붙은 5기사단장 베인 테스를 따로 불러 타란 제국의 용기사단장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쟤들 수준은 어때?”

그러자 베인 테스의 눈빛이 흥미로 반짝였다.

“타란 제국의 기사단장들 말입니까?”

“어, 그러니까 너하고 비교하면 어떤가 알고 싶은데?”

내 물음에 베인 테스가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당연히 제가 강합니다.”

“본체 말고.”

“흠. 이쪽이 아닙니까?”

“그럼 의미가 없잖아. 아니다, 다른 기사단장들하고 비교하면? 이를 테면 3기사단장 아이라 루벤이나 7기사단장 타룬 벡스터 같은.”

확실한 비교대상을 주자 잠시 생각을 하던 베인 테스가 곧 평가가 끝났는지 설명해 주었다.

“기사단장들마다 등급에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인간들로 치면 거의 영웅 급에 속하는 녀석들이라.”

“그건 알아. 내가 원하는 건 평균적으로 어떻냐는 거지.”

“평균입니까. 그럼 아이라 루벤이나 타룬 벡스터가 확실하게 우위에 있습니다.”

“그래?”

이 녀석이 너무 단호하게 평가해서 오히려 내 쪽이 살짝 놀랐다.

혹시 타란 제국의 기사단이 에센시아 제국의 기사단보다 많이 약한 거려나?

이걸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 역사에서 에센시아 제국과 타란 제국이 치고받는 전쟁이 있었으면 바로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성마대전 시대에 이 두 제국이 붙는 장면은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았다.

서로 이권싸움 정도에만 잠시 투입되는 정도라.

그렇다고 지금 그걸 궁금해 서로 붙어보라고 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아.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용기사단은 용과 함께하지 않으면 제 실력을 낼 수 없습니다.”

“용?”

“네. 기본적으로 용기사단은 공중전에서 크게 능력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지상 전투에서는 용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하고요. 얼마나 강력한 용을 보조로 데리고 있는냐도 그 용기사단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크게 좌우됩니다.”

그 말에 잠시 생각해보다가 물어보았다.

“육지에서의 실질적인 전투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건가?”

“상대적으로 평가해 보면…… 그렇습니다.”

“흐음. 에센시아 기사단장들보다는 약하다 이거지…….”

베인 테스의 말을 들어보니 좀 약한 수준이 아니라 생각 이상으로 더 약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거 괜히 골치 아픈 녀석들을 떠안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소모품으로 써먹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슬쩍 시선을 돌려 카샤스 대공 쪽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용기사단들이 막 죽어나가면 타누스 후작을 비롯한 장로회에 소속된 귀족들이 꽤 반발이 심해질 것이다.

그러다 뭔가가 생각나서 옆으로 걸어가던 재중이 형에게 물어보았다.

<주호> 형. 그런데 오히려 용기사단들이 죽어나가면 더 좋은 것 아니에요?

<불멸> 응?

<주호> 제국 황제의 명으로 죽는 거면 장로회에서 원한을 가질만한 건 반대로 황제가 아닌가 싶어서요. 만약 정말 황제가 장로회가 굽히고 들어오는 걸 원했다면 말이죠.

내 의문에 재중이 형도 잠시 생각해보더니 이내 답을 내놓았다.

<불멸> 그렇긴 한데…… 아마 타란 제국 황제도 장로회가 굽히고 들어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걸?

<주호> 그래요?

<불멸> 애초에 그럴 거라면 한참 전에 장로회를 다른 방식으로도 포섭했을 거야. 이런 방법이 아니라. 실제로 타란 제국 황제가 가진 패는 꽤 많을 테니까.

재중이 형은 오히려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건 처음부터 타란 제국 황제는 그다지 장로회가 굽히고 들어오는데 관심이 없다는 뜻이 되려나…….

<주호> 그럼 정말 장로회의 세력을 줄이기 위한 건가요?

<불멸> 아무리 황제라도 대놓고 죽이긴 힘드니까. 이런 방법을 택한 거겠지.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잖아.

<주호> 만약 진짜로 장로회가 가서 숙였다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불멸>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지도 않았겠지.

애초에 재중이 형은 장로회가 숙이고 간다는데 배팅하지 않았다.

<불멸> 그리고 어차피 장로회는 다른 선택지도 있으니까. 굳이 황제에게 숙이려고 하지 않겠지.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우리 뒤를 따라 오는 카샤스 대공을 쳐다보았다.

<주호> 다른 선택지군요.

카샤스 대공의 존재가 타란 제국 황제에게 숙이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이유인가.

확실히 카샤스 대공이라면 타란 제국의 황제에게 대항할 유일한 존재니까.

그때 재중이 형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불멸> 딱 하나 걸리는 건. 제국 황제가 이걸 모를 리가 없단 말이지. 자신이 장로회를 압박하면 자연스럽게 카샤스 대공에게 가서 붙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주호> 흠. 확실히 그렇네요.

재중이 형 말대로다.

누구보다 타란 제국의 정세를 잘 아는 황제가 이걸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아까 전에는 일부러 내버려두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마치 서로 붙어보라고 작당이라도 하는 것처럼.

너무 쉽게 장로회를 풀어두었다.

<주호> 무슨 생각일가요? 황제는…….

<불멸> 글쎄……. 이게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좋겠다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다시 생각에 잠기자 일단은 내버려두었다.

아마 기다리면 해답을 찾아낼지도.

그럼 일단 난 이쪽부터 해결해야겠는데.

베인 테스를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수집했으니.

이젠 진짜 저들의 능력을 눈으로 확인해 볼 차례였다.

곧장 용기사단장 중 가장 선임으로 보이는 녀석을 불러냈다.

“그대가 이들의 대표입니까?”

내 물음에 선임으로 나온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보다 더 건장한 체격의 누가 봐도 기사단장을 할만한 폼을 가진 녀석이었다.

눈빛에서 강렬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고.

“11기사단장 테이먼이라고 합니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아마 타누스 후작에게서 따로 언질을 받은 모양이었다.

뭐 일단은 내 쪽의 작위가 왕족이니 더 높기도 하고.

그런데 11기사단장?

생각보다 넘버가 너무 낮은데?

통상적으로 기사단 넘버가 앞으로 갈수록 강하다는 걸 고려해보면.

가장 선임이라고 나온 녀석의 기사단치고는 너무 넘버가 낮았다.

“뒤쪽은?”

“14기사단장. 17기사단장. 21기사단…….”

하나씩 열거해 주는데 확실히 지금 앞에 선 녀석의 넘버가 빨랐다.

난처한 듯 슬쩍 재중이 형 쪽을 보자 형도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이거 참.

생각보다 훨씬 전력이 안 좋은데?

“일단 실력 좀 볼 수 있을까?”

“실력 말입니까?”

“아. 그대들을 평가하고자 보려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부터 가려는 곳은 괴물이 득실거리는 곳이라서 말이지.”

그것도 5층에 있는 괴물은 어중이떠중이가 달려들어 봐야 그냥 밥상에 올라온 반찬 수준밖에 안 될 것이다.

“흠. 알겠습니다.”

그래도 성격 꼬인 녀석이 아니라 다행이려나.

여기서 용기사단의 자긍심이 어쩌니…… 귀족의 콧대가 높아서 반발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정말 피곤할 뻔했는데.

다행히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테이먼의 지시를 받은 용기사단들이 1층의 던전의 몬스터들을 하나씩 정리해가면서 저들의 실력이 이 정도는 쉽게 넘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사냥하면서 크게 피해를 본 녀석들도 없었고.

처음 오는 사냥터인데도 일반 유저들을 상회하는 능력치 정도는 보여주었다.

하긴 이 정도도 못하면 기사단이라고 이름 내밀기도 어려울 테다.

<주호> 일반적인 몬스터 정도는 쉽게 제압이 가능하네요.

<불멸> 에센시아 기사단도 헤르마늄 광산 정리는 어렵지 않게 했으니까.

그렇게 2층을 거쳐 3층까지 내려갔는데 여긴 마법사들이 많아서 고전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외로 경험이 꽤 많은지 용아병 마법사들 상대로도 나쁘지 않은 전투를 벌였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멸> 가능하면 얘들 데리고 사냥터 뺑뺑이 돌려도 되겠는걸?

<주호> 하하…….

그만큼 용기사단이 안정적인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이건 마치 상대가 그다지 용기사단에 위협을 주지 못하는 느낌이려나.

<주호> 용에 관련된 몬스터들이라 이득을 보는 걸까요?

<불멸> 아. 그러고 보니 얘들 전부 용신의 가호를 받았지?

따라오던 화련도 용기사단이 탐이 나는 눈치로 내게 말했다.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우네.”

“그러게요.”

“우리 영지에서 데려다 쓸 수 없으려나?”

그런 화련을 보고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아마 돈으로는 못 살 걸요.”

“그건 아쉽네. 얘들 사서 돌리면 사냥터 그냥 먹겠는데.”

확실히 화련도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4층 입구를 보면서 말했다.

“4층부터는 다를 거야.”

“보면 알겠죠.”

3층까지는 너무 무난해서 4층으로 내려갔는데 3층과는 달리 여기서부터 용기사단이 부담이 가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증거로 곳곳에서 피해를 보는 용기사단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같은 용기사단이라 이건가?”

타란 제국의 용기사단에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하듯 밀어붙이는 4층의 언데드 용기사들을 보고는 재중이 형도 혀를 찼다.

카샤스 대공도 놀란 듯이 그 언데드 용기사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용기사단이…….”

“너도 아는 거 없어?”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때 옆에 따라오던 아이샤 황녀가 타란 제국의 용기사단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존재들을 씁쓸한 눈길로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면서 말을 꺼냈다.

“선대의…… 용기사단입니다.”

“선대라면…… 타란 제국의?”

“네, 주호 왕자. 그들은 이전 타란 제국을 수호하던 용기사단이에요.”

“그런데 왜 저들이 여기에 있죠?”

그때 나를 포함해 우리 팀.

그리고 화련 쪽 유저들에게 전부 퀘스트 시스템이 떠올랐다.

흐음.

퀘스트라…….

분명 이전에 우리끼리 사냥을 하러 왔을 때는 어떤 퀘스트도 뜨지 않았는데.

화련을 쳐다보자 화련도 처음 봤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처음이야.”

“그런가요.”

아마 이건 타란 제국의 관련 NPC를 대동해야 뜨는 퀘스트인 듯 했다.

그냥 몬스터 사냥터로만 보고 들어오면 사냥터로만 기능하는.

“선대의 용기사단인가…….”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5층 입구를 바라보았다.

퀘스트의 목표는 다름 아닌.

우리가 그때 보고 온 바로 그 녀석이었다.

전사 형이 장비를 꺼내면서 앞으로 나섰다.

“일단 길은 제대로 찾아온 거네.”

“그렇죠.”

4층에서의 전투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정비를 마친 뒤 모두가 5층으로 내려갔다.

일단 여기서는 죽이든 살리든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은 모두 동원해야 하니까.

5층의 안전지대에 도착했는데.

이전과 달리 내려오자마자 어둠 속에서 강렬한 시선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시선은 정확하게 우리가 아닌.

전혀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쭉 따라가자 우리 뒤쪽에 서 있던 그녀에게 닿았다.

저 녀석…….

왜 아이샤 황녀에게만 반응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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