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6화 고대 마룡의 둥지 (13)
근처의 방을 돌면서 모아온 용아병 마법사들의 수는 대략 30 정도.
만약 이 녀석들이 다 멀리 떨어져서 마법을 쏘아댔다면 상당히 까다로운 녀석들이겠지만.
지금처럼 똘똘 뭉친 채로 한자리에 모아두면.
처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일단 챠밍이 먼저 몰려드는 용아병 마법사들을 빙계 광역기로 얼려서 녀석들이 마법을 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다음은 이쁜소녀가 달려들어서 그렇게 얼어 있는 용아병 마법사들은 극(極) 토르의 타격력을 이용해 완전히 벽으로 밀어 쳐냈다.
콰아앙!!
콰앙!!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빛의 전력이 터지면서 용아병 마법사들이 튕겨 나가듯이 벽으로 밀려 박히듯이 벽에 붙어버렸다.
그렇게 모든 용아병 마법사들이 완전히 벽에 붙어 버리자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중이 형이 고대 마룡의 창의 일자 광역기인 드래곤 버스터로 벽에 붙은 녀석들을 폭격했다.
그러자 벽을 타고 드래곤 버스터가 쭉 뻗어 나갔고, 그 직선형 범위 안에 들어가 있던 모든 용아병 마법사들이 드래곤 버스터에 찢겨 나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재중이 형의 드래곤 버스터에 쭉 밀려나가 벽 끝의 구석에 모두 뭉쳐진 용아병 마법사들을 향해 두 개의 대천사의 검을 꺼내들고는 검신을 겹치면서 스킬을 시전했다.
【 대천사의 가호! 】
【 그랜드 크로스! 】
콰콰쾅!!
완전히 구석에 완전히 뭉쳐진 용아병 마법사들에게는 이 그랜드 크로스를 피할 방법이 전무했다.
순간 눈이 부실 정도의 섬광이 터지며 그랜드 크로스가 던전의 통로에서 폭사했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광역기들의 폭격을 당한 용아병 마법사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지기 시작했다.
으어어!!
마법 한 방 쏴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는 용아병 마법사들이 곧 체력이 다 했는지 하나둘씩 죽음의 빛으로 변해 그 형태가 사그라드는 모습이 보였다.
“휴. 다행히 위력이 부족하진 않았네. 한 방에 녹았다.”
전사 형은 용아병 마법사들이 쓰러지지 않았으면 바로 뛰어들기 위해 바로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챠밍이 걸어둔 빙계 광역기가 풀리면 용아병 마법사들의 어글이 엉망진창이 되어 사방으로 마법들을 난사할 테니까.
무려 30이 넘는 용아병 마법사들이 겹쳐서 이리저리 마법들을 쏴댄다고 생각해 보면…….
아찔한 순간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 어글이 풀리는 순간 전사 형이 바로 나서서 용아병 마법사들의 어글을 전부 가져오면 된다.
그리고 전사 형이 구석에 박혀서 마법 공격을 막는 동안 다시 한 번 광역기로 녹이면 어떻게 다 잡을 순 있긴 했다.
이번 경우는 생각보다 빨리 녹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용아병 마법사들의 체력이 생각보다 적은 것이 유효했던 것 같았다.
옆에서 우리 팀의 사냥을 지켜보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보면서 물었다.
“쟤들 왜 이렇게 힘들게 잡아?”
“음…….”
막상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렇게 물어보니 다들 꿀 먹은 병아리처럼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마왕인 그녀의 능력은 용아병 마법사 정도의 몬스터들은 한 방으로 눌러버릴 수 있는 수준일 테니까 저렇게 말하는 것도 틀리진 않는데…….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굳이 저렇게 힘들게 몰지 않더라도 그냥 달려가면서 하나씩 목을 따고 지나가면 그만일 터다.
그리고 나 역시 용아병 마법사들의 마법 수준으로 마왕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전사 형이 곧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드랍템들을 토글해서 내게 알려왔다.
“생각보다 수확이 괜찮은데?”
“그래요?”
“얘들 레벨이 있으니까 드랍템이 꽤 좋아.”
잠깐 살펴보니 처음 보는 마법사용 스킬북이라던가 로브 완제, 악세서리 같은 종류들이 몇 개 떨어져 있었다.
거기다 스태프도 하나 완제품으로 드랍되었고.
이 정도면 한 번 몰이를 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무엇보다 꽤 많이 떨어진 건 바로 베르탈륨 광석이었다.
그것도 정제된 베르탈륨 광석.
1층에서는 아무리 몬스터들을 잡아도 주지 않던 템인데 여기서는 상당히 잘 떨어지는 편이었다.
“전사 형. 이건 따로 뺄게요.”
“어,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까.”
그리고는 정제된 베르탈륨 광석을 받아와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전부 전달해 주었다.
“응? 나 한 거 없는데?”
“미리 주는 뇌물.”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앞으로 일을 시켜먹어야 하는데 지금부터 꾸준히 베르탈륨 광석을 먹여놔야 한다.
중간 과정이 어찌되었든 우리 입장에서는 그녀가 최대한 강해져야 하는 것도 맞고.
“헤. 너 꽤 좋은 녀석이었구나?”
그러더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가 건네준 정제된 베르탈륨 광석의 힘을 빨대 꼽듯 쭉쭉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곧 정제된 베르탈륨 광석이 그 특유의 빛을 잃고 부서져 내렸고.
아마 이건 그녀가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꽤 높은 편일 거다.
“어때?”
“나쁘지 않아.”
“크리스탈 리저드와 비교하면?”
“얘가 순도가 더 좋아. 시간도 짧게 걸리고.”
이건 좋다는 말이다.
“음. 만약 여기서 좀 더 모아서 잡으면 어떨 것 같아?”
여기서는 마왕 헤르게니아의 의견이 중요해진다.
아마 30마리 이상 모으기 시작하면.
분명히 어디서든 문제가 생길 테니까.
“많이 떨어지겠네?”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전부 통제를 못할 수도 있어.”
아까 우리가 몰이 사냥하는 것을 봤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살짝 기분이 좋지 않다는 듯 물었다.
“지금 마왕에게 고작 뒤처리를 해달라고 하는 거야?”
음.
이건 어렵나?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저 멀리 통로 너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할 거면 제대로 해.”
“응?”
“고작 이만큼 먹자고 힘 쓰긴 싫거든.”
“그 말은?”
“다 몰아 와. 이 층에 있는 것들 전부.”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마왕 헤르게니아를 멍하니 쳐다봤다.
“뭐?”
“저렇게 조금씩 잡아서 누구 코에 붙여.”
음.
30마리가 조금이었던가?
전사 형도 깜짝 놀라서 입을 벌리며 나와 마왕 헤르게니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와. 마왕 스케일 보소. 지금 한 층을 싹 밀겠다는 말이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전사 형에게 바로 물어보았다.
이건 어차피 몰려든 용아병 마법사들에게서 전사 형이 버틸 수 있냐 없냐의 문제니까.
“할 수 있겠어요?”
“음. 한 번 정도라면?”
“돼요?”
“어. 이게 있잖아.”
그러면서 전사 형이 자신이 들고 있던 마왕의 무기인 발뭉을 들어보였다.
응?
저걸로 된다고?
“여기 내장된 스킬 중에 하나가 내게 들어오는 대미지를 거의 무효에 가깝게 해주는 스킬이 있어. 물론 시간이 짧아서 딱 필요할 때만 써야겠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최고지.”
“대미지 경감 스킬인가요?”
“어. 모든 종류의 대미지를 퍼센트 단위로 줄여줘. 이건 탱커한테 거의 필살기나 마찬가지지.”
확실히 저런 스킬이 있으면 몬스터가 얼마나 많이 몰리든지 상관없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지금 같은 마법사형 몬스터들의 경우라면 더 그렇고.
마왕의 결계와 함께 이 스킬을 쓰면.
모든 어글이 전사 형에게 집중될 테고.
저 스킬을 쓰면 한순간이긴 해도 모든 용아병 마법사들이 일제히 스킬을 날려도 한 번 정도는 확실히 버텨낼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히 전사 형 혼자 버티는 건 아니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도움을 줄 거니까.
여차하면 마왕 헤르게니아가 앞에서 마법을 다 틀어막아줘도 되는 일이라.
고개를 돌려 나르샤 누나를 보면서 말했다.
“이번엔 누나도 도와줘야겠어요. 혼자서 다 몰긴 힘들어서.”
어차피 통로의 구조와 몬스터들의 위치는 내가 다 파악이 가능했다.
그런데 달리면서 반대편의 통로를 한꺼번에 털고 나오는 건 꽤 힘든 일이라.
여기서는 나만큼 빨리 달릴 수 있으면서 멀리 있는 몹을 다 끌어올 수 있는 나르샤 누나가 필요했다.
모든 방을 다 쓸어오려면 말이지.
일일이 방을 다 뒤지면서 너무 길게 몹을 끌고 다니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부담이 너무 크다.
“오케이. 한 번 해 볼까?”
사상초유의 한 층을 다 터는 몹 몰이를 준비 중이라 그런지 나르샤 누나의 눈빛에도 비장한 긴장감이 흘렀다.
“날아오는 마법은 제가 끊어드릴 테니까 최대한 몹을 모는 데만 집중하면 돼요.”
“응. 그거야 내 전문이지.”
사실 몹 몰이 자체는 나보다 나르샤 누나가 훨씬 잘했다.
그러면 난 위협적인 마법 견제만 막아내는데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솔직히 마왕 헤르게니아의 방식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현재 우리가 쓸 수 있는 광역기는 강력하긴 한데 쿨타임이 돌아오는데 너무 오래 걸리니까.
한 벙 몰이를 하고 나면 다음을 준비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럴 거면.
차라리 이런 식으로 한 번에 싹 쓸어버리는 게 낫겠지.
가능하기만 하다면 말이야.
“그럼 가볼게요.”
“가자.”
그대로 나르샤 누나와 동시에 달려 나가면서 나르샤 누나에게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해주었다.
“좌측 방. 다섯. 우측 방 여섯요.”
“오케이.”
그러자 나르샤 누나가 제 3의 눈을 켜더니 가이디드 애로우를 써서 휘어져 날아간 화살들이 벽 너머의 몬스터들을 일일이 맞춰내기 시작했다.
거기다 속사로 수십 발의 화살이 분사하듯 흩어지며 근처의 방들 입구로 전부 날아 들어갔다.
우어어!!
크아아!!
이건 한 번에 거의 방 열 개 정도는 처리하는 거려나?
“엄청나네요.”
내 감탄에 나르샤 누나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도 이렇게 한 번 몰아보고 싶었어.”
그야말로 몹 몰이의 귀재라고 해야 하려나?
우리가 달리는 속도도 결코 느리지 않은데 화살의 궤적이 몬스터들을 놓치는 경우가 없었다.
물론 스킬의 힘도 어느 정도 감안하긴 하지만 그걸 제대로 쓰는 것도 능력이니까.
순간 우리 뒤쪽으로 마법 몇 발이 날아왔는데 바로 르아 카르테로 쳐내었다.
혼자 몰이를 하고 달리며 막는 것까지 다 하다가 일을 분산하니 오히려 훨씬 효율이 좋아졌다.
그러자 속도가 더 붙어서 몹들과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지자 날아오는 마법들도 빗나가는 경우가 허다했고.
“이러면 너무 흩어지는 거 아니에요?”
“아니. 괜찮아. 마지막에 돌아갈 때 코너를 몇 번 돌려주면 싹 모이거든. 지금은 최대한 많이. 빨리 모아야 해.”
그렇게 나르샤 누나와 달리면서 층의 모든 방을 털고 돌아오다가 마지막에 가서 나르샤 누나 말대로 코너를 몇 번 돌자 용아병 마법사들이 정말 예쁘게 모이기 시작했다.
난 달리면서 일일이 간격 유지하는 걸 신경 썼는데 확실히 경험자는 다르네.
알뜰하게 모인 숫자는 대략…….
“몇 마리인지 세기도 힘들겠네요. 이거 전사 형이 버틸 수 잇는 거 맞죠?”
“아마?”
막상 몰아놓고 보니 나르샤 누나도 그다지 확신이 없는 듯 했다.
전사 형이 된다고 했으니 되려나…….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수백 마리가 넘는 용아병 마법사들을 몰고 우리 팀이 있는 장소로 달려갔다.
그런데 처음에 나와 있어야 할 챠밍이 보이지 않고 의외로 마왕 헤르게니아가 제일 앞에 나와 있었다.
“응? 왜……?”
의아한 생각에 마왕 헤르게니아를 바라보는데 우리 뒤에 우르르 개떼처럼 몰린 용아병 마법사를 향해 그녀가 한 마디 말을 던졌다.
아주 가벼운 한 마디지만.
결과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전부 꿇어!”
그러자 그녀에게서 어마어마한 압력이 쏟아지면서 모든 용아병들이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찍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밥값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