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화 고대 마룡의 둥지 (11)
그어어어!
재중이 형이 3층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주변에서 탁한 귀곡성 같은 울음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걸 들은 재중이 형이 바로 고대 마룡의 창을 정면으로 고쳐 잡고 말했다.
“호오. 이것들 인식 범위가 예상보다 훨씬 넓은데? 내려오자마자 다들 반겨주는 걸 보면.”
“네. 하나같이 링크되는 몹들이에요. 거기다 이 근처 방 세 개가 동시에 움직였어요.”
“그래?”
내 감각에는 확실히 느껴진다.
공기의 진동을 타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의 움직임이.
“정면 앞방에서 다섯. 좌측 방 넷. 우측 방 여섯. 동시에 움직입니다.”
감각으로 읽어내 숫자를 말하자 바로 전사 형이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이번엔 재중이 형이 그런 전사 형을 만류했다.
“있어 봐. 내 방어구로 대미지가 어느 정도 들어오는지 보게.”
“실험입니까?”
“일단 내 쪽이 마방은 더 높으니까.”
확실히 전사 형 쪽이 물리 방어는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재중이 형의 아크 드래곤 플레이트가 마법 방어 쪽에서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마법사들 위주의 몬스터들이라면.
오히려 재중이 형 쪽이 대미지를 덜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각 방의 입구들을 따라 서서히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온다.”
전사 형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접하는 사냥터니까.
거기다 지금 모여드는 몬스터 숫자도 제법 많기도 했다.
“우선…….”
재중이 형이 바로 앞으로 튀어나가더니 제일 앞에 나타난 마법사 녀석의 머리를 향해 고대 마룡의 창을 내질렀다.
푸욱.
카아악!!
“호오. 생각보다 잘 들어가는데?”
처음의 일격이 잘 먹혔는지 앞서 나오던 녀석이 풀썩 소리를 내며 그대로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전에 화련이 이야기했던 대로 녀석의 손에 들고 있는 스태프의 머리에는 커다란 베르탈륨 광석이 박혀 있었다.
곧 그런 녀석들이 각 방에서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녀석들의 스태프들의 베르탈륨 광석에서 한꺼번에 뭔가의 스킬들이 시전되기 시작했다.
“흐음. 시전 시간도 짧고.”
그렇지만 재중이 형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바로 좌측의 벽으로 내달리더니 자신에게 쏘아지는 다수의 마법들을 피해 곧장 벽을 타고 달리며 점프하더니 녀석들의 뒤쪽으로 뛰어내렸다.
“일단 한 놈.”
그리고 고대 마룡의 창을 휘둘러 세 마리의 목을 쳐내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이탈했다.
그사이 연사에 가까운 속도로 용아병 마법사들이 마법들을 쏘아냈으니까.
“오우. 이 녀석들 재시전 속도도 사기네.”
재중이 형이 마치 녀석들을 놀리는 듯한 어조로 말하며 종횡무진 벽을 방패 삼아 모습을 숨겼다가 다시 드러내는 것을 반복했다.
아무래도 용아병 마법사들의 마법 속도가 거의 궁수의 그것과 버금갈 정도로 빨랐기에 마법에 맞지 않기 위해서는 저 방법이 당장은 최선이었다.
바로 고개를 돌려 챠밍을 보며 물었다.
“재시전 속도가 저 정도면 어느 수준이야?”
“음…… 아마 저보다 세 배 정도 빠를 거예요.”
“그렇게 차이 나?”
내 물음에 챠밍이 살짝 어두운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정면에서 마법으로 승부하면 무조건 밀려요. 이쪽은 한 번밖에 못 쏘는데 상대는 이미 연발로 마법을 날릴 테니까요.”
“생각보다 심각하네.”
그런데 지금 그런 마법사들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열이 넘는 수로 동시에 마법을 쏘아대는 중이었다.
저 앞에서 몸을 날리는 사람이 재중이 형이 아니었다면 이미 바닥에 누워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는 거지.
화살 쏘는 속도처럼 날아오는 마법을 다 피해낼 만한 유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 와중에 재중이 형이 감탄을 냈다.
“와, 이것들 무슨 마법을 화살처럼 쏘네.”
처음에는 아크 드래곤 풀 플레이트의 마방을 실험한다고 나서긴 했는데 이 정도까지 쏘아댈 줄은 몰랐기에 재중이 형도 살짝 난감한 듯했다.
재중이 형이 쓰러뜨린 용아병 마법사들도 어느새 다시 경직을 회복하고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물론 그동안에도 재중이 형이 쓰러뜨린 녀석들이 있어서 숫자는 유지되겠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재중이 형도 아니었다.
“흐음. 조금은 맞아줘야 한다는 거네.”
순간 재중이 형의 움직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동안은 거리를 재면서 크게 돌아서 피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녀석들과의 간격을 계속 줄이며 고대 마룡의 창으로 날아오는 마법들을 바쁘게 쳐내거나 갈라내기 시작했다.
솔직히 거리가 멀다면 마법을 피하는 것까지는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기가 있는 만큼 날아오는 동안 어느 정도까지 궤적이 예측되고 움직임을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날아오는 마법의 경로에 직접 뛰어들게 된다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극도로 짧아지게 된다.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워질수록 말이지.
특히 지금처럼 날아오는 마법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그렇고.
몇 배로 판단을 빨리해야 하고.
몇 배로 빨리 움직이며 바뀌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지금 재중이 형은 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예 포화처럼 쏟아져 나오는 마법들 사이로 파고들면서 직격은 고대 마룡의 창으로 파쇄하곤 오히려 그 사이로 뛰어들어 적들과의 직선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여 버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몇몇 마법은 그대로 맞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중이 형은 어깨를 살짝 비튼다던가 팔을 살짝 들어 올리는 정도로 그런 마법들까지 죄다 피해내며 더욱 앞으로 튀어나갔다.
개중에 몇 개는 어쩔 수 없이 맞은 것도 있긴 한데.
그것도 거의 스치다시피 아크 드래곤 플레이트의 겉면을 훑고 지나간 수준이라.
그리고 아크 드래곤 플레이트가 그 마법을 중화라도 시키는지 곧 효과가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전사 형이 그걸 보고는 입을 벌리고는 감탄했다.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네.”
“그러게요.”
내 쪽은 두 개의 검으로 빠르게 휘둘러 속도를 올려 쳐내는 느낌이 강하다면 재중이 형은 창의 리치를 최대한 활용해 크게 휘둘러 동시에 쳐내는 방식을 택했다.
저건 어지간한 반사속도와 판단력으로는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묘기에 가까운 돌진이었다.
전사 형이 옆에서 감탄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고.
곧 재중이 형이 용아병 마법사들의 목을 하나씩 날리며 열이 넘는 용아병들을 그 자리에서 전부 바닥에 눕혀버렸다.
서로를 방어해 줄 마법이 줄어들다 보니 마지막에는 편안하게 달려가 풀 스윙으로 용아병 마법사를 찍어 누르고는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할 만한데?”
용아병 마법사들과 상성에서 우위에 있는 고대 마룡의 창의 위력.
거기에 일반적인 몬스터들보다는 마법사 계열의 몬스터들이 물리 방어력이 다소 낮은 것도 있었다.
뭐 레벨이 훨씬 높으니까 그런 점에서 조금은 차이가 날 순 있긴 하겠지만.
마지막으로 아크 드래곤 풀 플레이트.
어지간한 마법은 높은 마법 방어로 상쇄해 줄 수 있으니 그 덕을 본 셈이었다.
그럼에도 저렇게 플레이할 수 있는 유저는.
현 시점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이점이 된다는 거지.
그걸 활용할 능력이 없다면 그냥 샌드백처럼 마법에 두들겨 맞다가 쓰러져 버릴 테니.
옆에서 재중이 형의 단독 플레이를 본 마왕 헤르게니아가 재밌는 쇼를 봤다는 듯 박수를 쳤다.
“헤에. 쟤 꽤 하잖아?”
그러고 보니 마왕 헤르게니아는 재중이 형이 제대로 전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지 아마.
헤르마늄 광산 때야 거의 뒤에서 지켜보다시피 했으니까.
이곳 베르탈륨 광산에서는 몹 몰이밖에 하지 않았고 그것도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니 지금 본 재중이 형의 능력은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양이었다.
“괜찮죠?”
“나쁘지 않아.”
그러더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날 빤히 바라보면서 평했다.
“너랑 꽤 비슷하네.”
아무래도 마왕 헤르게니아는 내가 자신이 만든 네임드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니까.
그런 그녀의 평가에 살짝 미소 지었다.
애초에 재중이 형에게서 배운 거라.
당연히 비슷할 수밖에.
재중이 형이 곧 모든 용아병 마법사들의 머리를 박살 내자 녀석들의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방 세 개를 혼자 클리어할 능력이라…….
그것도 이곳이 현시점에서 최상단에 위치할 던전이라는 걸 감안해 보면.
다른 유저들이 기겁할 만한 상황인 거다.
재중이 형이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들 중 몇 개를 주워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던져 주었다.
“엥? 뭐야?”
뜬금없이 자신에게 주자 어리둥절한 표정의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 필요한 거 아닙니까?”
재중이 형이 방금 던져 준 건 다름 아닌 베르탈륨 광석 덩어리였다.
그것도 좀 전까지 저 용아병 마법사들이 들고 있던 스태프에 있던 것과 거의 유사한.
아마도 드랍템으로 저 베르탈륨 광석이 떨어지는 듯했다.
몇 개 없긴 했지만.
잠시 그 베르탈륨 광석을 이리저리 살펴본 마왕 헤르게니아가 곧 베르탈륨 광석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석이 완전히 빛을 잃고는 하얗게 가루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렸고.
“헤에. 꽤 정제된 녀석이잖아?”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어 보이는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재중이 형이 뒤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녀석들 잡으면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재중이 형은 아예 마왕 헤르게니아를 사냥에 끌어들일 생각인 건가?
그런데 마왕 헤르게니아와 같이 사냥하게 되면 우리 팀은 경험치를 거의 얻지 못할 것이다.
마왕 헤르게니아의 레벨이 900대를 넘어가니까.
<주호> 형, 같이 잡으면 경험치 못 얻지 않아요?
굳이 1층에서도 나와 마왕 헤르게니아가 따로 빠진 건 우리 팀이 성장을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차피 나도 드랍템을 못 얻는 이유가 있긴 했고.
<불멸> 같이 한다는 말은 안 했는데?
<주호> 그래요?
<불멸> 어차피 이 녀석들 이런 식으로는 계속 못 잡아. 매번 지금처럼은 사냥 못 하니까.
확실히 방금은 재중이 형도 꽤 신경 써서 움직인 면이 없잖아 있었다.
긴 사냥 내내 저런 식으로 움직이려면 피로도 너무 쌓일 테고.
딱 몇 번뿐이라면 하겠지만.
절대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불멸> 링크 범위가 워낙 넓어서 아마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벌떼처럼 몰려들 거야. 거기다 생각 이상으로 대미지 많이 들어온다.
<주호> 아크 드래곤 플레이트로도요?
방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싸웠지만 생각 이상의 대미지인 듯했다.
<불멸> 레벨 차이 때문이겠지. 그리고 이 녀석들 잡으니까 거의 풀 경치네. 두 층 더 내려온 것뿐인데 레벨이 확 뛰었어.
<주호> 대미지가 세서 전처럼 모는 건 힘들다 이거네요.
아무래도 원거리 몬스터들이라 몰이가 쉽지 않은 것도 한몫할 것이다.
거기다 대미지까지 강하니.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슬쩍 전사 형을 바라봤다.
<불멸> 딱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전사는 체력이 높으니까.
그 말을 듣자 대충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전사 형이 버틸 수 있는 한 방 안에 무조건 녹여야 한다 이거죠?
<불멸> 어. 다소 경험치를 덜 받더라도.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도움을 받으면 해볼 만해.
곧 재중이 형이 날 빤히 보면서 미소 지었다.
“그리고 네가 고생 좀 해줘야겠어. 이건 아마 너밖에 못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