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4화 고대 마룡의 둥지 (1)
르아 카르테에서 뻗어나온 환한 빛이 복사해 둔 용신검에 가서 닿자 곧 용신검이 그대로 분해되어 르아 카르테의 검신에 그대로 흡수되어 갔다.
그 광경을 본 마왕 헤르게니아가 깜짝 놀란 눈빛으로 나와 르아 카르테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령신의 무구?”
“너, 이거 알고 있었어?”
“소문으로만. 어이가 없네. 여기서 갑자기 정령신의 무구가 왜 나오는 거지?”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의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살짝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 다른 마왕들도 알아보는 것 같아 혹시나 했는데 마왕 헤르게니아 역시도 정령신의 무구를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하긴.
저 정도 안목도 없으면 마왕을 해먹을 수 있겠나 싶기도 하고.
괜히 보여줬나 싶은 느낌도 있긴 한데.
앞으로 같이 다니며 협조를 얻을 일이 많은 상황에서 무작정 숨기는 건 어려운 일이라…….
다른 전투 상황에서 한 번이라도 꺼내 들면 어차피 알게 될 건 뻔하니 어차피 상관없으려나?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진짜 궁금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너, 대체 뭐야?”
“응? 무슨 말이지?”
“어떻게 대천사의 무기에 마신의 파편, 정령신의 무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어?”
음.
막상 저렇게 물어보니 할 말이 없긴 하네.
그것도 마계를 쥐락펴락하는 마왕 입에서 말이지.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아. 쫌.”
“설명하자면 너무 긴데?”
이건 내가 그간 해온 일들을 죄다 나열해야지 겨우 설명이 되는 문제라.
그걸 납득시키고자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흐음…… 그럼 됐어. 듣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의외로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모습에 옆에 있던 재중이 형 역시도 흥미로운 웃음을 지었다.
<불멸> 포기가 빠른데?
<주호> 그러게요. 궁금할 텐데 말이죠.
그런데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어딘가의 하늘을 노려보듯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천사 놈들만 박살 낼 수 있으면 네가 뭐든지 상관없어. 그러려면 네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 좋잖아?”
아, 그런 건가?
마왕 헤르게니아 입장에서는 내가 이걸 어떻게 얻었는지 보다는.
다른 쪽에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서 다행이네.”
이해의 일치.
그것 하나만으로 이 상황은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다시 마왕 헤르게니아가 르아 카르테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용신검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정령신의 무구가 다른 무기를 흡수할 수 있는 거야?”
그래도 이건 궁금했던 건가?
“어, 맞아.”
“사기네?”
이런.
마왕한테 사기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또 몰랐네.
그런 마왕 헤르게니아의 표현에 우리 팀 모두가 웃음을 감추지 못 했다.
다들 나와 같은 심정이라.
“제한이 많아. 사기도 아니고.”
“사기가 사기지.”
음.
너무 정곡이라 할 말이 없네.
“그래서 용신검을 훔쳐 온 거야?”
“아…… 원래는 이러려고 훔쳐 온 건 아닌데 말이지.”
그러자 알겠다는 듯 마왕 헤르게니아가 말했다.
“용신검이 말을 안 들으니까?”
“뭐, 대충은 정답에 가깝겠네.”
“그럼 용신검의 힘만 흡수하는 거야?”
그 말에 잠시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 헤르게니아도 더 묻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았는데 이 이상은 물어보진 않았다.
아마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잠시 복사된 용신검을 바라보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뜻밖의 말을 했다.
“저거 하나만 나 주면 안 돼?”
“응?”
“어차피 많잖아.”
“흐음. 딱히 상관 없긴 한데.”
사실 복사야 계속하면 되니까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한 개쯤 주는 건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복사한 용신검을 달라는 거지?
내가 궁금하다는 듯 쳐다보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 용신검을 처음 봐서 그래. 연구용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연구?”
“난 마도 과학의 정점에 있는 몸이라고. 무려 용신검인데. 궁금한 건 당연하잖아.”
마도 과학이라는 말에 순간 레오나 에센시아가 떠올랐다.
분명히 에센시아 제국의 지하에 비밀 연구소가 있다고 했었지.
양쪽 다 경쟁을 하려면 이쪽으로 연구는 필수적일 터.
이러한 시설이 인간들 쪽에도 있는데 마왕들에게는 없다고 생각한 건 큰 착각이었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복사된 용신검을 바라보자 잠시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주호> 괜찮을까요?
<불멸> 흐음. 나쁘진 않을걸? 딱히 밖으로 내돌리지만 않으면.
<주호> 그건 약속 받아야죠.
<불멸> 그런데 줄 수는 있고? 유저는 네가 복사한 아이템 전혀 사용 못하잖아.
재중이 형 말대로 이건 패치가 되어서 이젠 주지 못한다.
예전에 우리 팀 전체에 복사한 고강 무기를 돌렸다가 운영진에게 패치로 두들겨 맞았다고 해야 하나?
나 혼자 쓰는 건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까지는 허용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NPC들은 또 그게 아니란 말이지.
<주호> 카베스 황제가 가져간 걸 보면 마왕 헤르게니아도 받을 수 있겠죠.
<불멸> 확실히 그렇긴 하네.
설마 복사한 무기를 NPC에게까지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을 테고.
그리고 이걸 주면 좋은 점은 또 하나 있을 거다.
잠시 마왕 헤르게니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이거 들키면 죄다 짐 싸들고 타란 제국에서 튀어야 해.”
“하. 내가 바보야? 그 정도 눈치는 있어. 원래 연구는 혼자 몰래하는 거야.”
그나마 다행이네.
곧 복사된 용신검 중 하나를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휙 던져 주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용신검을 그녀가 받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고.
《 마왕 헤르게니아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마왕 헤르게니아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마왕 헤르게니아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
역시 이런 건가.
마왕 헤르게니아가 원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것도 무려 신급 무구를 연구용으로 주는 일은 그녀의 호감도를 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당장 우리 무력의 몇 할을 차지하는 그녀의 호감도 상승은 그만큼 이득이기도 하고.
물론 주의점을 알려주는 걸 잊진 않았다.
“그거 잘 부서지니까 조심히 연구하고.”
내 조언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했다.
“부서지면 또 주면 되잖아?”
그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버렸다.
<불멸> 큭. 쟤 머리 좋네.
<주호> 그러게요.
옆에 무한히 복사가 가능한 사람이 있는데.
부서지는 것 정도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니지.
이건 당연하게도.
앞으로 나와 계속 붙어 다니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은연중에 옆에 있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려나.
그때 갑자기 르아 카르테에서 금속의 정령이 불쑥 튀어 나왔다.
“나도 줘!!”
아.
깜빡했네.
새로운 무기라면 식성이 터져 나가는 분을 까먹고 있었다.
그것도 신급 무구인데 말이지.
이 녀석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자. 받아.”
그리고는 금속의 정령에게도 복사된 용신검을 주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곧바로 금속의 정령이 용신검을 먹어치워 버렸고.
《 금속의 정령 ‘별’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금속의 정령 ‘별’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금속의 정령 ‘별’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
둘 다 복사된 용신검을 받고 좋아하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챙겨야 하는 식구가 더 늘어난 기분이랄까.
물론 이건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친 금속의 정령이 눈빛을 반짝이더니 엄지를 척 세워 보였다.
“후아. 최고야!”
“다행이네. 입맛에 맞아서.”
“당연하지! 어디 가서 용신의 무구를 맛볼 수 있겠어!”
그게 비록 짝퉁이긴 해도 용신의 흔적 정도는 될 테니까.
그렇다고 진짜 용신검을 먹였다가는 아마 운영진이 뒤집어질지도 모르겠다.
둘 다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르아 카르테를 내려다 보며 우리 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준비가 된 것 같네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고대 마룡을 잡을 준비 말이지?”
“네. 용신검 정도면. 그 준비로 부족하지 않죠.”
전사 형도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원 역사에서도 용신검을 가진 카샤스 대공이 고대 마룡을 눌렀으니까.”
“네, 이쪽은 미완성이기는 해도. 또 다른 힘이 있죠.”
그러면서 슬쩍 마왕 헤르게니아를 바라보았다.
아크 드래곤을 상대할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무려 마왕이라는 전력이 우리에게 가세했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비슷한 힘을 가졌을지도 모를 카샤스 대공과.
아직 검증은 안 됐지만.
미래의 최강의 영웅인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 마찬가지.
무엇보다 타란 제국의 지원까지도 전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외부의 방해만 없다면 절대 실패할 수가 없는 전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 제대로 작전을 짜 보죠.”
* * * * *
금속의 정령과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용신검을 주고 난 뒤 몇 번의 실험 끝에 몇 가지 옵션이 르아 카르테에 흡수되었는지 얼추 확인은 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역시.
그 옵션들이 죄다 물음표였다는 것 정도가 문제랄까.
“쉽게는 알려주지 않겠다는 거겠지?”
“뭐 그렇죠. 제한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아무것도 모른 채로는 레이드 할 수는 없어. 이 녀석이 핵심이라.”
“그래서 말인데. 베르탈륨 광산에 먼저 가야겠어요.”
내 말의 진짜 의도를 눈치챈 재중이 형이 말했다.
“용신검을 키워 보자고?”
“네. 화련이 거기 몬스터들이 죄다 용족들이라고 했잖아요.”
“확실히 그렇게 말하긴 했지.”
“그것도 고레벨의 용에 관련된 몬스터들이라면…….”
“용신검의 제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겠네. 거기다 리젠도 빠를 테고.”
“네. 타란 제국 근처에서 빠른 시간 내에 용신검을 키우려면 베르탈륨 광산 던전밖에 없어요.”
“흠. 빨리 애들 장비가 준비되어야 하겠는데?”
“아까 물어보니까 조만간 된다고 하더라고요.”
“좋아. 그럼 이쪽은 문제없겠네.”
“아. 그리고 레오나 에센시아를 더 강하게 해줘야 해요.”
그녀가 죽지 않게 타란 제국까지 데리고 온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곳은 그녀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기도 했다.
손님 신분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제한되어 있으니까.
거기에 그녀가 가진 르아 카르테를 쓰는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
이대로면 정말 성장이 멈춰 버릴 수도 있으니.
“그녀도 데리고 갔으면 하네요.”
“호오. 제대로 전력으로 쓰겠다는 거냐?”
“최강의 영웅을 놀리면 안 되겠죠.”
곧 대공저에 머물고 있던 레오나 에센시아를 찾아갔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된 것 같아요.”
내 말에 그녀의 눈빛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진지함 가득한 눈빛으로.
타란 제국으로 그녀를 데리고 오면서 했던.
르아 카르테를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약속.
손을 내밀자 그녀가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르아 카르테를 내게 건네주었다.
곧 그녀의 르아 카르테와 대공저에서 얻어온 기사들이 쓰는 무기를 겹쳐 보였다.
“먹어 치워.”
그리고 역시나 내 것과 같은 빛이 검신에서 뻗어 나오고 난 뒤.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다시 돌려주자 변화된 르아 카르테를 들어본 그녀의 눈이 더할 수 없이 크게 커졌다.
“이게…….”
“그게 제대로 르아 카르테를 쓰는 방법입니다, 황녀님.”
이 미래를 몇 년을 앞당기는 행동이.
좋은 결과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