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91화 (1,179/1,404)

#1191화 용신검 아스카론 (7)

실질적으로 내가 용신검 아스카론을 카베스 황제에게서 뺏을 방법은 없었다.

타란 제국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않고서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

카베스 황제에게서 용신검을 뺏는다는 건 딱 그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

용신제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유일하게 카베스 황제가 용신검을 손에서 놓는 그 한순간.

아이샤 황녀가 말해 주기로 이때만큼은 어쩔 수 없이 용신검을 품에서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했었지.

그리고 지금.

신전의 제단에 카베스 황제가 용신검 아스카론을 올려놓고 물러서자 아이샤 황녀가 제사장으로서 용신에게 가호를 비는 의식을 시작했다.

여기서 또 하나.

이곳 제단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을 피해 작업을 하려면.

화려한 이펙트로 저들의 눈을 속일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눈앞에서 용신검이 사라지는 것까지 감출 수는 없을 테니까.

다행히 아이샤 황녀는 그게 가능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다.

그녀가 용신에게 기원하는 순간.

제단에서 눈이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시야를 어지럽게 했다.

기회는 지금뿐.

주저 없이 손을 뻗어 용신검의 손잡이를 손으로 쥐었다.

【 웨폰 카피! 】

그렇게 바로 마력이 빠져나가면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성공이려나……?

하지만 내 눈에 뜨는 시스템 메시지는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대상의 랭크가 너무 높습니다. 》

《 웨폰 카피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낮습니다. 》

역시.

한 번에 될 리가 없지.

용신검은 내가 들고 있는 정령신의 무구인 르아 카르테나 마신의 파편인 테르타로스처럼 자주 사용한 무기가 아니었다.

이번에 처음 손에 쥐어 본 만큼 용신검에 대한 이해도는 바닥이겠지.

그렇다는 건.

결국 노가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

젠장.

역시 신급 무구라는 건가.

무구에 대한 이해도도 문제지만 등급 자체도 문제.

쉽게 카피를 허락해 줄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실패가 뜰 줄이야…….

계속되는 스킬 실패에 초조한 마음이 앞서기 시작했다.

아이샤 황녀가 화려한 이펙트로 웨폰 카피의 흔적을 막고 있다 해도.

무한히 가려줄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성공하지 못하면.

결국 용신검을 놓을 수밖에 없을 테고.

역사는 원래 알고 있던 그대로 진행되겠지.

카베스 황제가 아이샤 황녀를 죽이는 스토리 말이야.

마력이 쭉죽 빠져나가는 걸 체크하면서 계속 스킬을 시도했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

딱 한 번만!

두 번도 필요 없다.

이번 한 번만 뜨면 된다.

이제 곧 아이샤 황녀의 의식이 끝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테니.

여기서 무조건 끝을 봐야 한다.

혹시라도 아이샤 황녀의 의식이 너무 길어지게 되면.

분명 카베스 황제도 의심을 하게 될 터.

그럼 정말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될 것이다.

한참 스킬을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를 하자 결국 마력이 거의 바닥까지 내려가 버렸다.

칫.

이거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바로 금속의 정령을 불러냈다.

그리고 금속의 정령을 보고는 부탁했다.

“도와줘.”

“응!”

순간 금속의 정령이 바닥으로 뭔가의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헤르마늄 광석의 파편.

하르석의 상위 호환인 이 녀석은.

당연히 하르석의 기능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유저들은 전혀 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이 가능한 일.

곧장 다른 한 손으로 르아 카르테를 꺼내들어 헤르마늄 광석을 내려치자 르아 카르테의 검신을 타고 마력이 쭉 흡수되었다.

“부족해.”

“여기 더 있어!”

금속의 정령이 후두둑 바닥으로 헤르마늄 광석을 내려놓자 바로 르아 카르테로 그 광석들을 내려쳤다.

그러자 눈에 띄게 마력이 쭉쭉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전에 하르석 광산에서 금속의 정령이 마력 물약을 언급했을 때 가르쳐준 또 하나의 방법.

하르석 이상의 높은 순도를 가진 헤르마늄 광석을 이용하자 순식간에 마력을 원하는 만큼 채워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이건…….

어마어마한 돈 지랄이다.

효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길바닥에 돈을 마구잡이로 뿌리는 정도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지금의 이 마력은.

내게 최대의 결과로 돌아올 테니까.

전혀 아깝지 않아.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스킬을 실패했습니다. 》

.

.

그리고는 수도 없이 웨폰 카피를 시도하면서 기도했다.

제발 시간 내에 되라!

그렇게 얼마나 웨폰 카피를 써댔을까.

어느 순간 손에 강한 진동과 함께 전혀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 웨폰 카피 스킬을 성공했습니다! 》

후아.

됐어……!

지금 용신의 제단 위에는 원본의 용신검 아스카론과.

그것과 완전히 똑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레플리카 용신검이 겹쳐져 올려져 있었다.

곧장 주저 없이 원본의 용신검을 내 품으로 끌어당겨 인벤에 집어넣고는 바로 숨을 죽였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혹여나 카베스 황제나 다른 녀석들이 눈치라도 챘다면…….

그리고 감각을 퍼트려서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아직은…….

괜찮은 건가?

내 감각에 걸리는 느낌은 이전과 딱히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카베스 황제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아이샤 황녀도 마지막 의식을 하는 듯 힘을 짜내는 모습이었다.

휴…….

다행이네.

이젠 기척을 완전히 죽이고 버티고 있을 수밖에.

지금 제단 밖으로 나갔다가는 없을 오해도 받아야 할 판이다.

외부인이 용신의 제단에 숨어든 것 자체가 문제니.

뭐 용신검을 바꿔치기 했다고는 생각하진 못할 테지만.

곧 화려한 제식이 끝나면서 사방을 뒤덮고 있던 환한 빛들이 사그라들었다.

과연…….

괜찮을까?

“와아아아!!!”

용신을 기리는 의식이 끝나자 타란 제국 시민들의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아.

그런데 내가 용신검을 빼돌렸는데.

용신검의 힘으로 받는다는 용신의 가호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거 잘못 되면 분명히 문제가 있지 않나?

그때.

내 시야에 하나의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용신의 가호가 타란 제국 전체에 내려집니다. 》

《 한 달 동안 용과 관련된 모든 스탯이 상승합니다. 》

《 모든 용들과의 친밀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

《 타란 제국 내 모든 용들의 스탯이 크게 상승합니다. 》

《 모든 용의 알에서 태어나는 용들의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

《 모든 용의 알에서 태어나는 용들이 상위 등급으로 태어날 확률이 상승합니다. 》

.

.

이게 용신의 가호인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용신의 가호를 받는 건 처음이라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기간 역시 무려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졌다.

길어봐야 겨우 하루 정도 유지되는 여타 다른 버프와는 차원이 다르달까.

그것도 한두 사람에게 걸어주는 것이 아닌.

타란 제국 전체에 가호를 주었다.

이 정도 규모의 가호라…….

그러니 저 카베스 황제가 용신검을 제단에 올릴 수밖에 없었나?

솔직히 방금의 가호라면 타란 제국 전체의 전력에서 몇 할이 올라가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만약 이런 규모의 가호를 자신의 욕심 때문에 받지 못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칠 테니까.

카베스 황제도 어쩔 수 없었을 터.

그런데 어떻게 용신의 가호가 발동을 한 거지?

분명히 내가 빼돌린 건 원본의 용신검일 텐데?

이건 나중에 아이샤 황녀에게 다시 물어봐야 하려나?

곧 완전히 용신을 기리는 제사가 끝나자 아이샤 황녀가 다시 카베스 황제에게 용신검을 돌려주었다.

“고마워요.”

“흠. 수고했다.”

으레 하는 형식적인 인사일 텐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건.

아무래도 저들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알고 있어서 그러려나?

혹시라도 카베스 황제가 이상함을 느낄까 싶어서 숨죽이고 기다렸는데.

딱히 카베스 황제에게서 다른 움직임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대로 발걸음을 돌린 카베스 황제가 외쳤다.

“타란 제국에 영광이 있기를!”

“와아아아!!!”

“황제 폐하 만세!!”

확실히 용신의 가호라는 게 영향력이 있는 듯 했다.

지금은 누구도 의심할 것 없이 타란 제국 황제를 칭송하고 있으니까.

용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타란 제국에서.

그 용혈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용신의 가호는 그만큼의 의미가 있는 의식이었다.

특히 지금 그 용혈을 진하게 타고난 이들일수록 더 그럴 테고.

용에 관련된 모든 스펙이 올라간다고 했으니.

카베스 황제도 그만큼 강해져 있을 테지.

뭐 이건 카샤스 대공도 똑같이 강해질 거니까 어떻게 보면 제자리이긴 한데.

“돌아간다.”

용신검에 아무런 이상이 없자 카베스 황제도 안심하고 제단을 걸어 내려가 황금의 마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카베스 황제가 완전히 사라지자 궁중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주변을 정리하는 사제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이 뒤에 뭔가 축제라도 벌일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닌 듯하네.

적당히 사람들이 사라진 것 같자 바로 은신 망토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은신한 상태로 조심히 제단을 벗어나 우리 팀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은신을 풀고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 팀 모두가 궁금함 가득한 눈치로 내게 시선을 보냈다.

전사 형이 대표로 내게 물어 보았다.

“혹시나 들킬까 싶어서 귓속말도 안 보내고 기다렸다니까?”

“하하. 그러게요. 저도 좀 쫄았거든요.”

“어때? 됐어?”

그러자 바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는 품에서 용신검 아스카론의 손잡이를 살짝 드러내 보였다.

“오오. 미친 놈. 성공했구나.”

“저도 안 될 줄 알았어요. 시간이 너무 없더라고요. 제사가 끝나기 바로 직전에 성공했어요.”

나르샤 누나가 안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솔직히 용신의 가호가 내려지는 걸 보고는 다들 포기하고 있었거든. 카피가 안 됐으니까 내려지는 거라고.”

“아. 정말 저도 용신의 가호가 걸릴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된 거죠? 분명히 가짜를 올려놨는데.”

내 물음에 나르샤 누나를 포함 우리 팀 모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막내별이 내게 물었다.

“아이샤 황녀에게 물어보는 건 어때요?”

“흐음. 가짜로 바꿔치기 했다고 말하긴 좀 그렇죠.”

“하긴 그렇긴 하네요.”

아이샤 황녀에게 시간을 벌어달라는 말까지 하기는 했지만.

그게 용신검을 빼돌리는 일이라고까지는 설명하진 않았다.

그냥 카베스 황제가 용신검을 못 쓰게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지.

거기다 대놓고 용신의 가호가 나오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무리였다.

전사 형이 내게 말했다.

“결국 이 궁금증은 묻어둬야 하는 건가?”

“뭐…… 좋은 게 좋은 거죠.”

“크크. 그렇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나.”

상황이 정리된 것 같자 주변을 살핀 뒤 용신검 아스카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럼 어디 이놈에게 카베스 황제가 얼마나 제물을 바쳤을지 한 번 살펴볼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