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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90화 (1,178/1,404)

#1190화 용신검 아스카론 (6)

그간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토록 확신을 가지는 알이라…….

뭐 일단은 저 알은 밑져도 본전인 수준이라.

그냥 한편에 쌓여 판매하고 있는 수많은 알들 중에 하나이기에 딱히 손해 볼 것도 없어서 바로 판매 시스템에 손을 가져다 댔다.

《 타란 제국의 이름 없는 용의 교배종 알입니다. 》

《 기여도를 소모하여 구매하시겠습니까? 》

원래는 한쪽에 타란 제국의 기여도를 소모하는 붉은 숫자가 쓰여 있었는데.

다행히 우린 카샤스 대공 덕분에 이 제한을 벗어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곧 기여도를 나타내는 붉은 숫자가 바로 청색으로 바뀌면서 구매 가능하도록 변경되었다.

그렇게 교배종의 알을 손에 넣자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교배종의 알을 부화시키면 교배에 쓰였던 종들의 특성을 타고난 용을 얻을 수 있습니다. 》

《 각 특성은 랜덤으로 설정되거나 혹은 아무 특성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 아주 낮은 확률로 특수한 성질이 획득됩니다. 》

그 시스템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거 로또 아냐?”

“로또?”

“아, 뽑기 같은 거지.”

“뽑기 맞아.”

“맞다고?”

아니, 그런데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고르라 했다고?

특성이 랜덤이라면 어떤 교배종의 알을 뽑더라도 딱히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카샤스 대공이 허락해 준 기여도 제한이 상당히 많긴 해도.

무작정 이것저것 고르고 다니기에는 좀 빠듯한 것도 사실이었다.

가령 저기 기여도가 반드시 필요한 거대한 성룡들 같은 경우에는 한 마리만으로도 그 기여도를 모두 소진해 버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팀들이 용들의 특성을 세세히 따져가면서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고.

개체들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에 이왕이면 좀 더 좋은 녀석을 고르면 좋을 테니까.

그 가격이면 단순 교배종의 알로만 치면.

대략 10여 개를 고를 순 있기는 한데…….

그중 꽝도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딱히 많은 숫자라고 하긴 어렵지.

뭐 카샤스 대공에게 부탁하면 좀 더 구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별 의미 없이 꽝만 뽑을 거면 차라리 그냥 성룡을 고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게 바싹 붙어 끌고 가더니 카샤스 대공에게서 나를 떼어놓았다.

그리곤 지나가는 투로 내게 말했다.

“그거…… 고대 마룡의 알이야.”

“어……?”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카샤스 대공 몰래 날 끌고 나오길래 솔직히 그 순간에는 혹시라도 이게 실피드의 알인가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었다.

그런데 고대 마룡의 알이라고?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야…… 말이 되는 소리를…….”

“정확하게는 고대 마룡의 혈통이 조금 섞인 알이긴 하지만.”

“혈통이 섞였다고?”

“응. 그 특유의 회색 무늬. 다 같아 보여도, 전혀 달라. 고대 마룡의 알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거든.”

그러고 보니 유독 회색 무늬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내겐 그걸 구분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마왕 헤르게니아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순간 뭔가가 떠올랐다.

“너 혹시 고대 마룡의 알도 훔쳤었나?”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부끄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와, 눈치 빠른 거 봐라.”

“아니. 전에 안 봤으면 특징이고 뭐고 전혀 모를 것 아냐. 그건 곧 한 번이라도 어디선가 봤다는 말인데…… 고대 마룡이 네게 알을 넙죽 줬을 리는 없고.”

“응. 맞아. 많길래 하나 들고 도망갔지.”

“하. 그대로 고대 마룡에게 안 죽은 게 다행인가.”

“마왕은 그 정도에 죽지 않아.”

너무 당당해서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는 내가 들고 있는 알을 얼떨떨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흐음. 그럼 여기서 고대 마룡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야?”

내 물음에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말했잖아. 먼 조상에서 혈통이 섞였을 뿐이라고. 거기다 교배종이라 고대 마룡이 나오진 않을 거야.”

“그건 아쉽네.”

만약 여기서 고대 마룡이 나올 거였다면.

굳이 고대 마룡을 잡으러 갈 이유도 없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쉽게 갈 순 없는 듯 했다.

“그래도 최소한 고대 마룡 특성 중에 하나는 나올 수도 있겠는데?”

“운이 좋다면.”

반드시 사라고 했던 것과 달리 꽤나 운에 맡겨야 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또 뜻밖의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여기 회색 무늬에 겹쳐 있는 하늘색 띠 보여?”

“하늘색 띠?”

솔직히 말을 듣고 자세히 눈 여겨 보지 않는 이상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줄무늬가 있긴 했다.

“이게 왜?”

“그거. 아까 네가 말한 실피드라는 종의 알의 특성이야.”

“뭐?”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건가 모르겠네.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네 말은 이 알이. 고대 마룡의 혈통과 카샤스 대공의 전용 용인 실피드의 혈통이 섞여 있다는 거야?”

“응. 이쪽도 실피드의 혈통이 약하게 섞여 있긴 하지만. 아마 한참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야 실피드가 나올걸? 하늘색 띠가 너무 희미하니까.”

설마 이런 식으로 교배종의 알을 구분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아마 이건 당장 누굴 데리고 오더라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너, 이런 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하, 그새 잊었어? 내가 뭐 하는 마왕인지?”

그 말에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맞다.

마왕 헤르게니아는 뭔가를 합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마왕이었다.

“교배종도 연구했었냐?”

“응. 한때의 취미였지만. 내가 손 안 대 본 용은 거의 없어.”

교배종을 만드는 게 취미 생활이라…….

카샤스 대공이 들었으면 기절할 법한 말이긴 했다.

거기다 자신의 실피드와 고대 마룡의 혈통이 섞여 있다니.

아마 이런 건 어디 가서도 듣지 못 했을 터.

정작 주인인 카샤스 대공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카샤스 대공은 전혀 모르던데?”

“쟤는 실피드를 타기만 하고 알을 키우진 않았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흠. 그런 건가?”

듣고 보니 확실히 말이 되는 것 같긴 하네.

딱히 카샤스 대공이 알을 애지중지하면서 키웠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고.

곧장 재중이 형에게 알려주었다.

<주호> 형, 방금 이 알. 고대 마룡하고 실피드의 교배종이라는데요?

<불멸> 뭐? 그게 말이 돼?

재중이 형조차 안 믿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했다.

<주호> 먼 조상이라 혈통이 옅어지긴 했는데. 마왕 헤르게니아가 확실하데요.

<불멸> 하. 신기한 재주네. 그래서 뭔가 나온다는 거야? 고대 마룡? 실피드?

<주호> 저야 모르죠. 마왕 헤르게니아가 사라고 하니까 사긴 했는데.

<불멸> 흠. 나중에 따로 해야겠네. 눈앞에서 둘 중에 하나가 나오면 카샤스 대공 기절할 거 아냐.

<주호> 그렇죠.

딱히 그럴 확률이 없긴 하겠지만.

어쨌든 이 알이 가진 잠재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비록 실피드가 고대 마룡에 비해서 등급이 좀 처진다고는 해도.

분명히 둘 다 일반적인 용들의 등급은 아득히 넘어가니까.

다시 돌아와서는 그냥 무작위로 다른 알들을 9개 더 골랐다.

솔직히 다른 알에서는 뭐가 나와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냥 이 알에 대해 눈치채면 곤란하기에 다른 알들과 섞어서 위장한 셈이랄까.

“다 골랐나?”

카샤스 대공이 물어보자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교배종의 알만 고르다니. 딱히 키울 시간도 없을 텐데.”

“이왕이면 새끼 때부터 키워야 말을 잘 듣지.”

“흠. 그건 그렇지.”

나를 제외하고 재중이 형과 우리 팀들은 각자 하나의 용들을 선택해서 데리고 나왔다.

이 용시장에 존재하는 용들 중에 심사숙고해서 고른 만큼 아마 스펙은 최상일 것이다.

그 용들을 본 카샤스 대공이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보는 눈들이 좋군.”

“잘 골랐다는 말이지?”

“그래. 다 최상급의 용들이다. 당장 용기사단에서 써도 될 정도로.”

용기사단에서 써도 된다면.

이곳 타란 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탈 것 중에서는 최상이다.

그리고 카샤스 대공이 모르는 게 있는데.

우리 쪽에는 그 용들을 선별할 수 있는 최고의 눈이 있다는 점이었다.

시스템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것까지 알아챌 수 있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불멸> 쟤 도움 많이 되는데?

<주호> 그렇죠?

<불멸> 설마 물음표로 보이지 않는 용들의 스펙까지 볼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재중이 형 말대로 용들의 모든 정보가 유저들에게 공개되진 않았다.

하지만 마왕 헤르게니아는 그 정보를 전부 알고 있었고, 덕분에 최상급의 용들만 뽑아낸 것이다.

물론 마왕 헤르게니아도 자신의 용을 하나 뽑아서 데리고 왔다.

아마도 저게 여기 용시장에 있는 녀석들 중에 제일 좋은 거겠지.

그리고 카샤스 대공이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직접 용을 골라서 전달해 주었다.

“받아도 되나요?”

“에센시아 제국 황족이 타란 제국에 왔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겁니다.”

“그럼 잘 받을게요.”

그런 카샤스 대공에게 가서는 한 마디 했다.

“누구만 챙겨주지 말고 우리도 좀 골라주지 그랬냐.”

“흠.”

순간 표정 관리를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녀석을 보면서 웃어 버렸다.

의외로 반응이 재밌다니까.

곧 모두를 보면서 말했다.

“자. 그럼 이만 가보죠. 이제 곧 용신제입니다.”

* * * * *

고대 마룡과 실피드의 혈통이 섞인 알이 궁금하긴 했지만.

당장은 용신제가 우선이었다.

모두 용신제의 제단으로 가자 이미 수많은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였다.

당연하겠지만 그중 누군가가 카샤스 대공을 보고는 환호하자 바로 양옆으로 인파가 나뉘며 제단으로 일직선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모두가 숭배하듯 카샤스 대공의 이름을 연호했고.

<주호> 확실히 카샤스 대공의 인기가 좋네요.

<불멸> 아아. 이러니 황제가 불편해하는 거겠지.

이건 하나의 태양이 아니고 두 개의 태양인 셈이라.

그렇게 열린 길을 통해 쭉 걸어가 제단을 오르자 이미 용신의 제사를 위해 제단 한 가운데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샤 황녀가 우리를 반겼다.

“좀 늦게 오셨네요.”

“아, 중간에 들릴 곳이 있어서요. 준비는 됐나요?”

제단 위에는 이미 수많은 용의 신전의 사제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제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물론 내가 말한 준비는 저런 게 아니다.

아이샤 황녀도 내 뜻을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는 한 번뿐이에요. 절대 실수하면 안 돼요.”

“압니다.”

여기서 실수하는 순간.

바로 타란 제국과 전쟁일 테니.

이건 어떻게 보면 카베스 황제를 물먹이는 일이기도 하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수많은 인파들이 숨죽이며 한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황제인가…….

용의 형상을 한 커다란 황금빛의 마차가 제단에 도착하자 아이샤 황녀가 내게 눈짓했다.

“그럼…….”

“알았어요.”

황제에게 다들 눈이 팔린 사이.

곧장 제단의 뒤로 몸을 날렸다.

당연하겠지만.

이 제단 아래는 아이샤 황녀가 미리 준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 몸을 숨기자 바깥에서 제사가 시작되는 웅장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이샤 황녀가 용신을 기원하며 경문을 읽는 소리 역시 맑고 카랑카랑하게 들려왔고.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 용신검의 힘을 용신에게 다시 바치겠나이다!”

아이샤 황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 제단 위로 용신검으로 보이는 검이 올려졌다.

그리고는 마치 번개라도 치는 양.

거대한 천둥소리와 함께 용신검을 중심으로 제단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누구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빛의 향연 속에서.

제단 안쪽에서 몰래 손을 뻗어 올렸다.

그리고는 용신검이 잡히자마자 바로 하나의 스킬을 시전했다.

【 웨폰 카피! 】

제발.

빠르게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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