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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89화 (1,177/1,404)

#1189화 용신검 아스카론 (5)

화련이 대공저에 도착하고 난 뒤.

베르탈륨 광산에 대한 권리의 지분 분배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화련 남작이라 했던가?”

“네, 카샤스 대공님.”

“굉장한 수완이군. 이 아무것도 없는 곳을 사들였다니.”

“과찬이십니다.”

아마 지금쯤 화련에게는 카샤스 대공과의 호감도가 마구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광산 지분 거래는 카샤스 대공의 힘을 키워주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그리고 이건 화련에게도 절대 나쁘지 않았다.

최단 코스로 타란 제국 핵심 인물과 엮이는 이런 이벤트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기도 하고.

평범하게 플레이했다면.

몇 달이 걸려도 부족했을 것이다.

아니지.

그냥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터.

그런 면에서 지금의 거래는 충분히 화련에게 남는 장사였다.

만약 이대로 가만히 두었으면 분명 타란 제국 황제에게 베르탈륨 광산을 통째로 뺏겨버렸을 테지만, 그 버려질 지분을 이용해서 카샤스 대공과의 연을 만들었으니 나쁘지 않은 거래겠지.

화련이 슬쩍 나를 바라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화련> 좋은 자리네.

<주호> 그렇죠?

<화련> 응. 어차피 못 먹을 지분을 가지고 거래해서 얻는 자리로는 최고야. 덕분에 시간과 자금을 엄청 줄일 수 있겠어.

<주호> 백작위 정도는 받겠죠?

<화련> 그걸로는 만족 못 해. 여기 들인 돈이 얼만데.

확실히 카샤스 대공이라면 화련이 타란 제국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이야 남작이지만.

필요하다면 백작 혹은 그 이상도 올려줄 수 있는 힘이 카샤스 대공에게는 충분히 있었다.

후작이라던가.

필요하다면 공작 자리까지도.

<주호> 그러려면 일단 카샤스 대공이 지금의 타란 제국 황제를 완전히 누를 수 있어야 해요.

<화련> 그래. 어차피 나야 이쪽 라인을 탔으니까. 최대한 밀어줘야지.

이해의 일치일까.

나 역시도 카샤스 대공을 밀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

그리고 화련의 자금력으로 카샤스 대공을 밀어준다면.

원래의 역사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자금력에 권력을 더하는 셈이라.

<주호> 잘해 봐요. 카샤스 대공은 받은 만큼 확실히 돌려줄 겁니다.

지금껏 본 카샤스 대공의 성정을 보면 그건 확실해 보이니까.

<화련>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나도 먹고 째는 녀석들은 싫어하거든.

그러면서 화련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빤히 나를 쳐다보자 머쓱한 기분에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화련의 돈을 먹고 짼 전력이 상당하다 보니 안 찔릴 수가 없네.

뭐 결과적으로 다른 식으로 돌려주긴 했지만.

<주호> 흠흠. 전 먹은 만큼 해줬어요.

<화련> 누가 뭐래? 괜히 혼자 찔려서 그러는 거 아니고?

<주호> 설마요.

미소로 대답을 하자 화련도 졌다는 듯 웃어 버렸다.

그리고는 한마디 말을 남겼다.

<화련> 이번 일 잘 되면 타란 제국의 황제가 바뀌는 거야?

<주호> 흐음…… 글쎄요. 거기까진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무엇보다 카샤스 대공이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화련> 왜? 황제가 되면 더 좋은 거 아냐? 귀족들 사이에서는 카샤스 대공이 최강이라던데.

역시나 타란의 귀족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장로회 역시도 마찬가지일 테고.

그런데 화련도 모르는 게 있었다.

진짜 최고의 용혈은 카샤스 대공이 아닌 오히려 아이샤 황녀라고.

뭐 단순 전투력만 보면 카샤스 대공이 더 강하긴 할 테지만…….

그때 카샤스 대공이 화련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일단 대공의 자격으로 화련 남작에게 백작위를 부여하도록 하지.”

그러자 화련에게 환한 빛이 퍼지면서 승작이 됐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후에 확인되는 베르탈륨 광산의 매장량에 따라 그대에게 더한 보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카샤스 대공님.”

<주호> 축하해요. 바로 백작이네요.

<화련> 이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지. 아직 부족하지만.

<주호> 카샤스 대공의 조건이라면 분명히 추가로 보상을 받을 겁니다.

<화련> 매장량 말이지?

<주호> 네. 크루아 대륙의 4대 광산 중에 하나인데. 매장량이 부족하진 않겠죠.

화련의 장사에 대한 재능.

누구보다 빨리 광산이 위차한 영지의 위치를 알아내고 작위까지 사들여서 영지를 사들이는 것도.

재력과 정보력, 결단력이 함께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례로 아직 다른 유저들은 남은 베르마 제국과 요하스 성국의 광산에 대해선 위치조차 모르니까.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은 내 쪽에서 알아냈으니 예외로 치더라도.

생각이 나자 바로 화련에게 물어보았다.

<주호> 베르마 제국하고 요하스 성국의 광산 위치도 혹시 알아요?

<화련> 흐음? 공짜로?

어?

진짜 아는 건가?

<주호> 정말 알아요?

<화련> 아니.

그 대답에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자 화련이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화련> 알면 내가 벌써 먹었지.

<주호> 하긴 그렇네요. 그럼 혹시 다른 유저들이 알아냈을까요? 전신 같은 녀석들요.

<화련> 글쎄. 아직 소식이 없는 걸 봐서는 딱히? 그리고 우리야 제국에서 시작했지만 걔네들은 죄다 왕국 스타트야. 아직 제국에 제대로 발도 못 들였을걸?

<주호> 정보를 알아도 불가능하다는 거네요.

<화련> 응. 나처럼 제국이나 성국의 작위를 사들여서 억지로 얻어내는 게 아니라면. 요하스 성국 같은 경우는 외지인이 작위를 얻기 더 어려울 테고.

<주호> 아…… 성국이 좀 그렇죠.

이건 전사 형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요하스 성국에서 작위는 그냥 쥐어지지 않는다.

철저히 신앙이 증명된 사람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그것도 오랜 기간 활동해야 하기도 하고.

<주호> 그런데 오히려 그쪽이 작위를 얻긴 더 쉽지 않아요?

내 말에 화련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화련> 기부 말이지?

<주호> 네. 기부 시스템요.

<화련> 가 봐야 알겠지만. 불가능하진 않겠네.

화련이라면 분명히 기부부터 잔뜩 하지 않았을까.

타란 제국에서 그랬듯이 돈으로 해결 가능하다면 절대 돈을 아낄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성향은.

응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누군가를 보고는 더욱 빛을 발했다.

“다들 모여 계셨네요.”

<화련> 누구?

<주호> 아이샤 황녀요. 일단은 타란 제국의 재상이지만. 진짜는 용의 신전의 제사장이죠.

<화련> 완전 엘리트 코스를 밟았네.

곧 아이샤 황녀에게 화련을 소개해주었다.

“새로 임명 받은 화련 백작입니다.”

“아. 말씀 들었어요. 카샤스를 도와줄 새로운 조력자군요.”

아이샤 황녀도 웃음으로 반겨주었고.

그런 아이샤 황녀에게 화련이 말을 꺼냈다.

“황녀께서 괜찮으시다면 조만간 용의 신전에 들려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만.”

“기부라면 언제라도 환영하겠습니다.”

화련이 얼마나 기부할지 알고?

아마 액수를 보고 나면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주호> 아이샤 황녀도 돈으로 구워삶으려고요?

<화련> 왜? 안 돼?

<주호> 안 되긴요.

저것도 방법이라면 하나의 방법이니까.

특히 용의 신전 같은 경우는 기부를 하면 할수록 아이샤 황녀와의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화련> 재상이라며. 지금 기부하는 돈보다도 그녀가 내게 줄 각종 권리들이 더 돈이 될 거야.

<주호> 역시 공짜는 없군요.

확실히 화련이라면 몇 배로 뽑아먹을 수도 있을 터.

<화련> 아예 타국과의 무역 독점권 정도를 받아낼 수 있으면 베스트고. 그건 그냥 돈 놓고 돈 먹기 수준이라.

그러고 보니 타란 제국 황제가 정식 동맹의 보상으로 무역 독점권을 들이댔었지…….

화련이 저렇게 탐내는 걸 보면.

역시 돈이 되는 권리다.

그것도 적지 않은.

<주호> 그거. 재상 단독으로는 힘들 거예요. 황제 정도가 아니면.

<화련> 그래? 그럼 황제를 구워삶아야…….

그런 화련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주호> 황제는 전혀 줄 마음이 없어 보이던데요.

<화련> 그럼 카샤스 대공을 황제로 만들면 되려나?

<주호> 뭐 가능하다면…….

카샤스 대공을 차기 황제로 만드는 1등 공신 정도면.

충분히 받아낼 만한 권리이긴 하지.

아이샤 황녀가 카샤스 대공을 데리고 나간 뒤.

화련과 그간 있었던 일들을 대조해 보면서 베르탈륨 광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광산의 구조라던가 몬스터들의 분류 등을.

역시.

쉽지 않겠네.

적어도 기사단을 동원해야 겨우 공략이 가능할 수준이었다.

“그럼, 당일이 되면 보죠.”

* * * * *

용신제를 기다리는 동안 서버 내의 정보를 모으거나 타란 제국성을 돌아다니면서 아이템 쇼핑을 하는 게 하는 일의 전부였다.

몇 가지 소득이 있다면.

무언가를 발견한 이쁜소녀가 놀랍다는 듯 외쳤다.

“와! 여긴 테이밍된 용을 그냥 살 수 있네요?”

“그러게.”

우리 팀들 모두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다른 곳에서는 생고생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탈것을 이곳에서는 그냥 살 수 있었다.

물론 기여도라던가 하는 문제가 있긴 한데.

우린 카샤스 대공의 손님이라 그런지 그런 락이 대부분 풀려 있었다.

이건 돈만 있으면 지를 수 있다는 거지.

특히 그간 보던 용들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을 가진 용들이 즐비했다.

애초에 태생부터 다른 용들이라니…….

마룡부터 시작해 각종 속성을 부여된 용들까지.

카샤스 대공이 내게 물었다.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나?”

“흐음…… 글쎄.”

이미 내게는 아퀼라스 주니어라는 꽤 좋은 용이 있어서 딱히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하나?

재중이 형도 종류가 좀 다르긴 해도 가르가 주니어가 있었고.

얻은 지는 한참 지났지만.

지금의 이 녀석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쳐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네임드로 태어난 녀석들이니.

하지만 우리 팀들은 달랐다.

다들 거대한 용들 사이를 누비면서 원하는 용들을 찾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무심코 카샤스 대공에게 물었다.

“네가 가진 녀석 같은 건 없어?”

“아. 실피드 말인가?”

“어. 그 정도쯤 되면 살 마음이 생기겠는데…….”

실피드.

이건 카샤스 대공의 전용 테이밍 용이었다.

단순히 성능만 두고 보면 아퀼라스 주니어보다도 윗급인건 확실했고.

만약 얻을 수 있다면 이 정도 급은 되어야지.

재중이 형 역시도 실피드라는 용에 관심을 보였다.

“있기는 한데…… 대공에게만 내려지는 녀석이라.”

“아쉽네.”

아마 실피드는 일반적인 입수 과정으로는 얻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불멸> 아깝네.

<주호> 그러게요.

타란 제국에서 얻을 수 있는 용들 중에.

고대 마룡 다음으로 이 실피드가 좋은 용일 것이다.

성마대전 통틀어서도 상위의 용일 테고.

최상위는 역시 아크 드래곤과 고대 마룡 정도일까.

솔직히 실피드 정도 되는 용을 이런 일반적인 용시장에서 얻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주변을 돌아보는데.

갑자기 옆에 몰래 따라온 헤르게니아가 내 팔을 확 잡아당겼다.

“야!”

“응? 왜 그래?”

그러더니 한 손가락을 들어 저 멀리 수도 없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 용의 알들을 가리켰다.

아까 카샤스 대공에게 듣기로 용들의 교배로 생긴 알들이라고 했던가?

품종이 잘 나오면 기사단의 용으로 쓰지만.

아마 대부분은 쓸모가 없는 품종이라 버려지는 게 많다고 들었다.

일종의 뽑기랄까.

보통의 유저들이 다 큰 성룡을 사기는 부담될 테니.

저런 알을 사서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가격은 성룡에 비해서 저렴하니까.

꽝도 많다는 게 문제지만.

“저거.”

그런데 지금 저 많은 알들 중에 하나를 헤르게니아가 가리키는 중이었다.

그것도 눈빛을 반짝거리며.

흐음.

대충 보기엔 다른 알과 전혀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데.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옅은 회색 줄이 있다는 정도인데.

이 정도 무늬는 다른 알에도 충분히 보였다.

“저 알 말이야?”

“그래. 무조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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