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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85화 (1,173/1,404)

#1185화 용신검 아스카론 (1)

에센시아 제국 황제처럼 독으로 죽은 것도 아닐 텐데…….

중간에 증발하듯이 흔적이 사라진다?

그것도 카샤스 대공보다 강한 용혈을 가진 아이샤 황녀가?

성마대전 같은 전쟁터에 참가해서 죽는 거라면 그나마 이해라도 하겠는데 말이지.

지금 이 둘의 상황을 보아하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아이샤 황녀는 타란 제국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그렇다는 말은.

결국 아이샤 황녀가 무언가 내부적인 원인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만약 이 황녀가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든 성마대전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인물로 남아 있었을 테니.

그리고 현재 그런 의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는 건 바로 카베스 황제였다.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분명히 용신검이라는 게 보다 강한 용을 흡수해서 더 강해진다고 했었지…….

그런데 이게 반드시 용일 필요가 있는 건가?

카샤스 대공과 아이샤 황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용의 혈통…….

그것도 일반적인 용들을 아득히 상회하는 능력을 가진 용혈의 존재.

과연 용신검은 이들을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아님 용이라고 판단할까.

단순히 용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흡수가 가능한 건가?

그런 생각들은 결국 나로 하여금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다소 미친 질문이라는 건 아는데. 용신검이라는 거. 사람도 흡수할 수 있나?”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과 아이샤 황녀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그것도 꽤 놀란 것 같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거…….

아무래도 제대로 집은 것 같은데.

만약 방금 했던 질문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면 저 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장난하듯 되받아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금은 분명히 표정이 변했다.

그것도 놀람과 경직이 섞인.

아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저 둘의 반응이 너무 확실하다.

옆에서 재중이 형이 물었다.

<불멸> 갑자기 무슨 말이야?

<주호> 아. 그냥 생각이 나 버렸어요.

그리고는 재중이 형에게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알려 주자, 재중이 형 역시도 놀란 듯이 카샤스 대공과 아이샤 황녀를 쳐다보았다.

<불멸> 그거…… 정말 되는 거면. 꽤 골치 아파지겠는데.

<주호> 모르겠어요. 원래 되는 건데 아직 카베스 황제가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 아직 하지 않은 건지.

<불멸> 둘 다 좋은 선택지는 아니네. 가능성이 조금만 있다면 시간이 지나 결국은 실행할 거라는 뜻이 될 테니까.

재중이 형이 지금 말하는 건.

아이샤 황녀의 죽음을 뜻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한 용신검의 기능이 정말 가능한 거라면.

언제가 되었든.

카베스 황제는.

아이샤 황녀를 죽일 것이다.

그것도 용신검의 제물로 흡수시켜서.

카샤스 대공이 곧 표정을 수습하고는 날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야. 용신검 아스카론이 단순히 용만을 흡수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거다.”

“흠. 여기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

그러더니 카샤스 대공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사방에 모여 있던 모든 기사들과 사용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는 우리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완전히 멀어지고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되자 카샤스 대공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아. 대체 그건 어디서 들은 거냐.”

<불멸> 맞네.

<주호> 네, 맞나 봐요.

단순하게 추측에 의해 도달한 결론이긴 한데.

어쨌든 카샤스 대공이나 아이샤 황녀에게는 꽤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외부인이 용신검의 이런 기능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마도 이건 용신검의 옵션 중에 하나로 등록되어 있을 확률이 높을 테고.

가령 예를 들면 용과 관련된 어떤 것이라도 흡수가 가능하다던지.

혹은 용혈을 딱 집어서 옵션에 올라와 있던지.

뭐 그 어떤 것도 저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지.

그런데 이걸 설명하려면.

우리가 타란 제국이 무너지는 원 역사를 알고 있고.

거기다 아이샤 황녀가 카베스 황제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꺼내야 한다.

그리고 이건 듣기에 따라서 당장 카샤스 대공이 내 목을 날릴 수도 있을 만한 발언이다.

그게 아니면 당장 카베스 황제를 죽이러 갈 가능성도 무시하진 못한다.

지금의 카샤스 대공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이기도 하고.

여기서는 일단 넘겨야겠지.

“전에 말했잖아. 로가슈 왕국에 각 국의 신의 무구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흠. 그렇다고 해도…… 이건 타란 제국의 황족들도 모르는 걸 텐데.”

타란 제국의 황족들도 모른다?

그렇다는 말은 역시 아직은 카베스 황제가 이걸 모른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아이샤 황녀가 무사히 살아 있다는 것만 봐도 모를 확률이 보다 높겠지.

만약 알았다면.

카샤스 대공이 성마대전에 나가 있는 동안 카베스 황제가 아이샤 황녀에게 반드시 손을 썼을 테니까.

아이샤 황녀를 죽이기 위해 가장 방해가 되는 건 카샤스 대공이기도 하고.

“지금의 황제도 모른다는 말이야?”

“그래. 황제는 모르지.”

그런데 카베스 황제는 모르는데 대체 이 녀석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리고 눈치를 보아하니 아이샤 황녀도 딱히 모르는 눈치도 아니다.

둘 다 처음부터 알고 있다는 뜻일 텐데…….

이거 참.

대체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건지.

“만약 황제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이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럴 일은 없다. 직접 봉인시켜 뒀으니까.”

“뭐?”

용신검의 기능을 일부 봉인시켰다고?

이게 가능한 건가?

이번에는 재중이 형이나 우리 팀 역시도 꽤 놀란 듯 카샤스 대공을 바라보았다.

어지간한 NPC들은 시도조차 못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녀석이라…….

그런데 카샤스 대공의 시선이 바로 아이샤 황녀에게로 가서 닿았다.

“내가 한 건 아니다. 누님께서 했지.”

“음…….”

그러자 아이샤 황녀가 약간의 슬픈 눈빛을 보이면서 내게 말을 꺼냈다.

“전 외부적으로는 타란 제국의 재상이지만. 실제로는 타란 제국의 용신을 모시는 제사장이기도 합니다.”

“제사장요?”

바로 시선을 돌려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을 바라보자 둘 다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불멸> 처음 듣는데?

<방패전사> 나도 모르는 내용이야. 아마도 타란 제국 내에만 존재하는 직위인 모양이다.

이 둘이 아예 모르는 걸 보면.

다른 유저들도 모르고 있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화련도 내게 그런 언급을 안 한 걸 보면 말이지.

혹시 알면서 말을 안 했을 가능성도 있긴 한데…….

아직 화련은 대공이나 재상을 만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이런 정보는 얻을 수가 없어.

“용신을 모신다는 말은…….”

“네. 제가 용혈이 진한 것도 그 이유가 되겠죠.”

그때 카샤스 대공이 내게 말했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용신검 아스카론의 힘을 유지하면서 후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용신검의 기능을 일부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그래. 제사장인 아이샤 누님은 가능한 일이지. 그녀가 용신검 아스카론을 직접 관리했으니까.”

대체 용신검이라는 게 어디서 나온 건지 아무리 조사를 해도 알 수 없었는데.

지금은 그 내용에 대해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방패전사> 이러니 그렇게 찾아도 안 나오지. 저런 괴물들이 꽁꽁 숨겨두는데 밖으로 나돌 리가 있나.

<주호> 그러게요.

만약 어딘가의 던전이나 그런 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면 어떻게든 흔적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용신검을 수호하는 가문이 따로 있다고 하면.

어지간해서는 그 흔적이 흘러나오지 않을 테다.

그때 듣고 있던 챠밍이 궁금한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타란 제국 황제가 용신검을 들고 있는 거죠?”

챠밍의 질문에 아이샤 황녀가 내게 시선을 주었다.

누구냐는 의도일까?

“아, 이쪽은 로가슈 왕국의 1왕녀입니다.”

지금 대화에 참여하기에 급이 안 맞진 않다는 뜻을 내비치자 아이샤 황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반가워요. 진작 소개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니에요.”

“그러니까 왜 카베스가 용신검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하다는 거겠죠?”

“알려주실 수 없는 내용이라면 굳이 무리해서 말해주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우리 모두 긍금한 건 사실이라.

그런데 의외로 아이샤 황녀를 별로 어렵게 말을 돌리진 않았다.

“괜찮아요. 어차피 용신검은 이미 우리 가문을 떠난 존재라…….”

그리고는 다소 슬프면서도 묘한 눈빛을 보였다.

아니.

저건 슬프다기 보다는 홀가분한 뭐 그런 표정일지도 모르겠네.

그러자 카샤스 대공이 말을 이어 받았다.

특히 나를 바라보면서.

“용신검을 제사장이 관리한다는 게 어떤 뜻인지 아나?”

그 말에 바로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걸 내가 알 수가 있나.

제사장이라는 게 있다는 말도 이번에 처음 들은 거라니까?

“무슨 뜻이지?”

“오랜 시간동안 용신검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한 제물이 계속 필요하다는 뜻이다.”

“제물? 혹시 카베스 황제가 했듯이?”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용신검을 강화시키기 위한 일이긴 하지만. 원래의 용신검의 기능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

용신이라는 거…….

꽤 취미가 고약하네.

이건 결국 동족을 먹여서 본인이 강해진다는 뜻이 아닌가?

어떻게 생각해 보면…….

내가 소유한 무기를 먹는 검 르아 카르테나.

몬스터를 흡수하는 검 테르타로스와 그 결이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하나같이 뭔가를 흡수해서 강해지는 그런 종류의 검들이기도 하고.

이젠 왠지.

정령신이나 마신이나 용신이나.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인다.

“그래서 그건 잘 알겠고. 유지시킨다는 게 하지 않으면 못 쓴다는 뜻이야?”

“그렇지. 하지만 외부로 이 사실을 알리는 건 금지되어 있었다.”

“금지라……. 결국 안에서 해결했다? 내 말이 맞아?”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샤 황녀를 바라보았다.

“정확하게는 누님의 역할이었지.”

그때 아이샤 황녀가 허심탄회하게 말을 꺼냈다.

“제 피가 용신검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그제야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왜 아이샤 황녀가.

카샤스 대공보다도 용혈이 짙다고 하는 건지.

<불멸> 다른 황족들보다 용혈이 강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네.

<주호> 그러게요.

<불멸> 용신검이라는 게 만약 소모성일 경우는 더할 테고.

<주호> 소모성요?

<불멸> 들어보면 계속 피를 주입했다는 뜻 같은데. 그럼 소모성일 확률이 높아. 피나 다른 제물을 매개체로 힘을 올리는 동시에 그걸 쓰고 나면 힘을 잃던가 약해지던가 하겠지.

<주호> 효율이 최악이네요.

<불멸> 한 번에 신의 힘에 버금가는 강한 힘을 내어준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긴 하겠지만.

결국 아이샤 황녀라는 강력한 용혈이 있었기에 용신검이 유지가 된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샤 황녀가 그 역할에 손을 떼 버렸다면?

그 소모성일지도 모르는 용신검을 유지하려면 과연 어떻게 했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아니.

딱 하나의 방법밖에는 남지 않는다.

“황제에게는 임시방편을 알려준 셈이네요?”

“네, 제 피로 유지하던 걸 대신하려면 결국 용들을 희생시키는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카베스 황제가 자신의 파를 직접 주진 않았을 테니까요.”

황제가 자신의 몸을 희생시켜 가면서 용신검을 키울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이건 아이샤 황녀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다.

아니면 너무 카베스 황제를 쉽게 본 거지.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건지 모르니까.

아이샤 황녀라…….

아마 이대로 두면.

반드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녀가 곧 죽는다고.

짧게 한숨을 쉬고서는 카샤스 대공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방법은 둘뿐이다.

하나는 용신검을 제사장인 아이샤 황녀가 다시 회수하는 것.

또 하나는…….

그 용신검 자체를 못 쓰게 만드는 방법이겠지.

“아무래도 그 용신검이라는 거. 없애 버려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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