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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68화 (1,156/1,404)

#1168화 신의 파편 (12)

원 역사에서 에센시아 제국이 망해 인간군 진영의 한 축이 붕괴함에도 불구하고.

타란 제국은 끝까지 버텨내며 그 숨겨진 저력을 보여 주었다.

애초에 에센시아 제국과 달리 성마대전에서 전력 누수가 심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겠지만.

그런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타란 제국은 확실히 강하다.

특히 황족 대대로 내려져 오는 용혈은 마왕들의 공세를 버텨내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어차피 마왕급 정도로 전력이 올라가게 되면 그 하위의 존재들은 그다지 의미가 없기도 하고.

최소한 같은 강력한 영웅급의 NPC가 많이 존재해야 결국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에센시아 제국은 그걸 하지 못해 망한 셈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에센시아 제국에 영웅급의 NPC들이 적은가 하면 또 그건 아니지.

당장 내가 지켜본 것만 해도 이미 몇 명이나 있으니까.

하지만 곧 일어날 제국 황제의 죽음과 함께 분열된 황위 싸움이 문제였다.

하나로 뭉쳐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을 한다고 각 황족들의 진영에 속한 영웅들 대다수가 서로 칼질을 하다가 죽어 버리니 답이 있나.

그런 의미에서 보면.

타란 제국은 확실히 잘 정비가 된 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력 누수가 없으니.

굳이 아크 드래곤이 없더라도.

마왕군을 버텨낼 수가 있는 거고.

그리고 애초에 원 역사에서 타란 제국은 아크 드래곤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이지.

아크 드래곤을 데리고 성마대전을 치르는 입장은 아니거든.

가득이나 강력한 타란 제국에 아크 드래곤까지 올려주면.

그야말로 밸런스가 붕괴하게 된다.

뭐 어차피 아크 드래곤 자체가 마왕 헤르게니아의 작품이다 보니 타란 제국이 그걸 가지게 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적대 세력인 마왕이 굳이 타란 제국에 도움을 줄 이유도 없었고.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봐도 아크 드래곤을 타란 제국이 가지게 되는 일은 말이 안 된다.

물론 나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게 카샤스 대공에게는 문제겠지.

거기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걸 허락해 줄 리도 없을 테고.

그런데 지금.

타란 제국의 황제가 굳이 나를 제국으로 데리고 가려 한다?

카샤스 대공까지 써서?

아크 드래곤이 원래 없는 전력이라고 고려해 보면.

결국 타란 제국의 황제가 원하는 일은 다른 쪽이 될 터다.

아마도 그건.

거의 아크 드래곤과 비교가 될 만한.

타란 제국 어딘가에 있을.

그리고 현재 화련이 공을 들이고 있는 바로 그곳.

다시 성벽에 걸터앉아 무심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카샤스 대공을 빤히 바라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정말 그냥 지나가는 투로.

하지만 내게서 나온 말은 카샤스 대공의 평정을 깨버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고대 마룡.”

순간 카샤스 대공을 어깨가 움찔하면서 꽤나 놀란 눈치로 나를 바라보았다.

“타란 제국의 황제가 원하는 게 고대 마룡 아냐?”

“……어떻게 알았냐?”

어떻게 알긴.

성마대전의 원 역사에서 보면 결국 타란 제국은 고대 마룡을 손에 넣게 된다.

그것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카샤스 대공이 길들여서.

어떤 방법으로 길들였는지는 전혀 알려있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고대 마룡을 이 녀석이 손에 넣었다는 건 사실이니까.

앞으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타란 제국 지역에서는 그에 대한 이벤트나 퀘스트가 쭉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마왕군의 아크 드래곤에 대항할 수 있는 타란 제국의 최고의 전력.

그게 바로 카샤스 대공의 고대 마룡이었다.

고대 마룡 자체가 카샤스 대공을 더 괴물로 만들어주는 조력자이기도 하고.

일단 지금 카샤스 대공의 당황한 표정을 보면 일단은 정답이라는 말인데…….

문제는.

시점이 너무 일러.

이건 거의 성마대전 후반기나 되어야 나오는 이벤트인데 반해.

아직 이쪽은 성마대전은커녕 그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시점 자체가 앞당겨져도 너무 앞당겨졌다.

아니.

에센시아 제국의 역사와 별개로 타란 제국의 역사도 똑같이 흘러가니까.

어쩌면 꽤 이른 시점부터 고대 마룡을 찾아다녔을 수도 있다.

그걸 우리가 몰랐을 뿐.

애초에 원 역사에 서술되어 되어 있지 않으면 그걸 유저들이 알아낼 방법은 거의 없었다.

상세한 역사를 알려면 직접 성마대전 시대에 들어와서 알아낼 수밖에 없고.

솔직히 에센시아 제국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일이 수도 없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

타란 제국 역시 마찬가지지 않을까.

다만 이렇게 되면.

화련이 꽤 속이 쓰린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내가 딱히 화련 걱정을 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그 화련이 내게 의뢰한 내용이 문제지.

한숨을 짧게 쉬면서 재중이 형에게 연락했다.

<주호> 형. 아무래도 타란 제국에서 고대 마룡을 조사할 생각인가 봐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꽤 놀란 듯 물었다.

<불멸> 벌써? 아직 타란 제국에서 고대 마룡이 등장하려면 한참이나 남지 않았나?

<주호>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거든요.

화련 역시도 지금이 타란 제국의 감시망에서 공백 시기니까.

대놓고 고대 마룡이 있는 영지를 사들인 것이다.

원 역사에서 고대 마룡이 나오는 바로 그 영지 말이지.

귀족 작위를 얻은 것도 마찬가지고.

<주호> 그런데 역사가 굉장히 틀어진 모양이에요.

이게 내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판단이었다.

<불멸> 이쪽에서 아크 드래곤을 잡은 게 영향을 준 거려나?

<주호>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요.

나비 효과가 어디까지 간지는 모르겠지만.

타란 제국의 황제가 아크 드래곤의 등장을 보고 뭔가 생각을 바꿨을 확률이 높았다.

지금 상황을 주도하는 건 타란 제국 황제니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성마대전의 주요 장소의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 위치를 마족에게 알려준 게 문제일 수도 있고.

의심하려고 하면 정말 끝도 없다.

<불멸> 유저들이 성마대전에 대거 참여하면서 누군가 고대 마룡에 대해서 흘렸을 확률도 무시할 수 없겠지.

<주호> 확실히 그것도 문제네요.

원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게 오직 우리밖에 없다면 성마대전 역사를 우리 마음대로 주무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한 발을 내딛는 만큼.

어딘가에서는 다른 유저들도 그만큼 달리고 있다고 봐야 했다.

당장 화련만 봐도 우리보다 빠르게 고대 마룡에 접근했지 않는가.

이미 누군가 타란 제국 황제에게 접근했다면.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뭐 당장 유저들 수준에서 황제와 직접 면담하는 수준까지는 어렵겠지만.

하위 귀족들부터 야금야금 치고 올라가며 소문을 뿌린다면 이야기는 다르니까.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불멸> 누가 찔렀는지 몰라도 화련이 좀 짜증 내겠는걸?

역시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이려나.

분명히 누군가 타란 제국 황제를 흔들어서 이 사달이 난 듯하니.

<주호> 나중에 다시 연락해 봐야겠어요.

어쩌면 화련은 아직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를 확률도 있었다.

만약 알았다면 전에 이야기했을 때 분명히 그에 대한 언급을 했었을 테니.

하지만 화련은 분명 시간이 없다는 정도로만 말했었다.

아직은 모른다고 봐야 해.

무엇보다 카샤스 대공이 이렇게 대놓고 나를 데려가려는 것도 모를 테고.

화련에게는 카샤스 대공 수준의 고위 귀족과 연결될 끈이 아직 부족하다.

그사이 카샤스 대공이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어올렸다.

“로가슈 왕국의 정보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군.”

이건 고대 마룡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말과 함께.

로가슈 왕국의 능력을 그만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원 역사를 알고 있다고 하면 카샤스 대공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네.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카샤스 대공에게 물었다.

“갑자기 고대 마룡은 왜 관심을 가지는 거지?”

딱히 고대 마룡의 존재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알고 있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고.

그리고 아직 출현 시점이 아니라는 말은 더 할 이유가 없다.

내 질문에 카샤스 대공이 할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요즘 마왕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마왕군?”

“그래. 올라오는 첩보에는 한 천사군 진영이 쑥대밭이 되었다는군.”

순간 뜨끔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그때 퍼트린 정보가 문제가 된 듯했다.

최전선의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들 정보.

그리고 천사군들의 진영이 적혀 있는 정보 역시도.

“아직까지는 타란 제국에 위협이 되지 않지만. 이쪽의 전력을 더 끌어올릴 필요에 대해서는 연일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는군.”

“미래를 위한 준비인가.”

“그런 셈이지.”

곧 카샤스 대공이 날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쪽에서도 아크 드래곤과 같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하지만 아크 드래곤은 다시 구할 수 없어.”

전에는 분명 타란 제국에서 아크 드래곤의 잔해를 가지고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마왕 헤르게니아를 만나면서 그런 생각을 싹 접어 버렸다.

애초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만들어 낸 아크 드래곤을 타란 제국에서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 리가 있나.

뭐 정말 언데드처럼 살려내면 이야기가 다르긴 한데.

카샤스 대공의 말을 들어보면 딱히 그런 식으로 흘러갈 것 같지도 않았다.

아마도 아크 드래곤의 잔해로 뭔가 병기를 만드는 쪽이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타란 제국에서도 아크 드래곤에 버금가는 전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을 텐데.

그에 정확하게 만족하는 존재는.

현재 딱 하나뿐이다.

고대 마룡.

잘못 건들면 타란 제국이 쑥대밭이 될지도 모르는 그 고대 마룡 말이야.

“혹시 날 원하는 이유가?”

이건 안 봐도 뻔하겠는데…….

“그래. 고대 마룡을 토벌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그런 카샤스 대공의 말에 짧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정확하게는 고대 마룡을 포획하는 일이겠지.”

단순히 고대 마룡을 죽이려고 이 고생을 하진 않을 테니까.

그럴 거면 그냥 그대로 잠들어 있는 게 더 낫다.

괜히 들쑤셔서 난장판을 만드는 일도 문제지만.

그만큼 타란 제국의 전력이 깎이는 일이니.

“맞아. 난 고대 마룡을 포획해서 길들이고 싶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내 시선 옆으로 퀘스트가 떴다.

아크 드래곤 때는 에센시아 제국의 침공에 대한 돌발 퀘스트였다면.

이건 타란 제국의 대공에게서 직접 들어오는 퀘스트라 성질이 좀 다르긴 해도.

무엇보다.

그냥 죽이거나 쫓아내면 되는 퀘스트와.

포획이 걸려 있는 퀘스트는 그 난이도부터가 확 차이가 난다.

죽이지 않고 포획하는 게.

솔직히 몇 배는 더 어렵다.

그것도 포획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고.

이거 참.

골치 아프게 됐는데…….

가장 큰 문제는.

지금 그 고대 마룡을 노리는 게 타란 제국이라는 점이었다.

몰래 해먹고 빠지려는 계획이 졸지에 퀘스트가 되어 버렸달까.

물론 타란 제국의 지원을 등에 업으면.

이전에 아크 드래곤 때와 마찬가지로 꽤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 마룡을 얻기 위해서는 정말 무엇이든 퍼줄 녀석이.

카샤스 대공일 테니.

지원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휴.

이걸 어쩐다…….

몰래 해먹기는 이미 글렀는데?

퀘스트 이전이었으면 또 모를까.

자기 동네 앞마당에서 고대 마룡과 요란하게 치고받는데.

눈 시퍼렇게 뜨고 있을 제국 녀석들에게 들키지 않을 리가 없지.

그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퀘스트 떴네.

<주호> 네. 골치 아프게 됐네요.

이미 우리 팀에서도 다 확인을 한 듯 했다.

<불멸> 일단 받아.

<주호> 받을까요? 거절하는 것도 가능한데.

<불멸> 거절하고 몰래 가서 고대 마룡 빼올 자신은 있고?

<주호> 그건 어렵겠죠.

그리고 여기서 거절하면.

당장이야 괜찮겠지만.

결국 타란 제국에 대한 퀘스트 대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때 재중이 형이 의외의 말을 해왔다.

<불멸> 그리고 꼭 카샤스 대공만 고대 마룡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잖아?

<주호> 형, 설마?

<불멸> 그래. 먼저 먹는 놈이 임자 아니겠어?

하.

이 형.

타란 제국을 아주 바닥까지 이용해 먹을 생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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