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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54화 (1,142/1,404)

#1154화 성마대전 시대 마왕과의 조우 (14)

원래라면 2기사단장과 5기사단장을 따로 떨어뜨려 놓고 하나씩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마왕 헤르게니아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두 기사단장들을 바라보았다.

“쟤 지금 뭐 하는 거야?”

나 역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고.

내 입에서 나오는 대답 역시도 전혀 모르겠다는 뜻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러게.”

그런 나를 보고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조금은 타당성이 있는 말을 꺼내놓았다.

“광석에 머리 맞은 거 아닐까?”

“……그것도 일리는 있네.”

아니.

미치지 않은 이상에야.

같은 기사단장을 등 뒤에서 찔러 버리는 일을 벌이기는 힘들었다.

뭐 평소에 원한 관계가 있다던가 하는 경우.

혼란을 틈타 제거해 버리는 일도 간혹 있긴 할 테지만.

여긴 적진이다.

만약 정말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미친 짓이지.

그것도 나와 마왕 헤르게니아가 버티고 있는.

적진 한가운데.

둘이 힘을 합쳐서 싸워도 부족할 판에.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을 죽이려고 하다니.

아무리 봐도 이 상황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생각은 우리만 한 게 아니었다.

당장 등 뒤에 대검이 박힌 2기사단장이 줄기차게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2기사단장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가 이내 자신의 검을 크게 휘두르면서 5기사단장을 자신의 곁에서 떨어뜨려 놓았다.

그런 2기사단장의 공격을 5기사단장은 너무나 쉽게 피하며 뒤로 빠졌다.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2기사단장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아마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하는 듯한 표정이려나.

그것도 그런 것이.

지금의 일격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급소를 찌른 공격이었다.

평소 같으면 들어가지 않았을 공격을 너무 쉽게 내어줬단 말이지.

그리고 어차피 지금 상태라면 반격해봐야 어지간해서는 5기사단장이 이길 것이다.

2기사단장이 입은 피해가 적지 않으니까.

만약 기사단장끼리의 전투력이 비슷하다고 치면.

백이면 백.

부상이 없는 쪽이 이긴다.

그것도 치명적인 부상이라면 더할 테고.

“쿨럭!!”

2기사단장은 연신 피를 게워내더니 들고 있던 무기를 손에서 놓치면서 힘없이 두 손을 땅에 짚고 그대로 쓰러졌다.

털썩!

에센시아 제국의 2기사단의 단장이 맞이할 수 있는 최후 중에 가장 어이없는 경우의 수라고 해야 하나?

2기사단장이 바닥을 구르면서 나를 노려보더니 악에 받친 듯 내게 외쳤다.

“네 녀석 짓이냐!”

그런 2기사단장의 처절한 물음에 전혀 모르겠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아니. 전혀.”

아마도 녀석은 내가 어떤 수를 써서 5기사단장을 현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혹은 옆에 있는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랬을 수도 있고.

슬쩍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자 그녀 역시 똑같이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있으면 아까 전에 했어.”

“아. 그것도 그렇네.”

솔직히 이런 능력이 있었다고 치면.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진작 쓰고도 남았다.

굳이 상황이 이렇게 오기 전에 이미 상황이 끝났을 테고.

그렇다는 말은.

역시 저 5기사단장 혼자서 스스로 판단해 일을 저질렀다는 거다.

2기사단장을 보면서 물었다.

“너 쟤랑 무슨 원수 졌냐?”

이것도 솔직히 상황을 보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긴 한데.

어쨌거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일이긴 하니까.

철천지원수라면 아주 이해 못 할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설정이 예전 역사에 있긴 했나?

아무래도 이쪽 기사단에 대한 것들은 찾아본 적이 없어 전사 형에게 물어보려는데 2기사단장이 피 끓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

뭐 확실히 원래 때린 놈은 잘 기억 못 하는 법이지.

만약 원수를 졌다고 쳤을 때.

5기사단장만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어릴 때 부모의 원수라던가 뭐 그런 것들 말이지.

다 커서 몰래 복수하는 그런 스토리도 무시 못 하고.

그리고 생각해보면 지금이 그런 복수를 하기에는 그렇게 나쁜 상황도 아니었다.

거느리고 있던 기사단들이 죄다 죽어서 보는 눈도 없는 데다가.

어차피 여기서 우리와 싸우면 둘 중 누군가는 죽을 테니까.

그런데 내 이런 예상들은 5기사단장의 한마디 말에 바로 깨져 버렸다.

갑자기 5기사단장이 한쪽 무릎을 꿇더니 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마계 1군단 소속 특수대 침투조 조장이 마왕님들을 뵙습니다.”

“에?”

“응?”

순간 마왕 헤르게니아와 내가 벙찐 표정으로 5기사단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2기사단장은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했다.

“대체 무슨 소리냐! 네가……!”

그 순간 5기사단장의 등 뒤로 검은 날개가 확 펼쳐지면서 어둠의 기운을 줄기줄기 내뿜기 시작했다.

마족.

그것도 이 정도 위압감이면…….

옆에서 마왕 헤르게니아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상급 마족이네. 그것도 끝에 다다른 녀석이야.”

“그 말은?”

“저기서 한 단계만 더 넘어가면 마왕이 될 소질이 있다는 말이지.”

확실히 그 정도라면.

정체를 숨기며 제국에 숨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마왕 녀석이 황제인 척 놀았던 때를 생각해본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닐 테고.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이곳 헤르마늄 광산에 오기 전 찾아냈던 마족 녀석이 분명히…….

“그런데 5기사단에 마족 하나 있지 않았어?”

“네. 제 휘하에 몇 명이 더 위장하고 있습니다.”

맞네.

분명히 그때 마족 녀석이 5기사단에 정체를 숨기고 기사인 척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녀석을 찾아 친히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 지도를 건네주기도 했었다.

천사군하고 마왕군하고 열심히 치고받으라고.

그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었는데.

5기사단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었으면 좀 더 캐볼 것을 그랬나?

만약 미리 알았으면 하지 않았어도 되는 일인데 말이지.

순간 녀석에게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어쩌지? 네 부하들인 거 모르고 다 죽여 버렸네.”

그리고 눈짓으로 무너져 있는 광석 폭파 현장을 가리켰다.

광석들이 무너져 내려 그 안에 깔려 죽어버린 녀석들.

그중 절반은 5기사단이니까.

이건 내 손으로 마족들을 줄초상 치른 거나 다름없었다.

내 말에 5기사단장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헤르마늄 광산으로는 부하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네. 헤르마늄 광산은 마족이 활동하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아서. 금방 마기가 반응해 새어 나갑니다.”

그러고 보니 옆에 마왕인 헤르게니아 역시도 헤르마늄이 사방에 있어서 힘들다는 말을 했었지.

마왕조차 그럴진데 그보다 휘하의 마족이라면 안 봐도 뻔한 일일 터다.

뭐 저 5기사단장 같은 경우는 최상급 마족이니 겉으로 표를 내지 않고 어떻게든 잘 버틴 듯했고.

그보다 놀랍긴 하네.

기사단장 정도면 제국의 무력 끝에 도달한 자들인데.

그들 중에 하나가 최상급 마족이라니.

이건 제국이 개판인지.

마족들이 능력이 좋은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형. 여기 문제가 좀 있어요.

<불멸> 왜? 뭔가 잘 풀렸어? 마왕이 같이 있으면 녀석들을 죽이는 건 문제없을 텐데.

<주호> 아. 그건 아니고요. 5기사단장 기억나요?

<불멸> 그 뒤에 혼자 무게 잡고 있던 놈?

<주호> 네. 그 녀석요.

<불멸> 갑자기 걘 왜? 혹시 도망이라도 간 거야? 그럼 귀찮아지는데.

<주호> 으음. 사실 그 녀석. 마족이래요.

<불멸> 어? 마족?

<주호> 네. 최상급 마족이라는데 그 녀석이 뒤에서 2기사단장을 확 담궈 버렸어요.

<불멸> 이야…… 상상도 못 한 개판이네.

맞다.

개판.

물론 우리에게는 꽤 좋은 판이고.

<주호> 일단 여긴 해결됐으니까 그쪽은 잘 처리해 줘요.

<불멸> 오케이. 그럼 이따 보자.

연락을 끝내자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2기사단장이 내 쪽을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런 녀석을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돌려 5기사단장에게 말했다.

“뭐라고 부르면 돼?”

“베인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후.

마족이 기사단장이라…….

이걸 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머릿속을 막 헤집고 지나갔다.

기존 역사에서도 나와 있지 않은.

흔하지 않은 패인 것은 확실하니까.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에센시아 제국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데는 이 녀석도 분명히 한몫했을 터다.

뒷공작으로 말이지.

무엇보다 녀석은 나를 마왕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장 이보다 더 좋은 패는 없지.

그것도 앞으로 성마대전에서 제국 몰래 일을 벌이기에는 최적의 패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좋아.

이 녀석은 무조건 끌고 간다.

거기다 더 좋은 점은.

마왕의 군단과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줄 터.

분명 1군단 소속이라 했으니.

그쪽의 마왕과도 손이 닿아 있을 것이다.

으음.

이건 좀 있다가 생각해 보기로 하고.

그때 베인이 내게 물었다.

“이 녀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치 2기사단장의 처리를 자신에게 허락해 달라는 듯 나를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췄다.

“아. 내가 직접 하기로 하지. 안 그래도 신세 진 것도 있고.”

“알겠습니다.”

깔끔하게 베인이 물러서자 바로 테르타로스와 마검을 들고 녀석의 앞에 섰다.

원래라면 지금쯤 이 녀석과 최선을 다해서 치고받고 있어야 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녀석의 목에 검을 들이밀게 되었다.

제국의 기사단장 정도면 레벨이 충분히 올라간 현 상황까지도 충분히 먹음직스러운 먹이지.

“마왕 새끼가……!”

날 올려다보고 욕을 하는 2기사단장을 보고는 미소 지었다.

“아아. 솔직히 네겐 별 감정은 없어. 그냥 부하 하나 잘못 뒀다고 생각해.”

“무슨 개소리냐?”

듣기에 따라 꽤 이상하게 해석될 수 있긴 한데.

어쨌든 이 녀석의 부하가 문제의 시작이긴 했으니.

그리고는 테르타로스와 마검을 그대로 2기사단장 녀석의 목에 내려찍었다.

“크억!!”

곧 녀석의 체력이 다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의 빛으로 흩어져서 사라졌다.

《 주호 님에게 『 용사 후보 전용 오러 Lv.10 (MAX) 』이 적용됩니다. 》

《 주호 님에게 『 경험치 제한 돌파 버프 Lv.10 (MAX) 』이 적용되어 레벨 제한이 15레벨로 적용됩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역시.

기사단장 정도 되면 레벨대도 확 차이가 나는 듯했다.

그냥 평 기사단들로는 정체가 되어 있던 경험치 제한이 확 뚫리면서 레벨이 그대로 쌓여 갔다.

『 에센시아 제국 2기사단장 증표 』

아이템 역시도 떨어졌고.

이건 딱히 쓸모가 없으려나.

뭐 기사단장의 장비들도 떨어지긴 했는데.

눈에 확 들어올 수준의 아이템은 또 아니었다.

굳이 하나 빼자면 녀석이 차고 있던 장갑과 무기 정도이려나.

일단은 바로 인벤에 챙겨 넣었다.

흠.

에센시아 제국 황제의 사냥개인 2기사단이 여기서 이렇게 몰살당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겠지.

이로써 제국 황제의 날개 중에 하나 정도는 꺾어놨으니 앞으로의 일이 조금은 수월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2기사단장이 죽자 내 옆으로 베인이 다가오더니 내게 흘리듯 말을 건넸다.

“사실 이곳에 1군단장 마왕님께서 원하시는 물건이 있습니다.”

그래.

마족인 네가 이곳에 그냥 왔을 거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베인에게 눈을 내리깔면서 경고하듯 말했다.

“그것 꽤 재밌는 말이네.”

이 새끼 봐라?

어디 남의 밥그릇에 손을 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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