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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53화 (1,141/1,404)

#1153화 성마대전 시대 마왕과의 조우 (13)

단순히 지하 사원 통로의 일부를 붕괴시킨다고 기사단 녀석들이 전부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거의 대부분의 녀석들이 헤르마늄 광석들에 깔리면서도 살아 있었고.

아마 시간을 좀 더 줬다면.

스스로 물약을 써서라도 회복을 하고 어떻게든 다시 살아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굳이 그런 시간을 녀석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정확하게 모르긴 해도.

쏟아지는 광석에 깔리면서 상당히 피해를 많이 본 상태일 터.

그러니까.

지금 내가 쓰는 이 스킬은.

녀석들에게 최종 사망 신고를 내리는 것이다.

【 피의 축제! 】

나를 제외한 모든 녀석들에게 광역으로 피를 흡수해오는 마검의 미친 스킬.

그리고 어느샌가 내 등 뒤로 뻗어 나온 거대한 핏빛의 날개들이 그 피들을 죄다 흡수해서 점점 그 핏기를 더 붉게 물들여갔다.

바로 옆에서 마왕 헤르게니아가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내 피도 흡수해 가잖아!”

“아아. 미안. 이거 원래 이런 능력이라서 제어가 안 되네.”

솔직히 지금도 이걸 어떻게 제어하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만약 마검의 상세 옵션 스펙이 다 보여지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그냥 스킬을 시전하면 시전하는대로 그냥 써야 한다.

지금은 마왕 헤르게니아를 포함해 드래곤 실험체, 기사단 할 것 없이 죄다 체력을 빨아들였다.

이 광역 흡혈 스킬을 유지하는 동안 내 체력과 마력이 줄줄 새어나갔지만.

그만큼 내 체력은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흐음.

일단 마력만 충분하다면 어떻게든 유지된다 이거군.

전에도 그랬지만.

이 스킬이 끊기는 시점은 내 마력이 다하는 시점일 터다.

이렇게 모인 피는 최종 스킬을 쓰는데 이용할 테고.

아니나 다를까.

바로 내 시야에 하나의 스킬 목록이 활성화되었다.

이건 일단 나둬 볼까?

만약 모르고 있다면 한 방에 죽일 수도 있겠지만.

녀석들이 이 스킬을 한 번은 본 적이 있으니까.

혹시라도 빗나가 버리면 너무 아깝지.

그러는 동안 내 시스템 메시지 창에서는 계속해서 레벨이 올라갔다는 글이 올라와 시야를 가득 메웠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솔직히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는데.

워낙 피해를 많이 입어서 이렇게 체력을 갉아먹는 것만 해도 죽이기에는 충분한 듯 했다.

무려 퍼센트로 체력을 갉아먹는 스킬이라.

확실히 사기는 사기야.

피아식별이 안 되는 단점만 빼면 그야말로 최강의 스킬이라 할 만 했다.

이건 뭐.

꼭 나 혼자 살아남으라는 것 같단 말이지.

좀 꺼림칙한 느낌도 있지만.

지금은 최고의 효율을 내주니까.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날 보면서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그거 계속 쓸 거야?”

“음?”

왜 물어 보는가 해서 봤더니 마왕 헤르게니아의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는 듯했다.

이거.

마왕의 분신을 해칠 정도로 강한가?

아니다.

체력을 퍼센트 단위로 깎아 먹는 스킬이라면 충분히 마왕의 분신체에게도 위협이 될 터.

“못 버티는 거냐?”

“여기서 더 쓴다면.”

“그건 곤란한데.”

아직 기사단장들이 멀쩡히 살아 있었다.

지금 내 감각에 잡히는 녀석들의 상태는 무척이나 양호해 보이기도 하고.

그나마 무너진 현장의 반대편에 있어서 당장 넘어오지는 못하는 듯하지만.

레벨이 계속 올라간다고 해도.

당장 기사단장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계속 피를 흡수하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피의 축제의 효과가 딱 끊겨버렸다.

마지막 레벨업의 마력을 끝으로.

피의 축제가 이렇게 오래 유지된 것도 다 계속 레벨업을 했기 때문이다.

마력이 다시 원래대로 채워졌으니.

“아. 다 됐네.”

“끝났어?”

“다행히?”

어떻게 마왕 헤르게니아의 분신체가 사라지지 않고 유지가 되는 수준에서 스킬이 끝나서 다행이랄까.

그러면 적어도 드래곤 실험체와 타락 천사 실험체들이 사라지진 않을 테니.

마왕 헤르게니아가 안도의 숨을 쉬면서 말했다.

“와, 꼼짝 없이 죽는 줄.”

“어차피 분신이잖아.”

“그래도 죽으면 본체에 타격이 온단 말이야.”

그런 거였나?

피의 축제가 끝나자 레벨 창을 살펴봤는데 그나마 만족스러운 레벨대가 나왔다.

휴.

이제 600대가 넘어선 건가.

지금의 한 방으로 유저들의 평균 레벨을 거의 한 번에 따라잡긴 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아마 예상대로라면 더 레벨이 올랐겠지만.

내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점점 경험치량이 커져서 그런지 이전처럼 경험치 제한 돌파 버프가 풀로 적용되진 않는 듯 했다.

이제 이렇게 꼼수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넘어섰다는 거지.

아마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레벨을 올릴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기사단을 몰아놓고 죽인다고 해도.

지금처럼 급격한 레벨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흠.

내일 정말 게시판이 뒤집어지겠네.

버그가 아니냐고 항의하는 글이 수도 없이 달릴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도 했고.

일단 레벨 상승으로 얻은 스탯 중 상당수를 민첩에 쏟아 부었다.

기사단장 녀석들과 싸우려면 최소한의 속도는 맞춰야 하니까.

여기서 스킬들을 추가하면 꽤 싸울 만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한 번 더 울렸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응?

아직도 안 죽은 녀석들이 있었나?

헤르마늄 광석에 깔리고 피의 축제로 피를 빨려 거의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한 녀석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레벨이 오르면서 빠져나갔다 마력이 다시 완전히 채워졌다.

“이건 뭐 한 번 붙으라고 등 떠미는 격인데?”

“응?”

“아. 그런 게 있어.”

마력이 바닥나서 기사단장 녀석들을 피해서 움직일까 고민했었는데.

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피의 축제의 영역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편에서 큰 고함이 들려왔다.

“감히 내 기사단을! 네 녀석을 죽여 버리겠다!”

흐음.

이건 2기사단장 녀석이려나.

아무리 평소에 감정을 잘 숨긴다고 하더라도 무려 기사단의 몰살을 눈앞에서 지켜본 상황이었다.

한때 에센시아 제국을 떠받치던 2기사단과 5기사단이 여기서 전부 전멸하자 녀석도 이성을 잃은 듯 했고.

그런데 의외로 5기사단장 녀석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반대편에 그대로 서 있는 듯했다.

이 녀석은 뭐지?

전에도 그렇고.

묘하게 불편한 느낌이 드는 녀석이었다.

으음.

이런 상황일수록 더 흥분하는 녀석들은 오히려 상대하기가 쉽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 저런 녀석들은.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상대하기가 더 힘들어.

저건 아예 삶을 포기했거나.

혹은 뭔가 숨기고 있는 패가 있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녀석이라면.

5기사단장까지 올라가지도 못 했을 것이다.

슬쩍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말했다.

“내가 2기사단장을 잡을 테니까. 5기사단장 좀 붙잡고 있어 줄래?”

“응? 알았어. 그 정도야.”

마왕의 분신체라고는 하나.

드래곤 실험체도 있고.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듯 했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시간만 끌어주면 2기사단장을 빠르게 잡고.

그 뒤에 5기사단장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면 된다.

잘 풀리면 둘이서 같이 죽여도 될 테고.

얼마 지나지 않아 2기사단장과 5기사단장이 그나마 덜 무너진 곳을 찾았는지 광석 더미를 제치고 붕괴 현장을 넘어오는 게 느껴졌다.

“온다.”

그리고 바로 마왕 올펠 플레이트를 전투 형태로 활성화시켰다.

【 전투 형태 변형! 】

《 마왕 올펠 플레이트가 마력을 소모하여 전투 형태를 유지합니다. 》

《 해당 마왕의 능력 중 일부가 마왕 올펠 플레이트에 깃듭니다. 》

온몸을 감싸는 칠흑의 갑주가 내 몸에 힘을 불어넣어주었고.

【 이중 가속! 】

【 엑셀레이션! 】

레벨이 많이 올라서 그런지 마력 역시도 상당히 남아 스킬을 바로 시전해 놓았다.

아마도 넘어오자마자 바로 2기사단장 녀석이 내게 덤벼들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여기에 스킬을 하나 더 추가했다.

대천사의 검인 라페르나의 스킬.

【 대천사의 가호! 】

대천사의 가호와 피의 축제가 동시에 발현되자 내 등 뒤로 하얗고 붉은 날개들이 서로 겹치면서 아주 묘한 그림을 만들어내었다.

옆에서 마왕 헤르게니아가 바로 감탄을 흘렸다.

“와, 신기해.”

하긴 마검과 대천사의 검을 동시에 쓰는 일이 어디 흔한가 싶기도 하고.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조합이라 그런지 더 신기한 듯 내 등 뒤의 날개들을 쳐다보았다.

후.

여기에 용사 후보의 스킬까지.

《 주호 님에게 『 용사 후보 전용 오러 Lv.10 (MAX) 』이 적용됩니다. 》

용사 후보의 전용 오러는 그야말로 백색의 빛을 내는 스킬이었다.

내 신체 전체에 백색의 기운이 퍼져나가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용사였어?”

이것도 어디서 본 적이 있나 보네.

아니다.

마왕이니까 이걸 모른다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어떻게 보면 마왕과 영웅들은 서로 잡아먹어야 하는 관계라고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당연히 상대의 스킬이 어떤 이펙트를 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아. 뭐 그렇게 됐어.”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이젠 마왕 헤르게니아도 내 정체를 혼란스러워하는 수준이려나.

마검과 대천사의 검.

거기에 마왕의 플레이트.

용사의 버프까지.

하나의 존재에게서 함께 나올 수 없는 괴상한 조합이 지금 내겐 전부 적용중이었다.

그때 붕괴 현장을 겨우 넘어온 2기사단장 녀석이 눈을 잔뜩 찌푸리면서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뭐…….”

그래.

네가 봐도 너무 이상하겠지.

전에 녀석들 앞에서 마검만 꺼내서 썼을 때와 지금의 내 장비 템들 사이에는 거의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존재했다.

그것도 하나같이 구하기 어려운.

아니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아이템들이 잔뜩 모여 있단 말이지.

그리고 그런 반응은 5기사단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내 모습을 위아래로 전부 훑어보더니 혼란스러운 듯한 모습으로 동공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5기사단장 녀석은 입을 다물고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역시 저 녀석.

뭔가가 있어.

그런데 녀석의 시선이 내 쪽이 아닌.

내 옆에 있는 마왕 헤르게니아 쪽으로 돌아가는 순간.

더 없이 눈빛이 더 흔들렸다.

뭐지?

혹시 마왕 헤르게니아를 알아보기라도 한 건가?

음.

뭐 기사단장 정도 되면 마왕을 알아보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한데.

그런 것과는 조금은 다른 반응이랄까.

꽤 묘하네.

당장 2기사단장 녀석은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더니 그대로 몸을 멈춰버렸는데 말이지.

“어떻게 여기에 마왕이……!”

예상대로 마왕을 보면 기사단장들은 바로 아는 듯했다.

그리고 2기사단장이 날 노려보면서 악을 쓰듯 외쳤다.

“네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냐!”

뭐 바로 달려들진 않는 건가.

좀 귀찮아지려고 하는데.

차라리 바로 달려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 옆에 딱 서면서 대답해주었다.

“얘도 마왕인데 불만 있어?”

“큭…… 처음부터 속았던 건가.”

아마 2기사단장 녀석은 처음부터 속았다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의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푸욱!!

2기사단장의 가슴팍에 검이 확 튀어나오면서 입으로 피를 가득 뿜어내었다.

“컥……! 이게 무슨……!”

그리고 돌아본 곳에는.

5기사단장이 2기사단장의 등에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꽂아놓고 있었다.

하.

뭐지?

이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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