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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48화 (1,136/1,404)

#1148화 성마대전 시대 마왕과의 조우 (8)

마왕 헤르게니아가 준비한 특제 석상.

그건 내가 익히 봐왔던 그것과 아주 유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그것 말이지.

“하. 설마 이게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네.”

내 감탄 아닌 감탄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마치 칭찬이라도 받은 아이처럼 신난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음.

이거 칭찬 아닌데…….

뭐 듣는 사람 입장에서 칭찬 같으면 일단 되는 거려나?

“이 녀석. 멋있지?”

“어…… 좀.”

솔직히 이런 지하에서 이 드래곤을 보게 될 줄은 나조차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모습이 좀 많이 다르고.

그 크기가 확연히 작긴 해도.

이건 분명히 그거다.

아크 드래곤.

정확히 말하자면 아크 드래곤의 아종이라고 해야 하려나.

뭔가 어설프게 기워져 있는 듯한 드래곤의 몸체에 날개 역시 이것저것 다른 종류를 가져다 붙인 듯한 흔적들이 그 증거였다.

뿔이나 가죽 역시도 그 형태가 전부 달랐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전의 아크 드래곤과 비교해 보면 준비 과정이랄까

“크아아앙!!”

쿠구구궁!

소환이 끝난 녀석의 목을 풀기 위한 하울링이 터져나가자 지하 사원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환된 드래곤의 머리 위를 보자 새빨갛게 변한 네임이 떠 있었다.

『 합성된 드래곤 실험체 XI 』

합성되었단 용어와 드래곤.

그리고 실험체.

거기다 따로 붙여진 넘버까지.

이러면 모르려고 해야 모를 수가 없다.

우리가 그 개고생을 하게 만든 아크 드래곤을 만들어낸 녀석이 누구였는지.

그것을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또 있었다.

이전에 떴던 한 시스템 메시지.

《 『 불완전한 키메라 아크 드래곤 하트 』가 『 합성된 타락 천사의 핵 』을 흡수하길 원합니다. 》

분명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개의 아이템이 서로 반응했던 점.

그때는 그저 보다 상위의 아이템이 하위의 아이템을 흡수하는 거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지금 소환된 이 녀석을 보고 나니 더욱 확실해졌다.

애초에 같은 녀석에게서 나온 물건이라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지.

짧은 한숨과 함께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어보았다.

“아크 드래곤…… 네가 만든 거지?”

“응.”

역시.

마왕 헤르게니아가 만든 게 맞았어.

그간 아크 드래곤과 타이탄이 모두 정령들에게서 나온 물건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타이탄과 다르게 애초에 아크 드래곤은 처음부터 마왕이 만들어낸 물건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마왕 녀석이.

정령의 기운이 들어가서 솔직히 정령쪽 물건인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리고 그때 호감도가 마구 상승했던 걸 보면.

자신이 만든 최강의 합성체를 잡아냈으니 충분히 인정했다는 뜻이었을 지도.

지금껏 보아왔던 마왕들은 전부 그 능력 자체가 판이하게 달랐었다.

마왕 올펠처럼 근접 전투에 특화된 녀석이 있는가 하면.

용기사인 마왕 벨라도 있고.

은신이나 고속 기동에 특화인 마왕 스티어도 그렇지.

그리고 그런 녀석들과 달리.

이 마왕 헤르게니아는.

아무래도 제작 특화인 듯했다.

그것도 자신이 부릴 수 있는 합성 몬스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보통 한쪽에 특화되어 있으면 다른 쪽은 약하다고 판단해 본다면.

마왕 헤르게니아의 직접 전투 능력은 그렇게 높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대천사들을 피해 결계로 숨었다는 대목에서도 그렇고.

뭐 그 제작 능력을 활용한 결과물의 끝이 아크 드래곤 같은 괴물이라면.

전투 능력 좀 낮다고 흠잡을 일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마왕이 좀 약하다고 해도.

마왕은 마왕이다.

어지간한 녀석들은 그냥 눌러버릴 수 있을 터.

그런 마왕이 아크 드래곤 같은 녀석을 부린다면…….

어쩌면 최강이라는 말을 입에 올려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조금 쓴웃음을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네가 아크 드래곤을 부숴 버려서 이거밖에 없어.”

“흠. 이것도 충분히 과한데?”

아크 드래곤 같은 초거대 몬스터는 애초에 여기서 소환될 리도 없고.

지금 이 지하 사원의 크기를 감안해 보면.

이 실험체 드래곤만 해도 차고 넘친다.

이미 천장을 가득 채울 크기라.

실험체 드래곤을 올려다보다 궁금한 점이 생겨서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것도 정령의 힘을 쓴 거야?”

“헤에. 잘 아네? 하지만 이 녀석은 불안정해.”

역시.

아크 드래곤 역시도 그랬으니 그 과정에 있는 이 실험체 녀석도 같을 거라고 예상했다.

실험체다 보니 불안정하다는 말도 이해가 갔고.

순간 내 시선이 인벤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건 정말 궁금해져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가능하려나?

“혹시 아크 드래곤…… 다시 만들 수 있어?”

원래의 아크 드래곤을 만들어 낸 녀석이라면.

다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런 내 기대 어린 물음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젠 못 만들어.”

“그래?”

흐음.

안 되는 거려나?

솔직히 좀 기대했는데 말이지.

마왕 헤르게니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곧 의외의 말을 내게 꺼냈다.

“지금은 안 돼. 여기 광산에 있는 재료를 다 가져다 썼거든.”

재료가 없어서 안 된다고?

그렇다는 건.

이 녀석만 있다면 아크 드래곤을 복구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만약 재료가 있다면?”

“으응.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가능해.”

“좋아.”

이걸로 마왕 헤르게니아를 이곳에서 꺼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가게 되었다.

만약 상황이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해졌을 때 신의 파편만 홀라당 빼먹고 튀려고 했는데 말이지.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반드시 데리고 나가야 해.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형. 계획 변경이에요.

<불멸> 응? 왜? 그쪽 일이 잘 안 됐어?

이미 내가 2기사단과 5기사단을 죽일 거라는 걸 알고 있던 재중이 형은 혹시 일이 잘못된 건가 싶어서 내게 물었다.

하지만 그건 이제 내 관심사에서 꽤 많이 멀어져 버렸다.

녀석들이 죽으면 좋겠지만.

아니라고 해도 딱히 상관없을 만큼이나.

<주호> 아크 드래곤요.

<불멸> 갑자기 왠 아크 드래곤?

<주호> 그거 만든 녀석이 마왕 헤르게니아예요.

<불멸> 정령들이 아니라?

<주호> 네. 애초에 아크 드래곤 자체가 마왕 쪽 세력인 거죠.

성마대전 후반기나 되어서야 아크 드래곤이 마왕군에 참전해서 활약하게 되는 이유도 지금 생각해 보면 명확하게 보였다.

재중이 형도 뭔가를 눈치챘는지 내게 말했다.

<불멸> 아크 드래곤은 마왕 헤르게니아가 봉인에서 풀려난 뒤부터 활약한 거려나?

<주호> 네.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이거라면 아크 드래곤이 뒤늦게 마왕군에 들어가는 게 다 설명이 된다.

그 전엔 아크 드래곤을 부려야 할 마왕 헤르게니아가 여기 봉인되어 있었으니.

<불멸> 그럼 아크 드래곤을 다시 만들 수 있어?

<주호> 네. 마왕 헤르게니아 말대로라면요. 다만 지금은 안 된데요.

<불멸> 그래?

<주호> 재료가 없다네요. 이 광산에서 쓸 수 있는 건 다 가져다 쓴 모양이에요.

<불멸> 호오. 그렇단 말이지?

그 순간 재중이 형이 한마디 말을 꺼냈다.

<불멸> 그럼 재료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야지.

<주호> 그런 곳이 있어요?

<불멸> 기억 안 나? 화련이 공략하자고 한 곳 말이지.

<주호> 아…… 타란 제국.

분명히 타란 제국 역시도 이곳과 유사한 광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베르탈륨 광산이라는 점만 빼면.

규모 면에서는 이곳에 절대 뒤지지 않을 터.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에는 그 녀석이 있다.

<주호> 마룡.

<불멸> 그렇지. 그걸 잡아낼 수만 있다면…… 최고의 재료 아니겠냐?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토대가 되는 재료가 없다면.

아무리 마왕 헤르게니아라고 해도 아크 드래곤 같은 걸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룡이라면.

충분할지도.

곧장 옆에 있는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어보았다.

“이미 부서진 아크 드래곤으로 다시 만들어낼 수 있어?”

내 물음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한 번 써버린 건 더 이상 쓸 수 없어.”

역시나인가.

아크 드래곤의 잔해를 챠밍이 가진 스태프의 아공간에 넣어왔는데.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했다.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럼 드래곤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거야?”

“응. 가급적이면 원래의 본체가 강할수록 더 강한 녀석이 나와. 특성도.”

확실하네.

“그렇다면…… 그 베이스가 고대 마룡이라면?”

“고대 마룡? 그게 있어?”

응.

있지.

넌 아직 모르겠지만.

타란 제국에 있는 베르탈륨 광산을 벗어나 성마대전 중후반기에 나온단다.

아크 드래곤과 함께 성마대전의 악몽이라고 불리는 녀석이기도 하고.

인간 연합군에게는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은 녀석들이 바로 이 드래곤들이었다.

뭐 고대 마룡 같은 경우에는 제 하고 싶은 대로만 움직였으니 좀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둘 다 괴물이긴 마찬가지.

만약 그런 마룡을 토대로 합성된 드래곤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역사상 최강의 존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마왕 헤르게니아가 모를 리가 없었다.

갑자기 전에 없을 정도로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면서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정말 고대 마룡이라면…… 무조건……! 그리고 천사 녀석들을 확!!”

아아.

그래.

네 마음 다 안다.

나 역시 이렇게 기대되는데 말이지.

그런데 바로 마왕 헤르게니아가 침울해졌다.

“그러려면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안 그래도 데리고 나갈 거다. 걱정 마라.”

“너. 아주 마음에 들어.”

나도 앞으로의 일에 네가 필요하니까.

“그럼. 일단 눈앞에 떨거지들부터 좀 정리해 볼까?”

내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귀찮은 것들은 빨리 처리해야지.”

이미 지하 사원을 나갈 생각으로 가득한지 마왕 헤르게니아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손가락으로 저 멀리 2기사단과 5기사단이 있는 방향을 가리킨 그녀가 명령했다.

“실험체. 모두 죽여.”

크아아앙!

명령이 내려진 순간 실험체 드래곤의 눈에 검붉은 빛이 돌면서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리고는 거대한 몸체를 박차듯이 치고 나가 저 멀리 사라졌다.

휘유.

빠르네.

만약 우리가 이 공간에서 저런 녀석을 만났다면 답도 안 나올 것이다.

여긴 피할 곳도 마땅치 않으니까.

“그럼 따라가 볼까?”

“응? 그냥 둬도 다 죽을 건데?”

그런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 저것들 다 내 밥이라서.”

“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왕 헤르게니아를 보면서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했다.

레벨이 높은 넌 아니겠지만.

반대로 낮은 레벨의 내게는 저것들이 다 경험치란다.

그것도 아주 알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녀석들이 실험체 드래곤을 상대하는 동안은.

내게 기회가 아주 많이 올 것이다.

곧바로 하이딩 망토를 둘러싸고 은신을 하자 마왕 헤르게니아 역시도 허공에서 모습을 감추면서 날 놀라게 만들었다.

이거…….

전투도 절대 약하지 않겠는데?

“가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소풍가는 것 마냥 신난 목소리로 앞서가자 나 역시 웃으면서 뒤를 따라 달렸다.

그리고 지도를 따라 달린 지도의 끝에 오자 병장기 소리, 폭발 소리와 함께 실험체 드래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챙챙!!

카앙!!

키기긱!!

콰앙!

크어어어!!

“대체 뭐야?!”

“드래곤이 여기서 왜 나와!”

당황한 기사단의 목소리도 들려왔고.

그리고 도망갈 곳 없는 통로에서 무려 실험체 드래곤의 브레스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전부 튀어!!”

“도망갈 곳이!!”

“전부 어떻게든 막아!”

콰아아아!!

그렇게 터진 브레스가 통로 가득 한 번 싹 휩쓸고 지나가자 멀리 떨어진 내게도 그 후끈한 열기가 통로를 타고 전해져 왔다.

실험체라고 해도.

엄연히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다.

브레스가 휩쓴 자리에는 낭패한 표정의 기사단 녀석들이 처참하게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럼 수확하러 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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