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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46화 (1,134/1,404)

#1146화 성마대전 시대 마왕과의 조우 (6)

대규모 헤르마늄 광산 아래에 지어진 지하 사원의 구조는 아직까진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정보였다.

애초에 아크 드래곤 때문에 들어올 수도 없었을 테니 이에 대한 정보가 에센시아 기사단들에게 있을 리도 없지.

그리고 만약 미리 알고 있었다면 굳이 드워프 장로의 움직임을 추적해 따라오는 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저들은 무조건 믿을 수밖에 없다.

그 정보가 옳은 것이든.

틀린 것이든 상관없이.

의심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정보가 있느냐 물어본다면 저들에게는 답이 없기도 하고.

팀을 둘로 나눠야 한다는 내 제안에 2기사단장의 표정에서 눈에 띄게 불쾌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마 방금의 이 제안은 저 2기사단장가 그다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그러라고 일부러 말한 거니까.

기분 나쁘다는 티를 숨기지 않은 채로 2기사단장이 말을 꺼냈다.

“팀을 둘로 나눠야 한다고?”

“그런데?”

2기사단장의 질문에 내가 짧게 대답하자 이번에는 그 아래의 부기사단장이 불같이 화를 내면서 내게 달려들려고 했다.

“이 새끼가 감히 누구에게 말을 짧게 하는 거냐!”

그런 부기사단장에게 나 역시 한 마디를 쏘아주었다.

“지금 몰라서 묻냐?”

너무나 태연스럽게 대답해자 오히려 부기사단장의 입가가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화를 참지 못해 말문이 막히는 게 딱 저런 모습이려나.

“이…… 이 새끼가!”

잠시 한숨을 쉬고는 부기사단장 녀석에게 담담히 말했다.

“너 같으면 네 걸 탐하는 녀석들에게 잘도 존대를 하고 싶겠다. 그치?”

결국 내 말에 부기사단장 녀석이 폭발하고 말았다.

“내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이고 기사단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

하지만 그런 부기사단장의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로 내 옆으로 3기사단장인 아이라 루벤과 7기사단장인 타룬 벡스터가 섰으니까.

타룬 벡스터가 2기사단 부기사단장에게 일갈했다.

“적당히 해라.”

“아니. 아무리 기사단장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막는 건 아니죠.”

이미 이성을 상실한 듯 대놓고 두 기사단장에게 대들 기세를 보이자 이번엔 2기사단장이 앞으로 나섰다.

“됐다.”

“하지만……!”

“부기사단장. 내가 두 번 말하게 할 셈이냐?”

“아닙니다!!”

다른 기사단장에게까지 대들 것 같던 녀석이 자신의 상관이 나서자 바로 화를 삭히면서 뒤로 빠졌다.

내 쪽을 보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끝낼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2기사단장에 날 보면서 경고하듯 말했다.

“다른 기사단장들을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쪽은 신경 끄시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쪽이라는 말에 기사단장의 눈썹이 확 치켜 올라갔다.

확실히 이건 보통 상황에서 하면 안 되는 태도가 맞긴 했다.

직속상관은 아니라고 해도 엄연히 기사단의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그런데 지금 그런 질서를 내가 대놓고 무시하는 중이었다.

그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평소 모습은 아닌데? 무슨 생각 있는 거냐?

<주호> 아. 지금은 이래야 해서요. 빠르게 팀을 갈라 놓으려면요.

<불멸> 그런단 말이지? 그래서 어떻게 가를 건데?

<주호> 기다리면 저절로 갈라지게 될 거에요. 아마 제 생각이 맞다면…… 꽤 의외의 상황도 생길 테고요.

<불멸> 알았다. 필요하면 도와주마.

<주호> 네. 혹시 생각대로 안 되면 나서주세요.

잘못 되었을 경우 원하는 대로 그림이 안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럼 그때 다시 노선을 변경해야겠지.

하지만.

분명히 녀석들은 이걸 물 것이다.

지금까지 바라본 바에 의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2기사단장이 불쾌하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아이라 루벤에게 말했다.

“싸고도는 건 알겠는데. 계속 이런 식이라면 즉시 목을 날려도 할 말이 없겠지?”

그런 2기사단장의 경고에 아이라 루벤에 날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2기사단장의 말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저 녀석은 어떤 경우에도 널 죽이지 못할 테니.”

이건 정말 대놓고 날 보호하겠다는 걸 드러낸 것이었다.

2기사단장이 바로 이를 갈면서 외쳤다.

“지금 해보자는 건가?”

“시작은 그대가 했지. 기사단장으로 대우를 받고 싶으면 그에 합당한 행동을 보여라. 2기사단장.”

애써 봉합되었던 것 같았던 상처를 내가 헤집고 나자 다시 두 기사단 사이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이제 서로 칼만 쥐어주면 바로 칼부림이 시작될 분위기가 형성되자 각 기사단원들 사이에 싸한 긴장감이 흐르며 그 냉기가 지하 사원을 가득 채워갔다.

“잠깐.”

그때 갑자기 앞으로 나선 이는 바로 5기사단장이었다.

지금껏 가만히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기만 했던 녀석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5기사단은 2기사단과 뜻을 함께하는 기사단이었다.

애초에 이후에도 둘은 같은 황제의 직속 기사단이기도 하고.

2기사단이 황제의 사냥개 같은 느낌이 강하다면.

오히려 5기사단은 정석적인 기사단에 더 가까웠다.

그런 5기사단장이 나서자 2기사단장 잠시 멈춰서 그를 바라보았다.

“뭐냐? 말릴 생각이라면…….”

“그건 아니지만. 여기서 우리끼리 싸우는 건 황제께서 원하시는 바는 아닐 것이다.”

곧장 5기사단장이 눈을 차갑게 내리깔면서 2기사단장에게 딱 잘라 말했다.

“그러니까 황제께서 내린 임무를 우선하라.”

“큭.”

방금 5기사단이 말한 임무.

이건 바로 신의 파편을 구해오라는 그 임무일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네 기사단이 치고받으면 결국 소수의 기사단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한쪽은 전멸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입게 될 테니.

아무리 한쪽이 전력이 높다고 하나.

아무런 피해 없이 싸우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다.

그럼 이 임무는 무조건 실패하게 된다.

다시 이 정도의 규모의 기사단을 꾸려서 오지 않는 이상에야.

거기다 이렇게 기사단들이 다 죽어나가는 곳으로 파견하기가 과연 쉬울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음부터는 루벤 공작가와 벡스터 후작가의 견제까지 받아가면서 준비해야 할 테니.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작전의 책임자가 바로 저 2기사단장이라는 데 있었다.

기사단 네 개를 싹 말아먹고 돌아왔는데 손에 아무것도 없다?

과연 그때도 저 기사단장의 목이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2기사단장이 내 쪽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네 녀석의 처분은 후에 나가서 하도록 하지.”

“좋을 대로.”

어차피 나중에 가서 아무리 뒤져봐야 내 기록은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과연 저 녀석이 그걸 뒤져볼 수 있을까.

한 차례 끓어올랐던 분위기가 5기사단장의 만류로 가라앉자 몇몇 기사들이 깊은 숨을 쉬면서 안도했다.

“휴. 여기서 한 번 붙는가 했네.”

“잘못 했다가 다 죽을 뻔.”

“사이에 껴서 이게 뭐냐.”

“저놈도 기사단장 좀 작작 긁으라고 해.”

“아니. 그럴 거면 처음부터 욕심이나 내지 말던가.”

“맞아. 구해준 놈 멱살 잡고 죽이려고 드는데 나 같아도…….”

그런 기사단의 웅성거림에 2기사단장이 고개를 돌리자 모두 입을 닫았다.

그리곤 짜증난다는 눈빛을 가득한 채로 내게 물었다.

“일단 임무를 계속 한다. 안내해라.”

그런 녀석의 명령에 이번엔 아예 고개만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금쯤 아주 부글부글 끓어오르겠지.

그렇게 먼저 앞으로 나서자 재중이 형이 옆으로 따라붙었다.

<불멸> 아주 박박 긁어놨는데?

<주호> 네. 효과가 아주 좋네요.

<불멸> 앞으로 아주 골치 아프겠어.

<주호> 뭐 그것도 살아있을 때 말이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보였다.

<불멸> 좋아. 그래서 앞에 뭐가 있는데?

<주호> 통로가 있어요.

<불멸> 통로?

<주호> 네. 그 것도 갈림길로 되어 있는 통로요.

<불멸> 호오. 그래서 팀을 둘로 나누자고 한 거냐?

<주호> 그렇죠. 이게 한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쪽으로는 못 가는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내 말에 뭔가를 눈치챈 듯 재중이 형이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멸> 한쪽은 함정이고?

그런 재중이 형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네. 아주 잘 준비된 지옥이죠.

<불멸> 큭. 이럴 때 보면 누가 마왕인줄 모르겠다니까.

<주호> 흐음. 저 일단은 마왕입니다?

그렇게 둘 다 웃음 짓고는 걸어가다 보니 결국 커다란 공동에 도착하게 되었고.

그곳에는 거대한 두 개의 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야 어차피 여기까지 오는 길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기에 편안하게 왔지만 뒤 따라오던 기사단들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언제 타락 천사 석상들이 나올지 몰라 경계를 하다 보니 한껏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안 그래도 타락 천사 석상들 때문에 많이 죽기도 했으니 쉽게 따라올 수도 없었겠지.

너무 태연한 태도로 아이라 루벤을 향해 걸어가서 말했다.

“이곳입니다.”

그 말에 아이라 루벤이 주변을 쭉 둘러보다가 다시 두 개의 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곳 밖에 갈 수 없는 거냐?”

“그렇죠.”

“그래서 팀을 둘로 나누자고 한 거군.”

“네. 한쪽으로 들어가면 반대쪽은 포기해야 하니까요. 한쪽은 포기하고 아예 한쪽만 공략해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서 슬쩍 2기사단장을 바라보자 녀석이 매서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이곳 밖에 없는 건가?”

“내가 찾기로는 여기가 끝이다.”

그러자 오히려 2기사단장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목표에 가까워졌다는 거군.”

확실히 황제의 임무라는 게 중요하긴 한 모양이었다.

나에 대한 적개심을 모두 눌러버릴 정도로.

그렇다고 내가 저 녀석을 경계하지 않을 리는 없겠지만.

그때 지켜보고만 있던 5기사단장이 내게 물었다.

“한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한쪽으로 가지 못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이곳은 모두에게 다 초입일 텐데?”

맞다.

그리고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런 5기사단장의 질문에 기사단 모두가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겠지.

처음 온 지하 사원인데.

아직 들어가 보지도 않는 닫혀져 있는 문의 입구만 보고서 다른 쪽으로 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안다는 것 자체가.

녀석들의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할 테고.

심지어 아이라 루벤과 타룬 벡스터마저 이번에는 내 편을 들어주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하긴 이 녀석들이라고 무작정 날 믿어준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특히 이런 상황이라면 더욱 그런 의심은 굴러가듯 확장되어 더 커지게 된다.

잠시 기사단장들과 기사단을 빤히 바라보다가 손짓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길 보시죠.”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한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치 작은 깨알 같은 글씨들이 아주 오랜 세월의 풍파를 맞은 것마냥 일그러져서 군데군데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못 읽을 수준은 아닌 글이 그곳에 써져 있어서 누구나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마치 처음부터 알아보라는 듯.

아이라 루벤이 그걸 보고는 내게 물었다.

“여길 만든 사람이 남긴 건가?”

“그런가 보죠.”

그리고 그곳에는 이 기관의 법칙에 대해서 몇 가지 조언을 남겨두었다.

한 번 문이 열리고 나면 공동이 막혀서 다시는 나가지 못하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와 함께.

그러니까 저 두 문을 통해서 이 공동을 나가지 않으면 평생 이곳에 막혀서 나가지 못한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그때 갑자기 2기사단장이 나를 지목하면서 말했다.

“넌 우리와 함께 간다.”

순간 아이라 루벤과 타룬 벡스터가 들고 일어났지만.

2기사단장의 말이 더 빨랐다.

“뭘 믿고 팀을 나눠야 하지? 그러려면 당연히 저 녀석은 나와 함께 가는 게 맞지 않나?”

반박하지 못하게 하는 말을 하는 2기사단장의 말을 듣고는 다들 뭔가 말하는 순간.

내가 손을 들어서 그들을 만류했다.

“같이 갈게요.”

다들 깜짝 놀라서 날 바라보는 순간 입가에 웃음이 나오는 듯했다.

그래.

예상대로 네가 날 안 엮을 리가 없지.

어디 한번 같이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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