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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38화 (1,126/1,404)

#1138화 헤르게니아 (15)

회복술사가 베이스인 타락 천사 석상이 내 마검에 순식간에 녹아내리자 녀석들이 경계하듯 내 주변에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아마 녀석들도 자신들 중 하나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솔직히 나 역시도 이렇게나 마검이 잘 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정말 여차하면 테르타로스나 르아 카르테, 라페르나 같은 무기들을 죄다 꺼낼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마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정리가 가능해 보였다.

그때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마검이 높은 등급의 몬스터의 피를 다량 흡수해 원래 보유한 힘의 일부를 회복합니다. 》

음.

타락 천사 석상을 죽여도 레벨업 메시지가 안 뜬다 했더니 이 녀석이 경험치를 먹어 버렸기 때문이려나?

이전에 용사 후보의 레벨 제한 해제 버프로 레벨업을 엄청나게 했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마치 다른 마신의 파편인 테르타로스와 똑같은 경우인 듯 했다.

테르타로스 역시도 몬스터를 죽였을 때 능력치를 가져가면서 나는 경험치를 전혀 얻을 수 없었으니.

마검도 마신의 파편이다 보니 같은 형식을 취하는 듯 했고.

그렇다는 건 앞으로도 경험치는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겠지.

잠시 마검의 검신을 내려다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뭐 어차피 경험치야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얻을 수 있어.

지금은 그보다.

눈앞에 있는 이 많은 회복술사와 기사단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뒤에서 재중이 형이 수많은 기사단 석상들을 상대하면서도 내 쪽을 돌아보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그거 굉장한 녀석이었잖아?”

“……그렇게 돌아봐도 괜찮아요?”

“그럭저럭. 적당히 상대할 만해.”

진짜 괴물이긴 하구나.

몇 번 상대해 봤다고 재중이 형은 지금 저 많은 기사단 석상을 혼자 상대하면서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막아내는 중이었다.

녀석들의 패턴을 다 읽어낸 듯한 자로 잰 움직임에 놀라움을 표하는 것도 잠시.

이렇게 된 것.

가능할 때 마검의 성장을 최대한 이끌어낼 필요가 있었다.

【 웨폰 카피! 】

마검에 대고 복사를 하자 마검과 똑같이 생긴 검이 다른 손에 쥐어졌다.

물론 이 복사품은 진품과 달리 딱히 울음이나 진동을 내진 않았다.

아마도 고유한 성질인 에고 쪽은 복사가 안 되는 듯했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한쪽 손에만 있던 때와 달리 양손에 같은 무기가 쥐어지자 이제 좀 균형이 맞기도 하고.

“그럼, 가볼까.”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겨버렸다.

《 봉인된 마검이 소유자의 체력을 흡수합니다. 》

《 마검을 유지하는 동안 체력이 소모됩니다. 》

《 경고! 마검이 체력을 강탈합니다. 잔여 체력 99/100% 》

새로 복사해서 꺼내놓은 마검이 내 체력을 바로 갉아먹기 시작했다.

음.

설마 이거 두 개체가 따로 적용되는 거였나?

그렇다는 건 잘못되었을 경우 체력이 두 배로 빨리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뜻인데.

꽤 귀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 마검이 소유자에게 피의 회복을 시전합니다. 》

《 마검이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잔여 체력 100/100% 》

이번엔 원본이 피의 회복 버프를 걸어주자 다시 체력이 원래대로 복구가 되었다.

“병 주고 약 주냐?”

어이없다는 듯 두 검을 내려다보자 원본인 마검이 부르르 떨었다.

우우웅!!

그래.

너희들이 뭔 잘못이겠냐.

그리고 희망적인 건.

원본의 크리티컬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반대편에 레플리카 마검이 계속 체력을 갉아먹더라도 어느 정도 체력 유지는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쪽은 갉아먹는 대신.

반대쪽은 그만큼 체력을 채워줄 테니까.

거기다 어차피 이런 단점은 전투에 들어가면 전혀 상관없을 일이다.

바로 앞으로 달리면서 전방에 있던 회복술사의 내려치는 양팔을 두 마검으로 올려친 다음 그대로 파고들어 녀석의 목과 가슴에 마검들을 박아넣었다.

푸욱!!

푸욱!!

“카아악!!”

회복술사는 변형된 마검에 닿은 두 손이 녹아내리면서 동시에 목과 가슴 역시 마검에 꿰뚫려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마검들이 그런 부상 부위에서 빠른 속도로 피를 흡수해내었다.

《 봉인된 마검이 높은 등급의 피를 대량으로 흡수했습니다. 》

《 마검이 소유자에게 피의 회복을 시전합니다. 》

《 마검이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잔여 체력 100/100% 》

그리고 이 시스템 메시지는 한 번이 아니라 중복으로 두 번이 흘러나왔다.

그래.

이런 식으로 크리티컬만 제대로 넣을 수만 있다면 두 마검을 들고 있을 때.

내 체력은 최고의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한쪽도 아닌 양쪽의 마검들이 계속해서 체력을 퍼센트 단위로 채워줄 테니까.

다만 아쉬운 점은.

감각이나 스탯과 같은 버프들은 중복이 되지 않는지 추가로 올라가진 않는다는 점 정도이려나?

하지만 그다지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만 올려줘도 충분할 만큼 효율이 괜찮으니.

그리고 이런 식으로 체력을 최고조로 올려준다면……!

목과 가슴을 찍어낸 회복술사가 곧 피가 모두 빨려 나가며 가루가 되듯 무너져 내리자, 곧장 회복술사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아예 방어를 무시하듯 과감하게.

“키엑?!”

“캬아악!”

거의 닥돌에 가까운 내 빠른 전진에 오히려 회복술사들이 더 놀랐다고 해야 하나?

설마하니 자신들이 모여 있는 곳에 대놓고 몸을 날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잠시 행동이 멈칫했지만.

곧 아까의 7기사단이 했던 딱 그런 형태와 유사한 방어와 공격으로 진형을 나누고는 전방의 회복술사들의 팔이 라지 쉴드로 변했다.

그 후방에서는 창으로 변한 팔과 활까지 동원해가면서 완벽하게 하나의 탱딜힐 형태로 진형을 구축해냈다.

그렇게 서로 연계라도 하듯 블록을 짜면서 내 앞을 막아섰다.

이건 학습 능력인가.

마치 다른 녀석들의 행동 패턴을 보고 배우는 모습에 잠시 놀랐지만.

딱히 상관없다.

내가 지금부터 할 건.

그런 방어를 완전히 깨부수는 방식일 테니까.

블록을 형성한 녀석들의 주변을 돌면서 바로 두 손으로 복사를 시작했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그리고는 빠르게 정면의 회복술사 녀석의 라지 쉴드를 발로 차듯 타고 오르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몸이 공중으로 뜨자 녀석들의 진형이 확연히 눈에 들어왔고 바로 복사해두었던 마검들의 날을 세워 아래쪽으로 집어던졌다.

쐐애액!!

쐐애액!!

몇 자루의 마검들이 거의 동시에 떨어져 내리자 방패 뒤쪽에 바싹 붙어 있던 회복술사 녀석들이 화들짝 놀라더니 일제히 뒤로 뛰어 간격을 벌렸다.

그 공간에 정확히 떨어져 내리며 활을 쏘려던 녀석의 목을 그대로 날려 버렸다.

스각!!

아쉽게도 활을 든 회복술사의 목을 한 번에 그어버리진 못했지만.

연이어 파고들며 녀석의 허리 정중앙을 다른 마검으로 찍어내자 허리가 푹 꺾인 회복술사가 비명을 질렀다.

“카아악!!”

그런데 여기서 그 회복술사가 변칙적인 행동을 해왔다.

활로 변형되었던 두 팔을 원래의 형태로 변형시키면서 자신의 허리를 찍은 마검을 그대로 두 손으로 잡아냈다.

그리곤 날개들이 하나의 갈고리 같은 형태로 변하더니 내 뒤에서부터 감싸듯이 뭉개져 왔다.

하.

설마하니 자신을 희생해서 날 붙잡아두겠다는 건가?

“그런데 어쩌나.”

곧장 손에서 마검을 놓아버리면서 뒤로 박차고 나가자 날 잡으려고 몸을 희생시킨 회복술사가 멍한 눈으로 도망간 나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거 잡고 있어 봐야 의미 없거든.”

어차피 레플리카인데 열심히 잡아봐야 자기들만 손해다.

내가 무기를 포기하고 빠져나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회복술사의 머리를 향해 다시 레플리카 마검을 집어던져 그대로 꿰뚫었다.

그 상태로 녀석의 몸이 바로 주저앉아 버렸고.

다시 달려들어 두 마검을 손에 쥐고는 양옆으로 그어내자 녀석의 몸이 녹아내리듯 사라져 가루로 흘러내렸다.

확실히 타락 천사 석상들은 강하다.

하지만.

그들의 천적에 가까운 무기가 바로 이 마검이었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긴 해도.

흡수한 피로 움직이는 듯한 녀석들에게 피를 뺏어버리는 무기니까 상성상 거의 최악이라고 해야 하려나?

거기다 녀석들의 헤르마늄의 성질이 이 마검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헤르마늄이 들어간 무기보다야 마신의 무기가 상위의 무기일 테니.

지금도 베면 베는 족족 석상이 갈라지는 것만 봐도.

얼마나 이 마검이 효과가 좋은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때 재중이 형이 막아주던 석상들이 재중이 형을 무시하듯 전부 내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칫. 그쪽으로 몰려간다!”

“봤어요!”

상대를 할 때야 묶어두는 게 가능하지만.

아예 상대를 안 하고 움직이는 녀석들을 다 잡는 건 사실 재중이 형으로서도 어려운 일이다.

후.

여기서는 속전속결.

마검의 힘을 믿어본다.

다가오던 기사단 석상 녀석들은 오히려 내가 먼저 달려들자 놀란 듯했지만 곧 거침없이 거리를 좁히면서 일제히 공격을 해왔다.

보통은…….

이런 다수와의 접전 상황에서는 소수가 한 발 뒤로 빼게 된다.

아무래도 피해가 더 클 테니까.

하지만 난 전혀 몸을 빼지 않았다.

스악!

사악!

내 몸을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녀석들의 공격들을 피하면서 일부는 그냥 긁혀주기도 하고 필요하면 맞아주기도 하면서 녀석들의 진형 안으로 전진하고 또 전진했다.

당연히 그러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지만.

그렇게 돌파를 했기에 보였다.

녀석들의 빈틈이.

서로가 몰려 있기에 당연하게 비어버리는 공통의 방어 공간.

그곳까지 도달하자 오히려 녀석들의 공격이 서로 뒤엉키면서 중간에 서로 부딪혀 튕겨 나갔다.

카앙!!

키이익!!

카가각!!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녀석들의 사이로 방어구가 커버해주지 못하는 틈에 마검을 찔러 넣자 순식간에 체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마검이 소유자에게 피의 회복을 시전합니다. 》

《 마검이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잔여 체력 67/100% 》

《 마검이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잔여 체력 75/100% 》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든 게 아니었다.

바로 그만큼 체력을 회복시킬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게 종횡무진 마검들을 휘두르면서 녀석들을 돌파해 급소란 급소는 죄다 가르고 지나오자 내 뒤로 몇몇 기사단 녀석들을 그대로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당연히 내 체력은 거의 최고치에 달해 있었고.

그런 내게 달려온 재중이 형이 방금의 닥돌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야, 그거 대체 뭐냐?”

“아, 음…… 설명하자면 체력 배터리 같은 거죠, 뭐.”

크리티컬만 정확하게 넣을 수 있다면.

적들이 아무리 후려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기 버프랄까.

물론 내가 치명타를 얻어맞으면 골로 가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건 공격을 안 맞으면 그만 아냐?

“아주 버그를 양산해라.”

“……이거 원래 있는 기능이에요.”

“그래. 너처럼 할 수 있으면 말이지.”

원래의 내 스타일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연장선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럼. 다시 갑니다.”

한 번 해봤다고 더욱 적극적으로 몸을 날리면서 기사단 사이를 완전히 파고들었다.

【 대쉬! 】

딱 급소라고 할 만한 부위만 빼놓고는 다 맞아 주면서.

반대로 기사단의 급소란 급소는 죄다 마검들로 박살 내며 기사단의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매섭게 일직선으로 치고 나가며 적의 급소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초근접전.

마검만 있으면.

이런 미친 돌진도 가능해진다.

당연히 사냥 속도가 미친 수준까지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내가 쭉 돌파하며 일직선으로 지나간 자리에는 기사단 석상들이 마치 볏짚이라도 된 듯 픽픽 쓰러져 있었다.

당연히 내 체력은 돌파를 할 때마다 최대치로 복구가 되어 있었고.

체력이 차는 순간.

지체 없이 기사단들 사이로 다시 달려드는 모습을 지켜본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평가를 내렸다.

“사기도 저런 사기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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