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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35화 (1,123/1,404)
  • #1134화 헤르게니아 (11)

    에센시아 기사단 보급품 무기들은.

    적당한 밸런스와 강한 내구.

    그리고 유저들이 현재 가질 만한 일반적인 수준은 확연히 넘어서는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보급품이라고 말을 하지만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무기였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할 것이다.

    그 증거로 에센시아 기사단은 일반적으로 제국에서 지급되는 보급품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기사단은 이 보급품 무기를 베이스로 장비를 구성하고 있을 터.

    게다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구할 수 없기도 하고.

    기사단에 들어가거나 혹은 우리처럼 제국에 특수한 이벤트가 있어야 겨우 보급 받는 수준이겠지.

    그런 이벤트 덕분에 우리 쪽 연합 길드 사람들에게도 이런 보급품 기사단 무기가 보급되기도 했다.

    달 길드나 치맥 길드에서도 만족스러워하는 눈치를 봐서는 확실히 좋은 무기임에는 틀림없었다.

    물론 상위 기사단들은 그들만의 커스텀을 따로 준비해서 다니는 모양이지만.

    이들은 특수한 경우에 속하니 제외하더라도.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확실히 좋아.

    당장 밖에 나가서 어떤 몬스터를 썰어 봐도 검날도 쉽게 나가지 않고 잘 썰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반적인 것과는 꽤 거리가 멀어진 상황이었다.

    헤르마늄이 거의 극소량 들어가 있는.

    혹은 아예 함유되지 않은 이 보급품 무기의 성능은.

    이 상황에서는 최악이지.

    타락 천사 석상들로 되살아난 기사단과 회복술사들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녀석들을 공격하기에 이 보급품 무기는 태생부터가 먹히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당연하겠지만 현재 내가 가진 이 보급품 무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콰칭!

    묘한 파열음을 내면서 깨지는 보급품 무기를 보는 것도 잠시.

    “뭘 멍하니 보고 있어?! 빨리 죽여! 내 무기로는 이게 한계다!”

    아쉽게도 내가 가진 이 보급품 무기로는 딱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순간적인 기지로 무기의 날을 4중첩해서 겨우 박아 넣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그것도 타락 천사 석상의 목 뒷부분의 한 곳을 갈라놓는 정도가 전부였다.

    타격을 줄 순 있어도.

    이걸로 마무리를 절대 지을 수 없다.

    쓰러진 녀석을 바라보자 당장 갈라진 저 타락 천사의 목 부분이 빠르게 혈관을 형성하며 서로를 이어붙이는 중이었다.

    저게 다 달라붙으면 바로 다시 일어나서 전투를 이어가겠지.

    그 전에 어떻게든 이 녀석을 완전히 무력화시켜야 했다.

    내 호통에 화들짝 놀란 기사단 녀석의 눈이 크게 흔들리더니 이내 다시 빛이 돌아오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기사단이라고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듯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 있던 묘한 하얀 빛을 내는 무기로 쓰러져 있던 타락 천사 석상의 목을 연신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콰드득!!

    콰지직!!

    정말 혼이라도 내어놓을 것처럼 눈에 열기를 띄우며 있는 힘껏 검을 내려찍던 녀석의 공격에 원래 갈라져 있던 타락 천사의 목이 점점 더 갈라져 갔다.

    그리고 기사단 녀석의 일격이 닿을 때마다 푸른빛이 튀면서 타락 천사 석상의 체력을 계속 깎아냈다.

    애초에 쓰러져 있는 몬스터도 잡지 못하면 그것도 웃기는 일이라.

    정신없이 내려치던 기사단의 공격에 타락 천사 석상이 난도질되더니 곧 체력이 다했는지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으오!! 잡았다아!!”

    기쁨에 취한 듯 기사단 녀석이 두 손을 번쩍 들어서 환호했고.

    주변 기사단의 기사들의 시선이 잠시나마 이쪽으로 완전히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기서 한눈을 팔면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까.

    바로 시선을 돌리고는 눈앞의 자신의 상대인 타락 천사 석상과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

    방금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쪽을 쳐다본 건.

    이 한 번이.

    저들의 유일한 승리였기 때문일 터다.

    뒤늦게 회복술사들이 힐을 걸기 위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우리가 워낙 빠르게 처리해 버려서 그들이 활약할 기회는 아예 없었다.

    그러자 그들은 남은 기사단 석상들에게 힐을 돌리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듯 했다.

    이미 죽어버린 기사단 석상을 되살리는 방법까지는 없는 듯.

    휴.

    그나마 이건 다행이려나.

    만약 죽었는데도 또 살려내는 상황이 생겼다면.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중이 형과 우리 팀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났을 것이다.

    무한히 살아나서 싸우는 녀석들을 상대라면 우리도 살아남기 힘들 테니까.

    내 마음과 같은지 기사단 녀석이 크게 안도의 숨을 쉬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덕분에 살았다. 난 7기사단의 로메로다. 그런데 어디 소속이지? 소속을 모르겠는데.”

    슬쩍 녀석의 가슴을 보니 저게 7기사단의 마크인 듯했다.

    7기사단이라…….

    아마 이 녀석들이 이후에 검을 거꾸로 쥐는 녀석들이라고 했었나?

    전사 형이 말해 주기로 전부는 아니겠지만 분명히 일부는 3황자의 비밀 세력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뭐 지금은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시간이 있나?”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주변에서 치열하게 타락 천사 석상과 싸우는 있는 기사단들을 둘러보았다.

    내 시선을 따라 고개가 돌아간 녀석 역시도 표정이 바로 굳어졌고.

    “이런. 내가 방심했군. 후에 7기사단의 로메로를 찾아라. 이 보답은 반드시 하겠다.”

    그렇게 멋쩍게 나를 바라보더니 녀석이 다시 전장에 뛰어들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녀석이 돌아서려던 것을 막아섰다.

    “뭐 보답은 됐고. 정 그렇다면 그거 잠깐만 내놔 봐.”

    뜬금없는 내 말에 로메로가 의아하다는 듯 내가 가리킨 곳을 보더니 깜짝 놀란 듯 외쳤다.

    “어……? 내 무기를 달라고?”

    “잘못 들은 거 아냐. 빨리 줘. 시간 없다.”

    어차피 지금 이곳에서는 구할 수 있는 기사단 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면 방금 전에 타락 천사 석상에게 유의미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저런 커스텀 무기가 무엇보다 내게 필요하다.

    그것도 헤르마늄이 다량 섞여 있을.

    순도 있는 물건으로.

    방금 녀석의 일격을 확인해보니 확실히 저 7기사단 녀석의 무기에 헤르마늄이 꽤 섞여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타락 천사 석상이 죽진 않았을 테니.

    “아니. 무기는 좀…….”

    “바로 돌려준다. 아쉽게도 내 무기가 이 모양이라.”

    이미 내가 들고 있던 복사 무기들은 깨져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그걸 잘 아는지 로메로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 이거 참.”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녀석이 손에 쥐고 있던 커스텀 무기를 내게 던져 주었다.

    어찌 됐던 녀석도 죽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내게 구해졌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는 쓰러져 있는 타락 천사 기사단에 손을 뻗어 녀석이 죽어서 남기고 간 무기를 쥐었다.

    “휴. 이걸로 어떻게든 버텨 봐야 하려나.”

    보아하니 저 타락 천사가 쥐고 있던 무기는 아까 내가 들고 있던 보급품 무기 수준인 듯했다.

    원래 당했던 녀석이 기사단에서도 보급품 정도를 들고 있는 녀석이라는 뜻일 테고.

    무기 상태가 하락된 녀석도 근심이 있는 표정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 안 좋은 무기를 쓴다는 건 그만큼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구해준 내게 좋은 무기를 양보하는 걸 봐서는 아주 머리가 굳은 놈은 아닌 듯했다.

    로메로라고 했던가?

    좀 둔한 것만 빼면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데?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곧장 녀석의 무기를 복사해서 허리춤에 찼다.

    그리고는 바로 로메로를 불렀다.

    “야. 이거 가져가야지.”

    내 말에 다시 뒤돌아본 녀석이 머리 위로 날아오는 자신의 검을 붙잡고는 놀란 듯 말했다.

    “어…… 이건……?”

    하지만 녀석에게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다른 전장으로 몸을 날렸다.

    곧이 무기를 복사하는 모습을 보여줘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만약 녀석이 떠벌이기라도 한다면 그냥 죽여 버리는 방법 밖에 없기도 하고.

    시선을 돌려 옆을 바라보니 재중이 형이 기사단들 사이에 섞여서 타락 천사들을 요격하듯이 쓰러뜨리고 있었다.

    아마 어딘가에서 꽤 좋은 커스텀 창을 구한 듯 재중이 형이 창을 휘두르는 족족 유효타가 들어가 타락 천사들의 몸을 갈라놓았다.

    그것도 방어구가 방어할 수 없는 곳만 골라서.

    그런 재중이 형의 활약에 힘입어 그쪽의 기세는 계속 기사단 쪽으로 넘어왔다.

    저것도 방법이긴 하네.

    정면에서 직접 상대하지 않고 표 나지 않게 딱 위험한 곳만 도와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정말 위화감 없이 섞여서 같은 기사단인 것처럼 싸우고 있었다.

    휴.

    그럼 나도 좀 활약해 볼까.

    오히려 난 재중이 형보다는 좀 더 자유로웠다.

    이젠 무기가 제한적인 상황은 아니니까.

    이번에 얻은 커스튬 기사단 무기가 헤르마늄이 다량 섞여 있는지 이전의 그것보다 스펙이라던지 옵션 등도 꽤나 좋아진 상태였다.

    이거라면…….

    충분히 해볼 만해.

    그리고는 위험해 보이는 기사단 녀석의 뒤로 돌아 들어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타락 천사의 목을 연이어 커스튬 무기로 갈라놓았다.

    콰지직!!

    쿠드득!!

    확실히 보급품 무기와 다르게 타락 천사 석상의 목에서 푸른 불꽃이 거세게 튀면서 검 역시도 확연히 깊숙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내가 레벨이 높았다면 한 번에 갈라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수준으로.

    풀썩!!

    목이 반쯤 갈라진 타락 천사 석상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상대한 기사단 녀석이 놀란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어……?”

    “구경하지 말고 빨리 죽여! 회복 들어오면 죽이기 힘드니까.”

    그러면서 저 뒤의 회복술사들을 눈짓했다.

    한때는 아군이었던 회복술사들이 지금은 적이 되어 타락 천사 석상들을 계속 회복시켜 주었다.

    내 말뜻을 잘 아는 기사단 녀석이 연신 검으로 타락 천사 석상을 난도질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몇 번의 도움을 주자 기사단 숫자가 꽤 줄어들긴 했지만.

    문제는.

    우리가 쓰러뜨린 숫자보다.

    오히려 당해서 새로 일어나는 녀석이 더 많다는 점이었다.

    나와 재중이 형이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은 한정적인 반면.

    전투는 여러 곳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중이었고.

    가장 큰 문제점은.

    저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였다.

    그나마 기사단장들은 버티지만.

    다른 기사단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한 번 녀석이 휩쓸고 갈 때마다 치명적인 피해를 주면서 외려 죽어 나가는 기사단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회복이라도 가능했다면 그들 중 몇이라도 살려냈겠지만…….

    반대로 저쪽은 숫자가 더 불어나는 데다가 회복술사까지 붙어 있었다.

    젠장.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아무리 저 기사단장들이 시간을 잘 끌어준다고 해도 전멸을 면치 못할 텐데…….

    그리고 내 생각과 같은지 언젠가 재중이 형이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이 방법으로는 더 안 되겠다.”

    “네. 이대로 가면 전멸이에요.”

    이 기사단이 전멸이라는 건.

    곧 우리에게도 큰 위험이 닥친다는 뜻이 된다.

    결국 이쯤에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물었다.

    “저쪽? 아님 저쪽? 살아남으려면 지금 하나는 해결해야 해.”

    그리고 그런 재중이 형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바로 결정을 내렸다.

    “하나씩 처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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