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26화 (1,114/1,404)

#1125화 헤르게니아 (2)

혹시나 합성된 타락 천사 말고도 다른 녀석들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감각을 걷어 들이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 감각에 뭔가가 걸려들었다.

그리고 그 뭔가는 지금 우리가 왔던 방향의 그 통로 부근의 입구에서 맴돌고 있는 중이다.

마치 어떤 장소를 찾는 듯 비슷한 공간을 계속해서 배회하면서.

그것도 한 녀석도 아닌.

꽤 다수의 녀석들이었다.

내가 아는 한.

이 헤르마늄 광산 내에서 이 정도 숫자를 유지하고 있는 녀석들 중 하나는 드워프였고.

또 한 녀석들은 바로 에센시아 제국 기사단이었다.

뭐 기사단 말고도 병사들이 있긴 한데.

병사들이 이렇게 광산 깊은 곳까지 들어올 리는 없으니까.

뒤를 밟혔다는 내 말에 재중이 형의 시선이 바로 뒤쪽의 통로로 향했다.

“기사단이냐?”

“네, 높은 확률로요.”

아직은 통로 사이에 꽤 거리가 있어서 단순히 숫자밖에 파악이 되지 않지만.

만약 녀석들 중 일부가 통로로 넘어오면 드워프인지 기사단인지 확실히 확인이 될 것이다.

문제는.

통로를 넘어오는 순간.

우리와 급격하게 거리가 좁혀질 거다.

이 통로가 도달할 수 있는 장소는 딱 한 곳밖에 없으니까.

기사단이라는 말을 들은 맥크라이의 안색이 당황한 듯 바로 까맣게 변했다.

“어떻게…… 이 통로는 우리 드워프밖에는 모르는데.”

그런 이유로 솔직히 처음에는 당연히 드워프들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맥크라이 말대로 이 통로는 드워프들의 비밀 통로였으니까.

당연히 통로 근처를 배회할 녀석들은 드워프였겠지만…….

이 녀석들의 움직임이 문제다.

“뭔가 찾고 있는 것처럼 계속 도는 걸 봐서는 드워프는 아니에요.”

내 말에 맥크라이가 아차 했다는 듯 대답했다.

“설마 우리 뒤를 밟은 건가.”

“음. 그건 아니에요. 제가 쭉 살펴봤는데 우리가 넘어올 때까지만 해도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거든요.”

만약 중간에 광산 지형도 있는데 그 거리를 격해서 우리 움직임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면.

이미 통로를 돌파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저들에게 그런 특수한 능력을 가진 녀석은 없다는 뜻이 될 테다.

그때 나르샤 누나가 나섰다.

“아마 추적 기술을 쓴 것 같아.”

“추적요?”

“응. 아까 잠시 마주쳤을 때 기사들 중에서도 레인저 같은 복장을 한 녀석이 있었어. 로브 속에 숨겨져 있긴 했지만 얼핏 보였거든.”

“아. 나르샤 누나는 확실히 봤겠네요.”

아무래도 같은 궁수 계열 NPC다 보니 장비를 본다던지 하는 식으로 살폈을 수도 있었다.

추적이 가능한 녀석이 있었다면.

분명히 우리 흔적을 따라 비밀 통로 입구까지 따라왔을 거다.

일단 어떻게 비밀 통로 부근까지 왔는지는 알겠는데…….

맥크라이를 보면서 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통로는 넘어오지 못하는 것 아니에요?”

분명히 처음에 이 통로가 드워프들의 비밀 통로라고 들었다.

위치만 안다고 넘어올 수 있진 않을 터.

그런데 맥크라이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아마 넘어올 수 있을 걸세.”

그 말에는 모두가 궁금한 듯 맥크라이를 바라보았다.

한숨을 푹 쉰 맥크라이가 곧 대답을 꺼내놓았다.

“다른 드워프들을 협박했다면 말이지.”

“아…….”

이제 이해가 됐다는 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없겠네요.”

그런데 재중이 형이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것보다는 녀석들이 우리 의도를 파악했을 수도 있다.”

“헤르마늄 광산을 터는 것 말이네요.”

“놈들이 모른다면 좋겠지만.”

재중이 형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리 둘 다 모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드워프들을 통해 비밀 통로를 찾을 리는 없으니까.

“서로 부딪힌다면…….”

“바로 칼부림이 나겠지.”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돌려 우리 팀을 바라보았다.

으음.

과연 이대로 기사단과 전투를 벌이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피해야겠네요.”

“어, 만약 우리가 제압할 수 있다고 해도 피해를 아주 안 볼 순 없어.”

그 피해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아꼈다.

이게 단순히 피해 수준에서 끝나지는 않을 테니.

누군가 한 명 이상은 여기서 죽는다는 생각을 둘 다 하고 있었다.

“상대는 기사단이다. 그것도 에센시아 제국에서 내놓으라하는 상위 기사단이기도 하고. 대인전 능력이 결코 나쁘지 않을 거야.”

“네. 쉽지 않겠죠.”

기사단이라는 존재 자체가 애초에 대인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집단이었다.

집단 전투 역시 마찬가지고.

그들에게 있어서 몬스터 사냥보다는 오히려 이쪽이 더 전문 분야일 것이다.

당장 레벨 역시 저쪽이 더 높은데다가.

무엇보다 숫자.

재중이 형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바로 물어보았다.

“쪽수 파악이 돼?”

“음. 자세히 세어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 걸리는 건 이미 백여 명이 넘어가요.”

내 추측을 들은 우리 팀의 표정이 바로 굳어 버렸다.

생각보다 훨씬 숫자가 많았으니까.

단순히 기사단 하나가 온 게 아니라.

그 이상이 투입되었다는 말이었다.

전사 형이 투덜거리는 듯 말했다.

“이거 거의 13대1로 붙어야겠는데.”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만.

사실 저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를 한 번에 감당해야 한다.

특히 전사 형과 나.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근접전으로 틀어막아야 할 테니.

거의 한 번에 20명이 넘어가는 인원을 커버해야 할지도.

막내별이 바로 말을 꺼냈다.

“넓은 필드에서 붙으면…… 바로 포위당할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꼼짝 없이 죽겠죠.”

만약 포위당할 경우 넷이서 사방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안쪽에서는 챠밍과 막내별, 나르샤 누나를 지키면서 싸워야 한다.

손발이 더 묶일 확률이 높을 테고.

포위당하는 순간 전멸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바로 이 성마대전에서는 아웃이지.

아직 제대로 성마대전에 참가해 보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죽는 건 너무 웃기는 일이 될 테다.

“여기서 죽긴 해놓은 게 아깝죠.”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챠밍이 바로 대답했다.

“절대 포위당하지 않을 지형으로 이동해야겠어요. 여긴 너무 넓으니까.”

챠밍 말대로 이 사원의 입구는 석상들이 있었던 외곽 장소라 그런지 생각보다 꽤 사방이 트인 장소였다.

그때 나르샤 누나가 다른 의견을 냈다.

“차라리 통로를 막고 못 넘어오게 하는 건 어때? 좁은 곳에서 붙으면 해볼 만할 텐데.”

그런 나르샤 누나의 말을 들은 전사 형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막내별을 바라보면서.

“회복력이 버틸 수 있겠어요?”

“저 기사단 수라면…… 장담할 순 없어요.”

저건 안 된다는 뜻을 굳이 돌려서 말한 것이다.

만약 될 것 같았으면 막내별이 바로 해보자고 했을 테니까.

“거 봐. 아무리 타이탄 풀 플레이트로 무장하고 입구를 틀어막아도 상대 기사단 숫자가 백여 명이야. 이쪽이 지쳐서 먼저 떨어져 나간다고.”

“차륜전으로 나오면 오히려 우리가 불리하다는 거지?”

“응. 회복력과 체력이 못 버티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실수 없이 백여 명을 계속 막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리고 숫자를 줄여놓지 않으면 결국 시간만 끌 뿐이야.”

“그러네. 시간은 우리 편은 아니지.”

“무엇보다 우리와 달리. 기사단은 계속 지원군을 불러올 수 있을 테니.”

“갈수록 힘들겠어.”

상대적으로 비축된 자원이 밀리는 우리가 기사단을 상대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기사단 쪽이 유리해지는 싸움이 될 것이다.

물론 나나 재중이 형, 챠밍이 기사단 수를 줄여놓을 수 있긴 하겠지만.

그것도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어디서 마력이 무한대로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통로가 여럿이 전투를 벌이기 좋은 환경 역시 아니다.

시간은 끌 수 있으나.

딱 거기까지.

그런데 여기까지 듣고 있던 이쁜소녀가 정말 의외의 말을 꺼냈다.

“주호 오빠. 그런데 기사단이 우리가 여기 있는 거 모르지 않아요?”

“어?”

그 말에 바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확실히 그렇긴 한데.”

지금 우린 황실 비밀 던전에 있는 것처럼 위장이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맥크라이를 따라온 기사단으로 정체를 숨기는 중이고.

굳이 이걸 파고들지만 않으면.

딱히 문제되는 점이 없다는 건데…….

바로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요?”

“음. 어쩌면 전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해. 녀석들이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모른다는 가정하에 말이야.”

그러자 다들 시선이 맥크라이에게 가서 멈췄다.

“흠? 왜 그렇게 보는가?”

당장 여기서 모습이 드러난 것 맥크라이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들이 의심하는 게 맥크라이뿐이라면…….

바로 재중이 형과 시선을 마주치고 몇 가지 말을 주고받은 뒤 맥크라이에게 말했다.

“혹시 연기 잘해요?”

* * * * *

웅성웅성.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했던 대로 드워프들의 비밀 통로를 따라 기사단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이전에 봤던 녀석들이 있기도 했는데.

아예 다른 기사단으로 보이는 녀석들도 꽤 따라온 듯했다.

그리고 재밌는 건.

소속이 다른 기사단 녀석들이 마치 서로 못 볼 녀석들을 봤다는 듯 거리를 벌리고 따로 걷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호> 미리 물어보길 잘했네요.

<불멸> 아아. 확실히.

그중 이전에 재중이 형에게 검을 들이댔던 2기사단 녀석이 맥크라이를 발견하고는 친한 척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여기서 또 뵙습니다.”

“흠. 여긴 대체 어떻게?”

마치 깜짝 놀란 것처럼 화들짝 놀라는 맥크라이의 모습을 본 기사단 녀석의 표정은 웃음기로 가득해 있었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랄까.

지하 사원 입구 곳곳을 이리저리 둘러본 녀석의 얼굴에는 감탄의 표정이 묻어 있었다.

특히 천장의 반짝이는 뭔가를 보고는 그 표정이 더욱 짙어졌고.

천장 가득한 헤르마늄을 본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여기는 거려나?

거기다 이곳은 비밀스러운 지하 사원이었다.

분명 뭔가가 존재할.

이곳은 녀석이 찾고 있는 특수한 물건이 존재할 확률이 더욱 높기도 하고.

“드워프 장로님. 이런 곳을 발견했으면 미리 제게 말해 주셔야 서로 편하지 않겠습니까. 피곤하게 뒤를 따라오게 만들고 말이죠.”

저건 보고를 자신에게 하지 않아 힐난하는 딱 그런 모습이었다.

<불멸> 예상대로네.

<주호> 그러게요.

녀석은 딱히 우리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맥크라이가 이 장소를 찾았다는데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음. 나도 경향이 없었다네. 곧 알려주려고 했어. 여기 녀석들도 그래서 데려온 거고.”

맥크라이가 당황하면서 낭패한 듯한 딱 그런 얼굴을 하자 기사단 녀석은 오히려 괜찮다는 듯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지나간 일은 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게 중요하겠죠.”

그리고는 기사단 녀석이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다른 기사단 녀석들이 들리지 않게 맥크라이에 물었다.

“황제 폐하께서 찾으시는 물건은 어딨습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