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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24화 (1,112/1,404)

#1123화 신의 흔적 (16)

재중이 형과 내가 열심히 도망 다니며 몰아온 타락 천사 석상들은 딱 공격하기 좋게 일자로 따라왔다.

이 녀석들이 연계 공격을 한다든지 능력이 좋은 것까지는 확실히 알겠다.

하지만 어글이 우리에게 확실히 잡혀 있는데다가 잡힐 듯 말 듯 계속 공격할 여지를 두면서 몰자 주변을 보지 않고 계속 우리를 따라붙기만 했다.

덕분에 아주 제대로 몰이가 되었고.

이젠 챠밍이 얼마나 잘 해주느냐가 문제인데.

아까부터 풀 차징을 해놓은 상태라 그런지 챠밍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아이셔스 스태프가 허공으로 들어 올려지는 순간.

챠밍 주변이 어둑하게 변하면서 짙은 어둠을 만들어 내었다.

“마왕의 스태프라 그런지 확실히 이펙트부터가 다른데?”

“그러게요.”

그러면서 전사 형의 발뭉을 쳐다보았다.

저 대검 역시도 마왕의 무기지.

그 증거로 그렇게 타락 석상들에게 몰려 두들겨 맞았는데 전사 형이 아직도 살아 있었다.

물론 입고 있는 타이탄 풀 플레이트가 방어력이 워낙 높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발뭉 자체가 방어력을 추가로 가지고 있으니 어지간한 공격을 전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다 속성도 먹어주고 들어갔을 테니.

아마 저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빠졌으면 전사 형이 아웃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뒤로 빠져서 막내별에게 완전히 회복된 상태 같았다.

혹시라도 챠밍의 공격이 잘못되면 언제라도 뛰어나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좀 있다 보자.”

“네.”

그렇게 완전히 양옆으로 갈라지는 순간.

챠밍이 스킬을 시전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다크 월! 】

처음에 나온 스킬은.

검은 결계가 공중에서부터 내려오더니 곧 달려오던 타락 천사들을 가두는 높은 검은 벽을 세워내기 시작했다.

우리를 잡으러 잘 달려가다가 발목이 잡히자 성질이 난 타락 천사들이 곧 발악했다.

“크어어어!”

단체로 결계 안에서 난동을 부리자 다크 월이 서서히 부서질 것처럼 흔들려갔다.

그리고는 바로 모든 타락 천사들의 날개가 뒤로 확 펼쳐졌다.

“괜찮은 걸까요?”

“저걸로 끝이라면 문제겠지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의 시선이 챠밍에게 향했다.

확실히.

챠밍은 타락 천사들의 난동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곧 챠밍의 입에서 차가운 한 마디가 나왔다.

“멈춰!”

바로 챠밍이 아이셔스 스태프를 아래로 내리자 마치 무언가가 타락 천사들을 단체로 누르기라도 하는 듯 타락 천사들의 허리와 무릎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압착하듯 찍어 누르는 스킬.

이건 분명히.

전사 형이 쓴 다크 배틀 필드와 흡사한 면이 존재했다.

“다크 월이라는 게 그냥 결계는 아닌가 봐요.”

“아마 마법사용 마왕 압박 결계 같은데?”

재중이 형 말대로 강렬한 압박이 저 다크 월 속에서 적용되는지 타락 천사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원거리 마왕 결계라…….

아마 효용성으로 치면 이쪽이 월등히 위라고 봐야 하나?

전사 형 같은 경우에는 본인을 중심으로 결계를 치는 거니까.

거리를 두고 결계를 칠 수 있는 건 확실히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파지지직!!

타락 천사의 몸에서 계속 강력한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을 봐서는 챠밍이 암흑 속성으로 찍어 누르는 듯 보였고.

잠시이긴 해도 타락 천사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결계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뭐든 다 좋은 것만은 아닌 듯했다.

전사 형 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압박의 강도가 낮은 듯했다.

벌써 적응했는지 타락 천사들이 허리를 치켜들고 다시 날개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날지는 못하겠지만.

그 모습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챠밍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곧 챠밍의 눈빛이 빛나더니 곧 아이셔스 스태프에서 가공할 마력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 마법인가?

아이셔스 스태프는 말 그대로 마계 서열 2위 마왕의 스태프였다.

그 스펙도 스펙이지만.

안에 내장된 마법도 상당할 터.

하나하나가 다 아이셔스 마왕이 쓰던 스킬일 테니.

챠밍의 자신감도 거기서 오는 듯했다.

첫 번째가 단순히 묶어두기 위한 마법이라면.

두 번째부터는 화력 쇼가 될 것이다.

지금 건 단순히 광역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두는 용도지.

아니나 다를까.

챠밍의 아이셔스 스태프에서 검은 기운이 땅으로 퍼져나가 스며들더니 다크 월의 범위 위로 겹쳐지는 거대한 흑청색의 마법진이 생성되어 빠르게 돌아갔다.

그렇게 처음 보는 커다란 규모의 마법진이 타락 천사들을 잡아먹을 듯 사방을 뒤덮고 가속하더니 이내 강렬한 광역기가 터져 나왔다.

【 데몬 글래시어! 】

스킬이 시전되자 마법진으로부터 불길한 검은 빛을 띠는 거대한 얼음들이 끝없이 생성되어 올라오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내었고 이내 거대한 폭풍으로 변해 갔다.

휘이이잉!!

콰드드득!!

“그어어억!!”

이 검은 얼음 폭풍은 보통의 얼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좀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려던 천사 석상의 날개 자체가 폭풍에 뒤틀리면서 완전히 뒤로 꺾어졌다.

타락 천사들의 몸에서 그들과 어울리지 않게 밝은 빛들이 퍼지면서 검은 얼음 폭풍을 방어하려고 했으나, 검은 폭풍은 오히려 마치 생명이라도 있는 듯 그 빛들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모두 씹어 먹었다.

동시에 타락 천사의 신체 곳곳을 검은 냉기가 파고들며 그 위력을 더해갔다.

끼기긱!

으드득!

어둠을 품은 극한의 냉기는 성 속성을 가진 석상인 타락 천사들까지도 완전히 침묵시켰다.

상대적으로 약한 어둠 속성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는지 검은 냉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고.

전사 형이 휘파람을 불면서 두 손을 번쩍 올렸다.

“휘유. 역시 챠밍이야! 다 얼렸잖아!”

검은 얼음 폭풍은 이젠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휘몰아치며 범위 안에 있는 모든 타락 천사들을 얼려냈다.

레벨이 높은 타락 천사도 저 정도인데 저 안에서라면 그 어떤 존재도 얼지 않고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나르샤 누나가 어느새 다가와서 혹시나 모를 녀석들이 튀어나오는 상황에 대비해 영웅의 활을 겨누고 있었다.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

“아뇨. 생각보다는 할 만했어요.”

“너무 무리하지 마.”

“네, 알았어요.”

솔직히 갑자기 스펙이 확 올라가서 예전처럼 될까 봐 좀 조심한 것도 있긴 한데.

하지만 VRS 시스템인 노아가 아무런 경고를 주지 않는 걸 보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듯했다.

뭐 제대로 된 능력은 꺼내지도 않았으니 괜찮기도 했고.

전사 형과 이쁜소녀도 모두 복귀해 챠밍의 마법의 경계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튀어나오는 녀석들을 상대로 언제든지 달려들 수 있게.

한동안 계속되던 검은 얼음 폭풍이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하자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곧 챠밍 옆으로 다가갔는데 챠밍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만으로는 안 되나 봐요.”

그 순간 뒤틀리고 뜯겨진 채 얼려진 석상들이 얼음 폭풍이 사라지자 조금씩 얼음을 깨고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러게. 역시 이 정도로는 안 죽는 거려나?”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다른 스킬이 있긴 한데…… 이쪽은 시간이 좀 많이 걸려요.”

“지금보다 더?”

“네. 한…… 두 배쯤 넘게?”

“대체 무슨 스킬이길래…….”

지금 시전한 이 스킬조차도 차징하는 데 한참 걸렸다.

그런데 그것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이라고?

이건 어지간히 시간을 벌어주지 못하면 절대 쓰지 못하는 스킬일 거다.

“제한이 있어요.”

“응? 무슨…….”

“이 스태프만으로는 시전 시간이 너무 길어져요.”

“세트 템이었어?”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서 확답을 주었다.

“이거 참…… 마왕 아이셔스를 때려잡으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성마대전 끝판왕 정도 될 텐데.”

마왕 아이셔스를 잡는 건 아예 난이도 자체가 다르다.

“시전 시간을 줄일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네.

그런데 그때 이상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꾸드드득!!

챠밍의 광역기에 얼리고 부서져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는 타락 천사 녀석들의 석상 파편이 하나둘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사 형이 급작스런 변화에 놀란 눈으로 외쳤다.

“저건…… 뭐야?”

그렇게 떠오른 석상 파편들은 중간에 있는 그나마 온전하게 남아 있는 한 석상에게로 천천히 날아가더니 겉면에 점점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바로 고대 마룡의 창을 들어 올렸다.

뭔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이대로 끝나진 않는다는 거지?”

“형, 저건 혹시…… 서로 합쳐지는 건가요?”

“어, 무슨 합체 로봇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쓴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아마 합쳐지고 나면 네임드급이 될 거다.”

700대 엘리트들이 모여서 만든 네임드라.

이건 거의 아크 드래곤급이라고 봐야 하려나.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인지한 우리 팀 모두가 표정을 굳혔다.

그때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난 말이야. 합체 로봇 다 합체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악당들은 이해가 안 되더라고.”

그 말을 듣고는 나 역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게요.”

그리고는 바로 라페르나를 들어 올렸다.

“먼저 간다.”

재중이 형이 앞서 달려 나가고 그 뒤를 따라 달렸다.

곧 합체되고 있던 타락 천사 앞에 선 재중이 형의 고대 마룡의 창이 우르르 떨리더니 이내 강렬하고 붉은 기운이 창끝에서 뻗어 나왔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고대 마룡의 창에 내장된, 녀석을 대표하는 스킬이었다.

【 드래곤 버스터! 】

마치 거대한 화룡이 뻗어나가는 것처럼 앞에 걸리는 모든 존재들을 태워버리며 타락 천사들을 덮쳐 갔다.

풀 차징을 할 시간 자체가 없으니까 그냥 내질렀지만.

이 한 방은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한참 합체되고 있던 녀석들의 파편들 중 상당수가 재중이 형의 스킬에 죄다 박살 나거나 녹아내렸으니까.

그런데 중간에 있던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아마도 핵 같은 거려나?

재중이 형 역시도 같은 걸 발견했는지 내게 외쳤다.

“끝내! 주호!”

자세히 뭔지는 몰라도 지금껏 본 적이 없던 핵이 표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녀석들 중 하나에 숨겨져 있었던 모양인데.

합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낸 듯했고.

“네!”

재중이 형이 만들어 준 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최적의 기회였다.

곧장 라페르나 두 자루를 정면으로 들어 올려 교차시켰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최강의 공격.

비록 풀 차징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위력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타이밍 한 번.

딱 지금이면 된다.

이미 쿨이 돌아버린 스킬을 불러내기 위해 시간의 서를 꺼냈다.

【 시간의 서! 】

【 대천사의 가호! 】

그러자 바로 한 스킬에 불이 들어왔다.

잘 부탁한다.

【 그랜드 크로스! 】

대천사만 쓸 수 있는.

최강의 성 속성 스킬.

타락 천사를 쓸어버리기엔 부족함이 없는 스킬이었다.

교차된 라페르나에서 뻗어나간 십자 형태의 찬란한 빛이 타락 천사 석상의 핵에 작렬하면서 그대로 핵 자체를 박살내 버렸다.

동시에 모든 석상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크아아악!”

그런데 녀석들이 죽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메인 퀘스트 : 신의 흔적이 갱신됩니다. 》

흐음.

어쩐지 강하다 했는데.

이 녀석이 메인 퀘스트와 연관이 있던 녀석이었나?

그때 인벤에 있던 아이템이 갑자기 반짝이기 시작했다.

『 불완전한 키메라 아크 드래곤 하트 』

-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령의 기운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응?

이게 왜 여기서……?

그리고 반짝이는 또 다른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

드랍된 템들 중에 하나.

『 합성된 타락 천사의 핵 』

서로가 반응이라도 하듯 반짝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곧 고개를 돌려 우리 팀을 보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것들. 같은 건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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