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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13화 (1,101/1,404)

#1112화 신의 흔적 (5)

성마대전 시대에 이 신들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 흔적을 찾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

그럼 우선은…….

제국 황제부터 봐야 하려나.

선행될 일들을 처리해야 신이고 뭐고 만나볼 수 있을 테니.

“5황녀님, 제국 황제와 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내 말에 레오나 에센시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딱히 걱정이라기보다는 지금 상황에 대한 우려 같은 거려나?

“아, 뭐 황제에게 따지러 가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 받아야 할 것들을 제대로 못 받아서요. 일종의 빚 청구죠.”

“어떤?”

“대량의 매장량이 있을 헤르마늄 광산의 권리.”

그 말을 들은 레오나 에센시아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황제께서는 절대 내어주지 않을 거예요.”

그런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전부를 달라는 건 아닙니다. 황제가 그걸 다 내어줄 리도 없을 테고요.”

“그럼?”

분명 크루아 대륙 내에서도 매장량이 으뜸인 헤르마늄 광산이라고 했다.

그 정도의 광산의 권리를 쉽게 내어주지는 않을 터.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손놓고 황제가 꿀꺽하는 걸 구경하는 건 웃기는 일이지.

“몇 가지 요구와 함께 적당한 지분만 받을 겁니다.”

“황제께서 납득할 수준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아무리 주호 왕자라고 해도 황제께서 그냥 있진 않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뒷말을 살짝 덧붙였다.

“황제께서는 욕심이 많은 분이라.”

알고 있다.

겉으로는 호탕하게 내어주는 척하지만.

자신이 손해보는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내어주기 싫어도 내어주게 만들어야죠. 어차피 땅따먹기라는 게 남 눈치봐 가면서 양보하면 한도 끝도 없는 거라.”

“휴, 알았어요. 대신. 절대 무리하면 안 돼요. 아직 주호 왕자가 죽는 걸 보고 싶진 않거든요.”

“걱정 감사합니다.”

“걱정 아니거든요.”

살짝 상기된 레오나 에센시아가 바로 맥크라이를 데리고 사라졌고 얼마 뒤 병사들이 와서 우리에게 알렸다.

“황제께서 알현을 허락하셨습니다.”

* * * * *

“그래. 날 보자고 했다고?”

“그렇습니다.”

슬쩍 고개를 들어 제국 황제를 보자 전과 다르게 얼굴빛이 나빠 보이는 것 같았다.

정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챠밍의 추측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잠시 기다렸더니 황제가 내게 물었다.

“지금쯤 황실 비밀 던전으로 향해야 하는 것 아니었나?”

“아, 그렇긴 합니다만. 제가 중간에 뭔가를 좀 알아 버려서요.”

그리고는 대놓고 제국 황제에게 물었다.

“헤르마늄 광산. 그곳의 파수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자 무표정한 제국 황제와 달리 옆에 보좌하고 있던 그림자가 살짝 일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하네.

이 녀석들은 처음부터 헤르마늄 광산을 노리고 있었다.

“아크 드래곤이 그곳의 파수꾼이었죠?”

“흠. 꽤 유능한 정보원을 둔 모양이군.”

딱히 부정을 하지 않는 제국 황제의 모습.

그리고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내게 물었다.

“그곳의 권리를 내어달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역시 제국 황제를 딱지치기 해서 얻은 건 아니었다.

내가 아크 드래곤과 헤르마늄 광산 이야기를 하자마자 바로 원하는 바를 알아챘다.

뭐 이 상황에서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지만.

“이미 헤르마늄 광산 개발을 시작하신 걸로 압니다.”

이건 굳이 맥크라이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알 만한 내용이었다.

서둘러 맥크라이가 돌아간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계속 바라던 헤르마늄 광산을 얻었는데 제국 황제가 계속 묵혀둘 만한 인물도 아닐 테고.

“흠. 거기까지 알고 있었나.”

“서로 바쁜 사람들이니 길게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제국 황제에게 대놓고 말했다.

“헤르마늄 광산 전체 지분의 70%만 받겠습니다.”

내 말에 옆에 그림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강한 기운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황제가 손을 들어서 바로 그림자를 말렸다.

“됐다.”

“하지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네.”

다시 기세를 줄인 그림자였지만 여전히 나를 노려보는 듯했다.

뭐 나 같아도 광산 지분 70% 정도를 내놓으라고 하면 저런 반응이 나올 듯 하니까.

“주호 왕자가 헤르마늄 광산의 파수꾼인 아크 드래곤을 죽였다고는 하나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얻게 될 광산이었다.”

“네, 모르고 한 말은 아닙니다만.”

여기서 당신에게 시간이 별로 없겠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건 황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는 일과 다름없을 테니까.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말이지.

대신 다른 쪽으로 제국 황제의 시선을 돌렸다.

“헤르마늄 광산을 원하는 게 우리뿐만은 아니겠죠.”

이건 어떻게 보면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이지만.

지금의 제국 황제에게 이것보다 잘 먹히는 협박도 없을 것이다.

잠시 눈을 찡그리던 제국 황제가 내게 말했다.

“천사들을 말하는 건가.”

“네, 바로 그 녀석들이죠. 아주 싸가지 없는 녀석들요.”

솔직히 내가 본 천사라고는 대천사 루스밖에는 없었다.

그 녀석과의 만남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고.

그런데 그때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에센시아 제국 황제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음?

이건 생각지도 못한 보너슨데?

설마 천사들 욕 좀 했다고 바로 호감도가 올라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조금도 아니고 대폭 상승이라…….

예상 이상으로 제국 황제와 천사들 사이에 골이 좀 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잘 파고들면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래서 주호 왕자가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이전보다 조금 더 유해진 반응이랄까.

공공의 적은 서로를 끈끈하게 묶는 실이라더니.

여기서도 적용이 되는 듯했다.

“헤르마늄 광산. 그것도 매장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산을 천사들이 과연 그대로 두고만 둘까요?”

“흠. 설마 이걸로 협박이라고 하겠다는 건가.”

“아뇨. 그러면 저도 헤르마늄 광산에서 손을 떼야 할지도 모르는데 굳이 그러겠습니까.”

그러고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차하면 서로 엿 되는 상황을 만들어 보자는 걸 침묵으로 어필하는 중이니까.

천사군들에게 이 헤르마늄 광산의 존재를 알리는 순간.

제국 황제도 그렇지만 나 역시 손해를 보게 된다.

고민하는 듯 잠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던 제국 황제가 내게 말했다.

“채굴량의 20%만 넘겨주지. 아크 드래곤을 잡은 공로를 인정해서 하는 제안이다. 알다시피 채굴을 위해 광산을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도 있고. 운반과 가공 역시 제국에서 해야 하니까.”

70%에서 20%까지 후려치는 건 너무한데?

속으로 잠시 욕을 했다가 말을 꺼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뭐 그건 제가 알아서 하기로 하죠. 전체 매장량의 50%. 대신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안?”

어차피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넘겨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광산의 위치 자체도 에센시아 제국이니 원 소유권을 제국 황제가 쥐고 있기도 하고.

만약 제국 황제가 입을 싹 닦아버리면 에센시아 제국을 뒤엎지 않는 이상 소유권을 가져올 순 없었다.

화련처럼 작위라도 있어서 그 지역을 내가 소유하고 있다면 또 모를까.

그럼 확실히 100%를 내가 먹고 제국 황제에게는 세금만 주면 되겠지만.

어쨌든 지금 광산 소유권은 제국 황제가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제국 황제가 가장 꺼릴.

딱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천사들이 헤르마늄 광산을 신경 쓰지 못하도록 해드리죠.”

내 말에 제국 황제와 그림자가 동시에 놀라움을 표했다.

“흠. 그건 꽤 혹하군.”

좋아.

반쯤 넘어왔다.

사실 별로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도 저들이 이 방법을 쓸 수 있을 리는 없으니까.

이건 오직 유저여야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시 테이블을 튕기던 제국 황제가 이내 결심을 내렸는지 내게 말했다.

“좋다. 천사들의 방해 없이 헤르마늄 광산을 캘 수만 있다면. 50%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지.”

어차피 제국 황제 입장에서 천사들이 헤르마늄 광산을 점거해 버리면 서로 짜증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뭐 천사들이 대놓고 동맹을 깨는 식으로 나오진 않겠지만.

저 정도의 헤르마늄 광산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법도 하고.

“그런데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아마 알아도 못 하실 겁니다. 그냥 저한테 맡겨 두시죠.”

그러고는 제국 황제에게 대놓고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

맥크라이에게는 숨겨진 광산의 위치를 물어봤다면.

이번에는.

“성마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 전체의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 분포를 알고 싶습니다. 거기다 천사군과 마왕군의 세력 분포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내 말에 제국 황제가 살짝 눈썹을 꿈틀했다.

“그건 군사 기밀…….”

“어차피 알 만한 녀석들은 다 알잖아요. 다른 왕국도 알 테고.”

일단 로가슈 왕국도 동맹 아니었나?

그러니까 정보 좀 같이 트고 살자고?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내 말 뜻을 알아들은 제국 황제가 손을 휘저으며 그림자에게 명했다.

“주호 왕자에게 군사 지도를 주도록.”

“하오나 동맹 규율에 위반되는…….”

“왕자 말대로 이제 로가슈 왕국도 본 제국의 동맹이다. 주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천사들의 눈치 때문에?”

“……하명 받듭니다.”

큭.

이렇게 쉽게 빼올 수 있었다면 진작 할 것을.

우리가 적당히 유추만 하는 지도와 달리 이쪽은 진짜다.

맥크라이도 광산 위치만 알 뿐.

정확한 세력도 같은 것까지는 알지 못하니까.

그야말로 전체 성마대전의 흐름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걸 돈 주고 사려고 했다면.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갔을지는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다.

그림자가 주고 간 양피지를 펼치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 구 크루아 대륙 군사 지도 』를 획득했습니다. 》

이건 솔직히 수십억을 줘도 아깝지 않을 물품이다.

경매장에 내놓으면 실제로 웃돈 주고 사갈 녀석들이 즐비할 테니까.

그런 지도를 지금 코도 풀지 않고 공짜로 받아낸 셈이다.

무엇보다 천사들과 제국 황제의 사이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도.

저게 다 연기라면 소름 돋는 일이겠지만.

《 에센시아 제국 헤르마늄 광산의 지분 50%가 로가슈 왕국 소유로 변경됩니다. 》

《 이는 에센시아 제국과 로가슈 왕국간의 협약에 의한 조건부 변경입니다. 》

좋아.

지분 역시 확실히 넘어왔다.

매장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억 단위는 가볍게 넘어갈지도.

어쩌면 매장량에 따라 천문학적인 자금이 나올 수도 있었다.

<주호> 일단은 절반만 얻어냈어요.

<불멸> 호오. 생각보다 더 얻었잖아? 원래 30% 정도 생각했으니까.

<주호> 세게 나갔죠 뭐. 맥크라이에게 바로 채굴 작업 시작하라고 말해 주세요.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뽑아 먹어야 해요.

우리가 아무 믿을 구석 없이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채굴에 써먹을 드워프가 있으니까.

그리고는 곧장 전사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전사 형. 해주셔야 할 게 있어요.

<방패전사> 이야. 정말 얻어낸 거냐? 황제가 줬다고?

<주호> 어떻게 잘 풀렸어요. 이제는 전사 형이 유저들을 좀 흔들어 줘야겠어요.

<방패전사> 그래. 헤르마늄 광산에 대해서 풀라 이거지?

미리 약속된.

일이 잘 풀렸을 경우 할 작업을 미리 알려줬다.

그리고 곧장 전사 형에게 군사 지도를 전송해 주었다.

<주호> 네. 친절하게 위치도 알려 주고요.

<방패전사> 성마대전이 아주 난장판으로 변하겠군.

헤르마늄에 대해서 알고 나면 유저들이 과연 가만히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릴까?

절대 아니지.

당장 앞뒤 가리지 않고 갈 녀석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단순히 이 작업만 하고 끝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유저들은 눈속임뿐이니까.

유저들이 천사들을 이기고 헤르마늄 광산을 뺏을 수 있을 확률?

이건 솔직히 많이 어렵지.

당장 욕심에 치고 들어간다고 해도 천사들을 누르긴 어려울 테다.

일종의 떡밥이랄까.

넓게 뿌려놓고 천사들의 시선만 끄는 용도일 뿐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양념을 좀 더 쳐주는 게 좋았다.

그것도 천사들이 아주 싫어할 만한 양념을.

그렇게 다른 곳에 전혀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녀석들을 흔들어 놔야 한다.

<주호> 그럼 이번엔 마왕군 쪽에 줄을 좀 놓아 보죠.

동맹이라…….

우린 그런 거 몰라.

내 밥그릇에 숟가락을 올릴 것 같으면.

천사고 뭐고 다 치울 뿐이다.

전사 형 다음에 챠밍에게도 연락을 넣었다.

<주호>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전해줘. 기사단 전부 소집하라고. 우리 동맹 길드들에게도 입장 준비하라고 하고.

<챠밍> 이제 비밀 던전 들어가는 거예요?

<주호> 아니. 비밀 던전은 레오나 에센시아만 들어간다. 우린 다른 곳으로 갈 거야.

<챠밍> 네?

<주호> 어차피 비밀 던전을 레오나 에센시아가 공략하지는 못할 거니까. 적당히 하다 나올 거야. 하지만 헤르마늄 광산은 이야기가 다르지.

이쪽은 제국 황제가 직접 손을 쓸 거라.

그러니까.

뭔가 됐든.

무조건 우리가 먼저 찾아내서 가져와야 한다.

그것도 제국 황제가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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