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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11화 (1,099/1,404)

#1110화 신의 흔적 (3)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신이 되려고 한다고?

다소 황당할 수도 있었지만.

맥크라이의 말이 아주 허황된다고 하기도 어려운 건.

지금 내게 메인 퀘스트가 떴다는 점이었다.

《 메인 퀘스트 : 신의 흔적. 》

- 고대의 신들의 흔적을 찾아라.

- 고대 신 관련 NPC와 접촉하거나 신에 대한 정보 입수.

- 혹은 고대 신에 관련된 아이템 습득 시 연계 퀘스트 발동.

- 퀘스트 보상.

< 메인 퀘스트 : 고대 신을 찾아서 > 연계

그것도 한참 전에 받았던 메인 퀘스트와 유사한 퀘스트가.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형도 떴어요?

<불멸> 그래. 갑자기 신이라니. 이거 생각보다 꽤 큰 판에 끼어든 모양인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보자 모두가 같은 퀘스트를 받았다는 듯 내게 시선을 보내왔다.

일단 내게만 준 퀘스트는 아니라는 거고…….

그렇다고 하면.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후에 다른 누군가도 이 퀘스트들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마.

지금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화련이 가장 근접할 테고.

다른 유저들이 여기까지 얼마나 빨리 도달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려나.

우리가 이 퀘스트를 받게 된 건.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에 접근하면서부터니까.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다른 유저들도 해당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뭐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신이 되고 싶다라는 좀 허황된 스토리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호> 어떻게 생각해요?

<불멸> 메인 퀘스트? 아님 제국 황제?

<주호> 지금은 제국 황제 쪽이 맞겠네요.

어차피 해당 퀘스트가 떴다는 건 어떻게든 진행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 대한 내용은 메인 퀘스트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이쪽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일 테고.

만약 관련 퀘스트가 있었다면.

방금 맥크라이의 대화에서 분명히 해당 퀘스트가 떴을 테니까.

<불멸> 흐음.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제국 황제는 결국 죽잖아.

맞다.

이건 원 크루아 대륙 역사에서 확실히 나와 있는 사실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몰라도.

가까운 시기 내에 에센시아 제국 황제는 죽게 된다.

그래서 퀘스트가 없는가 싶기도 하고.

메인으로까지 진행이 되지 않는 스토리랄까.

<주호> 혹시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면요?

<불멸> 흐음? 그건 좀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신이 된다는 게 쉽진 않을걸?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재중이 형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애초에 제국 황제가 신이라는 존재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

성마대전에서 에센시아 제국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도 않았을 테고.

원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에게.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신이 되고 싶어한다는 말은.

그저 허황된 이야기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누구든지 지금 상황을 들으면 당황할 게 뻔하다.

그런데도 내가 속으로 동요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내가 마신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니까.

바로 테르타로스.

거기다가 항상 들고 다니는 르아 카르테 역시 무려 정령신의 무구다.

이쪽은 조금 뒤에 알게 된 셈이지만.

어쨌든.

마신이나 신이나.

정령신 같은 존재들이 내게 아주 멀고 먼 녀석들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당황한 모습 정도는 보여 주어야 했다.

너무 담담한 것도 이상하게 보일 테니.

“지금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신이 되고 싶다고 했나요?”

“흐음. 자네도 당황스럽겠지. 이걸 말해주는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레오나 에센시아를 바라보았다.

“5황녀도 알고 있었나요?”

내 물음에 레오나 에센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이전에 황제께서 비밀 연구소에 관련 연구를 몇 개 맡겼으니까요.”

“그냥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닌가요?”

“아뇨. 이 연구에 들어가는 자금이 에센시아 제국의 1년 운영비의 반이 넘는 수준이라고 하면 믿겠어요?”

“네?”

순간 대화를 듣고 있던 우리 팀들 모두 당황한 눈빛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에센시아 제국 운영비의 절반이 들어간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라 나 역시도 황당해했고.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였다.

<불멸> 제국 황제 이거 완전 진심이었잖아?

<주호> 그러게요.

저 정도의 자금이라면.

적당한 취미 생황이 아니라.

제국 황제 입장에서는 거의 올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한 국가의 운영비를 저렇게 빼서 쓴다면 당연히 나라 자체가 휘청일 테니까.

아무리 에센시아 제국이 돈이 많다고 해도.

저런 금액을 쓰고 계속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로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물었다.

“혹시 타이탄도 그 연구의 일환인가요?”

내 물음에 레오나 에센시아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타이탄의 제공은 천사군이 했지만. 무리해서라도 받은 건 제국 황제니까요.”

저 말에는 나도 들은 것이 있었다.

에센시아와 같은 제국인데 타란 제국은 천사군에게 타이탄을 받지 않았으니.

그때야 에센시아 제국이 덤탱이를 썼다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제국 황제도 노리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그 타이탄으로 헤르마늄 광산을?”

“음, 순서가 좀 바뀌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리고는 레오나 에센시아의 표정으로 굳으면서 말을 이었다.

“헤르마늄 광산에는 신의 흔적이 있다고 하니까요.”

“그럼 그걸 제국 황제가 원한다는 거죠?”

“네, 하지만 아무리 황제라도 제국 운영비를 그렇게 끌어다 쓰는 건 귀족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헤르마늄 광산은 위장이라는 건가요?”

“일단은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헤르마늄 광산이 돈이 되는 건 누가 봐도 사실이니까요.”

“거기다 매장량이 많다고 했었죠.”

“크루아 대륙에서 손꼽히는 헤르마늄 매장량이죠.”

그러면서 레오나 에센시아가 맥크라이를 바라보자 맥크라이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 있는 드워프 장로가 장담하는 헤르마늄 매장량이라…….

레오나 에센시아의 말대로 제국 황제라 할지라도 독단으로 제국이 휘청일 정도로 자금을 쓰는 건 확실히 귀족들이나 국민들이 반발을 가지기에 충분할 것이다.

대놓고 따지지는 못해도 문제가 되긴 한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게 헤르마늄 광산의 개발을 위해서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가 봐도 겉으로 보면 큰 자원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테니.

이걸로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움직일 명분은 충분해진다.

자금을 아무리 가져다 써도 괜찮을 만큼이나.

그리고 실제로 제국 황제가 헤르마늄 광산을 손에 넣기도 했고.

“이제 제국 황제가 하려는 걸 막을 사람은 없다고 봐야겠네요.”

“네, 원래도 없겠지만. 지금은 더 그렇겠죠.”

“헤르마늄 광산에 신의 흔적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요?”

내 물음에 레오나 에센시아가 맥크라이를 바라봤다.

“여기 있는 드워프 장로님과 저, 그리고 몇몇 드워프 정도만 알고 있어요.”

“흐음…… 그거 참.”

그때 재중이 형이 바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불멸> 이거 꽤 문제가 되겠는데?

<주호> 역시 그렇죠?

<불멸> 어, 아는 사람이 너무 적어. 여차하면 입막음하기에는 딱 좋은 숫자다.

내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는 말이었다.

만약 일이 틀어졌을 경우.

몇 명의 드워프와 눈앞의 레오나 에센시아만 제거하면 그대로 일이 묻혀버리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목을 내놓고 하는 일이라는 거지.

그때 레오나 에센시아가 안심하라는 듯 내게 말했다.

“아직 황제께서는 제가 안다는 걸 모르고 있을 거예요.”

흐음.

내가 만나본 황제라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다니까 여기서는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여기서 굳이 따져봐야 의미도 없는 일이라.

“그래도 조심하세요. 황제의 눈은 어디든지 있는 것 같으니까.”

“네, 유념할게요.”

“그런데 어떻게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죠? 황제라면 쉽게 정보를 내어주지 않았을 텐데요.”

제일 확실한 건 맥크라이가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말해 주었을 경우인데…….

그런데 이 경우는 레오나 에센시아가 그 전에 어느 정도 관련 정보를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쥐뿔도 없는데 대놓고 맥크라이가 말해주었을 리는 없으니까.

내 물음에 레오나 에센시아가 조금은 의외의 말을 했다.

“서로 연구가 겹쳐서 그랬다고 하면 될까요?”

“네?”

“제 분야가 사실 헤르마늄 광산 쪽이 아니었거든요.”

그 설명에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확실히 1,2 황자 정도가 아니라 5황녀가 굳이 이렇게 중요한 연구에 포함될 리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처음에야 5황녀를 밀어준다고 생각해서 가능할 거라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지.

적어도 겪어본 제국 황제라면.

뭔가 이득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제국 황제가 5황녀를 밀어주는 거다.

“그렇다면? 5황녀에게 바라는 게 있겠군요.”

“네, 전 정령 분야의 연구를 맡고 있어요.”

“아,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맥크라이가 맡은 게 헤르마늄 광산에 숨겨진 신의 흔적이라면.

레오나 에센시아는 비밀 정령석 광산에…….

“정령신의 무구군요.”

왜 둘의 분야가 겹친다고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둘 다 신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겹치는 셈일 테다.

그러다 천사군과 타이탄이 중간에 엮어 있으니까 어떻게든 연결이 됐을 테고.

지금 이 자리에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레오나 에센시아와 맥크라이가 같이 있는 게 우연은 아니라는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 마디가 나왔다.

“신에다가 정령신이라……. 이제 마신만 있으면 완벽하겠네요.”

그러자 레오나 에센시아와 맥크라이의 표정이 확 굳어 버렸다.

어?

얘들 표정이 왜 이래?

그때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둘에게 물었다.

“마신…… 관련 연구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재중이 형의 물음에 레오나 에센시아가 맞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건…….”

레오나 에센시아가 주저하자 재중이 형이 바로 쐐기를 박듯 말했다.

“큭, 황제는 될 수만 있다면 딱히 마신이 되는 것도 상관없는 하군요.”

이 말에는 맥크라이 역시도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어서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설마 베르탈륨 광산으로 간 게 드워프 왕인가요?”

“어떻게 그걸……?”

“그냥 그럴 것 같았어요.”

누가 봐도 반응이 그래 보이니까.

“적어도 한 곳에는 들리지 않아도 되겠네요.”

요하스 성국의 헤르마늄 광산.

이곳에는 일단 드워프 왕이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다른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에 1황자, 3황자, 혹은 2황녀가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광산들이 존재하는 국가들이 문제였다.

요하스 성국.

베르마 제국.

타란 제국.

이들 셋의 국가는 에센시아 제국이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가 없는 국가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국가들의 광산을 조사하기 위해 에센시아 제국의 황자와 황녀를 보낸다?

이건 대놓고 그 국가를 침범하겠다는 뜻과 다름없게 보일 테니까.

그럼 결국 누가 봐도 중립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알기에 그에 근접한 존재는 드워프들뿐이다.

뭐 드워프 왕이 에센시아 제국 황제의 부탁을 받아서 갔든.

자의로 갔든 상관없는 일이긴 한데.

문제는 내 손에 그 베르탈륨 광산에서 나올 법한 마신의 파편이 있다는 거다.

르아 카르테에 이어.

테르타로스라…….

정작 메인 퀘스트는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죄다 가지고 있는 이 상황은 대체 뭘까.

잠시 한숨을 쉬고는 재중이 형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주호>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날 노릴 만한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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