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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07화 (1,095/1,404)

#1106화 성마대전의 시작 (14)

맥크라이가 원하는 뭔가가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맥크라이에게서 나온 말은 내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내용이었다.

대천사의 무구라고?

순간 인벤 속에 있는 대천사의 무구를 맥크라이가 알 수도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

이건 다른 NPC들도 알 수 없다.

맥크라이 역시 마찬가지.

여기서는 당황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리고 재중이 형 역시도 같은 말을 했다.

<불멸>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저 녀석은 네가 대천사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걸 모른다.

<주호> 역시 그렇겠죠?

하지만 약간 걸리는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주호> 그런데 혹시 아크 드래곤을 잡을 때 대천사의 무기를 잠시 꺼냈던 건 어떨까요?

르아 카르테의 조합을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대천사의 무기에 있는 옵션도 좀 가져다 썼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천사의 무기가 드러나기도 했고.

여기서 한 번도 안 꺼낸 건 아니라는 거다.

<불멸> 맥크라이가 그때 봤으면 모를까. 그 정도로는 모를 거야.

<주호> 그럼 단순히 떠보는 건가요?

<불멸> 그럴지도. 아니면 정말 대천사의 무구가 필요해서 그럴 수도 있고.

재중이 형과 짧게 말을 주고받은 뒤 맥크라이를 빤히 바라봤다.

조금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진(眞) 토르의 봉인을 푸는 데 대천사의 무구가 필요한 겁니까? 아니면 본인이 대천사의 무구를 보기 위한 겁니까?”

내 질문은 딱 두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는 정말 진(眞) 토르의 봉인 해제에 대천사의 무구가 필요한 경우.

그리고 두 번째는 맥크라이가 대천사의 무구를 보상으로 원하는 경우.

앞의 경우라면 대천사의 무구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후자면 이야기가 아예 다르다.

그냥 이쪽은 그에 상응하는 다른 보상으로 바꾸면 된다.

맥크라이가 그걸 받아들이냐의 문제가 있긴 해도.

질문을 받은 맥크라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곧 대답을 했다.

조금 난감한 듯한 체스처를 보이면서.

“흠흠. 내가 능력이 더 된다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말이야.”

이어 맥크라이가 정말 아쉽다는 눈빛으로 이쁜소녀가 들고 있는 진(眞) 토르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아쉽게도 장로급의 능력으로는 일반적인 방법을 써서 봉인을 푸는 게 불가능해. 특히 저런 높은 급의 무구는 말이지.”

“그래서 대천사의 무구가 필요하다는 겁니까?”

“그렇지. 내가 직접 대천사의 무구 급의 물건을 봐야 겨우 봉인을 해제할 수 있을 거다.”

“이제껏 한 번도 못 본 겁니까?”

내 질문에 맥크라이가 정말 황당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에잉. 미친놈 같으니라고. 대천사의 무구가 어디 동네 상점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인 줄 아는가?”

으음.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미친놈 소리를 들으니 왠지 좀 오기가 생기려고 한다.

그냥 대천사의 무기를 확 보여 주고 치워?

그런 생각이 아주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대천사의 무구까지 꺼내 버리면 정말 설명해야 할 게 많아지게 된다.

뭐 벌써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도 꺼낸 마당에 못 꺼낼 게 있나 싶기도 하지만.

이쪽은 일단은 천사들의 영역이나 마찬가지니까.

맥크라이의 입이 얼마나 무겁냐의 문제가 있긴 한데…….

이건 그다지 신용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니, 그리고 자기가 대천사의 무구가 필요하다고 말해 놓고는.

그때 이쁜소녀가 흘깃 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손을 들어서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그럼 할아버지 말고 다른 드워프는 가능하다는 거예요?”

이쁜소녀는 내가 대천사의 무기를 가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 질문은 대천사의 무기를 꺼내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질문이었다.

“음. 드워프 왕께서는 가능하겠군. 그리고 대장로인 분들 중 능력이 높은 분들도 가능할 테고.”

“그럼 어디서 찾아볼 수 있어요?”

“보자…… 이곳에는 없고 내 스승님인 대장로님께서 타란 제국에 있으니 가능할지도.”

타란 제국?

그 대답에 이쁜소녀와 내 눈빛이 마주쳤다.

<이쁜소녀> 안 그래도 타란 제국에 가려고 했었죠?

<주호> 그래. 어차피 아크 드래곤의 잔해로 아이템을 만들려면 필요하니까.

<이쁜소녀> 그럼 해결이에요?

<주호> 일단은?

그런데 그 대장로에게 가도 확실히 봉인을 해제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차라리 여기서 처리하고 가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굳이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언제 갈지 모르는 타란 제국까지 기다리기에는 아쉬운 문제였다.

<주호> 형, 가능하면 이곳에서 마무리할까요?

<불멸>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좋은 아이템이 빨리 생기면 그만큼 도움이 될 테니까.

재중이 형은 딱히 고민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 말에 레오나 에센시아를 잠시 바라보았다.

“따로 이야기 좀 가능합니까?”

“네.”

그리고 레오나 에센시아를 따로 불러내어 물었다.

“맥크라이의 입이 얼마나 무겁습니까?”

그 순간.

레오나 에센시아의 동공이 눈에 띌 정도로 흔들렸다.

마치 못 들을 말을 들은 것처럼.

“설마 대천사의 무구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죠?”

이미 마왕의 플레이트와 진(眞) 토르도 보여준 상황이었다.

여기서 뭐 한두 가지 더 보여 준다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겠지만.

대천사의 무구는 또 다른 문제다.

무기의 주인이 직접 내려주지 않는 이상은 일반 유저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무기일 테니까.

그리고 이건 NPC들에게도 전부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이곳이라고 딱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고.

물론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했다.

막말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냥 대천사를 죽여 버리고 뺏으면 된다.

그게 거의 불가능하니까 문제이긴 해도.

“아마 황녀님의 대답 여하에 따라서 제 대답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물어봤나 싶기도 하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레오나 에센시아를 보고 가볍게 미소지어주었다.

판단은 알아서 하는 거니까.

잠시 고민하던 레오나 에센시아가 내게 말했다.

“내가 아는 드워프 중 가장 신용할 만해요.”

“만약 황제의 명이 있다면?”

“그렇다고 해도 드워프는 드워프 왕의 명령이 우선이에요. 지금은 계약 관계일 뿐.”

“제국 황제라고 해도 강제할 수는 없다는 거군요.”

“네, 직접 드워프의 왕과 담판 짓지 않는 이상은요.”

“좋아요.”

솔직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역시나 에센시아의 제국 황제였다.

이쪽은 어떻게 나올지 우리가 당최 알 수가 없으니까.

차라리 원 역사처럼 그냥 확 죽어있으면 그나마 좀 편했을 텐데.

지금은 너무 쌩쌩해서 문제였다.

다시 돌아와서는 재중이 형을 보고 말했다.

<주호> 새어 나갈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불멸> 그럼 저 녀석 놀라는 거 구경이나 해볼까? 저 녀석도 진짜 대천사의 무구를 가져올 거라 생각해서 말한 건 아닐 테니까.

재중이 형 말대로 대천사를 죽이거나 받아야 하는 물건을 우리가 가져올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을 터.

물론 이걸 원본 그대로 보여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잠시.”

그렇게 일행과 거리를 두고 좀 멀어진 뒤.

보이지 않을 정도가 돼서야 대천사의 무기인 라페르나를 꺼내 들었다.

【 웨폰 카피! 】

그러자 라페르나와 똑같은 레플리카가 생성되었다.

설마 진품을 달라고 하진 않겠지?

레플리카 라페르나를 들고는 다시 일행에게 돌아가자 모두의 시선에 내가 들고 있는 순백의 검신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중 특히 맥크라이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허억!!! 그건……!”

역시 드워프 장로쯤 되면 눈으로만 봐도 바로 아는 거려나?

그런 맥크라이에게 더없이 밝은 웃음으로 말했다.

“이거 필요하다면서요? 내가 잘못 알아들었어요?”

내 태연한 말투에 맥크라이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정말 이걸 가져올 수 있을 줄은…….”

그 옆에서 레오나 에센시아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천사의 무구가 얼마나 구하기 불가능한지 너무 잘 알 테니.

그리고 그건 맥크라이도 마찬가지였다.

두툼한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마치 신이라도 영접한 것처럼 내가 들고 있는 라페르나에게서 시선을 떨어뜨리지 못했다.

음.

이거 재밌는데?

슬쩍 라페르나를 옆으로 흔들자 맥크라이의 시선이 그대로 옮겨가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이거 보고 싶어요?”

반쯤은 장난인 말투지만 맥크라이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간절한 눈빛으로 날 보며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아무렴!”

그러자 내가 이전에 들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공짜로?”

<불멸> 크큭, 바로 돌려주는 거냐?

<주호> 네, 이제 입장이 반대니까요.

우리야 어차피 나중에라도 진(眞) 토르의 봉인을 풀면 된다.

타란 제국을 가서 맥크라이의 스승이라는 대장로를 만나든.

아니면 또 다른 곳에서 드워프의 왕을 만나든 말이지.

하지만.

맥크라이는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가 아니면 앞으로 절대 대천사의 무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마 우리가 성마대전을 끝낼 때까지 말이지.

어떤 대천사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무구를 맥크라이에게 보여주진 않을 테니까.

뭐 나중에 대천사의 무구를 제작해야 한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긴 할 텐데.

그럴 때는 오히려 드워프의 왕이나 대장로를 찾지.

굳이 장로급인 맥크라이를 찾진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금 내가 보여주지 않으면.

앞으로 맥크라이가 대천사의 무기를 구경할 기회는 일절 없다.

이게 바로 맥크라이가 내게 매달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곧 아픈 가슴을 쥐어짠 목소리로 맥크라이가 애원했다.

“크윽. 그걸 볼 수만 있다면 내 무엇이든지 해줄 수 있네.”

“호오. 그런가요.”

“그렇다마다. 그 어느 드워프가 대천사의 무구를 살펴볼 수 있겠나.”

이미 맥크라이의 머릿속에선 내가 어떻게 대천사의 무구를 얻었는지는 관심 밖인 듯했다.

사실 조금만 머리를 식히고 냉정했으면 바로 물어볼 만도 할 텐데.

이성적인 판단이 확 날아간 듯하기도 하고.

아주 느긋하게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그럼 제게 뭘 해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맥크라이에게 즉답이 나왔다.

“어떻게든 저 봉인된 무구의 봉인을 풀어 주겠네.”

“패스, 그건 어차피 타란 제국 가서 풀면 되는 거고.”

어디서 그거 하나로 퉁 치려고 하는 거지?

처음에야 맥크라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니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겠지만.

지금은 그 사실이 비수처럼 가서 박히고 있을 것이다.

“정 안 되면 나중에 드워프 왕이라도 한 번 찾아보죠. 대천사의 무구를 보면 아주 좋아하시겠네.”

“크흠.”

그러니까 그런 것들 말고.

가급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도 제외.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것들을 내놓아 달라는 거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이쁜소녀가 존경스럽다는 듯 날 바라봤다.

<이쁜소녀> 아까와는 완전히 입장이 반대가 됐어요.

<주호> 그러게. 장사는 이렇게 해야지.

갑과 을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라.

<이쁜소녀> 그럼 토르의 봉인은요?

<주호> 그건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고.

<이쁜소녀> 우와.

이후에 맥크라이가 몇 가지 제안을 했지만 내 성에 차지 않아 바로 고개를 저었다.

간혹 꽤 혹한 물건들도 있긴 했지만.

어차피 성마대전에 참가하면 어떻게든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부분 거절했다.

생각보다 드워프 장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고.

그러자 맥크라이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안 나는지 결국 내게 물었다.

“그럼 정말 뭘 원하는가?”

잠시 고민하고는 말을 이었다.

내 입 끝에 모인 맥크라이의 시선에 바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현재 크루아 대륙에 존재하는 숨겨진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의 위치.”

“그건……!”

안다.

드워프들에게도 극비로 된 중요한 정보라는 것을.

이어 당황하는 맥크라이에게 한 가지 제안을 더 붙였다.

“그리고 제가 원할 때. 아무 방해 없이 비밀 연구소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어요.”

후에 누군가에게 먹일 빅엿을 만들려면 꼭 이게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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