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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01화 (1,089/1,404)

#1100화 성마대전의 시작 (8)

시간이 지나 유저들이 선택한 성마대전의 국가들이 하나둘 붉은색으로 변해 더 이상 선택하지 못하게 되었다.

원하던 국가를 고르지 못한 유저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게시판에 제한 인원을 늘려달라는 청원을 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일찍이 좋은 국가를 고른 유저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 세상에. 벌써 다 찼네 ㅠㅠ.

- 그러게 좀 일찍 다녀라.

- 와, 이렇게 빨리 찰 줄 누가 알았나.

- 퇴근 시간 전에 보고 찍은 애들이 승자지.

- 난 서버에 유저가 이렇게 많을 줄 이제 알았다.

- 선택 못 한 국가들 전부 후방 국가네. 망한 듯.

- 전쟁 지역으로 가려면 한참 걸린다는데 후.

- 남은 국가에 히든 아이템이라도 있음 다행이지. 그것도 없는 국가는 답 없다.

그런 해당사항에 전혀 속하지 않는 상황이라 희비가 갈리는 유저들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제국에서 시작하는 유저들은 역시 없는 거려나.

아마 선택 가능한 유저들에게는 따로 표시가 되는 듯한데…….

나 역시 선택이 가능했다면 베르마 제국이나 요하스 성국 정도는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베르마 제국은 말 그대로 한참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고.

요하스 성국은 천사들이 있을 확률이 아주 높으니까.

비록 원 역사에서는 마왕들에게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쪽이긴 했지만.

그들이 가진 아이템이나 스킬 같은 것들은 제법 쓸 만할 테니 한 번쯤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마도 이번에 접속해 성마대전에 참가하게 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볼 수는 있겠지.

꼭 못 보게 된다고 하더라고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들이 대천사의 검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는 궁금했다.

과연 아군으로 생각할지.

아니면 적대를 할 건지.

의심스러워하기는 해도 일단은 대천사의 무기니 반기는 쪽이 될 거라 예상을 하기는 해도…….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려나?

일단 우리 팀과 돌아가며 연락해 서로 얻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앞으로 할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놓았다.

일단은 에센시아 제국에서의 일부터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그다음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타란 제국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만 하는 중이고.

아크 드래곤의 재료들을 가지고도 아이템으로 쓰지 못하면 그만한 손해가 없으니까.

그리고 화련에게 받은 의뢰 역시 처리해야 한다.

고대 마룡을 잡는 것 역시 쉽진 않겠지만.

이쪽은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 특별히 걱정하진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로가슈 왕국에 대한 일인데.

이쪽은 정작 들어가 봐야 아는 일이라.

과연 로가슈 왕국의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는 여기서는 알 수가 없으니까.

아직 점검 시간이 남은 듯해 잠시 눈을 붙였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 하늘이 어둑해질 때가 되어서야 전 서버의 점검이 풀렸다.

다른 서버들은 우리 서버보다 대부분 진행이 느린 편이지만 그래도 성마대전은 워낙 큰 업데이트라 동시에 진행한 듯했다.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는 이들이 속출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VRS에 들어가자 시야가 변하면서 새로운 로스트 스카이의 로고와 함께 웅장한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응?

메인 음악이 바뀐 거려나?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은하의 목소리가 귓가에 청량한 느낌으로 스쳐 지나갔다.

전에 급하게 녹음한다는 게 아마도 이 곡이었던 모양이네.

얼마 뒤 성마대전의 서막을 올리는 마왕과 천사들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VR이 내 주변으로 펼쳐지면서 성마대전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당장은 마왕들과 천사들이 직접 본체를 가지고 부딪치는 일은 없긴 할 텐데.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다 한 마왕에게 눈길이 갔다.

으음.

설마 여기서 저 녀석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른 유저들은 아직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난 이 녀석을 자주 마주쳤으니까.

마왕 바이카르.

몇 백 년 뒤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긴 한데.

전체적으로 풍기는 느낌은 비슷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녀석이 직접 전투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눈앞으로 뭔가 지나가는 듯하더니 곧 한 천사의 몸을 빠르게 가르고 반으로 찢어내며 피분수를 휘날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마왕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동시에 달려드는 천사 넷을 한꺼번에 허리를 갈라내며 앞으로 진격하는 모습은 전율을 불러냈고.

그리고 마지막에 시커먼 하늘이 열리며 거대한 뇌전의 흑색 창을 불러내어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은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들 정도로 화려했다.

그런 뇌전 창에 대항해 지상에서는 한 천사가 두 개의 광휘가 펼쳐진 백색 창을 교차해 하나의 거대한 십자형의 빛을 뿜어내었다.

저건…….

그랜드 크로스……?

설마 이걸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곧 두 개의 강렬한 스킬들이 부딪히면서 전장이 눈부시도록 새하얗게 변해갔다.

《 고대 성마대전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그렇게 영상이 끝나자마자 새하얀 공간에 이어지는 환영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시에 몇 가지 성마대전의 룰에 대한 설명들이 함께 메시지로 떠올랐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

《 성마대전에서 사망할 시 성마대전 시대에서 강제 이탈합니다. 》

지금쯤 접속해 이걸 본 유저들 모두가 경악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때까지 공개된 선공지에서는 사망하면 성마대전에서 탈락한다는 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걸 보자마자 등에 땀을 흘릴 유저들이 꽤 많이 있었다.

성마대전의 선택 국가에서 최전방에 위치한 국가를 선택한 유저들.

선택 국가 바로 앞마당에서 악마들과 몬스터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판국인데.

거기서 확실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나라고 해도 무리다.

장비가 엄청나게 좋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이제 겨우 성마대전에 발을 들이는 유저들의 장비가 거기에 맞춰 최적화되려면 시간이 한참이나 걸릴 것이다.

그동안 마왕군들이 가만히 기다려준다는 보장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당 국가를 버리고 튀면?

이건 너무 큰 리스크를 지고 시작하는 셈이다.

지켜야 하는 국가를 지키기 않고 바로 버리고 튀는 일이라.

특히나 유저들은 해당 국가에 소속이 되어 있고 또 기여도까지 쌓아야 하는 상황에 해당 국가를 버린다?

답도 안 나오지.

결국 엄청난 리스크를 쥐고 시작할 게 아니라면 그 국가의 상황에 맞춰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마왕군과의 전쟁이 그것이고.

뭐 살아남기만 하면 미친 듯이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게 쉬울까?

반면에 후방의 국가를 선택한 유저들은 안도의 숨을 쉬게 되겠지.

그나마 버티며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니까.

당장 전쟁에 투입되어 목숨을 날릴 필요도 없었고.

누군가는 좋아하고 슬퍼할 광경을 생각하며 시스템 메시지를 모두 넘기자 화면이 확 변하면서 이전에 마지막으로 접속했던 장소의 풍경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곧장 안도의 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휴.

일단은 확실히 에센시아 제국에서 시작하네.

혹시나 우려했던 것들 중에 하나는.

로가슈 왕국이 생기며 일어나는 파장들에 대한 일들이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된.

접속 지점.

혹여나 로가슈 왕국이라는 존재 때문에 정말 저 멀리 대륙에서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생각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때는 정말 운영자를 호출해서 단판을 지을 생각이었고.

다행히 그런 우스운 꼴은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른 유저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무려 2000명이나 되는 유저들이 로가슈 왕국을 선택했는데.

이들은 다른 선택 국가와 달리 시작지점을 특정할 수 없는 유일한 유저들이었다.

아마 그들 역시도 걱정을 하고 있을 터.

혹시나 싶어 바로 사장님에게 연락을 넣었다.

사장님을 비롯해 길드 인원 모두가 로가슈 왕국을 선택하는 모험수를 뒀다.

애초에 시작하는 국가가 같지 않으면 나중에 뭉치기가 힘들기도 하고.

서로 다른 국가에 소속되어 있으면 결국 그 국가의 일이 우선이 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로가슈 왕자인 나 때문에라도 길드원들 모두가 로가슈 왕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주호> 사장님, 어디에요?

벌써 접속하셨는지 메시지는 제대로 갔다.

제발 저 멀리 있는 대륙은 아니라고 해줬으면.

<카이저> 허. 이거 참. 여긴 어디냐?

으음.

망한 건가?

어딘지 모른다는 건.

재수 없으면 다른 대륙.

아니면 어딘가 랜덤 지역인데.

그나마 이쪽 대륙이면 다행인 상황이다.

적어도 걸어서 이동할 순 있을 테니.

<주호> 혹시 주위에 뭐가 보여요?

<카이저> 흐음. 커다란 성벽?

성벽이라는 말에 살짝 눈이 찡그려졌다.

아무래도 다른 대륙일 것 같은 나쁜 예감이 막 든다.

<주호> 설마 옛 로가슈 왕국에서 시작한 것 아니에요?

성벽이라고 하면 그쪽에도 있으니까.

국가를 선택한 이상 어딘가의 국가에서 시작할 텐데.

결국 로가슈 왕국에서 시작한 듯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내 생각과는 좀 달랐다.

<카이저> 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병사들의 복장이 로가슈 왕국에서 봤던 복장하고는 많이 다르구나.

<주호> 그래요?

그럼 어디서 시작한 거지?

설마 다른 국가에 랜덤으로 떨어진 거려나?

이쪽이 아무래도 조금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카이저> 보자.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져 있고. 중간에 비공정 같아 보이는 잔해들도 꽤 걸쳐져 있는데? 여기 무슨 전쟁이라도 일어났던 거냐?

응?

왜인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의 저 묘사가 익숙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주호> 또 뭐가 보여요?

<카이저> 으음. 저 멀리 뭔가 폭격이라도 일어난 듯 몇몇 구역이 죄다 크레이터로 변해 있구나. 마을 몇 개 크기는 되겠는데?

어?

설마…….

아니겠지?

<주호> 사장님 주변에 보이는 국기. 어떻게 생겼어요?

그러자 사장님이 몇 가지 특징을 설명해 주었는데.

그 설명이 나도 모르게 진이 풀려서 웃고 말았다.

<주호> 사장님, 아무래도 제대로 버스 타신 것 같아요.

<카이저> 무슨 말이냐?

어리둥절해하는 사장님의 말에 곧장 웃으면서 사장님을 반겼다.

<주호> 에센시아 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설마 로가슈 왕국이나 다른 왕국들이 아닌 이곳에서 시작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제국과 성국은 아무도 선택을 못 했으니까.

우리야 특별한 케이스였으니 제외하더라도.

<카이저> 허허…… 정말 제대로 버스를 탔구나.

이윽고 사장님뿐만 아니라 접속한 길드원들에게서 하나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딘지 몰라서 어리둥절하다가 결국은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는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 우오오오! 제국이다아!!

- 미쳤네. 그럼 우리만 제국에서 시작하는 거냐?

- 이야. 제대로 버스 탔잖아.

다들 소속이 일단은 로가슈 왕국이긴 한데.

제국 중 한 곳에서 시작한다는 점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었다.

얼마 뒤 재중이 형을 비롯한 우리 팀 역시도 접속을 해서 내 옆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 난리 통을 보고는 다들 환하게 웃어버렸다.

재중이 형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이거, 최고의 시작인데?”

“역시 그렇죠?”

그리고 이 난리는 우리 쪽 길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갑자기 전체 창이 마비될 정도로 다발로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많이 나오는 한 마디는 바로 이 말이었다.

- 로가슈 왕국 만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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