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8화 성마대전의 시작 (6)
은하와의 연락을 마치고 홈페이지 게시판을 열어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 진짜 성마대전 하네?
- 그럼 과거로 간다는 거야?
- 아마도 그런 듯.
- 와, 전에 누가 그 얘기 한 적 있는데. 성지 순례 가야겠다.
- ㅋㅋ. 그땐 진짜 농담인 줄 알았더니 맞아버리네.
- 그런데 성마대전이면 우리가 인간 편인가?
-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나.
- 들어가면 웃기긴 하겠네. 우리 장비들 죄다 메이드 인 마계잖아.
- 진짜ㅋㅋㅋㅋ. 입고 있는 거 보면 당장 마왕군이라고 해도 다 믿겠다.
- 그럼 왕구 하나 먹고 마왕군이나 해볼까?
- 미친 새끼ㅋㅋ. 그러다 골로 간다.
- 안 될 것 없지 않아? 어차피 왕국도 엄청 많던데. 하나 정도는 먹을 수 있을 듯?
- 말이 나와서 그런데 안 그래도 우리 쪽 연합에서 왕국 하나 작업 들어가기로 했음.
- 캬. 다들 스케일 크게 노네. 근데 왕국이 쉽게 먹어짐?
- 쉽진 않지만 어차피 알고 있는 과거 좀 이용하면 어떻게든 될 듯?
- 아, 맞다. 왕국 중에 가르시아 왕국 봤냐?
- 제국 아님?
- ㄴㄴ. 과거에는 왕국이었음. 그것도 완전 변방이드만.
- 와, 그럼 어떻게 제국 됐데? 신기하네.
- 다른 제국들 다 망해서ㅋㅋㅋ.
- 그건 말 된다.
- 야, 그거보다 로가슈 왕국 봤냐?
- 어, 그 왕국도 있었지.
- 주인 누군지는 알고?
- 그때 당시에 왕 아님?
- 이 새끼. 아직 공부를 덜 했네. 한 번 정보 찍어봐라.
- 헐. 왕자가 주호라고? 이거 실화냐?
- 와……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네. 대체 뭔 짓을 했길래 벌써 왕자냐.
- 그거보단 주호가 우리보다 먼저 성마대전 시대를 하고 있었다는 소리가 맞겠지.
- 그러네. 이놈은 업데이트도 안 된 걸 어떻게 들어간 거야?
- 버그 아님?
- 에이, 아무리 주호라고 해도 운영자가 안 열어주면 못하지.
- 하긴. 그럼 대체 뭐야? 원래부터 있었던 건가?
- 혹시 주호가 먼저 들어가서 난리쳐서 운영자들이 급하게 공개한 거 아님?
- 크크크크, 이제껏 본 이야기 중에 제일 말 안 된다.
- 아니. 주호는 그러고도 남을 놈이라니까? 벌써 왕자 먹은 거 봐라. 가만 뒀으면 제국도 먹었을 걸?
- 진짜 그러고도 남을 놈이긴 하지.
- 근데 이러면 우리도 로가슈 왕국 뺏어도 되는 거 아닌가?
- 쉽겠냐? 저 주호 상대로.
- 우르르 몰려가면…….
- 예전에도 그 생각 하다가 피 터진 새끼들 줄 세우면 지구 열 바퀴는 되겠다.
- 맞아. 숫자로 해결될 놈이면 벌써 죽었음.
- 그러고 보니 주호가 죽었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어봤네.
- 누구 들어본 사람?
- 나도 못 들어봄.
- 그놈이 좀 오래 접기는 했지만 죽진 않았을걸?
- 없음.
- 전쟁이 나도 안 죽던데?
- 세상에, 로스트 스카이 하면서 진짜 한 번도 안 죽을 수도 있나?
- 그게 가능한 놈이 주호임. 그러니까 함부로 깝치지 마라. 정말 훅 간다.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긴 한데.
대체적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단 제국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제국은 덩치가 크니까 쉽게 마음을 못 먹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몇몇 연합에서 작정하고 왕국을 먹겠다는 글은 종종 볼 수 있었다.
왕국 정도는 해볼 만하다 이거겠지.
그중에서 가르시아 왕국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어차피 이 시대의 가르시아 왕국은 내가 있던 시대의 제국도 아니고.
황제인 마리아 가르시아도 없으니 굳이 누가 먹든지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로가슈 왕국은 내가 왕자라서 다들 한 번씩 입에 올리기는 했는데.
문제는 로가슈 왕국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 있는 왕국에 대한 정보가 성마대전 시대에 있을 리가 있나.
뭔가 왕국을 차지하려고 해도.
실제 크루아 대륙의 지도상에는 로가슈 왕국의 그림자도 없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왕국이랄까.
영토나 성 같은 건 더욱 없었고.
뭔가 공격할 거리라도 있어야 해볼 텐데.
그래서인지 의외로 로가슈 왕국은 버려진 왕국같이 여겨지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왕자인 것과는 별개로.
공격해봐야 딱히 얻을 것도 없는데 굳이 저 많은 왕국들을 두고 내게 관심을 둘 만한 녀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다.
“이쪽은 어떻게든 되려나…….”
왕자 직위만 어떻게든 유지되면 당장 에센시아 제국을 버릴 이유는 없으니까.
그보다는 다른 쪽에 더 눈이 갔다.
에센시아 제국과 타란 제국과 더불어 제국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베르마 제국.
요하스 성국.
이 중 요하스 성국은 이전의 신성 제국 제넨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국가였다.
그리고 현재 존재하는 제국 중에 가장 천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이기도 했고.
“아마 천사들은 이쪽에 있겠지.”
그리고 지도에서 요하스 성국이 위치한 장소를 손으로 찍어 보았다.
정확히 에센시아 제국과 타란 제국 사이에 있는 위치다.
그리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베르마 제국이 있고.
이 제국이 문제라면 문제겠지.
왜냐하면.
지금 성마대전에서 가장 많은 라인을 긋고 있는 제국이기도 하니까.
서쪽 지방을 지원하는 에센시아 제국과 동쪽 제국을 맡고 있는 타란 제국과는 달리.
이 베르마 제국은 그야말로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의 제국이었다.
사실 에센시아 제국보다.
이 베르마 제국이라는 곳이 전력 면에서는 훨씬 강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다소 남쪽에 위치해 전쟁에 익숙하지 않는 곳이 이곳 에센시아 제국이었다.
성마대전 중후반부까지 에센시아 제국이 버티고 있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저 베르마 제국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고.
최전선에서 정말 오랜 시간 마왕군을 막아 주었으니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센시아 제국은 남쪽에 위치한 왕국들의 전력을 모아서 베르마 제국이 맡지 못하는 라인에 지원을 해주고 있는 셈이었다.
베르마 제국이 무너지면.
그다음은 바로 다른 왕국들과 에센시아 제국, 타란 제국, 요하스 성국이 가시권에 들어오니까.
서로 어떤 나쁜 관계가 있다 한들.
지금은 무조건 베르마 제국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간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해야 하나?
아마 에센시아 제국에서 올라간 영웅들 대다수도 지금 베르마 제국에 머물면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 빨리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최소한 베르마 제국은 그대로 전장의 라인을 잡고 버텨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뒤쪽에서 최대한 빼먹을 걸 마음껏 빼먹을 수 있으니까.
다른 유저들의 생각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에센시아 제국, 타란 제국, 요하스 성국 같은 경우에는 유저들이 처음에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우리와 화련 쪽 사람들과 달리 말이지.
어떻게 보면 선점할 수 있는 게 엄청난 이득이라고 해야 하려나.
지금은 각 제국에서도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
과연 다른 유저들은 어떤 왕국을 선택할는지…….
아직 유저들은 모르겠지만.
한 번 죽으면 성마대전 시대에서 퇴장이라는 걸 알게 되면.
예상과는 꽤 다른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만약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한다면.
성마대전의 전장에 가까운 왕국을 할 것인지 아니면 후방에 위치한 왕국에 갈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전방의 왕국으로 가면 필히 전투가 자주 일어나니 그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터.
죽지만 않고 버틸 수만 있다면 말이지.
반대로 후방의 국가로 가면 성장은 느린 대신.
꽤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다.
성마대전에서 지면 다 죽는 건 비슷하긴 하겠지만.
그리고 공적치를 쌓아야 용사 후보와 영웅 같은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해 보면.
후방으로 가는 건 그다지 좋은 판단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리 잘해도 후방에서는 공적을 쌓을 일이 거의 없을 테니까.
기껏해야 숨겨진 유물이나 아이템을 찾아내는 정도일 텐데…….
사실 그걸 고려하고 움직이는 유저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경쟁률도 치열한데 한데 모여 서로 치고받다 보면 오히려 더 죽어 나갈 테고.
일단 이쪽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려나?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재중> 여. 안 쉬고 뭐 하냐?
<승호> 아, 사장님에게 연락 왔었어요?
<재중> 응? 아까 연락했지. 왜?
<승호> 길드 사람들은 어디로 가나 해서요.
아직 딱히 여기에 대해서 말해둔 게 없었다.
<재중> 어차피 제국은 선택 못 하니까 에센시아 제국에서 가장 가까운 헤멘 왕국으로 하라고 했다.
<승호> 그런가요. 나쁘지 않네요.
어차피 왕국에서도 한참을 이동해야 에센시아 제국에 올 수 있었다.
그나마 위치가 가까워야 제국으로 옮기기 좋을 것이다.
<재중> 아님, 아예 로가슈 왕국을 선택하라고 할 수도 있고.
<승호> 어…… 그게 되는 건가요?
<재중> 나도 모르지.
<승호> 그럼 만약 선택하면 어디로 떨어질까요?
<재중> 아마 네 옆? 어차피 영토도 없는데 말이야.
<승호> 혹시 저 멀리 다른 대륙으로 떨어지면요?
<재중> 망하는 거지.
<승호> 진짜 그렇게 되면 욕 좀 먹겠네요.
이거 참.
일부러 해보라고 할 수도 없고.
잘못하다가 정말 다른 대륙에 떨어지면.
그야말로 낭패다.
시간 낭비는 기본이고.
바로 성마대전을 접는 것밖에는 길이 없다.
<재중> 설마 우리 외에 로가슈 왕국 선택하는 멍청이가 있을까.
<승호>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그러진 않겠죠.
뭔가 얻어먹을 것도 없는데다가.
영토도 없고 성도 없고.
자원도 없는.
그야말로 왕자와 공주. 공작 몇 명만 덩그러니 있는.
이 껍데기뿐인 왕국을 선택한다는 건.
성마대전 시대에 널리고 널린 수많은 기회들을 날린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정신 똑바로 박힌 녀석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선택지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할 때는 잘 몰랐다.
생각 밖의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예상보다 꽤 많을 수도 있다는 걸.
* * * * *
《 서버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접속 전 국가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미리 와서 성마대전 시대에 국가 선택이 가능하도록 알려 주었다.
각 국가마다 선택할 수 있는 숫자에 제한을 두고 있었고.
특정 한 국가에 너무 몰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거려나?
가령 에일 왕국 같은 경우에 우리가 알기로 시마트라라는 물건이 존재했다.
시마트라가 뭐냐면.
기존의 검과 달리 반월형의 기형 검인데.
이게 그렇게 성능이 좋다고 한다.
얻는 방법은.
이미 퍼질 대로 퍼졌고.
먼저 접속하는 사람이 가져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게시판에는 시마트라에 대한 정보가 넘쳐났다.
이런 아이템뿐만 아니라 곧장 얻을만한 아이템에 대한 수요는 넘쳐나는데 정작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우리야 기회는 있지만.
굳이 에센시아 제국에서 가장 멀리 있는 에일 왕국까지 갈 정도로 그 검이 탐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몇몇 알려진 아이템이 존재하는 국가는 인기가 폭발할 것이다.
거기다 다른 얻을 만한 좋은 물건이 있는 곳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점점 국가들의 접속 가능한 유저들의 카운트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혀 의심치도 않았던 한 국가의 숫자가 오르는 것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 로가슈 왕국 선택 가능 인원 》
『 10 /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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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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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4 / 2000 』
“다들 미친 거 아냐?”
대체 뭐 먹을 게 있다고 여길 선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