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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97화 (1,085/1,404)

#1096화 성마대전의 시작 (4)

베르탈륨.

일종의 암흑 물질로서 정확히는 타르석의 상위 호환이라고 해야 하려나.

마계에서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는 물질이라 한 줌의 베르탈륨으로도 그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타르 광산이 구리 광산 정도의 값어치라고 치면.

베르탈륨 광산은 그야말로 보석에 가까운 값어치를 지닌다고 보면 된단다.

아예 값어치의 척도 자체가 다른 셈이었다.

<재중> 천계 쪽에서도 비슷한 물질이 있긴 해.

<승호> 으음. 듣다 보니 얼핏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분명히 전사 형이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땐 한참 뒤의 일이라 생각해서 넘겼던 것들이었다.

하긴 워낙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외워야 했던지라 후순위로 밀린 것도 없잖아 있었지.

당장 에센시아 제국의 정보만도 외우기 바빴던 터라.

<승호> 분명 무슨 헤…… 어찌고 였는데.

<재중> 헤르마늄.

<승호> 아, 맞아요. 그거.

<재중> 그래. 헤르마늄은 천사들이 미치는 물건이지. 아마 그거 얻으려고 인간계를 쥐 잡듯이 뒤지고 다녔을걸?

<승호> 혹시 그건 에센시아 제국 근처에 있어요?

<재중> 나야 모르지. 원 역사에서 이 물질들의 위치를 알려준 기록이 없으니까.

<승호> 그런데 화련은 어떻게 알았죠? 정확하게 원하는 영지를 찍었던데.

<재중> 글쎄? 일단 능력이 좋은 여자니까. 어디 마왕 하나 구워삶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치면 우리가 오히려 마왕과 밀접하긴 한데.

대놓고 친한 마왕이 없는 게 문제긴 했다.

천사는 더 그렇고.

우리가 만난 마왕과 대천사는 하나같이 칼부터 들이미는 녀석들이라.

굳이 우호적인 마왕이라면 마왕 벨라 하나인데.

얘는 채 정보를 얻기도 전에 실종된 지 오래고.

지금쯤 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살아는 있으려나 싶다.

그때 재중이 형이 내게 흘리듯 말해주었다.

<재중> 사실 쟤들 성마대전 일으킨 게 별 이유가 없어.

<승호> 네?

<재중> 인간계 쪽에 뭐 볼게 있다고 저리 싸우겠냐. 설마 공기가 더 좋아서?

<승호> 그건…… 아니겠죠. 혹시 방금 말한 물질들 때문이에요?

<재중> 반 정도는? 그것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한데. 얘들도 무시할 수 없지.

<승호> 일종의 자원전이라는 건가요?

<재중> 어, 넌 금과 보석이 막 쌓여 있는 곳이 있는데 주인들이 못 알아봐. 그런데 또 거기가 어떻게 잘하면 우리가 가질 수 있을 것도 같은 생각이 들면 어쩔래?

<승호> 으음. 한 번쯤 건드려는 본다는 건가요?

<재중> 그렇지. 그러기 위해서는 쟁쟁한 경쟁자를 제쳐야겠지만.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

마왕군과 천사군이 인간계에서 치고받는 게 결국 자원의 문제라는 거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쪽이 더 실리가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너네는 적이니까’라는 것보다는 백배쯤은 타당성이 있는 이유였다.

<재중> 우리가 원래 있던 세상에서 천사들은 거의 못 봤지?

<승호>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한참 마족에 마왕, 마신까지 나오는 판에 천사 쪽 진형에서는 뭔가 이렇다 할 강한 녀석들이 나오지도 않았다.

굳이 하나쯤 있다면 봉인된 대천사 루스 정도이려나?

그 녀석은 봉인되어 있었으니 실질적으로 보면 등장 자체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

<재중> 간단한 문제야. 사실 걔들 쳐 발려서 그래. 마왕들한테.

<승호> 전력에서 밀렸다는 거네요?

<재중> 어, 성마대전에서 싹 발리고 나중에는 인간계로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잖아.

조금 어이없는 말이긴 한데.

듣고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로스트 스카이의 시작 시점부터가 애초에 시커먼 하늘에 마기가 넘치는 세상이니까.

그걸 조금씩 빛의 세상으로 바꿔 가는 건데…….

한 구역을 클리어할 때마다 세상이 바뀌는 진풍경을 보긴 했었다.

그때는 당연히 그게 맞는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래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재중> 어떻게 보면 그 천사들이 성마대전에서 밀린 뒤치다꺼리를 우리가 하고 있는 거야.

재중이 형이 적나라하게 지금 상황을 까버렸다.

정작 천사들은 나서지도 않고 유저들만 마족들을 상대로 신나게 싸우는 상황이라.

그것도 엄청나게 거창한 이유도 아닌.

자원전에서 밀린 천사들을 대신해서 싸우는 중이라니.

<재중> 중간에서 유저들만 새우등 터지는 거지.

<승호> 뭐 그걸 더 좋아하는 게 문제죠.

사실 유저들 중에 이런 성마대전의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을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조차도 그들의 사정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그럼에도 서로가 노리고 있다는 것에는 관심이 갔다.

<승호> 자원전이라는 건. 결국 가지고 있는 게 많은 쪽이 이기는 거겠죠?

<재중> 전쟁도 결국은 자원이 있어야 이길 수 있으니까. 어느 한쪽에서 특출나게 강한 뭔가가 있지 않은 이상에야.

성마대전 안에 숨은 배경은 겉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었다.

실리를 위한 자원전.

<재중> 성마대전의 최전선도 지금 자원 수확을 위한 땅 긋기를 하고 있는 중이니까. 인간들이야 그냥 침범하는 마왕군을 막는 데 급급하겠지만. 천사나 마왕 쪽은 이야기가 다르지. 땅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가질 수 있는 자원이 확 변하잖아.

우리는 잘 모르지만.

천사나 마왕 쪽 녀석들은 정보를 제법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승호> 화련도 알고 있을까요?

<재중> 베르탈륨을 찾아낼 정도면 대략 알고 있지 않겠어? 머리가 나쁜 여자는 아니니까. 오히려 베르탈륨의 위치를 먼저 찾아낸 걸 보면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다고 봐야지.

흐음.

자원전이라…….

결국은 많이 먹는 자가 승리하는 게임이라는 거다.

그게 천사군이 되었든.

마왕군이 되었든.

인간들이 되었든 말이지.

그때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어서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승호> 후에 에센시아 제국에 마왕군이 침범하잖아요.

당장은 아니지만 분명히 마왕군은 에센시아 제국으로 진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꽤 많은 영웅들이 죽어 나가기도 하고.

<재중> 그랬지.

<승호> 그렇다면 역시 에센시아 제국 주변에서도 뭔가가 있다는 말이겠네요. 아까 말한 헤르마늄 같은 물건요.

물론 인간군을 대표하는 제국 중에 하나라 마왕군쪽에서 진격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자원전의 성격이 강한 전쟁이라면…….

적의 섬멸보다는 뭔가 또 다른 것을 얻기 위해 공격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

마왕군의 다수를 희생해서라도 꼭 얻어야 하는.

무언가가.

<재중> 확률이 반반이긴 한데…… 배제할 순 없겠네. 에센시아 제국에 뭔가 중요한 자원이 있다는 걸.

아쉽게도 우리가 당장 그걸 찾아낼 방법은 없었다.

원 역사의 기록을 남긴 녀석들은 아마 이런 내용들은 전부 중간에 삭제해버린 모양이니까.

결국은 에센시아 제국을 지켜가면서 그걸 찾아내야 한다는 건데…….

지금 생각나는 값어치가 있을 만한 물건은 딱 하나뿐이었다.

<승호> 설마 그게 르아 카르테는 아니겠죠?

<재중> 흐음. 그건 모르지.

르아 카르테는 일단 정령신의 무구다.

결코 값어치가 낮지는 않아.

그걸 마왕군이 굳이 원할까 하는 건 둘째치더라도.

어떻게 보면 르아 카르테는 무속성이라고 봐야 했다.

천사나 마왕군 모두 쓸 수 있는.

혹 누군가 르아 카르테의 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충분히 욕심을 낼 것 같기는 한데…….

다른 무기 몇 가지를 흡수시켜서 괴물 같은 무기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하고.

당장 나만 해도 몇 가지 특수한 무기들을 조합해서 적절하게 쓰고 있는 중이니까.

그리고 그 흡수 대상이 마신의 무기 정도가 되면.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승호> 일단 이쪽은 기다려보죠.

적들이 뭘 원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이상에야.

괜히 나서서 움직이다가는 표적이 될 뿐이니까.

그때 재중이 형이 한 가지 말을 꺼내놓았다.

<재중> 지금 성마대전의 라인 말이지. 들어가자마자 확인해 봐야겠어.

<승호> 라인요?

<재중> 어. 우리가 일일이 어디에 중요한 자원이 있는지 모른다면…… 그걸 잘 아는 녀석들의 것을 뺏어야지.

그런 재중이 형의 말에 바로 생각이 떠올랐다.

<승호> 현재의 성마대전의 라인들이 그 주요 자원들의 위치라는 건가요?

<재중> 그래. 걔들이 아무 이유 없이 땅따먹기 하고 있는 건 아닐 테니까. 분명히 주요 자원이 있는 장소 위주로 치고 들어갈 거란 말이야.

<승호> 확실히 그렇네요.

아마 나 같아도 필요한 자원이 있는 곳을 먼저 공격하고 들어갈 것이다.

그 자원이 어디에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말이지.

<재중> 베르탈륨은 마왕 녀석들이 제일 잘 알 거고.

<승호> 헤르마늄은 천사 녀석들이 제일 잘 알겠네요.

<재중> 그리고 그 반대일 경우도 무시하지 못하고.

<승호> 서로에게 필요한 자원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말이죠.

<재중> 그렇지. 상대의 자원을 자기들이 쓰진 못해도. 적어도 내어주지만 않으면 반타작은 할 수 있으니까.

이를테면 베르탈륨 광산 같은 경우는 천사들이 점유하고 마왕군에게 내어주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럼 최소한 적들이 쓰지는 못하니.

본전 정도는 된달까.

반대의 마왕군도 마찬가지고.

<승호> 서로 점유하고 끝까지 내어주지 않는 장소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알아낼 수 있겠네요.

<재중> 그래. 그게 베르탈륨이든 헤르마늄이든.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 표가 날 거다. 다른 장소보다 많은 전력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까.

재중이 형이 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원하는 게 뭔지 대략적으로 알 것 같았다.

<승호> 우리도 뛰어들자는 거죠?

<재중> 그래. 자원전을 꼭 쟤들끼리 하라는 법은 없잖아.

확실히 베르탈륨 광산, 혹은 헤르마늄 광산을 우리가 차지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그걸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마왕군 쪽이야 애초에 적으로 두고 있으니 싸울 수 있다고 해도.

천사들은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인간군이 천사의 진영에 속해 있는 셈이라.

오히려 이쪽은 협조라는 이유로 뺏어갈 확률이 높을지도 모르고.

<승호> 천사군 쪽으로 참전하면 결국 천사들 좋은 일 해주는 것 아닌가요?

<재중> 맞아. 천사들 밑에서 놀면 결국 천사들 뒤만 봐주고 끝나는 전쟁이겠지.

물론 천사들이 같은 편이라 지원을 해줄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천사라는 녀석들은.

그다지 신용할 만한 뭔가를 우리에게 보여 주지도 않았다.

<재중> 우리가 굳이 천사군에 들어갈 이유가 있어?

<승호> 으음. 없죠.

<재중> 점검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승호> 성마대전 시스템 말이죠.

만약 과거 성마대전 시대의 시스템이 강제로 천사 진영으로 우리를 넣게 되면.

이런 고민들은 전혀 의미가 없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게 된다면.

<승호> 꽤 재밋어지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 성마대전 시대로 우리를 보내준 건 마왕 바이카르나 마찬가지였다.

굳이 우리가 편을 들라고 하면 오히려 마왕 편을 들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재중> 그럼 점검 끝나고 보자. 좀 쉬어. 앞으로 빡세질 거다.

<승호> 네. 이따가 봐요.

그렇게 재중이 형과의 연락을 끝내고 난 뒤 한숨 푹 자고 일어났다.

“점검은 끝났으려나…….”

한껏 기지개를 펴고 스마트폰을 보는데 내 폰으로 수십개가 넘는 톡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응?

은하가 보낸 거려나?

그런데 자고 있는 걸 알 테니 이렇게 보낼 리는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메시지를 열어봤다가 내용을 보고는 나도 어이가 없어서 눈을 깜빡거렸다.

<은하> 오빠. 빨리 톡 봐요.

그리고 이어지는 메시지.

<은하> 우리가 진짜 왕국이 됐어요!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공지를 열자 순간 몸이 얼어 버렸다.

성마대전에서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나라들 중에.

당당히 내(?) 왕국이 목록에 올라와 있었으니까.

그리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운영자들…… 정말 미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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